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공익제보자 안부를 묻다> 첫번째 모임 후기

나쁜 일을 나쁘다고 말했을 뿐인데.. 

불의를 보고 모른척 하지 않았을 뿐인데..  

부당함에 끝까지 싸웠을 뿐인데.. 

왜 제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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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사)인권의학연구소의 정신건강전문가들과 함께 5월, 7월, 9월 세번째 금요일 저녁에 공익제보자들을 만나고 안부를 묻는 안전한 연대의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5월 20일에 진행된 첫 모임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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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원 심리상담전문가가 명상과 이완을 진행하고 있다.  ⓒ 참여연대

 

(사)인권의학연구소 손창호 이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송지원 상담심리전문가가 진행하는 첫 모임에 8명의 공익제보자가 함께 했습니다. 작년에 제보한 제보자부터 2007년에 제보한 제보자까지 다양한 제보자들과 정신건강전문가의 조언이 모여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모임은 긴장하고 있을 제보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명상과 이완으로 시작했습니다. 처음 한시간 가량은 모임에서 불릴 나의 이름을 정하고 내가 제보한 내용과 현재 어떤 상황인지를 간단히 소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손창호 선생님이 준비한 ‘왜 공익제보자에게 특별한 보호와 배려가 필요한지‘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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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공익제보자에게 특별한 보호와 배려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참여연대

 

공익제보, 특히 내부제보일 경우에 제보자가 겪는 고통스러운 일들이 참 많습니다. 그 중 가장 힘든 일은 나를 지지해주던 동료가 돌아설 때일 것입니다. 제보자들이 동료들에게 들었던 말들은 놀랍게도 매우 유사합니다.

“이기적이다”, “참을성이 없다”, “배신자다”, “혼자 잘난 척 한다.”, “자기 외에 다른 사람들을 속물 취급한다”, “조직에 해를 끼친다”, “별 일 아닌데 크게 만든다” 등등의 제보 내용을 폄훼하고 제보자를 비난하는 말들을 듣습니다. 

 

많은 제보자들이 이런 동료들의 반응에 ‘내가 정말 이상한가’, ‘공익제보를 하지 말았어야 했을까’라고 자책하며 괴로워합니다. 

어떻게 대다수 제보자들은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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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호 선생님은 진화심리학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내가 속한 사회, 조직이 공정하다고 믿어야 내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공익제보자는 내가 속한 사회나 조직이 공정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공정하지 않은 것을 인정하는 것은 두려움과 불안을 유발하기 때문에 공익제보자가 틀렸다고 이야기해야 나의 믿음이 흔들리지 않고 이 조직에 속해 있는 것이 불안하지 않는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낯선 것을 두려워하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은 뇌 속 편도체를 통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강력하게 몸과 마음을 지배합니다. 

 

공익제보자는 익숙하게 자행되던 일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낯 선 사람이고 조직이나 사람에게 두려움, 불안을 야기한다고 합니다. 

두려움을 느낀 사람들은 제보자가 틀렸다고, 제보 내용이 거짓이라고 생각하며 익숙한 것에 안주하며 두려움과 불안을 줄이는 선택을 합니다.  그 선택이 옳지 않더라도 인간은 아주 쉽게 자신만의 타당한 이유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대다수의 공익제보자들이 동료들에게 외면받고 조직에서 고립되는 일이 벌어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것,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내가 무슨 행동을 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반추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은 모두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입니다. 제보자들 이런 고민들 속에서 좌절과 우울,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힘들어합니다. 

손창호 선생님이 전해준 진화심리학 이야기는 제보자들에게 ‘당신이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라는 의미의 담담한 위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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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송지원 상담심리전문가가 공익제보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 참여연대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길을 걷다가, 무언가를 하다가 불현듯 화가 나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하는 감정의 변화를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손창호 선생님은 ‘우리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생각, 감정, 감각이 있다. 흔히 생각이 바뀌면 감정이나 행동이 바뀐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감각이 바뀌면 감정이 바뀌고 생각이 바뀐다.’라며 신체 감각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잘 먹고 잘 자는 것부터 시작해 몸 관리를 하면 좋다는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한 제보자는 자신도 제보 초기부터 매일 30분씩 운동을 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 시간이 나를 살게했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다른 제보자는 ‘범죄가 끝나는 건 피해자가 일상을 되찾을 때’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본인도 일상을 되찾기 위해 매일 아침 이불을 개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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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원 상담심리전문가가 공익제보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참여연대

 

내 사건은 기사화도 안되고 공론화도 안되고 보호조치 결정도 언제나올지 몰라 힘들다는 제보자는 사건이 공론화되고 방송에 여러차례 나왔지만 그때 뿐이라는 제보자의 이야기와 언론에 보도된 후 신분이 노출되어 고초를 격고 있는 제보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익제보자는 그냥 다 힘든 것 같다는 말을 합니다.  

다른 제보자는 본인의 제보내용을 보도한 기사의 댓글을 종종 보는데 부정적 댓글이 있어도 아무말 하지 못하고 상처받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 마음에 힘이 생겨서 부정적 댓글에 답글을 달았다는 이야기를 하며 제보 이후 회복되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일상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송지원 상담사는 ‘너무 빨리 좋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에게 엄격하게 하지 말자’는 당부를 전했습니다. ‘빨리 이겨내야해라는 생각은 의식적으로 멈출 수 없고 결국 자기비판’이 될 거라며 ‘자기 비난에서 한걸음 떨어져서 나를 돌보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건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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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자 이재일 씨가 마음을 담아 보낸 간식들 ⓒ 참여연대

 

2시간은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약속한 2시간이 훌쩍 지나 모임을 마무리하고 이재일 제보자가 보내준 간식과 함께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누구에게라도 도와달라고 말하고, 경찰서에는 꼭 변호사와 함께 가고, 없으면 참여연대 간사라도 붙잡아야 한다는 선배 제보자들의 조언을 들으며 신입 제보자는 다음 모임을 기약했습니다. 

어색하고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들어온 제보자에게 “여긴 다 우리 편이에요, 편하게 말해도 되요” 라고 환영인사를 건네는 제보자를 보며 그동안 그분들이 얼마나 고립되고 위축된 삶을 살았을지가 느껴져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공익제보라는 공통점으로 서로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지지하고 위로했던 첫번째 모임이 끝났습니다. 아쉬운 점도, 도움을 받은 점도 있었겠지요. 묻어뒀던 오래전 기억을 떠올렸던 시간이라 감정이 요동치기도 했을거에요. 10년,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싸우고 계신 분들을 보면 끝이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짐작조차 하기도 힘든 시간들이 어서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전합니다. 

누구는 멀리 제주에서, 누구는 딱 하루 뿐인 휴일에, 누구는 다른 약속들을 다 미루고 한달음에 와서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에서 진행된 금요일 저녁 모임이라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을 전한 제보자들이 많았습니다. 후기로나마 현장의 위로와 공감이 전해지길 바라며 손창호 선생님의 강의 자료도 첨부합니다. 

 

두번째 모임은 ‘마음의 통증 끌어안기와 자기돌봄‘을 주제로 7월 세번째 금요일 저녁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들 다음 모임까지 몸도 마음도 건강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 <공익제보자 안부를 묻다> 첫번째 모임 강의 자료
<공익제보자 안부를 묻다> 두번째 모임 후기
<공익제보자 안부를 묻다> 세번째 모임 후기
▶ (참고)인권의학연구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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