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08-01   2163

[심층분석4]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공공성 확보방안

이미진 건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1주년을 맞이하여,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성과 및 한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제도의 혜택을 받는 인정자의 지속적 증가와 관련 인프라의 대폭 확충, 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 당사자 및 가족의 삶의 질 향상과 가족의 부양부담 경감을 성과로 내세우면서, 장기요양보험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보건복지가족부 보도자료 2009년 6월 26일자). 이에 대해 시민, 노동계에서는 급여대상자를 중증으로 제한한 문제, 과도한 본인부담, 서비스의 질 문제, 민간중심의 공급인프라 구축 및 지역별 불균형, 요양보호사의 무차별적인 양상과 열악한 처우, 허위·부당청구의 만연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해서 혹평하고 있다(전혜숙 국회의원 주최 노인장기요양보험 성공을 위한 연속토론회 자료집Ⅱ 참조).

이렇듯 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무엇을 평가기준으로 삼는가에 따라 평가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노인장기요양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집합적인 대응방식인 공적 사회보험제도임을 주지한다면, 필자는 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한 평가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공공성의 확보, 즉 장기요양에 대한 욕구가 있는 노인에게 공적 장기요양보호서비스 이용에 대한 권리가 보편적으로 보장되었으며, 적정 수준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본다. 다시 말해 본 글에서는 장기요양보험제도의 공공성을 서비스 이용에 대한 접근성이 형평성있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모든 이용자들이 적정 수준의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의 문제를 공공성의 문제로 본다. 이러한 장기요양보험제도의 공공성과 관련된 주요 문제로는 중증노인에 한정한 급여대상자 선정, 과도한 본인부담으로 인한 계층간 불평등 문제, 지역별 공급인프라의 불균형으로 인한 서비스 접근상의 불평등 문제, 서비스의 질에 대한 모니터링 등을 포함한 규제 및 감독의 미비 등이 포함된다.

장기요양보호 급여대상자 선정과 본인부담의 문제는 정부의 장기요양보험제도 수요정책과 관련된 문제점으로 이에 대해서는 필자의 작년도 복지동향 원고(2008년 11월)에서 이미 다루었기 때문에, 본 글에서는 정부의 장기요양보험제도 공급정책과 관련하여 공공성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제언해 보고자 한다.

지역별 공급인프라의 불균형 문제

정부는 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이전에 부족한 공급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 예산으로 설치·지원되는 법인시설을 공공시설로 분류하고, 시설의 양적인 확충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정부발표에 의하면 2009년 3월 기준으로 요양시설 충족률은 95.6%, 2009년 12월에는 104.4%로 충족률이 10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서울지역만 충족률이 60% 이하로 나타나는 문제가 있으나 인근 수도권 지역 시설을 이용할 경우 큰 문제는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보건복지가족부 2009년 6월 29일 보도자료). 또한 재가시설은 시행 초기에 비해 2배 이상 설치되어 2009년 5월말 기준으로 10,224개소의 재가시설이 설치되었으며, 지역별 부족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양적인 측면에서만 평가한다면, 요양시설의 공급인프라는 적정한 수준이지만 재가시설은 과잉 공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2008년 재가시설은 1,644개가 필요한 것으로 추계하였으나 2009년 3월말 기준으로 12,000개의 재가시설이 설치됨으로써 추계에 비해 7배 이상의 재가시설이 설치되었다(보건복지가족부의 장기요양위원회 2009년 5월 22일 자료). 특히 재가시설이 과잉공급된 것은, 정부가 공급인프라의 양적인 확대에만 치중한 나머지, 수요에 근거하여 시설 공급의 수량통제를 전혀 하지 않았으며 시설의 설치요건을 개인사업자까지 허용한 점 등에 기인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전체적으로는 요양시설이 정부 발표대로 수요를 충족시키는 수준으로 공급이 되고 재가시설은 과잉 공급이 되었지만, 지역별로 불균형하게 시설이 설치됨에 따라 서비스 이용의 접근에 있어서 지역별 불평등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요양시설은 생활시설이기 때문에 인근 지역으로의 이동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재가시설의 경우 도시지역은 과다하게 공급이 이루어진 반면 농어촌 지역은 시설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재가시설은 요양시설과 달리 시설이 지역사회에서 접근할 수 있는 지리적 위치에 있을 때에만 이용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가시설이 제도 시행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나서 지역별로 시설부족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판단은 안이하다 할 수 있다.

서비스의 질에 대한 모니터링 등을 포함한 규제 및 감독의 미비

시설분포의 지역별 불균형 문제는 이용자의 접근성의 불평등 문제를 야기시킬 뿐만 아니라 기관간 과다경쟁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을 낳고, 이는 다시 서비스의 질 저하로 연결된다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정부 역시 요양보호사의 경우 정규직 비율이 낮고, 소규모 방문요양기관 난립으로 인해 과당경쟁이 유발되고, 이로 인해 요양보호사가 저임금을 받는 등 근로조건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올해 6-10월 사이에 근로관계 개선에 중점을 둔 요양보호사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에 있다. 그러나 외국사례에서 보듯이 국가가 최저임금제나 근로시간 지침 등을 적용하게 되면 기관에서는 운영비용 삭감이나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시간 축소, 미자격 저임금 요양보호사 채용 등으로 대응하게 된다(Player & Pollock, 2001: 249). 이러한 문제점은 민영화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기관간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에 편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는 장기요양기관 평가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으나, 단체추천자와 전문가 등 15인으로 구성된 건강보험공단 평가위원회가 평가대상인 약 12,816개소(시설 1,816개소, 재가 약 11,000개소)를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비스 기관은 난립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정부의 감독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서, 기관들의 수급자 유인·알선, 허위·부당청구, 입소 거부 등의 불법 운영사례가 만연한 상태이다. 건강보험공단이 2008년 12월말 기준으로 64개 기관을 대상으로 현지 확인한 결과 62개 기관이 부정청구를 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청구금액인 5,331,055천원의 10%를 부당하게 청구하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지조사 및 현지 확인 강화, 급여 지급기준 세분화, RFID 도입 및 복지욕구 바코드 부착 등을 통해 허위부당청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가족부의 올해 3월 31일 보도자료에서 보듯이 부당청구행위가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부종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의 특별한 제보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이를 밝혀내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소규모시설의 경우, 내부종사자 또는 이해관계자의 제보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운 사정이며, 서비스 기관이 2009년 5월말 기준으로 요양시설은 2,016개소, 재가시설은 13,815개소에 이름에 따라 현재 공단의 인력으로 약 16,000개소에 가까운 시설의 불법 운영사례를 제대로 감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서비스기관의 난립 및 과다공급은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향후 서비스기관의 폐쇄·휴업으로 이어짐에 따라 안정적인 서비스 공급에 차질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요양보험제도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제언

지역별 공급인프라의 불균형은 이용자에게 서비스 접근상의 불평등 문제를 야기함으로써 공적 장기요양보호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권리보장을 침해한다는 문제를 가져오고 있다. 또한 서비스의 질에 대한 모니터링 등을 포함한 규제 및 감독의 미비로 인해 많은 이용자들이 적정 수준이하의, 질 낮은 서비스를 받게 되거나 입소거부를 당함으로써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함으로써 장기요양보험제도의 공공성을 침해하고 있다. 또한 서비스기관의 전반적인 불법운영은 재정누수 등을 가져옴으로써 현재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것처럼 공적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존립자체를 위협하게 될 수 있다.
필자는 장기요양보험제도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는, 첫째지역별로 장기요양보호수요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공급인프라의 수량을 통제하는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복지계획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요양시설의 경우, 이용자가 자신의 권익을 대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일본처럼 국가, 지방자치단체, 사단법인에만 설치자격을 주도록 바꿀 필요가 있으며(일본의 경우 민간영리조직은 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없음), 재가시설의 경우에는 소규모 시설의 난립을 막기 위해서 일정 정도 규모 이상의 시설에게만 설치자격을 부여하도록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시설의 난립 및 과다공급의 해소를 통해 규제 및 감독 비용을 절감시킬 뿐만 아니라, 서비스 기관에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함으로써 과다 경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비영리조직이 공공적인 성격을 유지하고 장기요양보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영리조직의 시장점유율을 일정 정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는 영리조직과 경쟁을 하는 비영리조직은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 영리추구적인 성격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 현재 민간에서 전적으로 주도하는 서비스 공급인프라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다른 복지국가의 경우 대부분 공공부문이 장기요양보호서비스의 공급주체를 담당해 오다가 복지국가의 재정적 위기, 노령화의 급속한 진전, 소비자주의의 대두, 정치적 보수화 등으로 인해 민영화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공공부문에서 장기요양보호서비스를 일정 정도 담당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독일과 일본의 경우에도 5-10%의 시설은 공공부문이 소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와 달리 공공부문에서 시설을 소유, 운영한 경험이 거의 전무하고 일반적으로 공공부문에서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은 현실, 공공서비스의 경직성과 획일성, 사회복지보다는 경제성장 위주의 이데올로기의 위력 등을 감안하면 공공부문이 장기요양보험제도의 공급인프라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자는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또한 이미 시설 공급이 과잉된 상태이기 때문에 공공부문의 공급이 대규모로 이루어진다면 장기요양보호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국가 및 지자체의 공공부문이 공급인프라에서 일정 정도 수행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보며,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화시킴으로써 장기요양보험제도의 공공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서비스 접근상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농어촌지역, 도서지역과 같이 민간에서 시설설치를 하지 않는 지역에는 공공부문에서 직접 시설을 소유, 민간위탁을 맡겨야 할 것이다. 물론 민간에서 시설을 설립하지 않는 지역에 시설 설치를 유도하기 위해서 보험수가의 가산 등을 통해 유인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민간에게 여러 가지 독점적인 지위를 보장해 주게 되면 서비스의 질이 낮은 경우에도 퇴출을 시키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일본처럼 시설의 난립 및 해체로 인한 서비스 공급의 불안정성 문제가 향후 대두될 것이므로 지역별로 공공부문이 소유, 민간이 위탁 운영하는 시설의 설립을 적극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공공부문이 공적 장기요양보호서비스 주체로서의 최소한의 안정망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부문 소유시설이 지역별로, 도농별로 균형있게 배치되도록 계획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공공부문이 소유하는 시설의 필요성은 수가체계의 변화에 대한 객관적 평가, 서비스의 질에 대한 모니터링 및 평가체계의 구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공공부문 소유시설을 바람직한 장기요양보호서비스 공급기관의 모델로 세움으로써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민간부문에 대한 통제는 공공부문의 전문적 우월성이 어느 정도 담보될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에(우국희, 2006), 우리나라처럼 공공부문의 서비스 공급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공공부문이 공급인프라에서의 일정 정도 역할을 수행하게 함으로써 공공부문의 규제 및 감독능력을 배양시킬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이 공급주체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장기요양보호서비스 시장에 대한 규제와 감독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장기요양보호서비스 공급을 시장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 서비스의 질 저하 방지 또는 적정 수준의 서비스 제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와 감독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일의 2002년부터 시행된 수발질보장법과 같은 법적인 체계의 마련이나 이용자의 권한부여를 통한 방식(예를 들면 호주의 1997년 노인요양보호 불만처리제도, 미국의 1978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의 장기요양보호 고충처리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정부의 규제와 감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 뿐만 아니라 서비스 이용자 및 가족, 학계, 시설 및 관련 종사자, 시민 등이 함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규제 및 감독 체계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하는 장을 만들어서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기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우국희. (2006). 영국 재가노인보호서비스 공급확대를 위한 민간영리부문의 참여와 한국에의 시사점. 노인복지연구, 32, 223-245.
Player, S., & Pollock, A. M. (2001). Long-term care: from public responsibility to private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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