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특별상] 1992년 군부재자 투표 부정을 폭로한 이지문

20221209_올해의공익제보자상 시상식
2022.12.09. 2022 올해의 공익제보자상 시상식에서 특별상 수상 소감을 말하는 공익제보자 이지문 씨 ⓒ참여연대
  • 선정 사유

1990년 당시는 ‘공익제보’라는 용어도 정립되기 이전으로 내부고발, 양심선언 등으로 불리었다. 공익제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작았고, 해고와 파면, 구속, 어쩌면 목숨까지 걸어야 했던 시절이었다. 30여 년이 지난 올해, 그 당시 제보자가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에 저항했던 용기와 그 후 공익제보자들을 보호하는 일에 헌신했던 발자취를 기억하고자 공익제보 1세대이자 부패방지법 제정 등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데 큰 기여를 한 대표적인 공익제보자 두 분을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지문 씨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에 ROTC 소위로 임관하고 1년 후인 1992년 중위 시절, 여당 지지 정신교육과 공개투표 등을 진행해 온 군부재자 투표 부정을 폭로했다. 전우애가 중요한 군에서 자신으로 인해 동료들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인간적 고뇌가 컸음에도 군대에서 암암리에 진행되어 왔던 투표 부정을 시정해야 한다는 용기와 결단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이지문 중위의 폭로는 군부재자 투표를 영외투표로 전환시키는 등 민주주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부정에 맞선 용기와 이후 부패방지법 제정과 공익제보자 보호에 앞장선 헌신에 경의를 표하며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 수상자 및 제보사건 소개

육군 9사단 22연대 중위 이지문 씨는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군부재자 투표과정에서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공개·대리투표와 여당 지지 정신교육이 있었다고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사무실에서 1992년 3월 22일에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했다.

이지문 씨는 중대별로 실시된 군부재자 투표를 앞두고 ‘여당 지지율이 80% 이상 나오도록 하라’는 상급부대 지침에 따라 중대장들이 사병들에게 여당을 지지하도록 교육했으며, 그가 소속된 6중대장이 이를 따르지 않자 기무사 파견대 보안반장에게 중대장이 정신교육 실시를 강요해서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그리고 본부중대의 경우에는 인사계 주임상사가 보는 앞에서 기표하는 공개투표가 있었고 5, 8중대는 기표소 앞에서 1번을 찍으라고 강요했다는 사실을 다른 중대장들에게서 들은 바 있다고 밝혔다. 

그의 폭로에 대해 국방부는 해당 부대의 500여 명의 장병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허위로 확인되었다면서 이지문 씨가 좌익운동세력과 연계되어 있다고 비난했다. 국방부는 이지문 씨를 무단이탈로 구속했다. 그러나 200여 명의 현역 군인들이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와 언론사 등에 익명으로 군부재자 투표 부정에 대해서 제보했다. 특히 통신사령부의 이원섭 일병의 추가 폭로로 국방부는 여당 지지 정신교육과 대리투표행위가 몇몇 부대에서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1992년 12월 제14대 대통령 선거부터 군부재자 투표제도는 영외투표로 개선됐다. 

한편 기자회견을 하고 곧바로 체포된 이지문 씨는 기소유예로 석방된 후, 이등병 계급으로 강등되어 1992년 5월에 불명예 전역조치됐다. 4년여의 법정 투쟁을 통해 1995년 2월에 대법원으로부터 강등처분취소판결을 받아 중위 신분으로 명예전역을 했고, 1996년 4월에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지문 씨는 이후 참여연대 내부비리고발자지원센터 실행위원, 공익제보자와 함께 하는 모임 부대표와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 등을 역임하며 부패방지법 제정과 공익신고자보호법 제정에 힘썼고, 현재는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으로 공익제보자 지원과 보호를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 수상소감

제가 90년 5월달에 한겨레 신문에서 이문옥 감사관님의 양심선언 기사를 봤습니다. 그때는 제가 대학교 4학년때인데 기사를 보면서 참 대단하신 분이다, 그러면서도 이분은 어떻게 될까 걱정스러운 마음도 많았었는데 한 1년 반 뒤에 저도 같은 신문에 양심선언 자리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감사관님 모시고 양심선언자 모임도 만들고 양심선언자 보호법도 만들기 위해서 같이 활동했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은 연세가 많이 드셔시고 댁이 머셔서 같이 이 자리에 계시지 못해서 마음이 좋지 않은데요. 이문옥 감사관님이 계셨기 때문에 부패방지법,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정에 큰 역할을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상을 받으신 분들 다 탄압받고 고통받으셨는데 공익제보자들이 탄압받지 않는, 그래서 상을 받으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조금이라도 더 역할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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