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부당하고 부정의한 일을 세상에 알린 공익제보자

알려지지 않은 부당하고 부정의한 일을 세상에 알린 사람.

공익제보자의 역할이 딱 거기까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오늘은 지난 6월 16일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에서 발표한 성명 ‘공익제보자에 대한 부당한 폄훼와 공격을 멈춰라’의 주인공인 공익제보자 전경원 선생님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하나고등학교의 문제들을 세상에 알리다

8년 전인 2015년 3월, 하나고등학교 전경원 선생님은 서로 다른 기관에 두 가지 제보를 합니다.

  1. 하나고 교감이 학부모에게 골든리트리버 견종을 요구하는 등의 문제를 서울시교육청에 신고한 것
  2. 하나고에서 일어난 입학 전형에서 남녀 학생 비율인 성비를 맞추기 위해 입학성적을 조작한 일, 당시 청와대 고위공직자였던 이동관 특보 자녀의 학교폭력 사실, 정교사 채용 과정의 문제점 등을 인권위원회에 신고한 것

첫 번째 신고는 서울특별시교육청 조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지고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교감은 정직, 교장과 행정실장은 주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두 번째 신고는 인권위원회에서 담당 소관이 아니라며 기각·각하했지만, 서울시의회 특별조사위원회에서 2015년 4월 23일부터 2016년 10월 22일까지 조사를 진행해 부정선발 의혹, 교사 임용 관련 위반 문제, 학교폭력 관련 은폐 의혹을 포함한 9건의 문제점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정 및 후속 조치로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2015년 9월 14일부터 2015년 10월 7일까지 진행한 특별감사에서 총 24건의 비위사실을 적발하고 관련자 징계처분과 수사의뢰 등 후속조치가 취해졌습니다.

이렇게 전경원 선생님의 공익제보는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공익제보자를 괴롭히는 사람들 vs. 보호하는 사람들

하지만 관행처럼 이어진 부조리한 일을 세상에 알린 대가는 배제와 배척, 그리고 해고였습니다. 하나고등학교는 전경원 선생님이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진술하고 3주도 채 되지 않은 9월 14일, 담임선생님에서 배제하고, 3개월 후인 11월에는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습니다. 전경원 선생님의 공익제보 전말을 아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들과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하나고의 공익제보자 괴롭히기에 분노하고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하나고는 2016년 10월 31일, 전경원 선생님을 해고했습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부당 해고 결정으로 2017년 3월에 하나고로 복직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지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전경원 선생님의 공익제보와 그 후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알려지면서 사립학교 교원은 학교 비리를 제보해도 법에 따라 신고자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2017년 4월 18일에 ‘부패 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공공기관 및 공직자 등’의 범위에 사립학교의 장과 교직원, 학교법인의 임직원 등이 포함되어 사립학교의 부패행위 신고자도 법률에 의해 보호받게 되었습니다.

20151118_1인시위_하나고공익제보자징계중단요구
2015.11. 18.(수)~19(목). 하나고앞. 하나고 비리 제보 교사의 보징계 반대 1인 시위 <사진=참여연대>

다시 반복되는 공익제보자 괴롭히기

전경원 선생님은 이동관 특보의 방송통신위원장 내정 보도 이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7년 만에 다시 공익제보자로 소환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제보 내용과 동기를 왜곡하며 전경원 선생님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근무지와 같은 개인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공개했고, 정치적 성향과 직업을 거론하며 제보 동기를 왜곡했습니다. 징계와 공익제보 시점의 선후를 바꿔 허위사실까지 유포하고, 여당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하여 제보 이후 정치적 활동을 거론하며 공익제보자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제보 당시에 이미 검증이 끝난 허위사실이 ‘논란’이란 이름으로 버젓이 재생산되며 문제의 본질을 덮고, 제보자의 제보 동기까지 폄훼하면서 도덕성 검증으로 핵심을 흐리며 공익제보자를 공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전경원 선생님이 근무하는 학교로 비난과 항의하는 전화가 오는 등 실제 피해도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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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공익제보지원 업무를 한지 29년.

공익제보자라는 개념이 생기고 그들을 보호하는 법률이 제정된 지 벌써 20여 년이 흘렀음도 여전히 공익제보자를 괴롭히는 언론과 정치권의 행태를 마주할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들지만, 더욱 힘내서 더 열심히 활동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듭니다.

주요 언론에서 공익제보자 개인에게 집중하지 않고 핵심 본질에 초점을 맞춘 점 등에서 우리 사회가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희망도 찾아봅니다. 더 많은 공익제보자들이 세상을 바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공익제보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모금에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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