월간복지동향 2024 2024-02-01   195

[기획2] 지방소멸 현황과 다차원적 위험

홍선미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누군가가 살아왔고 현재도 생활터전이 되는 지역과 마을이 사라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지방소멸’이라는 용어는 일본 창성회의 의장 출신인 마스다 히로야(増田寛也)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알려져 있다. 저출산·고령화와 대도시로의 인구 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방의 과소지역화 내지는 무거주화 현상1)을 의미한다. 마스다 히로야의 「성장을 이어가는 21세기를 위하여: 저출산 극복을 위한 지방 활성화 전략」 보고서에서는 2040년이 되면 인구 위기로 인해 일본 내 1,727개 시정촌 가운데 약 52%에 달하는 896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우리나라에서도 20~39세 가임기 여성인구를 노인인구로 나눈 값인 소멸위험지수를 적용했을 때,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49.6%에 달하는 113곳이 소멸 위험지역2)으로 분류된 바 있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인구 집중화가 멈추지 않고 농촌지역의 저출생과 고령화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이제 지방소멸의 불안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방소멸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인구 규모와 인구구조의 변화가 중요하다. 2020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출생아 수가 줄어들고 고령화로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서 인구의 자연감소가 발생하는 ‘인구의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하였다.3) OECD 국가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로 인해 인구 규모가 줄어들면서,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성비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5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지만, 농촌은 이미 2015년에 고령화율 21.4%(전국 13.2%)로 초고령 지역이 되었다. 또한 65세 이상의 농가 고령인구 비율은 2022년에 49.8%에 달할 만큼 농촌의 고령화는 심각한 상황이다.4) 지방소멸의 다른 요인으로는 인구의 이동이 있다. 

농촌이나 중소도시의 인구가 대도시로 유출되면서 지방 인구가 감소하게 되는 수도권 인구집중화가 지속되고 있다. 2022년의 수도권 총인구는 전국 인구의 50.5%5) 에 해당하는 2,605만 명으로, 절반 이상의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인구의 수도권 순이동 규모를 보면 20대 청년인구의 전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청년인구의 유출로 인한 연령구조의 변화는 출생아 수 자연 감소나 지역 인구의 고령화 속도를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인구감소지역의 악순환 고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농촌뿐 아니라 중소도시도 산업 침체나 지역 경기가 나빠지게 되면 일자리를 찾아 생산가능인구가 대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지역쇠퇴와 도시수축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지방 중소도시의 약 23.4%가 인구감소와 공동화 현상을 경험하는 ‘축소도시’이며 향후 도시기능이 상실되는 시점에 놓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6)

지방소멸의 위기를 맞는 지역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인구의 절대 수가 감소하고 연령 구성이 바뀌면서 발생하고 있는 지방의 인구 위기 상황은 일자리 부족과 경제적 쇠퇴, 지방재정 악화, 생활 기반 시설 부족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도심을 벗어나면 생활 필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주민의 생활 편의성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농촌지역으로 갈수록 이와 같은 생활 취약지인 생활사막7)이 증가하고 공간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도농 간 삶의 질 격차가 커지게 된다. 무엇보다 초고령 지역에 거주하는 다수 노인에 대한 건강 돌봄이 중요한 데 비해, 전체 의료기관(17,832개소)의 88.5% (61,156개소)는 도시에 분포8)할 정도로 농촌지역의 돌봄 인프라와 서비스가 매우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지방소멸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2021년도에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근거하여 89곳의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고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에 따라 본격적으로 행정, 재정 지원을 하기 시작하였다9). 2022년부터 10년 동안 매년 1조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이 투입될 인구감소지역은 자연적 인구감소와 사회적 인구 유출이 심각한 지역으로서 연평균인구증감률, 인구밀도, 청년순이동률, 주간인구, 고령화비율, 유소년비율, 조출생률, 재정자립도의 8개 지표를 기준으로 89개 지역을 지정·고시하였다. 또한 인구감소지역을 제외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인구감소지수가 높은 순서대로 인구감소지역 수의 20%에 포함되는 18개 관심지역을 추가로 선정하였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지방자치단체들은 2022년부터 투입되기 시작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하여 인구감소 문제에 대응하고 지역 활력을 찾기 위한 기금사업을 10년간 추진하게 된다. 각 지자체의 지역 여건과 우선순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은 지역산업 육성과 지역 개발을 통한 일자리 창출, 청년 창업 및 중장년 귀농·귀촌 정착지원, 지역특산물이나 관광자원을 활용한 생활인구 확대 방안 등이 주를 이룬다. 지역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인구 유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은 저성장 인구감소 시대에 모든 지역의 희망 사항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인구감소지역의 정주 인구가 겪는 생활의 불편함과 삶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또한, 기존의 지역경제 활성화와 청년인구 정착 명목으로 추진하던 지역상생발전기금 사업10)과의 차별성은 여전히 모호한 상태이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민간 주도의 지역투자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지역활성화투자펀드’11)를 올해 출범하고, 정부 재정, 산업은행, 시·도 지방소멸대응기금 출자를 통해 조성하는 3천억 원 규모의 모펀드에 민간투자 등을 연계하여 총 3조 원 규모의 개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지역경제 활성화 관점에서 낙관적 성장전략을 통해 풀어내며, 나아가 공익적 가치보다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민간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되고 있다. 앞선 일본의 지역창생 전략이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일자리 중심 개발사업으로 이끌었다는 비판을 반면교사 삼아 지방소멸 대응 방향을 재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구감소의 위기와 초고령 지역의 문제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즉, 일자리 정책뿐 아니라 인구정책과 공간정책을 복합적이고 통합적이며 장기적인 접근을 통해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매년 성과분석과 투자계획에 따라 차년도 배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의 사업 설계가 어렵고 단기적인 예산 소모의 가능성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인구-일자리-공간의 종합적 접근에 따라, 새로이 유입되는 이주민의 정착 환경 조성과 고령 정주 인구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기금사업들이 맞물려진다면 취약지 공간 단위에 대한 내실 있는 변화가 가능할 수 있다. 둘째,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균형 발전 전략 차원에서 일상생활과 밀접한 생활SOC의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다. 지역밀착형 생활SOC는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필수적인 일상생활 인프라이다. 인구감소지역은 교육·보육·의료 등 기본생활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과 생활안정성이 떨어져 지역 간 삶의 질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전국 122개 지방자치단체(인구감소지역 89개, 관심 지역 18개)가 제출한 2023년도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은 8개 분야(문화‧관광, 산업‧일자리, 주거, 교육, 노인‧의료, 보육, 교통, 기타)에 걸쳐 총 557건12)에 이르고 있으나, 이 가운데 노인·의료분야는 전체의 6.6%(37건), 보육은 4.5%(25건)에 불과하다. 기반 생활시설을 갖추고 안전한 거주환경을 제공한다면 지역주민의 정주성과 만족도를 높일 뿐 아니라, 대안적 생활지를 찾는 이주민의 유입 기제도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간 정의의 관점에서 최소한 요구되는 생활SOC의 유형이나 국가 최소 기준에 따른 생활권별 생활SOC 적정 공급기준을 갖추고, 단순한 양적 시설 공급이 아닌 생활SOC에 대한 주민 접근성과 편의성을 고려해야 하며, 주민들의 다양한 교류와 활동이 가능한 시설 이용 복합화 방안이나 세대 공존의 사회통합형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인구감소지역의 포괄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협업예산과 통합적 성과관리체계 등을 갖추고 다부처 정책 연계 및 지역 연계형 지역 활력 사업을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로, 저출생·초고령 지역의 인구특성에 맞춘 사회적 돌봄 체계를 갖추는 일은 일상생활 및 건강 돌봄과 밀접한 복지·보건의료·주거·교육·일자리 등 여러 부처의 협력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범부처 차원의 형태를 갖추고는 있으나, 예산의 책무성 확보를 위해 단일부처 내 단위 및 세부 사업들을 주무 부처에서 취합하여 재구성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기금사업간 융합과 국고보조사업의 연계를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변화에 맞게 활용하는 지방정부의 기금사업 전략이 요구된다. 또한 개별 지역단위의 발전 프레임에서 벗어나 지역 간 교류·협력 기반을 갖추고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 간 공존 및 상생의 비전 속에서 지방소멸의 위기를 함께 극복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 각주 |

1) 차미숙·최예술·조은주(2022). 마스다 히로야(増 田寛 也)(2014)에서 재인용. 지방소멸 위기 대응 추진사례와 시사점. 국토이슈리포트 제52호. 1-12.국토연구원

2) ‘22. 03. 기준. 이상호 외(2022). 지방소멸 위기극복을 위한 지역일자리 사례와 모델, 한국고용정보원

3) 차미숙·최예술·조은주(2022). 지방소멸 위기 대응 추진사례와 시사점. 국토이슈리포트 제52호. 1-12.국토연구원

4) e-나라지표. 통계청 『농림어업조사』,『농림어업총조사』(https://www.index.go.kr/unity/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2745)

5) e-나라지표. 통계청 지역별 인구 및 인구밀도(https://www.index.go.kr/unity/potal/main/ EachDtlPageDetail.do?idx_cd=1007)

6) 구형수, 김태환, 이승욱, 민범식(2016). 저성장 시대의 축소도시 실태와 정책방안 연구. 국토연구원. 전국 77개 시의 인구 통계(2000∼2020년)를 분석한 결과 약 77곳 중 18개 도시가 축소도시로 파악

7) 생활사막(생활SOC 접근성 취약지역)이란 생활SOC에 대한 종합 접근성을 나타내는 생활취약지수 값이 ‘2’ 이하인 지역으로서, 의료시설, 교육기관, 대중교통, 문화시설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을 의미한다. 구형수(2019), 생활SOC 공급을 통한 공간복지 실현방안

8) 보건복지통계연보(2020)

9)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인구감소지역 89곳 지정, 지방 살리기 본격 나선다」, 2021.10.18

10) 랜드마크 활성화, 환경·문화 콘텐츠, 청춘거리 조성, 영화 촬영지 중심 관광지 조성, 외지 청년과 현지 청년 간 교류 사업 등

11)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지방자치단체, 지방소멸대응 위해 지역활성화투자펀드에 출자 가능해진다’. 2024. 1. 9

12) 2022-2023년도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분야별 현황자료. 2024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국회예산정책처(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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