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7년 01-02월 2017-01-03   919

[특집] 문화행정 ‘리셋(RESET)’을 위하여

특집 3 _ 대한민국 새로고침

 

 

문화행정 ‘리셋(RESET)’을 위하여

 

 

 

글. 송상훈 청년예술가네트워크 대표

 

연이은 예술 검열, 드러난 민낯
박근혜 대통령은 일개 개인인 최순실에게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력을 위임했고,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연 1,800억 원의 포장만 그럴듯한 문화융성 예산을 만들어 그들의 사익추구를 공모했다. 그들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창작지원금 심사에서의 불이익을 주거나 작품 발표를 방해하는 방식 등으로 예술가들을 길들이려 했다. 
창작활동을 통해 월 50만 원을 벌기 어려운 청년예술가들을 위한 지원 정책을 요구했을 때는 굳게 닫혀있던 장벽 안에서, 그들은 돈 잔치를 벌였다. 작품에 대한 검열로 작품 활동의 기회가 절실한 청년예술가들이 스스로의 상상력을 제한하게 될까 우려된다. 이 반복되는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최순실과 차은택의 문화행정에 대한 개입이 본격화 된 2014년 하반기 무렵부터 연이은 예술 검열과 문화행정 파행의 단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 영화진흥위, 세월호 다룬 <다이빙벨> 상영 부산영화제 예산 40% 삭감
– 한국문화예술위, 야당 지지했었던 이윤택 작가 창작산실 지원사업 탈락
– 한국공연예술센터, 세월호 담은 연극 <이 아이> 공연 중 강제 중단
– 국립국악원, 정권 풍자했던 박근형 연출가 공연 <소월산천> 제외 강요
– 국립현대미술관, 스페인에서 검열문제로 사퇴했던 인물 관장 임명추진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 의하면, 이들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를 통해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막고,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영화제를 응징하기 위해 국가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극우단체, 언론 등을 체계적으로 동원했다. 세월호 인양을 정부에 대한 부담으로 여겨 인간의 도리와 진실규명을 묻어버렸으며, 반대 정당의 해산을 위해서는 헌법재판소마저 쥐락펴락 했던 그들의 단면까지 드러났다.

공안사건을 조작하듯이 국가를 운영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증거가 드러났음에도, 법망을 피하기 위해선 아무런 낯빛의 변화 없이 그런 일을 한 적이 없고, 나이가 들어서 모른다고 온 국민 앞에서 철면피가 되는 것이 그들이다. 그동안의 적폐를 청산하고, 문화행정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

 

특집-송상훈

 

청년예술가의 오늘
청년 문제가 심각하게 얘기되고 있는 오늘, 청년예술가는 더욱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청년예술가의 2/3가 ‘월 100만 원 이하 수입’, 1/4이 ‘수입 없음’이라는 한 실태조사는 우리나라가 예술가의 삶을 선택하고, 지속하기 어려운 사회임을 보여준다.  

예술가의 꿈을 품고 첫발을 내딛으려는 청년예술가들은 현실을 알아가며 예술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진다. 자립적인 창작활동 구조를 마련하기 어렵고, 이 어려움이 예술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게 하지만, 오히려 초기 예술가들에 대한 제도적 보장은 거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청년들의 꿈이 공무원이 돼버린 현실에서 다양한 청년 담론이 오가고 있지만, 대부분 ‘5포 세대’, ‘달관 세대’ 등 안타까운 존재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청년을 대상으로 바라는 미래상은 무엇인지 묻는 한 여론조사에서 ‘붕괴, 새로운 시작’이란 답변이 가장 많이 나오기도 했다. 변화에 대한 잠재된 요구를 기성세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전반의 안전망을 재설계하는 것과 함께 예술가의 창작, 노동, 생활 영역의 제도가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형 앙떼르미땅 제도 도입의 공론화가 필요하다. 프랑스 예술가 실업급여 제도를 참고하여, 최근 확산되고 있는 기본소득 담론의 세부 방안 중 예술가 수당을 과감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구조에서도 실행 가능한 방안으로는 최순실이 주물렀던 연 1,800억으로 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파견제도를 보완하여 시행한다면 1만 명 이상이 안정적 창작활동 여건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변화의 시작
지난 8월 17일, 서울시가 서울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창작, 노동, 생활 영역의 지원정책인 ‘서울예술인플랜’을 발표했다. 이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청년예술가네트워크는 서울시 및 서울연구원, 서울문화재단, 문화연대 정책 책임자들과 함께 ‘서울예술인플랜 추진위원회’에서 1년 동안 논의를 했다.

이 중, 민간 창작 공간 운영 지원, 최초예술지원제도의 규모 있는 시행, 공공임대주택 지원 등의 정책은 의미 있는 진전이며,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조례 제정 및 예술청 설립을 추진한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부분적으로 아쉬운 내용도 있지만, 서울시에서 최초로 예술인 대상, 특히 청년예술가 지원을 주요한 내용으로 한 정책을 발표했고, 그 내용이 현실을 어느 정도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이것이 그럴듯한 발표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행에 있어서도 안정적인 협치 거버넌스의 구축이 필요하다. 광범위한 예술인들에게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함으로써 구체적 실행까지 담보될 수 있게 서울시를 견제,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행정 리셋(RESET)
‘문화’의 사회적 기여도가 높아짐에 따라 박근혜 정부가 국정기조에서 ‘문화’를 강조한 것이 정권 초기에는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공감의 토대를 만든, 불안정한 생활여건 속에서도 예술의 길을 이어온 평범한 예술가들은 정책의 대상에서 배제된 채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졌다.  

예술가 7,500명 이상이 시국선언을 하는 등 행동에 나섰고, 광화문 캠핑촌을 비롯해 다양한 예술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범국민적 분노의 행동 속에서도 그들은 민심을 외면한 채, 술수로 탈출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몇몇 하수인의 인적교체나 부분적인 권력기구의 개편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들만의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다시 아래로부터 국민들의 힘으로 쌓아올리는 것이 필요한 때다.

청년예술가네트워크는 현재까지 진행해 온 예술행동에 이어, 대안정책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활동하려고 한다. 18개 예술대 학생회가 함께하는 ‘예술대학생 시국회의’와 함께 <청년예술정책 리셋RESET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새 세대 정책역량을 구축하고, 다수 청년예술가들의 참여구조를 확보하여 그들이 원하는 정책을 직접 국회 교문위원 및 대선후보에게 제안하고, 채택하게 하는 직접민주주의 온·오프라인 활동을 진행하려고 한다.

그들이 하찮게 봤던 예술가들이 그렇게 우스운 존재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그들을 끌어내릴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예술가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문화정책의 피해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 감시자이자, 새로운 문화행정 시스템의 제안자로 함께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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