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2-01   180

[편집인의 글] 지방소멸과 복지: 축소사회 사회정책의 예행연습

김형용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복지정책을 둘러싼 환경변화 중에서 가장 파괴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아마도 저출생·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구조 변화일 것이다. 한국은 이미 총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의 데드크로스(deadcross)를 넘었다. 좁은 땅에 높은 인구밀도를 고려하면 한국의 적정 인구수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달성한 근대화에 따른 사회문제가 너무 빠른 속도에서 비롯되었듯이, 인구감소도 속도가 너무나 급격하다. 전쟁과 재난 없이 합계출산율이 50년 만에 20% 미만(1972년 4.12명에서 2022년 0.78명)으로 떨어지는 국가도 없거니와, 결국 100년 안에 8개 도시를 제외하고 전국의 모든 시군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조만간 닥쳐올 미래로 인식하기 매우 어렵다. 그마저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수도권에서는 인구감소의 속도를 느끼지 못한다. 아이들은 줄고 노인이 다수인 인구구성의 변화는 목격되지만, 수도권에서는 병원이나 식당 등 정주 인프라가 사라지는 생활사막 현상은 없다. 반면 인구감소로 인한 붕괴는 지방 특히 농산어촌에게는 오늘의 일이다. 지방소멸은 축소사회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 사회 전 국토의 전조이며, 지방소멸 대응은 복지국가 사회정책 혁신의 예행연습이다. 인구감소는 노동력 감소, 의료와 돌봄 공백, 교육 격차, 저성장, 기반 시설 유지비 증가 등으로 복지제도의 근간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호에서는 지방소멸이 가져오는 주요한 복지 위기와 해법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본 호의 기획 글은 먼저 지방소멸의 현황과 대응을 다루었다. 차미숙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소멸 현실 진단, 야기되는 문제점, 그리고 정책 방안을 매우 간결하고 명확하게 소개하고 있다. 지방소멸은 데드크로스 가속화에만 따른 것이 아니라 취약한 인구구조와 지역 불평등을 수반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지역경제 기반을 위축시키고, 정주기반을 와해하며, 주민의 생활 불편과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더 나아가 지방재정과 국가소멸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이에 결론으로 보육·교육·의료 등 생활 필수인프라의 지역 격차 해소와 국가 적정수준 보장, 인구의 유출을 억제하기 위한 2지역거주제, 복수주소제 도입 등 유연 거주 촉진과 수도권과의 교류 확대 등 현실적인 제안이 꽤 설득력이 있다. 

입하는 경제 활성화 방식을 비판하면서, 궁극적으로 지역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으로 정주 인구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지역 밀착형 생활SOC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기획 글은 또한 지역소멸에 따른 매우 흥미로운 사회문제 두 가지를 다루었다. 첫째는 지역소멸과 산업폐기물 문제이다. 하승수 변호사는 지역소멸을 핑계로 산업폐기물을 농촌에 몰아넣으려는 시도들을 고발하고 있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통해서 민간 기업은 이익을 얻고 있는데 그 피해는 오로지 농촌 주민들이 감당하고 있고, 피해복구와 사후관리는 국가가 세금으로 하는 어이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에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회복과 ‘발생지 책임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하승수 변호사는 현재의 ‘지역소멸론’이 가진 문제점을 하나 더 지적한다. 과연 소멸위험이 있는 지역이 농어촌과 같은 지방인가라는 점이다. 재난과 위기 상황이 왔을 때, 당연히 에너지와 식량을 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대도시가 위험할 것이다. 아차! 인식의 오류였다. 결국 소멸 대응은 지역경제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과 농민을 존중하는 생태적 방식으로 전환이 요구된다. 두 번째 지역소멸에 따른 사회문제는 지방대학과 사회복지교육이다. 김동기 교수는 지방대학이 정원모집의 어려움에 있어 불가피하게 다운사이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지방이 살아남는 방법은 위기 담론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적응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과업에 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교육의 경우 자격증 취득과정으로 동일한 교육과정만 되풀이하는 현실을 극복해야 하며, 지방에서 요구되는 사회복지실천인 지역조직화, 사례관리, 돌봄서비스 능력, 증가하는 외국인 사회복지사 인재 양성 등으로 변화가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지방소멸이 아닌 국가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는 수도권과 지방의 산술적 격차 해소가 아니라, 각 지역적 삶을 존중하는 방식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인구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서로 다른 공간에서도 보편적 생활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복지가 구상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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