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감리위 심의에 사실상 가이드라인 제시한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감리위원회 심의에 사실상 가이드라인 제시한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특혜 의혹 제기된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 개정, ‘정당한 일’이라며 선 그어

공정성 담보 위해 특혜상장 실무자인 김학수 감리위원장과 
비밀준수 의무 위배하며 편파적 견해 노출한 김광윤 감리위원 제척해야

 

어제(5/16), 최종구 금융위원장(이하 “최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2015년에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을 역임하며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을 주도했던 김학수 감리위원장(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이하 “증선위 상임위원”)을 제척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 한 일이 정당하므로 감리위원장과 증선위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상장 요건을 완화한 것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에서 요청한 것이 아니라 한국거래소가 해외상장을 추진하는 회사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발언(https://bit.ly/2k3aIq7)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첫 일정인 감리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사안에 대해, 비록 특혜 상장 사안에 관한 답변이지만 ‘정당한 일’이라며 선을 그은 것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 김경율 회계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조치 결정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금융위원장이 중대한 심의 과정에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 부풀리기 및 특혜 상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으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사후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후속 작업이었다는 의혹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언론보도(https://bit.ly/2IsAY7U)에 따르면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능력 잣대로 평가되는 바이오로직스 성공을 위해 대통령에게 관련 청탁을 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최 위원장 역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는지도 감리위, 증선위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은 이재용 부회장이 부정한 청탁을 통해 대통령의 권력과 금융위원회의 감독권한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농단했는지와 관련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이다. 따라서 최 위원장은 조직보호라는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의 확산에 섣불리 선을 긋기 이전에, 역사 앞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실을 마주하는 겸허함과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당장의 경영성과는 미미하지만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여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자본 조달을 위해 정부가 2005년부터 운영해 온 특례 상장 제도가 코스닥 시장의 기술특례 상장제도이다. 특히 2015년에 내부 업무처리 기간 단축 및 수수료 인하 등 일부 규제를 완화한 이후 이 제도의 이용률이 대폭 증가하였고, 특히 바이오 기업의 상장이 현저했다. 따라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누적 적자로 인해 코스피 상장은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기술특례 상장 심사를 통과할 경우 적어도 코스닥 시장의 상장은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삼성은 대규모의 투자자금 조달 필요성을 들먹이며 코스닥 시장 상장을 거부하고, 상장규정 개정을 통한 코스피 시장에서의 상장을 선택한 것이다. 이 때 금융위원회는 상장 규정을 개정하여 코스피 상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과정에 깊숙하게 개입하였고, 그 핵심 실무자가 김학수 당시 자본시장국장(현 증선위 상임위원 및 감리위원장)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 분식회계 의혹의 동기가 코스피 시장 특혜 상장 의혹과 직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특혜 상장의 핵심 실무자가 감리위원회의 업무를 총괄하고, 증선위 실무자로서 그 의결에도 참여한다면 그 공정성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다는 말인가? 바로 이런 이유에서 김학수 증선위 상임위원은 이번 사안의 심리에 관한 한, 감리위원회와 향후 증선위 회의에서 제척되어야 마땅하다.

 

김광윤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위원장(이하 “김광윤 위탁감리위원장”)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감사보고서에 대한 감리(‘16.10.24.)를 진행하여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비록 본인은 이 사안이 실무자 선에서 ‘무혐의 처리’된 사안이어서 본인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적 상황에서 실무자가 상급자와의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논쟁적 사안을 처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마땅히 그 이해상충의 개연성이 감리위원회 진행의 공정성을 침해할 정도라고 보아야 한다. 특히 김광윤 위탁감리위원장은 현재 외부감사인 등으로 구성된 단체인 한국감사인연합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https://bit.ly/2k3nQLW)임이 밝혀졌기 때문에 회계법인들과의 이해상충문제도 새롭게 제척사유로 추가된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김광윤 위탁감리위원장은 이미 비밀준수 서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배하면서 최근 언론 인터뷰(https://bit.ly/2IHlSib)를 통해 “금융감독원의 조사결과, 뒤집힐 것이다”고 밝혀 아직 감리위원회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심리하기도 전에 이 사안에 대한 선입견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이런 사유들은 모두 개별적인 사유 하나만으로도 이번 심의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하물며 그런 사유가 겹친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에 김광윤 위탁감리위원장도 절차의 공정성과 결과의 정당성을 위해 제척되어야 할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018.5.15.자 보도참고(https://bit.ly/2wLQMAX)를 통해 “증선위 상임위원(감리위원장) 등 감리위원회 위원의 추가 제척이 필요하다는 주장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회의 운영에 차질이 초래될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상적인 회의 운영에 차질을 초래하는 당사자는 문제가 있는 감리위원들이 감리위원회에 포함되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일부 감리위원의 허물을 설득력 없는 이유로 덮고 있는 금융위원회 그 자체는 아닌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조치 결과의 정당성은 감리위원회의 구성과 심리 과정의 공정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최 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공정한 판단이 최순실-이재용 국정농단 사건의 중요한 단초라는 점을 명심하고 심리과정의 실질적 공정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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