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23 공익제보자의날

9월 16일에 경희궁에서 <공익제보자의날>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공익제보자의날>은 1년에 한번, 공익제보자들과 제보자 가족, 공익제보자를 돕는 활동가들이 모여서 어렵고 힘든 생각과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과 함께하는 유쾌한 웃음으로 몸과 마음이 쉬어가는 시간입니다.

2023년에도 숲띠앗협동조합 숲해설사들과 함께 숲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시간으로 기획했습니다. 꽃이 가득한 수제 현수막의 따뜻한 환대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어요.

20230916_공익제보자의날
ⓒ참여연대

낯선 사람과 이렇게 편하게 눈을 맞춰본게 얼마만인지..
나를 편견없이 봐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으니 상대와 마주하는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짝꿍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않는 규칙을 지키다보니 종이에 그린 짝꿍 얼굴은 눈코입 어느 하나 제자리인게 없이 삐뚤빼뚤입니다.

여기저기 웃음이 터집니다. 처음 만난 사이였는데 순식간에 가까워짐을 느꼈습니다.

20230916_공익제보자의날
ⓒ참여연대

긴장이 풀리고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떠올리며 잊고 있던 ‘나’를 찾아봅니다.

오랜만에 ‘나’를 떠올리는게 낯설고 신기합니다. 내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한참을 생각합니다. 현재 어려움을 쏟아내는 것이 ‘나’를 찾는 것보다 더 급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 마음이 어떤지 알기에 그 무엇도 다 괜찮습니다.

20230916_공익제보자의날
ⓒ참여연대

이제 막 제보를 해서 한참 힘든 시간을 보내고있는 제보자부터 긴 시간 힘들게 회사와 싸움 끝에 드디어 정년을 꽉 채워서 퇴직하고 편안한 웃음이 가득한 제보자까지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점심 도시락을 먹습니다. 또 한번 와글와글 이야기를 합니다.

나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은 그 이야기에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함께 고민하기도 하고, 나중에 연락하라고 연락처를 나누기도 합니다.

20230916_공익제보자의날
ⓒ참여연대

마치지 못한 그 이야기들을 잠시 접어두고 새로운 주제의 이야기를 시작해봅니다.

속이 뻥 뚤린채로 살아가는 500살 넘은 느티나무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명의 경이로움을 새삼 느껴봅니다. 방동사니의 세모 줄기로 네모를 만들며 까르르 웃고,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언제인지도 생각해 봅니다. 감정단어를 설명하고 맞추며 내가 알고있는 감정들을 세분화 하는 연습도 해봤어요. 고요한 숲 길을 걸으며 잠시 마음을 가라 앉혀보기도 합니다. 사람 소리를 줄이니 새소리, 낙엽소리,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 풀벌레 소리가 들립니다.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던 그 생각과 분노들을 잠시 내려놓아 봅니다.

20230916_공익제보자의날
ⓒ참여연대

나에게 소중한 것 5가지를 자연물에 적어서 구체화해 봤어요. 가족, 돈, 품위, 친구(동료), 건강, 성취, 민주주의 등 비슷한 듯 서로 다른 소중한 것들이 나왔어요.

마지막에는 소중한 5가지를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아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어요. 우리가 모두 공통으로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랑. 인류애였어요.

20230916_공익제보자의날
ⓒ참여연대

나만 생각하고 내 안위만을 최우선으로 했다면 공익제보를 선택하지 않았을거에요. 내가 사랑하는 조직을 위해, 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 모두를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익제보를 선택한 사람들.

점점 각박해지는 현실에서 ‘인류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공익제보자의 존재가 더욱 귀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20230916_공익제보자의날
ⓒ참여연대

내 주변에 있는 이들이 나의 몸무게를 나눠지고 내 몸을 하늘로 띄워줬던 그 순간.
어느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역할을 소홀히 하면 불가능했을 그 순간.

떨어질 것 같은 무서움과 궁중에 떠 있는 짜릿함에 오늘이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놀아보겠냐 싶을 정도로 웃었습니다.

나를 믿고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연대를 느꼈습니다.

20230916_공익제보자의날
ⓒ참여연대

선물로 호루라기를 새긴 소나무 화분을 준비했어요. 소나무의 강인하고 우직한 모습이 공익제보자들을 닮았어요.

여기저기 꽃이 가득한 오늘의 모임이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20230916_공익제보자의날
ⓒ참여연대

“제가 힘들 때도 여기 와서 힘을 얻었고, 힘든 과정도 이 곳에 와서 버텼거든요. 지금 힘든 분들도 계실텐데 자주 오셔서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작년에는 이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어요. 공익제보 한 초기에는 외부와 단절도 많이 되다보니 밖으로 나가는 것도 힘들고.. 밖으로 나오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못 나오신 분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다음 모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경희궁에는 부러지고 못생기고 아픈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심어진 나무고아원이 있어요. 잘린 은행나무에 누군가가 ‘괜찮다’고 적어둔 문구가 곧 나아질거라고 위로를 전하는 것 같아요.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분들, 폭풍이 지나가고 상처가 남아있는 분들, 그리고 지금 준비하고 계시는 분들 모두 긴 시간 함께 해주시고, 서로에게 따뜻한 마음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우리 모두 ‘괜찮다’라고 말 할 수 있을거에요. 오늘 아이처럼 왁작왁작 웃었던 이 시간이 힘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 몸도 마음도 건강히 지내다 내년에 또 만나요.

20230916_공익제보자의날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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