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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06월
  • 2022.06.01
  • 271

하루에 하나씩 즐길 수 있는 실천

김기회 회원 

 

월간 참여사회 2022년 6월호 (통권 296호)

 

“가보지 않은 길로의 여행”에 먼저 나선 사람을 만났다. 청년참여연대 운영위원이자, 아카데미느티나무 독서클럽 ‘가보지 않은 길로의 여행’ 진행을 맡고 있는 김기회 회원은 청년들과 함께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실천과 행동을 고민해왔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혼자 가면 두렵고 외롭지만, 함께하면 즐길 수 있다고 말하는 김기회 회원을 만났다. 

 

반갑습니다. 어떤 계기로 참여연대 회원이 되셨나요?

친구 소개로 작년 1월 청년공익활동가학교 25기에 참여했어요. 제가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혼자 플라스틱 안 쓰는 등의 실천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나 하나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의심이 들면서 무기력하고 외로웠죠. 그런데 청년참여연대에서 환경 문제도 다루고,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또래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오게 됐어요. 

 

어릴 적부터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던 터라 대학 졸업 후 잠깐 국제구호개발 단체에서 활동했는데요, ‘구호’가 정말 필요한 일이긴 한데 사회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삶이 더 나아지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면에서 사회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는 참여연대는 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잘 맞았어요. 청년공익활동가학교 수료 후에도 계속 활동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회원으로 가입했어요.

 

참여연대 청년공익활동가학교만의 장점이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같은 고민과 방향성을 가진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게 가장 큰 의미예요. 요즘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이 안전한 사람인가 아닌가 판단하는 데에 시간이 꽤 걸리는데, 이곳에선 그 판단 시간이 짧았달까요? 청년공익활동가학교 첫날부터 ‘여긴 안전한 공간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프로그램 제목도 ‘나의 좋은 시민행동력 발굴에 필요한 소통 공간 만들기’였거든요. 

 

그런 공간 안에서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만났고, 특히 젠더나 주거 등 다양한 이슈를 배울 수 있던 게 큰 도움이 됐어요. 그 경험 덕분에 지금까지 다양한 연대 활동에 관심을 두고 여러 네트워킹을 시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덕분에 요즘 버거울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웃음)

 

지난봄부터 ‘기후변화’를 주제로 아카데미느티나무 독서클럽 ‘트레일_가보지 않은 길로의 여행’ 진행자를 맡고 있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작년 가을 아카데미느티나무 동물권 독서클럽에 참여했었는데 담당 간사님이 직접 독서클럽을 진행해보지 않겠느냐고 먼저 제안해주셨어요. 제가 청년참여연대에서 경험한 공감대 형성이나 서로 배움, 연대 등을 녹여볼 수 있겠더라고요. 사실 제가 진짜 게으른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진행을 맡으면서는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부담은 되지만 막상 사람들 만나면 즐겁고, 참여자들도 만족해주셔서 재밌게 하고 있어요. 

 

월간 참여사회 2022년 6월호 (통권 296호)
아카데미느티나무 독서클럽 ‘트레일_가보지 않은 길로의 여행’ 참가자들

 

‘트레일_가보지 않은 길로의 여행’ 이름에 담긴 뜻이 궁금해요. 독서클럽 대상자를 20~30대로 한정 지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트레일Trail은 사람들이 다니는 포장되지 않은 길을 의미해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험한 길은 혼자 가면 오래 못 가고 금방 지칠 수 있지만 여럿이 힘을 모으면 외롭지 않은 것처럼, 기후변화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위로와 희망을 발견해보자는 취지예요.

 

대상자를 한정 지은 것도 20~30대가 기후위기 당사자이기 때문이에요. 지금 20~30대들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기후변화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당사자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따로 있겠다 싶었죠. 기성세대는 상대적으로 환경 문제에 관심이 적고, 기후위기 문제는 점점 급박해지고. 기후위기 당사자인 MZ세대들이 모여서 공감대도 만들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독서클럽에서 얻은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가장 크게 얻은 건 ‘희망’과 ‘뿌듯함’이에요. 사람들은 환경 문제를 맞닥뜨리는 순간, 너무 거대해 보여서 쉽게 무기력감과 우울감을 느끼거든요. 하지만 같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감정을 교류하고, 책 속 좋은 구절도 나누면서 그래도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희망에 대해 고민하고,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때 뿌듯하고 독서클럽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함께 읽은 책 중에 기억에 남는 책 한 권만 소개해주세요. 

호프 자런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라는 책인데, “두려움은 문제를 외면하게 만들고 정보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라는 문장이 기억나요. 앞에서 말했듯이 기후위기가 너무 거대한 문제여서 우리가 실천해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두려워지고 오히려 문제를 외면하게 되는데,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함몰되기보다 문제를 좀 더 들여다보고 정보에 집중하면 행동하고 연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월간 참여사회 2022년 6월호 (통권 296호)

김기회 회원 추천 환경책.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 김영사, 『파란하늘 빨간지구』 조천호 | 동아시아, 『1.5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그레타 툰베리 외 13인 |  한티재

 

‘기후정의’를 위해 거창한 실천보다는 ‘하루에 하나씩’을 실천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일상 속 실천 몇 가지를 제안해준다면요.

제 경험을 돌아보면, 안 해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진짜 힘든 것 같아요. “고기 먹지 마”는 고통스럽지만, 친구와 맛있는 비건 식당을 찾고, 가서 먹어보며 “채식도 맛있네”를 느끼는 것은 좋거든요. “일회용 컵 쓰지 말자” 보다는 “다회용 컵을 쓰니까 예쁘고 실용적이네” 처럼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삶의 방식에 기쁨을 느끼는 접근이 훨씬 좋은 것 같아요. 

 

무엇이든 완벽하게 실천하려고 하면 스트레스받고, 지속가능하지 않잖아요. 내가 정한 방향에 대해 스스로 기뻐하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훨씬 더 긴 호흡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잔에 음료를 먹게 되더라도 너무 괴로워하지 말고, 다회용 잔에 먹을 수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 불가능하면 그냥 넘기는 식으로요. 

 

또 하나는 채식이 환경적으로 가장 중요하면서 파급력 있는 실천 같아요. 일단 조금이라도 고기를 덜 먹는 게 개인이 할 수 있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큰 방법인 같고요. 완벽한 채식주의는 아니더라도 평소 해산물이나 채식 메뉴 선택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우유보다 두유를 선택하는 시도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월요일은 고기 안 먹고, 화요일은 해산물 안 먹고, 수요일은 유제품 안 먹고, 목요일과 금요일은 밀가루와 커피 안 먹는 날로 정해놓기도 했어요. 이렇게 미션 수행하듯이 만들어놓으면 큰 괴로움 없이 그날그날 실천할 수 있더라고요.

 

얼마 전 ‘환경정의’ 상근활동가가 됐어요, 활동가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구직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좋아하는 게 일이 되면 가장 좋겠지만, 내가 관심 있어 하는 범위 안에서 일을 찾는 것도 괜찮겠다.’ 그러다 좋은 기억이 있는 청년참여연대의 경험을 떠올리게 됐고, 시민사회단체에 가면 그런 좋은 활동을 하게 되겠구나 싶어서 본격적으로 지원서를 넣기 시작했어요. 그중에서 ‘환경정의’가 제 관심 영역인 환경과 불평등 문제를 다루는 곳이었고요.

 

앞으로 활동가로서 자신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무엇인가요.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온도가 2도 높아지면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른다는데, 과학자들에 따르면 10년도 안 남았다고 해요. 그래서 절박한 마음으로 다양한 활동과 실천을 벌이는 건데, 공부할수록 결국엔 멸종에 이를 거란 사실에 직면하게 돼요. 빠르면 100년, 혹은 몇 십 년일 수도 있는데, 제가 죽기 전엔 그 끝을 보지 않기를 희망하지만 만약 진짜 끝을 보게 된다면 ‘후회 없이 살았노라’ 하면서 생을 마감 짓고 싶어요. 그래서 남은 기간 제가 진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활동가가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김기회 회원에게 참여연대란?

‘시작점’ 같아요. 활동의 시작일 수도 있고, 사회운동의 시작일 수도 있고요. 여기 와서 뭔가를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을 처음 한 거니까요. 어쩌면 그 시작이 좋았기 때문에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즐기는 에너지는 역시 강력하다. 흠뻑 빠져 즐기다보면 어느 순간 ‘언제 여기까지 왔지?’ 하며 깜짝 놀라게 되니까 말이다. 기후정의를 위해 하루에 하나씩 실천하고 즐기다보면 그 역시 언젠가 변화에 기뻐할 때가 올 것이다. 실천에 필요한 긍정의 힘을 보여주신 회원님께 감사하다.

 


이은주 

사진 편집팀

녹취 조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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