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입장만 대변하면서 수권정당이 되겠다고?

한나라당의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반대에 반박 의견서 발송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최근 한나라당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증권집단소송제도에 대해 도입을 연기하기로 입장을 정했다는 언론 보도에 따라, 이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의 공문을 오늘 오전 한나라당 김만제 정책위 의장과 임태희 제2정조위원장,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전원에게 발송하였다.

한나라당은 이번 연석회의에서 이 제도가 상장사들만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기업들이 상장을 기피할 우려가 있으며, 주가조작, 허위공시, 분식회계 등 판단기준이 불분명하다는 등의 문제점을 들어 즉각 도입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그동안 재계의 반대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참여연대는 공문을 통해 “한나라당이 서민들인 소액주주들을 보호하려는 의지는 없이 재벌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어떻게 수권정당이 되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한나라당이 경제정책 기조에서 개혁후퇴 입장을 고수하면 이는 곧 ‘재벌당’의 이미지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증권집단소송법안은 참여연대가 작년에 입법청원한 안과 34명의 여야 의원들이 의원발의한 안이 법사위에 회부되어 있으나, 정부가 법안은 다 만들어놓고 아직까지 국회에 제출을 안하고 늑장을 부리고 있어 심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법사위 의원들이 법안을 신중히 검토, 심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속히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을 촉구했다.

다음은 이날 발송된 공문 전문이다.

한나라당의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반대 관련 참여연대의 의견

국민과 시장의 기대에 부응한 정책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되찾기를 기대합니다

1. 안녕하십니까? 의정활동에 노고가 많으십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경상학부 교수)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특히 회사의 불법행위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손쉽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서 증권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적극 주장하고 있습니다.

2.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나라당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증권집단소송제도에 대해 그 취지는 동의하나 여러 우려와 문제점을 들어 즉각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반대하기로 했다고 알려졌습니다.

3. 참여연대는 그동안 증권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원론적으로 주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한국적 현실을 고려한 많은 보완장치들을 제안한 바 있으며, 참여연대의 입법청원안과 의원발의 입법안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나아가 법무부의 입법예고안은 제도 자체의 실효성이 우려될 만큼 강한 제한장치들을 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최근 한나라당이 제기한 우려와 문제점은 법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실상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최근 법무부 주최 공청회에서 드러났듯이, 재벌을 제외하고는 학계, 법조계, 현업종사자 등의 전문가 집단 모두가 증권집단소송제도의 즉각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서민들인 소액주주들을 보호하려는 의지는 없이 재벌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어떻게 수권정당이 되겠다는 것인지, 그리고 한나라당이 시장경제를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시장참여자인 투자자를 무시하는 것이 어떻게 정책정당으로서의 원칙과 부합하는 것인지 참여연대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증권집단소송제도를 즉각 도입하는 것이 국민과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최근 한나라당이 제기한 우려와 문제점에 대해 간단히 의견을 밝히고자 합니다.

4. 우선, 이 제도가 상장사들만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기업들이 상장을 기피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미국의 예를 들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은 모두 집단소송제의 적용을 받음에도 불구하고(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우리나라의 두루넷도 최근 증권거래법 등 위반으로 집단소송을 당했습니다), 모든 기업이 미국 시장에 상장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 증권시장이 그만큼 투명하고 투자자보호가 잘 되어 있어 그곳에 상장된 기업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장을 하여 불특정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려면 그만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상장사들이 소액주주들의 돈을 눈먼 돈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허위공시, 분식회계에 대한 죄의식이 없습니다. 그런 회사들은 상장사로서의 자격이 없습니다. 이제 상장에 따른 책임을 지려는 회사만이 상장에 따른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봅니다.

5. 또한, 주가조작, 허위공시, 분식회계 등 판단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증권집단소송법안은 집단소송청구의 대상을 증권거래법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일정한 유형의 불법행위로 한정하고 있는데다가 법원의 소장심사단계에서 법관에 의한 허가여부 심사가 이루어지므로 주가가 하락했다는 이유만으로 증권집단소송이 허가될 가능성은 전무합니다. 실제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려면 원고쪽에서 억대의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여야 합니다. 그러고도 최소한 3년에서 5년의 소송 기간이 걸립니다. 따라서 집단소송을 하려면 그만큼 사안이 분명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집단소송을 함부로 제기하는 변호사가 있다면 망하기 십상일 것입니다.

또한, 예를 들어, 만일 어느 회사의 주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투자자가 회사에 (주가조작이라며) 소송을 내겠다고 협박하고 협박당한 회사가 소송이 무서워서 협상에 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입니다. 이러한 생각의 근저에는 기업은 무조건 선량하고 투자자들은 무책임한 공갈배인 듯한 선입견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공갈죄로 피소될 것을 각오하면서 유수의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위협하여 돈을 뜯어내려 할 사람이 누가 있을 것이며, 그런다고 해서 돈을 내어 줄 허술한 기업이 어디 있겠습니까? 집단소송 제기시 사전에 법원의 허가를 요하는 것, 화해나 협상에 법원이 감독하도록 하는 것들은 혹시라도 있을 부정한 거래를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6. 증권집단소송제는 이미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도입된 지 오래되었으며 최근 스칸디나비아제국, 러시아, 중국에서도 도입하는 등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 법무부에서도 10년 전부터 논의하고 준비해왔으나, 그동안 재계의 반대로 계속 미루어져왔음은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연석회의에서 지적한 내용들을 보니 재계의 주장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지난 11월 초 법무부 주최로 열린 공청회 때 재벌을 제외한 모든 관련전문가들이 증권집단소송제도 도입에 찬성하였습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의 이번 연석회의 결론은 이들 전문가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재계의 근거 없는 주장에만 편승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한나라당이 증권집단소송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경제정책 기조에서 개혁후퇴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며, 이는 곧 ‘재벌당’의 이미지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7. 한편, 정부도 현재 법안을 다 만들어놓고도 아직까지 국회에 제출도 하지 않고 늑장을 부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이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는 참여연대의 증권집단소송법안과 34명의 여야 의원들이 의원발의한 법안이 정부안이 회부될 때까지 심의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도 속히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한나라당에서도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신중히 증권집단소송법안에 대해 검토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끝.

참여연대 공동대표 박상증.박은정

경제개혁센터



1678_f0.hwp1678_f1.hwp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