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사법부 블랙리스트’ 업무를 거부하고 사표를 제출한 이탄희

법원 내 전문분야연구회 중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2017년 기획팀장을 맡았던 판사 이탄희 씨는 2017년 2월 9일, 법원행정처 기획2심의관 겸임 인사명령을 받았다. 

2017년 2월 13일,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의 법원행정처는 ‘법원 전문분야연구회 관련 예규의 중복가입 금지 원칙’을 들며, 법관들에게 중복으로 가입한 전문분야 연구회를 탈퇴하라고 안내하며, 만약 정해진 기한 후에도 중복으로 가입되어 있을 경우 나중에 가입한 연구회는 전산상 탈퇴 조치할 예정이라고 코트넷(법원 내부망)에 공지했다. 법원행정처의 공지에 대해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인 김형연 부장판사는 전문분야 연구회 중 제 일 나중에 설립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활동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의심된다며 법원 내부망에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2017년 2월 20일 자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2심의관 겸임 발령을 받은 이탄희 씨는 2월 14일 이규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판사들 뒷조사 파일이 있다’라는 말을 듣게 됐다. 2월 15일에는 이규진 상임위원에게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와 관련하여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인 김형연 부장판사의 이의 제기에 대한 반박 논리를 연구회에 전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또한, 이탄희 씨는 법원행정처의 전 임자에게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 탈퇴 조치는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타겟으로 한 것이고, 행정처장은 이 조치를 주저했으나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밀어붙였고, 이탄희 씨는 연구회 때문에 기조실에 온 것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이규진 상임위원과 전임자의 말에 충격을 받은 이탄희 씨는 2017년 2월 16일, 인사제1심의관과 기획조정실장에게 전화로 사직의 뜻을 전하고, 안양지원에 출근해 지 원장에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탄희 씨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과의 통화에서 사직 대신 안양지원에 돌아가 재판을 하겠다고 밝히며, 국제인권연구회 개입을 중단할 것으로 요구했다. 결국, 이탄희 씨는 뜻대로 안양지원으로 돌아가게 됐지만, 법원 내부망에 인사발령문이 올라오진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탄희 씨의 인사발령 배경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2017년 3월 7일,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고영한 대법관은 언론 보도가 당사자 확인절차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법원행정처는 해당 판사에게 연구회 활동과 관련하여 어떠한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해당 판사에 대한 겸임해 제 인사발령은 해당 판사의 의사를 존중하여 이루어진 것이며, 구체적인 불 희망 사유는 개인의 인사문제로서 본인이 공개되길 원하지 않으니 언급할 수 없다는 해명을 내부망에 올렸다. 그러나 3월 8일, 이탄희 씨는 법원 내부망에 법원행정처가 본인에게 관련 경위가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지 정식으로 확인한 사실이 없으며, 자신이 경험한 부분에 대하여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지 고심하고 있다는 글을 게시했고, 이날 김형연 부장판사는 대법원 차원에서 공정한 조사기구를 만들어 진상을 조사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2017년 3월 9일,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은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법관에 대한 인사발령을 둘러싼 문제의 중대성과 심각성에 대하여 인식하고, 공정·명확·신속한 해결을 위하여 중립적 조사기구를 구성하여, 제기된 의혹과 문제점을 신속히 조사하기로 했다고 내부망에 밝혔다. 

이어 3월 13일,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인복 전 대법관(사법연수원 석좌교수)에게 진상 조사를 요청했고, 2017년 4월 18일, 대법원의 1차 진상조사위원회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11월 13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추가조사위원회가 구성됐으며, 조사결과, ‘판사 동향파악 문건’의 존재가 사실로 확인됐다. 추가조사위원회가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양승태 사법부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 의혹 문건이 확인되어 대법원은 2월 12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을 구성했고, 특별조사단은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 의혹 문건을 다수 조사해 발표했다. 

이탄희 씨가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지시를 거부하고 사표를 제출한 사건을 계기로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문건 의혹으로 번졌다. 이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재 사법 농단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018년 10월 27일 구속기소 됐고, 사법부 최고위직인 전직 대법관들은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았다. 2019년 1월 24일 구속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불구속)은 2월 13일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2019년 3월 5일 검찰은 전·현직 법관 10명을 추가 기소했고 현직 법관 66명의 비위 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하며 사실상 수사를 종결했다. 2021 년 현재 기소된 법관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편 이탄희 씨는 2019년 판사직을 사직하고 2020년 5월 제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 이탄희 씨는 2018년에 참여연대가 수여한 ‘2018 의인상’, 2019년 노회찬 재단이 수여한 제1회 ‘노회찬 정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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