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2년 06월 2012-06-04   2307

[기획] 대법관이 바뀐다

대법관이 바뀐다

 

 

정리 이진영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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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의 다양화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일 시
  2012년 5월 22일 저녁 8시 30분~10시 20분
장 소  참여연대 카페통인
 
사 회   한상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패 널   서기호 통합진보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전 판사)
            신인수 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
            임지봉 교수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홍성수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지난 5월 22일 저녁, 다섯 남자가 참여연대에 모였다. 면면을 보니 법학교수 셋에 변호사, 전직 판사다. ‘대법관 다양화’를 논하기 위해서라는데, 재미없어 보인다. 어렵지만 뻔한 내용이 아닐까. 그런데 이 다섯 남자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고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준다고 거듭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대법관이 누가 될까’에 별 관심이 없다. 지역구 국회의원보다도 관심이 덜한 것 같다. 하지만 대법원은 국가의 ‘삼권’ 중 하나인 사법권을 행사하는 최고 기관이다.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은 우리 삶에 관해 엄청나게 많은 결정을 내린다. 
오는 7월, 이 중 4명의 대법관이 바뀐다.

 

한상희 우리 삶에 많은 문제가 생기고 그걸 해결할 필요도 생깁니다. 그런데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는 우리 기대에 따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요. 이 과정에서 우리들의 목소리는 어쩔 수 없이, 경우에 따라 전략적으로 법원을 향하게 되는데요. 법원은 억울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최후의 보루’라고 이야기를 합니다만, 실제로는 권위적이고 국민들의 생활과는 유리된 사고방식을 유지한 채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부러진 화살>의 흥행은 이러한 법원의 ‘갇혀있음’과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이기도 했고요.

이제 우리 대법원은 중대한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13명의 대법관 중 4명이 7월에 교체됩니다. 대법원에서는 이미 대법관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 후임 인선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시민이 바라는 모습의 대법관, 대법원을 만들기 위해서 시민들과 소통하는 절차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이런 갑갑하고 닫혀 있는 대법관 인선 절차를 살펴보고 어떻게 하는 것이 보다 열린, 민주적 절차가 될 것인지, 나아가 대법원을 어떻게 구성해야 우리 삶이 더욱 윤택하고 행복하고 자유로워질 것인지 같이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홍성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4명의 평균 나이를 계산해봤는데 57.9세가 나왔습니다.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이 대부분이지요. 14명 중 여성은 2명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평생 법관만 하다 대법관이 된 케이스였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대법관들의 절대 다수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학교, 같은 연수원을 다니고, 역시 비슷한 시기에 법원에서 근무하다가 50대 중반쯤 사법부의 최고 자리에 오른 남성들인 거죠. 어떻게 보면 한국의 전형적인 기득권층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사법부 구성은 내부에서만 충원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겪는 일반적인 어려움, 예를 들면 아이들의 교육 문제나 집 구할 때의 문제도 겪어본 사람, 또는 재판 당사자의 입장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대법관이 되어야 판결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소수자의 권리도 보호되지 않을까요.

 

신인수 저는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변호사라 대법원이 우리 사회의 노동 문제, 근로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해보고 싶어요. 전 세계 160여 개 국가 중 파업을 형사처벌하는 나라가 딱 두 나라였는데, 그 중 하나인 일본도 1970년대 이후부터는 처벌하지 않습니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파업을 처벌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는 거예요. 대법원의 다소 진전된 판례가 확립되고 있고 작년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서 약간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어요.

 
지금까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22분이 돌아가셨는데요, 쌍용차 노조가 주장한 것은 정리해고 철폐였습니다. ‘같이 살자’는 건데요. 대법원 판결 내용이 ‘정리해고, 구조조정, 지점의 이동, 이런 것들은 경영자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한 것이기 때문에 쟁의행위의 목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근로자들이 파업을 한다는 건, 헌법과 법률에 보장되어 있는 것처럼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건데, 정리해고라는 건 그 바탕이 되는 근로조건 자체가 없어지는 겁니다. 근데 그에 반대하는 파업을 할 수 없다? 저는 이건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판사 생활을 잠깐 했는데, 저도 그때 이해하지 못했던 것 중 하나가 ‘왜 법정에 올 때 조끼를 입고 오지?’ 하는 거였습니다. 노동자들은 보통 조끼를 입고 오잖아요. 그러면 저는 ‘이 사람들 뭐야, 법정을 뭘로 보고, 아웃!’ 그러면서 메모를 하는데요.(웃음) 그런데 노동자들이 이렇게 입는 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의 하나거든요. 여기 계신 변호사나 교수님들이 양복을 입는 것처럼요. 그런데 (노동자가 정체성을 표현하는 조끼를 입는) 그것 자체를 삐딱하게 보는 시각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저는 민주노총 법률원 와서야 느끼게 되었어요. 아주 사소한 거지만 이런 것들을 편견 없이 보는 시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기호 2008년부터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많이 증가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무리한 기소가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하급심 판사들이 좀 더 자신 있게 무죄판결 혹은 소수자 보호를 위한 판결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원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는 이게 대법관 구성이 다양화된 것과도 연관이 있다고 보는데요. 만약 대법관 구성이 다양하지 않았다면 기존 판례에서 약간 벗어나는 판결을 하려고 했을 때 ‘어차피 대법원 가서 뒤집어질 것’이라고 체념해버릴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구성이 다양화되면 기대를 해볼 수 있는 거죠. 미네르바 사건이라든지 피디수첩, 정연주 전 KBS 사장 무죄판결처럼 과감한 판결들을 하급심에서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004년 김영란 씨가 최초 여성 대법관에 임명된 이후, 상대적으로 진보적 판결 성향을 가진 판사들 중에서 대법관을 뽑기도 했고, 사법연수원 기수나 서열(성적)을 탈피한 인사가 일부 이루어졌다. 이들 김영란ㆍ이홍훈ㆍ박시환ㆍ김지형ㆍ전수안 대법관을 가리켜 ‘독수리 오형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 대법원 판결에서 이들은 기존 판례를 바꾸는 진보적 판결에 앞장서기도 했다. – 편집자 주)

 

임지봉 요즘 와서 대법관 제청이 과거와 같이 기수나 서열 중심의 과거 기준으로 회귀하려는 모습이 보입니다. 부정적으로 예견할 경우, 남성 고위 엘리트 법관 2~3명, 여성 1~2명의 구색 맞추기로 채워질 수도 있어요. 대법관 다양화를 추구하다가 과거의 경직되고 획일적인 기준으로 돌아가면 절대 안 됩니다. 대법원 사건 수가 1년에 3만 건이 넘는데, (그 많은 사건을 처리하려면) 고위법관 출신이어야 일처리가 된다, 라고 말을 합니다. 다양성을 덜 추구하려는 핑계로요. 정말로 효율성을 추구하려면 차라리 독일처럼 대법관을 백 명 넘게 임명하십시오. 다양성을 못 받아들이겠으면 대법관을 13명만 둘 게 아니라 획기적으로 증원해서 효율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대법관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사법적 최종판단을 내리는 정책법원으로서 합의된 의견을 내기 위해서는 대법관의 숫자를 늘릴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 편집자 주)

 

홍성수 변호사 숫자가 굉장히 많이 늘어난 상태고, 그 중에는 현장에서 환경 사건을 경험해 봤다거나 인권 문제를 직접 변호해 본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과연 그런 분들 중에서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 그렇게 없을까요. 어떻게 보면 찾으려는 의사가 없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거든요.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이라면, 현재 있는 변호사들 중에서 이런 다양한 경험을 가진 유능한 변호사를 대법관 후보로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요.

 

또한 이들은 대법원장의 독단적인 대법관 제청권을 보완하기 위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밀행성, 비밀성을 유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대법관 추천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을 밝힐 수 없다. 밀실에 모여 대법관을 뽑는 한, 대법관 인선은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사람들의 관심 밖에 놓이게 될 것이다. 누가 어떤 이유로 추천되었는지 알고 사람들이 한마디씩 거드는 ‘민주적 통제’가 가능해야 한다. 오는 7월, 대법관이 바뀐다. 관심을 갖고 지켜볼 때, 대법원이 시민의 편에 선다.

 

 

대법원과 대법관에 대한 국민의 생각은?

 

대법관

                – 조사기관 :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 조사기간 : 5/19~5/20 양일간
                – 신뢰수준 : 95%(최대오차 ±3.1%)
                – 조사방식 : RDD방식
                                       (휴대폰 50%+집전화 50%)

 

참여연대는 지난 5월 23일 전국 성인 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우리 국민 다수는 대법관을 뽑는 기준으로 ‘효율성’보다는 ‘사회적 다양성’이 중요하며 판사 출신 이외의 법조인들도 대법관으로 뽑아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8.9%는 “판결에서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판사 출신 이외의 법조인들도 대법관으로 뽑아야 한다”고 대답한 반면, “폭증하는 사건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재판경험이 많은 판사 중에서 대법관을 뽑아야 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35.2%에 그쳤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서는 “진보·보수 성향의 대법관 비율을 동등하게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39.6%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 “판·검사 이외의 법조인을 늘려야 한다”(20.3%)와 “서울대 등 특정학교 편중해소”(20.1%)가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여성 등 소수자 출신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12.3%였다.

이러한 응답 결과는 그동안 대법원이 대법관을 거의 고위직 법관들 사이에서 충원해왔던 관행이 국민들의 바람과는 거리가 먼 것임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설문 결과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은, 국민들이 대법원에 요구하는 다양성의 기준이 대법원이 생각하는 기준보다 높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법관의 다양성이 ‘비서울대’ ‘여성’ 대법관 1~2명 정도의 구색 맞추기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현실에 비춰봤을 때, 국민의 요구는 이미 이러한 차원을 넘어서 ‘진보와 보수의 수적 균형’에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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