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2년 06월 2012-06-04   4081

[기획]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 중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1.3%나 된다. 자영업 업종 중에서 음식점은 2009년 기준 57만7천 개로 가장 많다. 우리나라 인구 86명 당 1개꼴의 음식점이 영업 중인 셈이다. 치킨집만 하더라도 5만 개가 넘는다. 치킨집이 주유소나 24시간 편의점보다 더 많다. 2010년 12월 기준으로 주유소는 1만3천 개이며, 24시간 편의점은 1만7천 개다.

  외식의 비중이 높다 보니 해가 갈수록 육류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지난 1970년만 하더라도 5.2kg에 불과했는데, 2010년엔 무려 8배가 늘어 41.1kg이 되었다. 닭을 예로 들면, 지난 2010년 전국 48곳의 가금류 도축장에서 무려 7억 2천 5백만 마리의 닭을 도축하였다. 이 숫자는 2010년 당시 우리나라의 인구 4,850만 명의 15배나 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불과 3,600여 개의 양계농가에서 이만큼의 닭을 공급했다는 사실이다. 평균적으로 한 곳의 농장에서 1년에 무려 20만 마리의 닭을 도축장으로 보낸다는 얘기다.  농장의 규모가 대형화되면서 3만 마리 이상의 닭을 사육하는 농가는 54%에 이르며, 30%의 농가들이 전체 산란계의 75%를 사육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 비밀은 바로 공장식 축산에 있다.

 

ⓒ 한겨레

 
닭의 시련

구이용 병아리는 6단에서 8단까지 높이 쌓아올린 케이지에서 사육된다. 철망으로 둘러싸인 케이지에서 어느 정도 자라면 축사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공간으로 옮겨간다.  이러한 비좁은 공간에서 자라는 닭들은 1950년대의 닭들보다 세 배나 빠르게 자라는 데 비해 사료는 3분의 1밖에 먹지 않는다. 그야말로 효율성의 극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닭들의 건강 상태는 양계농장을 사육 시설이 아니라 병동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악화되었다. 공장형 양계농장에서 사육되는 닭 10마리 중 9마리는 다리를 절름거리며, 4마리 중 1마리는 뼈 관련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얇은 다리로는 불어나는 몸집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게다가 닭들은 닭장 바닥의 닭똥더미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가스 때문에 일상적으로 호흡기 질환을 앓고, 눈에서 나오는 진물 때문에 심한 경우 시력을 잃기도 한다. 끊임없이 케이지에 몸이나 얼굴을 비벼대는 바람에 피부 상태도 엉망이다.

 
  닭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깃털 쪼기와 카니발리즘(Cannibalism, 동물이 같은 동족의 동물을 쪼거나 물어뜯는 습관), 그리고 달걀 깨기를 방지하기 위해 병아리가 태어난 지 5~7일이 되면 부리를 강제로 자른다. 산란계는 알을 낳기 시작한 지 12~14개월이 지나 경제성이 떨어지면 인위적으로 스트레스를 주어서 강제로 털갈이를 시킨다. 

 

 

기업의 논리가 당신의 건강을 위협한다

공장식 축산이 확산되면서 가축의 종 다양성도 파괴되고 있다. 현재 3대 육종회사가 전 세계 닭의 75%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칠면조와 오리는 몇몇 육종회사가 거의 100%를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에서 사육 중인 산란계는 2008년을 기준으로 하이라인 브라운(66.5%), 로만 브라운(16.2%), 브라운 닉(11.9%) 3개 품종이 95%를 차지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아우슈비츠’라 불리는 공장식 도축장은 먹을거리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블랙홀이다. 도축장과 정육 가공 공장은 비숙련 노동과 빠른 작업 속도로 악명이 높다. 내장이 터져서 세균에 오염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일상적으로 동물 학대가 자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도축장은 정부의 감시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규모 공장식 도축장은 우리의 밥상을 장악한 식량의 군주들이라 할 수 있는 다국적 거대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다.

 
  카길, 몬산토, 타이슨푸드, 스위프트, 스미스필드 등 다국적 농식품 거대기업들은 유전자조작 씨앗에서부터 농약, 화학비료, 사료, 동물약품 등은 물론이고 도축장과 육류 가공공장에 이르기까지 먹을거리의 모든 체계를 수직으로 통합하고 있다. 거대기업들은 인수, 합병, 조인트 벤처, 협력 관계, 계약, 협정, 제휴 등을 통해 이윤 확대를 위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다.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사진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사진은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장면) 

 

맛있나, 고기?

육류 소비의 가파른 성장의 이면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대규모 축산업의 발달은 환경 재앙을 불러오고 있다. 돼지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3~5kg의 곡물이 필요하고, 쇠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8kg의 곡물이 들어간다. 가축에 투여한 항생제와 호르몬제는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땅, 강, 바다도 오염시킨다. 가축이 내뿜는 트림, 방귀, 똥, 오줌은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것도 모자라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축산업 분야는 온실 효과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의 18%를 배출하고 있는데, 이는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나친 육류 섭취는 인간의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곡물 사료로 사육된 육류의 과잉 섭취로 인해 풍요의 질병으로 불리는 비만을 비롯한 심장발작, 암, 당뇨병 등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08년 이후 해마다 발생한 광우병, 신종플루, 조류독감, 구제역 등의 사태는 과도한 육류를 소비하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자연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소비하는 문제가 단순히 먹을거리의 안전 문제가 아니라 농업 및 농민, 농촌지역사회 유지, 가축의 복지, 환경 보호, 그리고 생태계의 균형과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축의 복지를 외면한다면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부메랑이 날아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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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 연구 공동체 <건강과대안> 연구위원,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정책자문위원. 의학과 과학의 역사, 옛 지도와 문화 유산에 관심이 많다. 『조선의 과학기술』, 『고적답사 이야기(공저)』, 『불확실한 세상(공저)』, 『한미FTA 우리의 미래가 아닙니다(공저)』를 펴냈으며, 신출내기 캐나다 시골 수의사의 모험 이야기 『빨리요 송아지가 나오려고 해요(공역)』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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