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를 반박하기 어려우면 메신저를 공격하라

참여연대가 지원한 공익제보자 중에는 한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을 공익 제보한 류영준 박사도 있습니다. 2005년 11월, 류영준 박사의 공익제보로 제작된 MBC PD수첩이 방송되었습니다.

18년이 지난 2023년 오늘까지도 공격받고, 고통받고 있는 공익제보자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대한민국 영웅에서 희대의 사기꾼이 되기까지

2005년 11월 22일. MBC PD수첩은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 편을 방송했습니다. 당시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통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장담하며 국가와 민간의 엄청난 연구비 지원을 받던 황우석 박사. 세계 최초 맞춤형 줄기세포라며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것은 대한민국 과학계의 쾌거이자 자랑이었습니다.

MBC PD수첩 첫 번째 방송으로 황우석 박사의 비윤리적 연구가 드러났습니다. 여성 연구원의 난자를 채취해 연구하거나, 돈을 주고 난자를 매입해 사용하는 등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연구를 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방송 이후 황우석 지지자들의 엄청난 공격이 있었습니다. 황우석 박사를 의심하고 깎아내리는 것을 ‘매국’이라며 PD수첩을 비난하고, MBC의 광고 취소를 요구하고, MBC 방송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는 등 엄청난 파장이 일었습니다.

MBC PD수첩은 2005년 12월 15일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 2006년 1월 6일 <줄기세포 신화의 진실>, 1월 10일 <황우석 신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방송하며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은 배아줄기세포 사진이 조작된 허위 논문이라는 점,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없고 상용화할 수도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사 결과 PD수첩의 보도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황우석 박사는 연구팀에 있는 여성 연구원의 난자를 채취해 연구하거나 돈을 주고 난자를 매입해 사용하는 등 연구 윤리를 위반한 연구를 하였고, 사이언스에 실린 두 편의 논문 모두 조작으로 확인되어 결국 취소되었습니다. 또한 2001년부터 10억여 원의 연구비를 횡령한 사실 등도 확인되어 2014년 2월에는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 형을 최종 선고받았습니다.

공익제보 이후 제보자에게 남은 것

공익제보자 류영준 박사는 공익제보 후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공익제보 때문에 대한민국이 줄기세포 연구 분야의 선두를 빼앗겼다’거나 ‘국익이 훼손되었다’고 생각하는 황우석 지지자들의 성화에 직장을 잃었고, 전공을 바꿔야 했으며, 협박 전화를 비롯해 상상하기 어려운 공격을 받아 왔습니다. 그리고 18년이 지난 2023년 6월, 넷플릭스(Netflix) 다큐멘터리 <킹 오브 클론 : 황우석 박사의 몰락>을 통해 다시 한번 악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해당 다큐멘터리에서 황우석 박사는 ‘공익제보자의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병원에서 대부(God Father)를 요청하여 들어줬다’고 말하며 ‘공익제보자는 그 기간 중에 제보를 위해 MBC PD와 계속 이메일을 주고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류영준 박사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서 황우석 박사에 첫 아이의 대부를 요청한 사실이 없고, MBC PD와 연락을 시작한 것은 2005년 6월로 첫아이 출생 3개월 이후라고 밝혔습니다. 사실에 기초한 다큐멘터리가 교차검증 없이 황우석 박사의 거짓말을 사실인 양 전 세계 190개 국에 공개한 것입니다.

황우석 박사가 인터뷰에서 굳이 류영준 박사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드러낸 이유는 류영준 박사의 제보행위가 설득력이 없으며 부도덕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류영준 박사는 공익제보자임이 알려지고 나서 ‘사람을 잘못 뽑아서 작살난 유능한 인재 케이스’, ‘아버지(지도교수를 지칭함)를 팔아넘긴 배신자’ 등의 말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비난을 받았습니다.

제작사 측은 교차검증을 하지 않은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넷플릭스 측에 이미 납품했기 때문에 수정할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넷플릭스 측은 여름휴가 기간이라는 이유로 답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달 반이 되도록 공익제보자에 대한 허위 사실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으며, 공익제보자는 18년 전과 같은 악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류영준 박사와 PD수첩 제작진의 이야기를 각색한 영화 ‘제보자’

공익제보자가 끝없는 피해를 입는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공익제보자 류영준 박사의 용기 있는 제보로 ‘황우석 사태’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렇듯 은밀하고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일수록 내부자의 공익제보가 중요합니다.

앞서 새소식으로 전한 2015년에 하나고등학교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 내정자 아들의 학교폭력 은폐 등을 제보한 전경원 선생님, 그리고 2005년에 황우석 사태를 촉발시킨 류영준 박사처럼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공익제보 후 오랜 기간 힘든 삶을 감내하는 공익제보자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이렇게 제보 후에도 오래도록 피해를 겪기도 합니다.

이들의 사례는 공익제보자 또는 잠재적 공익제보자들이 내부의 비리를 제보했다가 언제 또 공격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것은 공익제보자에게 빚진 우리 사회 모두의 의무입니다.

공익제보자들이 후회하거나 외로워하지 않도록 공익제보자 편에 서 주십시오. 후원으로 함께하거나 공익제보자에게 보내는 편지쓰기로 공익제보자를 응원하는 마음을 전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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