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병을 추적/체포하는 대한민국 육군 군사경찰인 군탈 체포조를 소재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D.P.2의 메인 광고 문구입니다. 군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일어난 죽음에까지 이르는 괴롭힘, 폭력, 그리고 이 문제를 덮어버리려는 사람들과 드러내려는 사람들.
내부자의 용기 있는 공익제보가 없다면 누군가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 일도, 그동안 묻어뒀던 부패를 드러내는 일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실제로 군에서 일어난 여러 부조리와 부패를 밝힌 공익제보자들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군 부재자 투표 비리, 방산비리, 군 납품비리
D.P.의 배경인 2014년, 군 인권침해 사건인 ‘윤 일병 사건’이 있었습니다. 장기간 선임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해온 윤 일병은 2014년 4월 6일, 냉동식품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습니다. 하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사건의 진실은 함께 군 생활을 한 김재량 상병의 제보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김재량 상병은 폭행 가담자로부터 사건은폐 가담을 부탁받았지만 반대로 솔직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폭행 가담자들은 진실을 외면했습니다. 김재량 상병은 상부에 보고했고, 헌병대 조사에서 이전부터 윤 일병에게 폭행과 가혹행위가 있었고, 사건이 발생한 그날도 선임병들의 폭행으로 윤일병이 쓰러졌다고 진술해 은폐될 수 있었던 군대 내 괴롭힘 사건이 드러났습니다.
1990년대에는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대놓고 침해한 일이 있었습니다. 군인은 선거일에 투표를 못하기 때문에 군대 내에서 부재자 투표를 합니다. 1992년, 이지문 당시 육군 중위는 군대 부재자 투표는 비밀투표가 아닌 사실상 공개투표이며, 투표 전에 ‘여당 지지율이 80% 이상 나오도록 하라’는 중대장 교육, 기표소 앞에서 1번을 찍으라고 강요하는 등의 투표 부정을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했습니다. 이 제보로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부터는 군부재자 투표가 영외투표로 전환되고 비밀투표 원칙이 지켜지게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1998년 박대기 국방부 구매담당관의 외국 무기 부품 구매 예산 낭비 제보, 2002년 조주형 공군 대령이 폭로한 국방부 차기전투기사업 선정 불공정행위와 외압 제보, 2009년 김영수 해군 소령이 폭로한 가구와 전자제품 납품비리 제보, 2012년 민진식 대령의 국군 PX매점 납품 입찰비리, 2021년 익명 군 관계자의 이예람 공군 중사 성폭력 사건 은폐 제보 등 군에서 일어난 온갖 비리들이 내부자의 공익제보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돌이킬 수 없다면 일어나지 않은 일로 만들라
드라마 D.P.2에서 여러 번 반복해서 나온 이 대사는 군 관계자들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공익제보가 얼마나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인지, 공익제보자는 무엇을 걸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을 죽여 영영 입을 닫게 하거나, 강압적으로 받은 거짓 진술서로 사건을 은폐하고, 공익제보자를 군사기밀 유출로 형사처벌하는 모습들은 다소 극화된 부분이 있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공익제보자들의 어려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다양한 요인으로 부패나 비리를 일어나지 않은 일로 만들기 어렵습니다. “메시지를 반박하기 어려우면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말처럼 공익제보자를 거짓말쟁이, 비윤리적인 사람, 사회에 불만있거나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 등으로 만듭니다. 앞서 소식으로 전해드린 2015년 하나고등학교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 내정자 아들의 학교폭력 은폐 등을 제보한 전경원 선생님, 그리고 2005년 황우석 사태를 촉발시킨 류영준 박사를 공격하는 방식이 그렇습니다.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 다수의 공익제보자들이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나, 해당 조직이 오래도록 은폐해온 문제 같이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를 세상에 드러낸 공익제보자에겐 온갖 불이익이 찾아옵니다. 공익제보 이후에 회사에서 쫓겨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하거나, 강압적이거나 회유를 통한 거짓 진술, 회사 내부 기밀 유출, 개인정보유출이라는 이유로 고소고발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군대는 외부와 단절되어 있고, 매우 통제적이고 위계적인 곳이고 군 사법권까지 갖고 있기 대문에 공익제보자는 말 그대로 자신의 인생을 걸고 공익제보를 선택합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면 안돼요? 깨져도 흔적은 남잖아요. 바위에 묻을 테니까
D.P의 시즌 1에 나온 자살한 탈영병의 누나는 시즌 2에서 군 장병 인권센터 활동가가 되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합니다. 공익제보자들 중에서도 공익제보 이후 다른 문제를 추가로 제보하거나, 자신과 같은 공익제보자를 돕는 활동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이 하는 일들이 어쩌면 계란으로 바위 치는 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비리가 반복되고, 괴롭힘은 사라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이 대사가 더욱 마음에 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면 안돼요? 계란이 깨지겠죠, 계란이. 깨져도 흔적은 남잖아요. 바위에 묻을 테니까.” 바위에 덕지덕지 붙은 깨진 계란 자국들이 조금 더 많아지면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까요? 이것이 무엇인지, 왜 그러는지 관심갖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리고 사실을 알고 함께 분노하게 된 사람들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바위를 쪼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참여연대는 모금에 참여한 여러분과 함께 불의에 저항하며 계란을 던지는 공익제보자들과 함께하고, 바위에 계란 깨진 흔적이 많이 묻어 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것입니다. 이 모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함께 참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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