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05월 2020-05-01   1240

[만남] 별 박사의 새로운 도전 – 김영수 운영위 부위원장

별 박사의 새로운 도전

김영수 회원·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월간참여사회 2020년 5월호 (통권 275호)

올해 초만 해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학교 수업과 대다수 회의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리라고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참여연대 역시 ‘온라인’ 총회를 병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오프라인 축소 개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올해 처음 도입된 비임원 회원의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선출을 널리 알리지 못했다는 것.

참여연대 운영위원회는 회원들과 임원들 합쳐 약 100여 명으로 구성된다. 분기별로 참여연대 활동 보고를 듣고 의견을 나누며, 활동방향을 논의한다. 그동안 운영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임원 중에 선출됐지만, 올해 처음으로 임원이 아닌 회원 중에서 추천을 받아 부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로 선출된 김영수 회원을 4월 13일, 참여연대 5층 회의실에서 만났다.

‘별 박사’의 다음 계획 

그가 앉자마자 참여연대 로고가 박힌 명함을 건넨다. 명함을 받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아직 많이 돌리지는 못했어요. 총선에 출마하는 것도 아니고(웃음) 쌓아놓고만 있는 중이죠.”

사실 김영수 회원은 참여연대 회원이나 상근자들에게 ‘별 박사’로 더 유명하다. 종종 회원캠프에 망원경을 들고 와서 별과 달을 보여주며 신비한 우주의 세계로 이끌어주었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라는 남다른 직업을 가진 그가 처음 천문학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별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밤하늘에 반짝반짝 영롱한 별들을 보면서 갖는 호기심, 동경은 누구나 있죠. 본격적으로 천문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고등학교 때입니다.”

당시 조경철 박사가 쓴 『아폴로박사의 과학편력』을 읽고 우주를 공부해보고 싶었던 그는 과학관 ‘천문반’에서 밤을 새우며 별을 관측하며 천문학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래도 40년 한 우물이라니.

“처음에 대학 가서는 크게 실망했어요. 주로 수학, 물리학만 하거든요. 밤하늘에 아름다운 별들을 보고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정말 내가 갈 길이 맞나 고민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엄격한 수리 계산을 바탕으로 연구하는 천문학자는 과연 외계인의 존재를 믿을까?

“칼 세이건이 그런 말을 했었어요.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만 있다는 것은 너무 비경제적’이라고.(웃음) 대부분 천문학자는 외계인이 있다고 믿을 거예요. 우주가 워낙 광활하다 보니 확률로 따져봤을 때 ‘외계인이 있을 것’이라는 데에 어느 정도 (확률적) 숫자가 나옵니다. 그래서 외계인은 존재하는데 우리가 아직 못 찾고 있다고 생각해요.”

참여사회

외계인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도 있다며 영화 <콘택트>가 세티SETI라는 이름의 실제 프로젝트를 모티브로 한 영화라고 친절히 설명해준다. 멀게만 느껴지던 우주 이야기에 어느 순간 훅 빠져든다. 참여연대에서 전설처럼 전해지는 2018년 번개모임으로 진행된 ‘김영수 박사님과 함께 떠나는 회원 천문여행’을 다들 왜 그렇게 호평하는지 알 것 같았다. (❶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의 줄임말로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를 뜻한다. 1985년 칼 세이건이 이 SETI 계획을 모티브로 소설 <콘택트>을 집필해 출간했고 이후 1997년 영화화되었다)

“2018년 회원 천문여행 정말 좋았죠. 그 전에 2010년 즈음 회원 엠티에 처음 망원경을 가지고 가서 달과 목성을 보여 드렸거든요. 그때도 아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웃음) 그때 망원경을 태어나서 처음 봤다는 회원들이 많아서 놀랐어요. 서울이나 여러 대도시에는 시민천문대라든가 과학관에 망원경이 있으니까 대부분 한 번쯤 봤을 거로 생각했는데, 못 본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은퇴 후에 트럭 뒤에 망원경을 싣고 시골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망원경으로 별 보여주고 막걸리 한 잔 얻어먹으면 좋겠다, 이런 소박한 꿈을 가지게 됐어요.”

‘별 박사’의 소박한(?) 은퇴 계획은 하나가 더 있다.

“개발도상국에 가서 천문학 강의도 하고 천문학을 소개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어요. 영국에 유학 갔을 때 일반 시민들이 구호단체, 자선단체 활동을 많이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도 저런 활동이 많이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2000년 귀국해서 처음 ‘굿네이버스’에 가입했어요. ‘굿네이버스’는 일 년에 한 번씩 회원들이 해외로 봉사도 가고 탐방도 가거든요. 한 번은 방글라데시 한 고등학교에 방문해서 ‘천문학 하는 사람’이라고 제 소개를 했더니 애들이 잘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하늘의 별 보는 사람이다’ 그랬더니 ‘별을 왜 보지?’(웃음) 그런 반응이더라고요. ‘여기가 불모지다, 내가 와서 할 일이 많겠다’라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됐어요. 3~4년 전부터는 에티오피아와 연결이 돼서 1년에 한두 번씩 출장을 가는데, 은퇴하면 거기서 활동하고 싶어요.”

80년 광주와 세월호가 삶에 가져온 변화

김영수 회원이 처음 참여연대에 가입한 것은 2004년. 역시 유학 경험이 계기가 됐다.

“참여연대는 그 전부터 알고는 있었어요. 영국에서 학위하고 독일에서 박사후과정을 했는데 유학생 가족들이 한국 신문을 구독해서 서로 돌려보곤 했어요. 그때 참여연대 소액주주운동 기사를 보고 한국 들어가면 가입해야지 생각했죠. 자선단체 빼고 시민단체로는 맨 처음 가입한 거죠.”

지난 16년 동안 그가 지켜봐 온 참여연대는 어떤 모습일까? 운영위원으로도 오랫동안 활동한 만큼 그의 ‘객관적인’ 평가가 궁금했다.

“참여연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시민단체이기도 하지만, 실제 옆에서 봐온 결과 가장 건전하고 민주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단체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웃음).”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했지만 참여연대에 애정이 남다른 그인지라 ‘아쉬운 점이 별로 없다’고 답한다. 지난 3월부터는 매주 월요일마다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상임집행위원회(이하 ‘상집’)도 참여하고 있다. 상집에 참여한 소감은 어떤지 궁금했다.

“지금까지 네 번 정도 참여했어요. 운영위원회는 분기마다 열리고 인원수도 많아서 토요일 오후 짧은 시간 안에 보고하고 의견 나누려면 항상 시간에 쫓기고 논의가 충분치 못한 편이잖아요. 그래도 ‘참여연대가 제대로 가고 있다’ 그런 느낌을 받는 정도였는데, 상집은 매주 열리니까 현안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세세하게 볼 수 있는 거죠. 이렇게 모든 안건을 다루면서도 세세하고 신중하게 논의하고 일 처리를 하는 것을 보니까 더 좋더라고요. 회의 방식도 민주적으로 잘 진행돼서 만족하고 있어요. 오히려 회원들 의견을 상집에 많이 전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은 배우는 중입니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5월호 (통권 275호)

2008년 열린 회원 송년의 밤 행사에서 김영수 회원이 활짝 웃고 있다(맨 왼쪽). 김영수 부위원장은 2004년 회원이 된 이후 16년간 참여연대를 지켜온 든든한 버팀목 회원이다 ©참여연대

상집에는 많은 전문가가 있지만 ‘과학자’는 드문 편이다. 과학자인 그가 남달리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유학 시절보다 앞서 경험한 ‘광주’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저는 80년 광주민주화항쟁을 ‘광주 학살’이라고 부르는데, 제가 대학교 1학년 때였거든요. 그때 저는 서울에 있었지만, 광주 출신이다 보니 친구들이나 친척들한테 많이 이야기를 들었죠. 굉장히 슬펐어요. 트라우마인지 모르지만 아직도 (슬픔이) 많이 남아 있어요. 그런 면에서 사회 문제나 시사에 조금 더 빨리 접근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대학 시절, 광주의 슬픔을 함께 느끼던 청년은 어느새 대학생 딸을 둔 중년이 되었다. 그의 딸도 참여연대 회원이다. 부녀 모두 참여연대 회원인 셈.

“딸이 중학교 2학년 때인가 참여연대 회원가입을 했어요. 회원 엠티를 대전 근처 대청댐으로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딸을 데리고 갔어요. 그런데 저녁 행사하는 거를 보더니 자기도 회원가입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월 5천 원씩 계속 후원하고 있어요.”

소신 있는 딸의 전공은 생물학. 과학자인 아버지 영향일까 싶었지만, 아니라고 한다.

“딸이 원래는 심리학을 좋아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이과를 갔더라고요. 어제에서야 그 이유를 들었는데, 문과 쪽 가면 취업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조금 안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앞으로 자기 하고픈 일을 결국 찾아 나갈 거라고 봐요.”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 다 같아서일까, 그가 전보다 더 서명이나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데에는 세월호 참사가 큰 영향을 끼쳤다. 지금도 그의 차 뒷면에는 커다란 노란리본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전에는 ‘회원으로서 그냥 후원만 하면 되지!’ 이런 나태한 생각을 했었죠. 과학자로서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세월호학살’을 보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우리 사회와 관련해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됐고, 그다음부터는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많이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요즘 특히 신경 쓰는 이슈는 ‘언론개혁’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왜곡과 비하 기사를 쏟아내던 언론을 생각하면 어쩌면 그의 관심은 당연하다.

“삼권분립의 정치체제에서 언론이 감시를 잘하면 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지금은 시민단체가 모든 곳을 빠짐없이 감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봐요. 그래서 ‘민주언론시민연합’에도 가입하고 ‘뉴스타파’도 후원하고 여러 언론 관련 단체들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치개혁, 사법개혁도 중요하지만 올해는 정말 언론개혁이 좀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참여연대는 지금도 하고 있는 일이 많지만, 언론개혁에도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함께할 수 있어서 좋은” 참여연대가 되도록

그는 ‘대전충남 지역회원소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쉽게도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지금 지역회원소모임은 휴지기이다.

“대전충남 지역회원소모임은 2013년 즈음 구성했었다가 한동안 끊기고, 2018년에 다시 결성했어요. 지금은 아주 열성적인 회원들이 많이 모이셔서 진행이 잘 되는 거 같습니다. 참여연대 회원들이 모이면 의기투합이 잘 되잖아요. ‘만나길 잘 했다’ 항상 그렇게 느끼게 돼서 계속 모이게 되는 거 같아요. 작년까지는 두 달에 한 번씩 모임을 열었는데 올해는 매달 모여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잠시 중단하고 있는 상태예요.”

그는 아직 지역회원소모임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이하 ‘단체카톡방’)이 만들어지지 않은 지역들은 온라인으로라도 먼저 만날 수 있게 시작해야 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현재는 오프라인으로 지역회원소모임을 하고 이후 참석자 중심으로 단체카톡방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이나 대도시가 아닌 지역은 아직 오프라인에서 지역회원소모임이 열리지 않은 곳도 많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시도해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제안하고 싶은 것은 참여연대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분들이 매달 몇십 명씩 가입하는데 처음에는 다들 좀 서먹서먹하잖아요. 그 서먹서먹한 시기만 넘어가면 활동도 적극적으로 같이 할 수 있고 좋은데 그 단계를 넘기는 게 쉽지가 않은 거 같아요. 기존 회원과 신입회원을 서로 연결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참여연대 회원 수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10만 회원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참여연대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 사람들은 ‘이번에 이런 활동도 했던데’ 하면서 가입을 권유하면 대체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가입을 합니다. 그런데 막상 가입하고 나서 아무 참여할 활동이 없으면 조금 서운해할 수도 있죠. 돈만 내는 회원이 아니라 참여연대 활동을 하며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 그런 느낌이 들게 하면 자기 주위 사람들을 계속 끌어올 거라고 생각해요. 식구들처럼 같이 활동할 수 있게 하면 그게 회원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회원과 사무처 사이의 가교역할을 잘하기 위해 회원들과 더 자주 만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코로나19로 만남의 기회가 꽉 막힌 상황에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은’ 참여연대가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그에게서 엿본다. 앞으로 2년,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그가 만들어갈 ‘참여연대 뉴노멀’이 기대된다.

참여사회


글. 이미현 시민참여팀장

사진. 미디어홍보팀 이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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