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2-01   400

[기획1] 지방소멸, 왜 문제인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증유(未曾有)의 기록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감소가 국가 현안 과제가 되면서 어느 때보다도 합계출산율에 대한 관심이 높다. 2023년 합계출산율이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전년도(2022년 0.78명)를 밑돌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미증유의 기록이다. 대한민국은 2020년에 인구와 관련한 세 가지 기록을 세웠다. 첫째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높아 인구가 절대 감소하는 ‘인구의 데드크로스(dead-cross)’ 현상과 총인구의 ‘정점(peak)’을 기록했다. 둘째는 청년층 등의 유입으로 수도권 인구 비중이 처음으로 비수도권을 넘어섰다. 2023년 말 인구의 50.7%가 수도권에서 살고 있다. 셋째는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인구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후 저출산과 고령화, 수도권 집중에 관한 반전의 기록은 없다. 

지방소멸, 현실과 위기감 확산

국가적 차원의 인구감소는 ‘지방소멸’에 대한 위기감을 높였다. 인구의 데드크로스(dead-cross) 기준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지방소멸1) 현황을 분석하였다. 2000~2022년 기간 동안 전체 시·군·구를 대상2)으로 하였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체 시·군·구 중 80%(183곳)가 이미 데드크로스 현상을 경험했고, 1/4(57곳)은 2000년 이전에 데드크로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계출산율이 5.0명에서 2.0명으로 줄어드는 기간(출산율 전환 기간)이 일본은 31년 걸린 데 비해 우리나라는 19년이 소요되었다. 감소 속도가 엄청나다. 둘째, 인구정점 대비 인구 규모가 절반 이상 감소한 지자체가 군 단위는 말할 것도 없고 지방 중소도시에서 속출하고 있다. 태백시의 경우, 1987년 120,208명으로 정점이었으나 2023년 현재는 38,708명으로 2/3 이상이나 줄어들었다. 현저한 인구감소는 지역의 자립 기반을 흔들고 있다. 셋째, 인구감소의 지역 편재와 양극화가 심각하다. 

인구 3만 명 미만 시·군·구와 인구 100만 명 이상 시·군·구에서만 인구가 증가하고 나머지는 감소하였다. 같은 기간 동안 인구 3만 명 미만 시·군·구는 약 3배 증가하였고, 100만 명 이상 시·군·구는 1개에서 4개로 증가하였다. 100만 명 이상 시·군·구의 3개(수원시, 성남시, 고양시)가 수도권에 집중해있다. 넷째, 인구감소지역은 자연 감소보다는 사회감소가 공통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실제로 군 단위의 합계출산율이 대도시나 수도권 지역에 비해 현저하게 높아 지방이 ‘인구댐’ 역할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 최고는 전남 영광군(1.80명)이고, 최저는 서울 관악구(0.42명)로 약 4배 이상 군 단위가 높다. 대도시의 경쟁적인 삶으로 인해 인구의 재생산보다 생존 본능이 크게 작용한 탓으로 볼 수 있다. 이는 2000~2022년 합계출산율 상위, 하위 10개 지역의 합계출산율 수치 변화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다섯째, 감사원(2021)의 지방소멸 위험지역 전망에 의하면 2047년부터 모든 시·군·구가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하고, 2117년에는 전국에서 8개 시·군·구를 제외하고 모두 소멸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는 합계출산율 0.98명을 기준으로 전망한 수치다. 현재 낮아진 합계출산율을 적용한다면, 모든 시·군·구가 10년 내지 20년 이상 더 빠르게 소멸위험 단계로 진입할 것이 예상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지방소멸 현황과 실태는 ①데드크로스 현상의 고착화 및 가속화, ②인구정점 대비 현저한 감소와 자립 기반 저하, ③취약한 인구구조, ④지역 편재와 양극화 심화, ⑤지방의 인구댐 역할 수행, ⑥지방소멸 위험단계 진입 가속화 등으로 요약된다. 

지방소멸, 왜 문제인가?

위기란 사회·경제를 비롯하여 제반 측면에서 개인이나 지역 또는 사회 전체에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방소멸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지방소멸이 초래할 영향은? 왜 문제인가? 

첫째, 지방소멸은 지역경제 및 산업·일자리 기반을 위축시킨다.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시장에 노동 공급이 감소하여 경제의 생산성이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이 저하된다. 최근 한국은행 보고서에서도 인구감소가 가져올 잠재성장률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고령인구가 증가하면 복지서비스와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등 소비구조가 변하고, 세금을 부담하는 생산가능인구의 고령층 부양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지방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역 내에서 생산가능인구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는 지역경제 위축과 소비력 저하를 가져오고, 지역인재 및 인력 유출에 따라 지역산업과 일자리 기반 자체가 붕괴된다. 이는 국가 경제의 위축을 가져온다. 국가 경제의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지방소멸 대응이 시급한 이유다. 

둘째, 지방소멸은 정주기반을 와해시키고 지속가능성을 저하한다. 지역 내 빈집, 폐교 등이 발생하면서 정주기반이 무너진다. 2000년 빈집은 51.3만 호(전국 주택의 4.7%)였으나 2020년 약 151.1만 호로 전국 주택의 전국 주택의 8.2%에 해당한다.3) 빈집의 1/3 이상은 농어촌 지역에서 발생하고, 농어촌주택 대비 빈집 비율이 12.7%로 도시의 2배 이상이다. 빈집은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s)’ 역할을 한다. 오래 방치되어 붕괴나 화재 위험이 크고, 경관을 저해하며,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등 지역의 안전·안심 기반을 저해한다. 폐교도 마찬가지다. 

셋째, 지방소멸은 주민의 생활 불편과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치료가 가능함에도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여 사망에 이르는 지표인 치료가능 사망률(2018)은 경북 영양군이 서울 강남구에 비해 3.6배 가 높다. OECD 국가 중 최고를 기록하는 자살률(2022)은 충남 예산군이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비해 4.4배가 높다. 

생활사막(Life desert)이 증가한다. 생활사막이란 ‘인프라 시설의 이용이 취약한 생활 취약 지역’을 말한다. 생활 사막이 증가하면 주민에게 일상생활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 생활이 불편해지고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지방의 인구가 감소하면 의료, 대중교통, 세탁소 등 생활 인프라 취약지역이 증대한다. 한이철(2022)에 의하면, 인구가 감소하면서 면의 인구가 3천 명 이하로 줄어들면 지역 내 보건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고, 인구가 2천 명 이하로 줄어들면 식당, 제과점, 세탁소, 이·미용실 등이 폐업하기 시작하였다. 결국에는 생활이 편리하고 생활서비스 공급이 원활한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유출을 촉진하며 결국에는 지역 공동체 붕괴를 초래한다. 

넷째, 지방소멸은 지방재정을 취약하게 하고 자립 기반을 저해한다. 인구감소로 이용 수요가 낮은 인프라 건설과 운영에 따른 재정 소요 증대로 지방재정의 취약성을 심화시키며, 중앙정부의 공모사업이나 획일적인 사업추진 방식은 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던 개성 즉 지역다움의 상실을 촉진한다. 지역다움의 상실이야말로 지방소멸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시설 운영 실태 분석(2021)에 따르면, 건설비 100억 원 이상(기초)과 200억 원 이상(광역지자체) 지방 공공시설 운영 공개 대상 시설의 경우, 2020년 기준 863개의 운영 비용이 -9,936억 원으로 적자이다. 지역 내 소규모 인프라의 유지·관리비까지 포함하면 지방재정 적자 규모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방소멸 대응 및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보조금, 기금, 특별교부금 등은 대부분 인프라 건설 위주로 활용한다. 이에 지자체들은 지역 내 이용수요가 낮고 유사 시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인프라 건설을 위해 중앙정부 공모사업 등에 신청한다. 지자체는 새로운 인프라를 계속 건설하고, 기존 시설의 유휴화 현상은 더 심해진다.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정책 관행이 지방재정을 취약하게 하고, 지역다움이 상실되면서 지방은 소멸한다. 

다섯째, 지방소멸은 국가소멸과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 지방은 상대적으로 높은 합계출산율을 보이며 재생산 및 인구 댐 역할을 수행해왔다. 대도시나 수도권의 낮은 출산율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재생산보다 생존 본능이 강화된 결과라는 인구학 이론과도 부합한다. 그동안 인구 댐 역할을 수행해온 지방의 소멸 위기는 국가소멸 위기로 직결된다. 지방소멸에 대한 정책 대응이 시급한 이유다. 

지방소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사회정책 대응만으로는 지방소멸 위기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자연 감소 보다는 사회적 이동(유출)이 지방 인구감소의 핵심 요인이므로 기존 저출산 위주의 정책 추진으로 성과를 체감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리고 중앙정부 주도의 정책은 지방의 다양성과 수요에 대한 충족이 미흡하므로 정책 추진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방소멸 대응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전 생애에 걸쳐 건강하고 품격 있는 생활 실현 

보육·교육·의료 등 생활 필수인프라의 지역 격차로 인한 유출 심화와 소멸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디에 살더라도 국가적정수준 (nat ional standard)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첫째는, 보육 여건을 위해 출산 장려 국가책임제 도입 등 국가-지방의 역할 재정립, 유치원-보육기관 통합 운영, 유휴 공공시설을 활용한 국공립 어린이집 우선 설치 등이 필요하다. 둘째는, 교육 기반 확충을 위해 농산어촌 유학 활성화, 도농 교류 및 체험 프로그램 지원, 방과후학교 특성화 교육 지원, 지역대학-지자체-기업 교류·협력 프로그램 지원을 들 수 있다. 셋째는, 의료·건강 인프라 조성을 위해 재택진료 및 방문 진료 사업 확대, 마을주치의 제도 도입, K-CCRC 조성 등이 필요하다. 

매력 공간 창출로 생활인구 확보와 유출 억제

지역다움(localism)과 개성 있는 매력 공간 창출로 정주 인구뿐만 아니라 체류 인구 등 생활인구 확보와 인구의 유출을 억제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고 4도 3촌, 한달 살기, 워케이션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평생 한곳에서 살던 사회(place-bound tradition)에서 인생 주기별, 삶의 추구 목적에 따라 삶의 공간을 변화시키는 사회(time-bound tradition)로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 2지역거주제, 복수주소제 도입 등 유연 거주 촉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지역자원 기반 생산·소득 및 좋은 일자리 확충

지역특산물 및 일자리의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여 지역경제 활력을 증진하고, 스마트팜, 스마트 팩토리 등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여 지역산업 기반을 향상해야 한다. 지역특산물에 대한 도시민의 구독경제 활성화 지원으로 도-농 교류와 기업의 지방 이전 및 교류를 촉진하고, 유휴시설을 활용한 위성 오피스 및 코워킹(co-working), 워케이션(worcation) 공간 조성으로 재택근무와 원격근무가 용이한 스마트 인프라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 간 교류·협력으로 상생과 공존의 문화 확산수도권과 대도시는 지방 청년의 유입으로 활력과 생산성을 높여왔다. 이에 수도권 및 대도시 지자체와 농산어촌 지역 간 교류를 촉진해야 한다. 인구 유출로 지역인재 부족이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되므로 주민참여형 지역관리 활성화를 위해 지역 내 중간지원 조직, 마을공동체 회사나 지역관리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인구감소에 적합한 기능지역과 생활권 및 특별지방자치단체 등을 구성하여 생활 서비스 전달체계 효율화 및 일자리, 관광

산업 등의 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 

지역이 주도하는 분권 역량과 규제 합리화 추진 

지방소멸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지적되는 중앙정부 주도의 공모사업 추진방식과 국고보조금 의존 행태를 최소화하는 한편, 포괄예산제도, 다부처 협업예산사업 확대를 통해 지방분권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주도의 분권형 정책 추진으로 지역 맞춤형으로 지방소멸에 대응하고, 중앙정부는 컨설팅과 중앙-지방 협약 체결을 통해 지역을 지원해야 한다. 본격적인 인구감소 시대로 전환함에 따라 인구성장기에 맞춰 만들어진 각종 제도와 규제들이 오히려 불편·불합리한 상황을 초래하여 지역발전을 저해하거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인구감소 시대에 걸맞은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불합리한 규제의 개선과 특례 발굴이 시급하다.


| 각주 |

1) 지방소멸 용어는 일본 마스다 히로야(増田寛也)의 『지방소멸(地方消滅)』에서 비롯하였다. 여기서 지방소멸을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와 청년층 등의 도쿄권으로의 이동(유출)에 따라 과소지역화 또는 무거주지역화가 되는 현상”으로 정의하였다(増田寛也, 2014)

2) 226개 기초지자체와 제주특별자치도(2개 행정시), 세종특별자치시를 포함해 229개가 분석 대상이다

3) 박정은 외(2023). 농어촌 빈집 및 주변지역 정비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을 위한 제도 연구, 국토연구원

| 참고 문헌 |

차미숙 외, 2022, 「국가균형발전3.0 패러다임 구축과 실천전략 연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차미숙, 2023, “지방소멸, 왜 문제인가?” 기획재정부, KAIST, Future Issue Brief : 지역소멸이 가져올 충격과 대안 vol.03. 2023.9

차미숙, “인구감소만으로 지방이 소멸할까” 농민신문 시론 2023.4.19

차미숙 외, 2023, 『대전환 시대, 지역의 위기와 희망』 국토연구원

한이철 외, 2022, 인구감소 농촌지역의 기초생활서비스 확충 방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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