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리뷰] <제보자> 임순례 감독과 함께한 관객과의대화

  지난 9월 29일 국회에서는 참여연대 주관으로 영화 <제보자>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관객과의대화가 진행되어 영화의 뒷이야기, 실제 제보자가 처했던 상황 등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는데요. 임순례 감독은 영화가 공익제보자에 초점이 맞춰쳐 있지는 않지만, 공익제보와 관련한 법제 개선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자리에 참석했다고 말했고, 당시 제보자를 가장 가까이서 도왔던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부소장은 한국사회에서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실감했던 계기라고 말했습니다. 영화에서도 드러나듯, 제도적, 구조적 문제의 해결 없이는 제보자가 알린 진실이 밝혀지지도 않을뿐더러 제보자를 보호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습니다. 시사회에서 오갔던 더 많은 이야기들은 아래 영상과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당시 제보자의 심경과 공익제보자의 현실이 더 궁금하신 분들은, 10월 15일 저녁 7시 참여연대에서 열리는 토크쇼에 오시면 생생하게 들으실 수 있다는 것! 기억해주세요~

 

영화 <제보자> 시사회 GV(관객과의대화) 

 

일시  2014년 9월 29일 저녁 9시

장소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출연  임순례 제보자 감독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부소장

사회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사회자] 두 분을 모셨습니다. 먼저 실제 제보자를 돕고 진실을 밝히는 데 참여했던 분이십니다.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부소장님입니다. 그리고 영화를 만든 분입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와키키키 브라더스> 등 매번 좋은 작품을 만든. 임순례 감독님입니다. 두 분께서 직접 관객들께 인사부탁드립니다.

 

[임순례] 네, 영화 제보자를 만든 임순례구요. 지난 16일부터 하루에 몇 차례씩 시사회를 하는데, 오늘처럼 여자분이 적었던 시사회는 처음인 것 같아요. 유연석, 박해일 씨 보러 여자분들이 많이 오셨는데(객석 웃음)…오늘은 남자분들이 많이 오셨네요. 

 

[김병수] 저는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간사였구요. 황우석 사태 당시 제보자 보호, 그리고 피디수첩팀의 기술적 지원, 14개 시민단체와의 공동행동 등에 관여했었습니다.

 

[사회자] 먼저 감독님한테 여쭤볼게요. 영화 만들면서 신경 쓰신 장면이 한두 장면이 아닐텐데, 그래도 관객분들이 오래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장면이 있으면 뽑아주시죠?

 

[임순례] 제가 뽑는 것 보다 관객 분들이 뽑는 게 나을 것 같아요.(객석 웃음) 영화라는 게 만드는 사람의 생각과 다르게 전달되는 부분이 많더라구요. 영화를 만들 때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에 관객분들이 의미를 부여하시니까. 예를 들면, 맨 마지막에 박해일(피디)씨가 또 다른 제보 전화를 받으면서 끝나잖아요, 그걸 보시고, 저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속편을 예고하는게 아니냐’는 말도 하시고(객석 웃음), “속편은 광우병인가요?” 이런 얘기도 나오고(객석 웃음). 혹은 영화 중간 쯤 사건이 정점으로 흐를 때, 대중들이 거리에 있는 전광판을 보며 얘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중에 전라도 사투리가 있었거든요. 근데 ‘하필 호남사투리를 삽입한 정치적 의도가 뭐냐’ 이런 질문도 하고. 

제 개인적으로는 특별히 신경을 썼던 장면들도 있지만, 관객분들이 모두 다르게 생각하실 거기 때문에.

 

[사회자] ‘영화에 대한 해석의 몫은 관객들에게 있다’는 말씀을 해주신 것 같은데요. 김병수 부소장님은 특별히 인상에 남는 장면이 있으신가요?

 

[김병수] 영화에서 복제 개 ‘몰리’가 나오는 장면이 있잖아요. 저는 그 장면이 굉장히 인상에 남았습니다. 복제 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난자가 수백수천 개가 필요합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개가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바꿔 말하면 체세포 복제기술의 현실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해서 그 부분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사회자] 김병수 선생님은 분자생물학을 전공하신 분이라 아마 영화를 볼 때도 그런 시각에서 보셨을 것 같네요. 감독님한테 여쭤보고 싶은게 있는데요. 영화 제목이 ‘제보자’ 잖아요. 그래서 유연석(제보자)씨가 주인공인 영화인 줄 알았는데 보니까 박해일씨가 주인공이더라고요. ‘이름은 제보자라고 해놓고 왜 언론사 피디가 주인공이냐’하는 불만이 나올 것 같은데요?

 

[임순례] 사실 이 영화는 제가 먼저 기획을 한 건 아니구요. 제가 합류했을 때는 이미 ‘제보자’라는 제목이 정해져 있었어요. 그 때가 2~3년 전인데, 당시 영화 제목이 끝에 ‘-자’로 끝나는 게 많았어요. 감시자, 공모자 이런 이름들이 많았죠(객석 웃음). 처음엔 저도 반대를 했어요. 제보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비중이 크지 않은데 제목으로선 적합하지 않다. 그랬더니 기획자가 설명하기를, ‘유연석씨는 내부의 사건을 제보자는 내부제보자이지만 박해일씨는 시청자들에게 진실을 제보하는 또 다른 제보자다.’ 관객들은 모르는, 만든 사람들만 알고 있는 제보자라는 제목을 쓴 이유입니다.

 

[사회자] 듣고 보니 언론사 피디의 역할도 사실을 알리는 제보자의 역할로 충분한 것 같네요. 2~3년 전에 제작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영화에서 유연석씨가 연기했던 실제제보자인 류영준씨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낸 것은 올해 3월달이었습니다. 아마 영화 제작 기간에는 제보자의 신분이 밝혀지지 않았을 때였기 때문에, 제작과정에서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던 게 아닌가 합니다.

김병수 선생님, 2004년에 실제 제보자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아는데, 이 사건이 일단락되기까지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몇 가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김병수] 두 가지 정도 말씀드릴 수 있겠는데요. 영화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데, 제보자의 집에 누군가 들어와서 흔적을 남기고 나갑니다. 담배를 끊었는데 집에 들어와보니 담배꽁초가 놓여있다던가 하는 것이죠. 제보자가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서 저에게 전화를 했고, 저는 제 소형차에다가 참여연대에 있던 간이침대를 억지로 집어넣고서는 제보자 집으로 갔죠. 막상 태워서 집을 나서니 갈 곳이 없더라구요. 서울 시내를 맴돌다가 광화문 근처 오피스텔에서 하룻밤을 재웠는데 아무래도 불안한거예요. 그래서 한동안은 저희 집에서 머물렀죠. 근데 그것도 맘이 안놓여서 집 근처에 조금 더 안전하게 생각되는 곳에서 장기간 피신을 시켰어요. 제보자를 보호한다는게 그렇게 어렵더라구요.

두 번째는 2004년 첫 만남 이후 2005년 다시 만났을 때, 불법 난자채취 뿐 아니라 논문조작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그때 충격적이었던 것은 ‘줄기세포가 없을 수도 있다’ 이런 게 아니었어요. 당시 참여연대는 1999년부터 황우석 박사의 행적을 추적해왔기 때문에 그의 연구가 미심쩍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고, 또 유명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 불미스러운 일로 철회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었거든요. 당시 제가 진짜 분노했던 점은, 여성연구원의 난자를 책임자가 실험에 쓰게 했고, 그것을 연구원 본인이 실험하도록 했다는 것이었어요. 실험실 생활을 했던 저로서는 정말 분노했던 순간이었죠. 어떻게 지도교수가 여학생의 난자를 자기가 뽑아서 자기가 직접 연구하도록 했던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분노가 치솟아 올라요.

 

[사회자] 남성들이 이 감정을 이해하실지 잘 모르겠네요. 당시 난자기증 동의서를 사실상 강제적으로 작성해야 했던 여성 연구원들의 모멸감은 엄청났을 것 같은데요.

감독님, 조금 가벼운 질문인데요. ‘체세포 복제’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객석 웃음) 그 어려운 용어들을 어떻게 이해하셨는지 궁금해서요.

 

[임순례]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스텝들이 문과 출신이에요(객석 웃음). 영화에서는 최대한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지만,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내용을 알아야 하거든요. 저희가 평생 쓸 일이 없던 단어들이다보니 처음엔 굉장히 어려웠는데, 지금은 기본적인 것은 알아요. 앞으로 세계 줄기세포 연구의 방향이 어떻게 될 것인가도 알고…(객석 웃음). 다시는 과학에 관한 영화는 안 만들려구요(객석 웃음).

 

20140929_시사회_영화 제보자 시사회14

 

[사회자] 이제 관객들의 질문을 받아보겠습니다. 

 

[질문자1] 제 지인들 중에는 황우석 박사 열렬 지지자들이 있는데요. 저도 영화를 보면서 어떤게 진실일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황우석 박사의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알려주시면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병수] 최근에 대법원 판결이 났었죠. 처음에 검찰이 세 가지로 기소를 했고, 그중 두 가지가 인정을 받았습니다. 생명윤리법 위반, 그리고 횡령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상태입니다.

 

[질문자2] 상업영화이지만 공익성, 사회성을 기대했습니다. 근데 영화에는 류영준(실제 제보자)이 없습니다. 영화가 갖는 공익성을 생각해서 제보자 입장을 더 부각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임순례] 사실 영화를 만들 때 가장 고민한 지점이에요. 하지만 실제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온다면 극영화를 만드는 이유가 없어요. 실제와 픽션 사이의 벨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영화에서 제보자가 아픈 딸이 있다는 설정도 사실과 다르지만 영화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었고, 제보자에게도 양해를 구했습니다. 실존 인물이 관련된 영화를 만들 때 그 인물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하는 부분은 늘 조심스럽습니다. 

이 영화는 제보의 중요성보다는 언론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 영화에요. 물론 제보자의 용기 있는 제보가 있었기에 엄청난 진실이 드러날 수 있었지만, 그 과정의 큰 줄기에는 언론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영화가 상영된 이후에 현실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무죄판결이 났지만, 부림사건의 판결도 영화 <변호인>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 같구요. 도가니법도 영화 상영 후에 제정이 되었고요. 영화가 현실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죠. 

저도 공익제보에 관련된 법들이 제정되는 데 있어서 이 영화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제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출발한 영화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런 쪽으로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자] 사실 하나의 작품으로 여러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죠. 영화 제작자와 감독님이 집중하신 부분이 있을 것이고, 관객들이 뽑아낼 수 있는 부분이 또 있을 거라고 봅니다. 

영화에서 박해일 씨의 선임으로도 나오는데, 당시 최승호 MBC 피디가 시사회 관람 후 페이스북에 이렇게 쓰셨더라구요.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면 학계에서 검증을 하고 그 결론을 국민이 받아들이던 때가 있긴 했다.” 그러고 보면 요즘은 언론이 제대로 보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고, 설령 문제를 공론화시켜도 양심있는 학자들이 그것을 검증해주거나 하는 일은 드문 것 같습니다. ‘언론이 우리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기능을 잘하고 있는가’ 라는 부분을 이 영화가 짚어주지 않았나 싶고요. 비록 영화에서 공익제보자의 측면이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영화가 공익제보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되뇌이고 그들의 삶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하는 단초는 제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병수 선생님은 제보자를 가장 가까이서 지원했던 사람 중 하나인데, 제보자와 함께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김병수] 주로 제가 신경썼던 부분은 제보자 보호, 그리고 보안의 문제였습니다. 제보자는 2004년 첫 만남 이후 10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자신이 공개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사회에서 제보자 보호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느꼈던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당시 제보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청와대 쪽에서 접촉을 요구한 적이 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요청했던 것은, 첫째로 제보자에게 불이익이 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 그리고 줄기세포 진위여부를 정부가 직접 가려내어 사회적 혼란을 잠재우라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둘 다 지켜지지 않았죠.

또 하나는 피디수첩팀이 취재윤리위반 문제가 터지면서 큰 위기에 봉착했을 때입니다. 프로그램이 잠정 중단되는 등 궁지에 몰리면서 피디수첩 팀은 제보자를 공개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갈등이 생겼죠.

그 뒤로 문제 해결은 상당히 우연적인 요인들에 의해 해결됐습니다. 과학정보커뮤니티인 브릭(BRIC)에 사진 자료들이 올라오면서 검증이 이루어진 것인데요. 잇따라 과학계 내부에서 논란이 일었고 프레시안의 강양구 기자 같은 분들이 그 내용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주었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깨달은 게 있죠. 공익제보자 보호에 대해 나름의 역량이 있고 사회적 인지도도 있는 참여연대가 제보자를 보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굉장히 힘들구나. 한국사회에서 제보자를 보호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이죠. 

 

[사회자]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애썼던 피디수첩팀의 기여, 프레시안 기자의 헌신적 추적, 과학적 도움을 주었던 김병수 박사 등 많은 이들의 도움 속에서 제보자의 용기 있는 제보가 진실로 드러날 수 있었다고 보는데요. 이제 두 분에게 마지막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임순례] 말씀하신 것처럼 한 사람의 제보로 출발하지만 주변의 수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제보자의 결심은 결실을 맺을 수 있어요. 영화의 제약 때문에 그런 부분을 다 그리지 못한 점은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병수] 영화 뿐 아니라 다양한 자료를 통해 큰 맥락 속에서 이 사태를 이해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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