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5-10   1392

[동향3] 지역 건강격차와 지방자치

 

윤태호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지역 간 건강격차의 현황

 우리나라의 지역 간 건강 격차는 상당하다. 통계청 사망자료를 이용하여 표준화사망률(2004-2006년)을 계산해 보면, 총표준사망률이 높은 지역으로는 창녕군(663.0명/10만명)이며, 전국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성남시 분당구로 인구 10만명당 336명이었으며, 창녕군의 표준사망률은 분당구의 2배에 해당하였다. 우리나라에서 표준화사망률이 가장 낮은 기초지자체 5개를 꼽자면, 분당구, 강남구, 서초구, 과천시, 송파구로 강남 3구와 이곳과 이웃한 경기도 지역들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곳들이다. 한편, 우리나라 광역시도 중 표준화사망률이 가장 낮은 서울 내에서의 지역 간 건강 격차도 상당한 수준인데, 가장 표준화사망률이 강남구의 인구 10만명당 354.9명인데 비해, 중랑구는 486.8명으로 가장 높았다. 중랑구는 강남구에 비해 37% 정도 사망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울에서 표준화사망률이 가장 높은 중랑구를 전국의 기초지자체들과 비교할 경우에는 상당히 양호한 편에 속한다. 예컨대, 부산에서 표준사망률이 가장 낮은 구는 수영구(인구 10만명당 477.2명)인데, 이 수치는 서울에서 가장 사망률이 높은 중랑구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수도권 지역과 비수도권 지역 간의 건강격차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전국의 기초지자체들의 표준화사망률을 5개 그룹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대부분 표준화사망률이 낮은 지역들은 일부 경기도 북부지역, 강원도와 충남에 인접한 지역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지역적 특성이 매우 뚜렷한 양상을 보이는 사망원인들도 있는데, 이는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포함하는 심뇌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으로 부산, 울산, 동부경남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지역의 사회적 상황과 건강 격차

 그렇다면, 왜 시군구 수준에서 이러한 차이를 보일까? 이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지역의 상황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을 수 있음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지역의 사회적, 물질적 결핍수준을 반영하는 지역박탈지수를 산출하고, 이 지수와 건강수준의 관련성을 파악하였다.

 전국 시군구별 지역박탈지수를 5분위로 분류하고, 각 분위에 속하는 지역들의 평균 표준사망률과 조기사망지수를 비교하면 지역박탈지수가 높을수록 건강수준이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한 정도로 나빠지는 결과를 보인다. 특히, 조기사망지수의 경우 1분위에 속하는 지역들에 비해 5분위에 속하는 지역들이 2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곧 지역의 사회적 상황이 그 지역의 건강수준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며, 지역적 차이를 고려한 자원배분 방식을 통해 지역 간 건강격차의 문제가 충분히 해결 가능함을 시사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표 1. 사회박탈지표 5분위별 표준화사망률과 조기사망지수


 

 


지역박탈지수


표준화사망률(95% 신뢰구간)


조기사망지수(95% 신뢰구간)


1분위


473.8


(458.1-489.5)


41.6


(39.7-43.6)


2분위


508.0


(494.3-521.7)


50.2


(48.4-51.9)


3분위


529.1


(514.0-544.1)


59.9


(57.2-62.6)


4분위


562.5


(552.5-572.4)


73.4


(71.9-74.9)


5분위


597.9


(588.7-607.0)


84.1


(81.9-86.3)

 


지역의 건강수준과 주민들의 정치적 행위

 지역의 건강격차와 정치적 행위 간에 과연 관련성이 있을까? 스웨덴의 경우, 국가공중보건사업의 지표로 투표율을 포함하고 있는데, 투표율이 높은 지역은 높은 사회참여를 의미하며, 이는 곧 해당 지역의 건강수준의 향상과 연관되어 있다고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실제, 사회참여가 높은 지역일수록 건강수준이 높다는 것은 선진국들에서 수행한 연구들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영국에서 수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흥미롭게도 지역의 특정 정당 투표율과 그 지역의 표준화사망률과는 밀접한 관련성이 있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수당 투표율이 높은 지역은 대개 사망률이 낮은 지역들(상관계수 -0.76)이며, 노동당 투표율이 높은 지역은 사망률이 높은 지역(상관계수 0.77)이었다. 그리고, 노동당 투표율이 높으면서 사망률이 높은 지역들은 사회적 박탈 수준이 높은 지역들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필자가 2004년 총선결과와 표준화사망률의 상관성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역주의로 인한 투표 영향력이 가장 낮은 서울을 제외하고는 지역의 건강수준과 정당 투표율로 대변되는 정치적 선택 행위 간에는 상관성이 없었다. 서울의 경우, 한나라당 투표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표준화사망률이 낮았는데, 상관계수가 영국의 그것보다 더 높은 -0.81에 달하였다. 이와는 달리,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상관계수가 각각 0.42와 0.52로 표준화사망률이 높은 지역에서 투표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국적으로는 상관계수가 0에 가깝게 나타나서 상관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건강수준이 그 지역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반영하는 결과적 지표라 했을 때, 우리나라의 경우, 적어도 서울에서는 사회경제적 상황을 바꾸거나 유지하는데 유리한 방향의 정치적 선택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우리 사회에서 지역주의에 의한 정치적 선택의 효과가 점차적으로 사라진다면, 지역의 복잡한 특성들의 결과로 나타나는 지역 간 건강 격차의 문제는 선거라는 중요한 정책의 창(Policy Window)에서 투표 행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잠재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지역 간 건강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

우리 사회에서 지역 간 건강격차는 그리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새로운 정책적 패러다임을 필요로 한다.

 첫째, 주민들의 삶의 질과 건강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역균형발전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균형발전을 주요한 국정과제로 삼았었던 참여정부 시절에서 조차 지역균형발전은 주로 기업도시, 혁신도시, 경제자유구역 등 양적인 경제발전의 측면에서 다루어져 왔었다. 더군다나, 현 정부 들어서서는 지역균형발전의 개념마저도 폐기되면서 우리 사회의 지역 간 불평등은 오히려 악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지역으로 분배되던 예산도 감세와 4대강 사업 등으로 인해 대폭 줄어들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러운 일은 우리 시민사회는 내면적으로 좀 더 성숙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의 패러다임으로의 목소리가 커지고, 부유층으로 부가 집중되는 양적인 경제성장보다는 중산층과 서민들의 행복한 삶의 보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과 함께 지역균형발전 역시 지역의 일부 토호세력에 혜택이 집중되는 양적 성장 중심에서 대다수 지역 주민들의 행복한 삶의 보장이라는 측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지역 간 건강격차의 문제는 지역균형발전의 비전과 전략을 새롭게 정립시키는 핵심적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지역 간 건강격차의 해결 정도가 지역균형발전의 성공적 수행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역 격차와 지역의 필요에 근거한 사업개발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지역건강사업은 개인적 접근 중심이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방문보건사업의 경우, 방문간호사 1인당 실적 중심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지역의 사회적, 물리적 환경의 개선에는 관심을 거의 두지 못하였다. 여타 건강증진사업이나 만성질환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실제, 건강행태개선사업으로 대별되는 건강증진사업에서 환경의 변화를 중요하게 다루지만, 보건소 수준에서는 게시판 부착 등 매우 제한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개인 중심의 접근방법과 함께 지역 그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동시에 수반되어야 한다. 지역 간 건강 격차가 발생하는 지역 그 자체의 원인으로는 ①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들이 공유하는 물리적 환경, ② 가정, 직장, 여가 공간에서 건강한 환경의 가용성, ③ 일상 생활에서 주민들을 지지하기 위해 제공되는 공적 또는 사적 서비스, ④ 지역의 사회문화적 특성, ⑤ 지역의 명망 등이 지적되고 있으며, 실제 이러한 지역 그 자체의 효과가 지역 주민의 건강에 상당한 정도의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지역 그 자체를 건강하게 함으로써 지역 간 건강 격차를 완화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지역 간 건강격차를 해결하는 정책적 노력에서 개인적 접근 외에 지역 그 자체의 변화를 위한 접근이 필요함을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건강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주민들의 건강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수준의 건강결정요인을 개선시키는 것과 동시에 그 주민들의 건강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의 사회․경제․문화적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역 그 자체의 변화에 대한 노력 없이 개인의 건강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특정 계층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의 개인적 접근으로는 지역 간 건강 격차의 문제를 해결하기란 어렵다.

 셋째, 공중보건정책 또는 보건의료 전문가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민주적 방식의 지역 주민 참여를 통한 지역의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역 간 건강격차 해결을 위해서는 주민이 대상화되지 않고 주체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보건의료 패러다임에서 주민들은 주로 서비스의 수혜자 또는 대상자로 간주되어져 왔었다. 주민들이 조직된 힘으로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환경적 요인들을 해결해 나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예컨대,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동네의 보행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는 주민들이 주거환경과 보행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지역적 운동을 벌일 수 있다. 건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풀뿌리 주민조직을 필두로 하는 지역자치를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지역 간 건강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중앙집권적 자원배분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필요에 근거하고, 지역의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자원배분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중앙정부 수준에서 지역 간 건강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 자원 배분이 된다 하더라도, 실제적인 서비스 제공은 결국 지방정부 수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점에서 어떠한 지향의 지방정부이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선택은 바로 지역의 주민들에게 있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5월호(제1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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