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사유화 않겠다는
정부 말에 속지 말아야
전소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 연구기획부장 sohi@kgeu.org
※ 民자를 이용한 “민영화”보다 “私유화”가 더 적절한 표현이기에, 이 글에서는 인용을 할 때를 제외하고 “사유화”를 쓰도록 하겠다.
지난 6월 19일, 한나라당은 전기·가스·수도 등 필수공공재를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정부도 물 사유화 논란을 일으킨 물산업지원법을 올해 제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추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따른 국민의 분노가 대운하와 공공서비스 사유화에 대한 반대까지 확장한 데에 대한 부담인 듯하다. 물산업지원법 제정이 실제로 미뤄진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불행히도 법 제정이 어떻게 되든 “수돗물을 민영화하지 않겠다”는 한나라당과 정부 발표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으로, 다시 한 번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다.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도 사실상 물을 사유화하는 정책인 물산업육성 정책과 지방상수도 민간위탁은 진행되고 있다.
공공성 버리고 돈벌이 하자는 물산업 정책과 법안
2007년 7월 환경부는 “물산업육성 5개년 세부추진계획”을 선보였는데 이에 코오롱과 포스코 등 기업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증권사들은 바쁘게 ‘물펀드’를 내놓았다. 이른바 물산업육성 정책은 물을 자본에게 개방하겠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한다. 상수도는 이제 공공재가 아니라 경제재이며, 공공서비스가 아니라 상업적 서비스라 한다. 운영은 국가와 지자체가 아닌 기업이 해야 한다고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상수도 민간위탁·법인화·주식회사 설립을 해야 하며, 물기업을 육성해서 외국기업과 경쟁하고 해외에 진출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이니 국부 창출이니 포장은 거대하나 본질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주로 제3세계)에서도 상수도 사유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물산업육성 정책은 수돗물의 공공성을 포기하면서 국내외 상수도를 기업에 넘기고 기업을 키우자는 정책이다.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물산업지원법이다. 법안은 서비스를 개선하고 농어촌 등 취약지역에 대한 지원도 하겠다고 하나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하겠다”는 등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물 전문기업을 육성한다는 명목 하에 수돗물을 완전 시장경쟁 체제로 내몰겠다는 법이다.
소유권 넘기지 않는 위탁이므로 사유화가 아니다?
비록 물산업지원법 제정이 미뤄지고 있지만, 상수도 민간위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해 초부터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예산 및 공무원 10% 감축을 위한 “지자체 조직개편”, “지방상수도 전문기관 통합관리 계획” 등 상수도를 포함한 각종 공공서비스에 대한 구조조정 지침을 하달한 바 있다. 이름은 복잡하고 정책도 다양하지만, 이 모든 정책과 계획, 지침을 관통하는 것은 상수도를 권역별로 통합하여 민간에게 위탁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위탁이란 소유권은 국가나 지자체가 유지하고 운영만 넘기는 것이기에 사유화가 아니며, 기업화하거나 합작 주식회사를 설립하더라도 지자체가 지분을 51% 이상 보유하면 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상수도를 전문기관이 기업식 경영으로 운영할 것이기에 “전문화”, “효율화”라고 한다. 위탁이 사유화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자는 우리나라 정부밖에 없을 것이다. 위탁은 철도, 가스, 상수도 등 소위 망산업에 적합한, 새로운 방식의 사유화이다. 소유권 이전에 따른 비용과 위험을 기업이 떠안지 않은 채 운영하면서 이윤만 챙기면 되는 방식이자 매각에 대한 국민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전략으로서, 공공의 이해관계가 아닌 자본의 이해관계에서 나온 방안이다. 그렇기에 신자유주의 정책의 첨병인 세계은행도 물을 안정적으로 사유화하는 방안으로서 상수도 민간위탁이나 아웃소싱을 적극 추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지기 시작한 해외 사례의 폐해들 -수도요금 폭등, 수질악화, 정경유착 악화, 단수와 제한급수 확대, 민중 봉기 등- 대부분의 경우도 위탁으로 인한 문제점이었다.
현재 2007년 말 상수도를 수자원공사에 위탁한 지자체는 13개이다. 물론 수자원공사는 공기업이지만, 언제 사유화될지 모르는 알짜배기 시장형 공기업일뿐더러 수자원공사에의 위탁은 전면적인 시장화·사유화로 가기 위한 경로일 뿐이다. 정부는 수자원공사에의 위탁을 첫 단계로 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내외 공·사기업이 모두 참여하는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라는 것이다.
수도요금 2~3배 오르는 것은 기본
결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수도 민간위탁과 물산업육성 정책, 물산업지원법은 물이라는 국민의 생명줄을 가지고 돈벌이를 하겠다는 발상이며, 사회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도요금 하루 14만원”은 다소 과장된 감이 있으나, 지역에 따라 수도요금이 최소 2~3배 이상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현재 요금현실화율이 30~40% 대에 머물러 있는 지역이 태반인데, 물을 사유화하면 당연히 최소한 요금현실화율을 100%까지 올려야 한다. 요금현실화 이후에는 기업이 이윤을 챙기려 할 것이다. ‘요금 현실화+기업이윤 보장=요금 인상’은 초등학생도 할 줄 아는 셈법이다.
정부는 진정 안전한 수돗물을 공공서비스로서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서비스를 개선할 생각이 있다면, 사유화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말로만 국민들을 현혹할 것이 아니라 물을 사유화하는 물산업육성 정책이나 물산업지원법을 폐기하고, 물을 필수 공공재로 규정하면서 수돗물 음용률 전세계 최하위권(2% 미만)을 기록하는 우리의 현실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위탁, 법인화, 외주용역 등 사유화를 추진하고 막가파식 노동자 구조조정과 예산 삭감을 단행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정과 인력을 확충하고 고루 배분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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