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식이 양식
권복기 한겨레 기자
사마천의 『사기』에 양약고어구良藥苦於口라는 말이 있습니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것이지요. 음식도 비슷합니다. 좋은 음식은 달고 부드러운 음식이 아닙니다. 거친 음식입니다. 또 소박한 음식입니다. 스님이나 수행자들의 식단인 추식?食이 그렇습니다.
추식을 추천하는 이유
현미나 통밀과 같은 도정하지 않는 곡식, 야채, 산나물, 껍질째 먹는 과일 등을 거친 음식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음식은 식감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꼭꼭 씹어 먹어야 합니다. 하지만 몸에 필요한 영양분과 약리 성분이 풍부해 건강 유지와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줍니다. 또 풍부한 식이섬유는 몸 안의 독소를 배출시키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취재했던 한 농부가 생각납니다. 우렁이 농법으로 유기농 벼를 키우는 분입니다. 그 분은 수십 년 동안 농약과 비료를 쓰는 관행 농법으로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밭에서 일하다 몸이 옆으로 스르르 기울더니 바닥에 쓰러져 꼼짝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농약 중독이었습니다. 치료를 받았으나 낫지 않아 자리보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선배 농부가 현미잡곡밥과 채식을 권했습니다. 특히 현미밥을 강조했습니다.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 농부는 아내에게 부탁해 매일 현미밥을 먹었습니다. 먹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거칠어서 밥맛이 없었습니다. 소화를 시키기 위해 꼭꼭 씹어 먹어야 했습니다. 나물 반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입맛이 달라졌습니다. 현미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고, 채소도 오래 씹으니 독특한 향과 맛이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몸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기력하게 누워있기만 했던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됐고, 3년 동안 현미와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한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 뒤 그는 현미 예찬론자가 됐고,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우렁이를 써서 제초를 하며 농사를 짓게 됐습니다.
음식으로 심신 다스리기
그 농부처럼 음식으로 병을 고치는 분들이 있습니다. 『목숨 걸고 편식하다』라는 책을 쓴 대구의료원의 황성수 박사님은 현미채식으로 고혈압과 당뇨 환자들을 고치고 있습니다.
일본에도 먹을거리를 약처럼 처방해 고혈압, 당뇨, 수족냉증 등을 고치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쿠마모토현 키쿠치 양생원의 타케쿠마 요시타카 원장, 후쿠오카의 안도 마고에이 박사 등이 그런 사람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소아과 의사 조엘 펄먼은 통곡식, 과일, 채소 중심의 식단으로 중이염과 천식에서 ADHD와 같은 정신 질환까지 치료하고 있습니다.
그는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에서 통곡식과 채소 과일 중심의 식단으로 먹을거리를 바꾸기만 해도 아이들의 학습 능력이 높아질 수 있으며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을 먹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성인이 되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까지 경고합니다.
거친 음식은 다이어트에도 좋습니다.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이 느껴져 적게 먹게 되고 또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기 때문에 시장기도 늦게 찾아옵니다. 우리 몸은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면 허기를 느끼도록 되어 있다고 합니다. 정제된 음식은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프다고 할 정도로 금세 허기가 느껴집니다. 군것질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통곡식을 꾸준히 먹는 이들 중에 다른 간식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안적인 학원을 운영했던 어떤 분은 학원에 오는 아이들에게 단식을 통해 몸 안의 독소를 빼도록 하고 현미채식 위주의 식사를 제공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의 기억력이 좋아지고 인내력이 커졌습니다. 책상 앞에 끈기 있게 앉아 있게 되고 기억력이 높아지니 성적은 자연히 올라갔습니다.
몸에 좋은 음식, 이것만 기억하세요
하지만, 현대인들은 주로 자연 상태와는 멀리 떨어진 가공식품을 먹습니다. 가공식품은 흰쌀과 흰 밀가루에 설탕, 소금 등과 여러 가지 식품첨가물을 넣어 만든 것이 많습니다. 이런 식품은 먹기는 좋지만 비타민, 미네랄, 섬유소 등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이 적습니다.
반면, 자연 상태에 가까운 거친 음식은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이로운 성분이 많습니다. 파이토케미컬이 대표적입니다. 파이토케미컬은 식물이 벌레 등 외부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만드는 물질입니다. 우리 몸에 들어오면 면역력을 높여주고 고혈압을 예방해주는 등 여러 가지 기능을 하게 됩니다. 파이토케미컬은 도정하지 않은 곡물과 과일, 채소, 해조류 등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또 자연 상태에 가까운 거친 음식은 소화 흡수가 느려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식욕을 억제해 다이어트에 도움을 줍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성분도 들어 있습니다. 거친 음식,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먹고 살면 큰 병에 걸리지 않고 장수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일본 오키나와, 파키스탄의 훈자, 불가리아의 로도스 산맥 일대 등 장수촌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자연 상태에 가까운 거친 음식입니다. 미국 상원의 식품영양위원회에서도 국민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생활을 연구하며 일본의 시골 마을 서민들이 먹는 거친 음식에 주목했습니다. 몸에 좋은 음식은 자연에 가깝고 입에 거칠다, 꼭 기억하십시오.
권복기 한겨레 기자
『참여사회』 편집위원. ‘심플 & 소울’로 살려다가 느닷없이 디지털 분야에서 일하게 돼 여전히 ‘멘붕’을 겪고 있지만 하늘의 뜻이 있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음. 청년과 지역공동체를 화두로 남은 생을 살며 맘씨 좋은 할아버지로 늙는 게 꿈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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