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6년 07월 2016-06-29   1118

[듣자] 인공지능 시대,  모차르트의 메시지는?

 

인공지능 시대, 
모차르트의 메시지는?

 

 

글. 이채훈 MBC 해직PD

MBC에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클래식 음악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2012년 해직된 뒤 ‘진실의 힘 음악 여행’ 등 음악 강연으로 이 시대 마음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저서 『내가 사랑하는 모차르트』, 『우리들의 현대 침묵사』(공저) 등.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1936). 자동화된 공정에서 나사 조이는 일을 맡은 떠돌이 채플린은 기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결국 거대한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기계가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20세기를 풍자했다. 인공지능이 화두가 된 요즘, 이 장면은 더욱 생생한 공감을 일으킨다.

 

채플린 <모던 타임즈>의 공장 장면. 이 장면을 보고 싶다면?
유투브에서 Chaplin Modern Factory Scene을 검색하세요.
https://youtu.be/PxEud-DqJ64

 

듣자1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는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인류는 점점 더 똑똑해졌지만 개인은 덜 똑똑해졌다. 인간은 개미와 벌을 닮아가고 있다.”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이에 비례해서 인간이 점점 더 기계를 닮아가는 게 아닌지 경고한 것이다. 뇌과학자 김대식은 최근 저서 『기계 vs 인간』에서 이렇게 결론짓는다. “인간이 기계 같은 삶을 산다면 기계한테 100퍼센트 진다. 내가 하는 일이 기계 같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결국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일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아서 실직 사태가 만연하고, 대다수 사람들이 구매력을 상실하면 자본주의 체제는 유지될 수 없다. 기본소득제가 곧 절박한 의제로 떠오를 것이다. 한 과학자는 “곧 모든 사람이 놀고먹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인간 사회가 먼저 평등하고 정의로워져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대다수 사람들이 기술문명의 발전에 기계처럼 순응한다면, 로봇이 인간을 두드려 패며 통제하는 디스토피아가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모차르트 음악은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감성과 공감력을 보여준다. 1781년 12월 24일, 새로 취임한 계몽군주 요젭 2세는 모차르트를 호프부르크 왕궁으로 부른다. 마침 빈을 방문하고 있던 영국의 피아노 대가 클레멘티와 경연을 준비한 것이다. 모차르트는 빈에서 자유음악가로 새롭게 출발하고 있었다. 요젭 2세가 불러 줄 날을 기다려 온 모차르트에게 이날은 화려하게 데뷔할 기회였다. 

 

클레멘티가 먼저 자신의 신작 소나타 Bb장조와 당시 무척 인기 있던 <토카타>를 연주했다. 3도 화음과 6도 화음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클레멘티의 테크닉에 청중들은 환호했다. 이제 모차르트 차례였다. 기대감에 차 있는 청중들 앞에서 피아노에 앉은 그는 느린 템포의 즉흥 연주를 선보였다. 카프리치오 C장조 K.395였다. 기교보다는 음악성을 들려주고자 한 것이다. 이어서 모차르트는 아주 포퓰러한 주제로 변주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동요 <반짝반짝 작은 별>를 주제로 한 변주곡, 누구나 아는 선율이었고, 이 단순한 선율이 다채로운 변주로 이어지자 모두 기뻐했다.

모차르트 <반짝반짝 작은별> 주제에 의한 변주곡 K.265. 이 음악을 듣고 싶다면? 
유투브에서 Mozart K.265 Gieseking을 검색하세요.
http://youtu.be/RcXO1_1DpYQ (피아노 발터 기제킹)

이 주제는 모차르트가 1778년 파리 여행 때 들은 유행가 <엄마에게 말해 드릴께요Ah, vous-dirais je, maman>다. 원래 가사는 이렇다. “엄마,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제 마음은 요동치고 있어요. 아빠는 저더러 어른스럽게 처신하라지만, 저는 어른스런 추론보다 달콤한 봉봉과자가 더 좋거든요.” 사랑 앞에서 이성적으로 행동하기 어렵다는 젊은 처녀의 하소연이다. 이 노랫말은 모차르트 자신의 마음이기도 했다. 그 시대의 룰에 따라 봉건 영주 밑에서 평탄하고 안전하게 살라고 아버지는 늘 자신을 설득하지 않았던가. 당시 상식으로는 그게 이성적인 태도였지만, 모차르트는 고초를 마다않고 자유음악가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경연이 끝났다. 누가 이겼을까? 황제는 무승부를 선언했다. 참석자를 모두 흡족케 하려는 외교적 행동이었다. 클레멘티는 더 빨리, 더 화려하게 연주했고, 과거에 누구도 보여주지 못한 기교들을 선보였다. 그러나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 감동을 준 것은 모차르트였다. 모차르트는 클레멘티의 테크닉을 높이 평가했지만, 그것은 음악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이듬해 아버지에게 보낸 모차르트의 편지에 나오는 구절. “클레멘티는 훌륭한 피아니스트입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죠. 그의 오른손은 무척 훌륭하고 특히 3도, 6도 진행은 완벽합니다. 하지만, 기교를 제외하면 그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단 한 푼의 취향도, 느낌도 없습니다. 그는 단순한 기술자mechanicus일 뿐입니다.”

 

인공지능이 작곡까지 한다고 매스컴이 요란하다. ‘쿨리타’라는 프로그램이 바흐에 필적하는 곡을 만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쿨리타’는 모차르트 교향곡에 도전하는 게 다음 목표라고 한다. 나는 그게 가능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예술가는 시대의 자식이지만,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예술가만 후세에 기억된다. 모차르트의 음악에는 그 시대의 음악어법을 넘어서는 사랑과 자유, 그리고 인간의 온기가 새겨져 있기 때문에 로봇이 흉내낼 수 없다. 

 

인공지능 ‘쿨리타’에 대한 보도. 이 동영상을 보고 싶으시면?
유투브에서 ‘쿨리타 작곡’을 검색하세요.
https://youtu.be/4tZ9hY1K3io

오늘날, 모차르트 음악이 클레멘티보다 훨씬 더 자주 연주되는 건 기계가 흉내낼 수 없는 인간의 섬세한 감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과 시민민주주의혁명으로 근대 세계가 태어날 무렵, 인간의 자유를 옹호한 모차르트. 그의 음악은 근대가 저물어가고 인공지능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21세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