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 1994-2024 2024-08-26   5016

삼성 불법 합병 대응 활동

2019.7.15. 이재용 승계 작업의 부당성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의 실태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은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이뤄지는 정상적인 부의 상속이 아니라, 상속세의 부담 등을 회피하기 위한 불법행위, 사기행각이었다는 점을 드러내었다.

2015년 5월, 제일모직이 (구)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한다는 소식이 발표되었다. 각계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제일모직보다 매출액은 5.5배, 총자산은 3배 더 큰 (구)삼성물산의 주식을 제일모직의 3분의 1로 낮게 평가한 합병비율이 누가 보더라도 기형적이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 ISS, 글래스루이스 등도 이 같은 합병비율은 (구)삼성물산의 주식 가치가 저평가돼 있어 주주에게 현저하게 불리하다며 합병 반대 의견을 밝혔다. (구)삼성물산은 왜 이러한 불합리한 합병비율에 동의했을까.

삼성그룹 이재용 당시 부회장(이하 ‘이재용’)의 승계 작업은 1995년 이건희 회장이 아들 이재용에게 60.8억 원을 증여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재용은 이를 종잣돈으로 1996년 삼성에버랜드, 1999년 삼성SDS 등의 주식을 편법으로 헐값에 사들였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삼성 총수 일가의 불법과 편법은 지속적인 문제를 초래했다.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자 삼성그룹은 이재용으로의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도 앞다투어 삼성의 앞날, 특히 경영 승계의 향방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재용이 삼성그룹을 승계받아 안정적으로 지배하기 위해서는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데, 당시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 지분이 3.38%, 이재용은 0.57%에 불과했다. 더욱이 약 9조여 원으로 예상되던 상속세까지 고려하면 승계를 통해 ‘삼성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려는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삼성의 불법적인 세습의 역사, 총수일가의 사적 이익이 그룹의 이익보다 우선되고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기형적 지배구조 문제에 대응해 왔던 참여연대는 제일모직과 (구)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 이재용으로의 승계 작업을 위한 불법과 편법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제일모직과 (구)삼성물산의 합병 의결 발표 이후 (구)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기금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참여연대는 두 회사 간 합병 시기와 합병 가격의 공정성 등 여러 정보를 고려할 때, 국민연금의 가입자 이익을 극대화하기엔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시민사회단체와 학술단체를 조직해 국민연금에 반대의결권 행사를 요구했다. 또한 “3세 승계, 법 위의 삼성과 결별하라”는 이름의 언론 기고를 통해 국민들에게 정확한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구)삼성물산 주주총회 당일에는 합병결의 반대 기자회견과 선전전을 진행했지만, 삼성그룹 차원에서 수박, 케이크 등을 들고 소액주주들을 찾아다닌 데다 결정적으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이 찬성하면서 합병이 최종 성사되었다.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은 많은 논란과 의구심을 낳았는데, 이 선택의 배경은 곧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희 일가의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목적이었다 해도, 주가를 조정하거나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보장할 임무를 위배해서는 안 되었다. 또한 국민연금이 가입자를 위해 국민연금재정의 장기적인 안정을 유지하고 그 수익을 최대로 증대시켜야 할 의무를 저버리는 것도 허용되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이에 참여연대는 이재용 등 삼성 총수일가와 (구)삼성물산 경영진,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를 배임·주가조작 혐의로 고발해 법적 책임을 묻고자 했다.

국민연금의 찬성 의결, 이재용의 승계를 위한 삼성과 정치권력의 결탁이 드러난 것은 2016년 말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 때였다. 이재용 등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그 최측근인 최순실에게 뇌물을 제공한 의혹과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부패한 정치권력이 경제권력과 서로의 이해관계를 도모하기 위해 검은 거래를 주고받는 정경유착 정황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당시 검찰의 수사는 ‘경제권력이 뇌물을 통해 정치권력을 적극적으로 매수한 사실’은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듯 했다. 이재용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을 휴일에 비공개로 소환한 것이 그 단적인 예였다. 참여연대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주노총은 뇌물을 통한 정치권력의 매매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이재용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씨를 뇌물공여죄, 업무상배임, 뇌물수수죄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이후,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서 대법원은 2019년 8월, 삼성의 승계 현안의 존재와 뇌물제공의 대가성을 인정하고 2022년 4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국민연금 의사결정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삼성은 대통령 최측근인 최순실 일가에 자금을 제공했고, 그 대가로 박근혜는 국민연금을 동원하여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지원했다는 점이 판결로 확인된 것이다.

삼성과 박근혜 정권과의 거래 대상에는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도 포함되어 있었다. 국민연금기금은 국민들로부터 징수된 국민연금보험료를 바탕으로 조성된 것으로 가입자인 국민들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입자 이익을 이건희 일가의 삼성그룹 경영권 강화보다 우선해야 함은 당연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규정에 따른 국민연금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논의도 하지 않았으며, 국내⋅외 수 많은 의결권 행사 전문기관의 ‘합병 반대’라는 일관된 권고를 무시한 채 합병에 찬성했다.

참여연대는 형사책임과는 별개로 부정한 청탁과 뇌물로 국민연금기금에 손해를 끼치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는 것에 착안해, 박근혜와 최순실, 이재용, 홍완선, 문형표 등 불법행위자에게 국민연금-삼성 게이트로 발생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참여연대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과 함께 온⋅오프라인에서 국민청원인 12,000명을 모집해 국민연금의 손해배상소송을 촉구하는 청원을 제기했다. 그래도 보건복지부는 꿈쩍하지 않았고, 2019년에도 국민연금의 손해배상소송을 촉구하기 위해 약 7천여 명의 국민청원인을 모집해 전달했다.

국정농단 뇌물 말고도 삼성 승계 작업을 위한 합병에 동원된 불법과 편법은 다종다양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삼성이 ‘합병 시너지 효과’의 핵심으로 강조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주목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방식을 변경하여 얻어낸 4.5조 원 규모의 ‘회계상 이익’에 대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질의서를 보내며 공론화한 것이다. 공시된 자료를 기반으로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이는 삼성 불법 합병의 실체를 파헤치는 단초가 되었다. 금감원의 답변이 부실하자 특별감리를 요구했고 이에 금감원은 2017년 3월 말, 특별감리 착수를 결정했다. 그리고 2018년 5월 1일,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위반이 있었다고 잠정 결론내렸다. 이후 참여연대는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과정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한편, 언론을 통해 복잡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삼성 합병의 연관관계를 알리고 문제점을 공론화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8년 11월 14일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내렸다.

참여연대는 증권선물위원회의 판단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2019년 7월, 이재용 부당 승계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사건에 관한 종합보고서를 발표하며, 제일모직과 (구)삼성물산의 적정 합병비율(1:1.0~1:1.36)이 얼마였는지, 부적정한 합병비율로 이재용이 얻은 부당이득(3.1조 원~4.1조 원)이 얼마였는지, 그로 인한 국민연금의 손실(5,200억 원~6,750억 원)이 얼마인지를 추정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의 고의성을 논증하고, 부당한 승계 작업이 누구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고 또 손해를 끼쳤는지 밝혀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이재용의 승계를 위한 불법 합병 작업의 일환이라는 점을 밝혀내는 데에도 집중했다. 삼성그룹과 회계법인의 ‘프로젝트G 문건’, ‘M사 합병 추진안’ 등 여러 문건이 공개되면서, 이재용의 승계 작업이 삼성 그룹 차원에서 장기간 전사적으로 추진되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역시 불법적인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참여연대는 드러난 자료들을 분석해 분식회계와 삼성 불법 합병과의 연관성을 규명했다. 수많은 입장문과 보고서, QnA 자료, 카드뉴스, 언론 대응까지 참여연대의 모든 역량을 동원했다.

참여연대는 삼성의 승계 과정을 따라가면서 범죄혐의가 포착될 때마다 진상을 밝히고,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관련 행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2018년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정·안진회계법인, 그 임원진을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하고, 11월 삼성 합병 관련 삼성 총수일가 등을 배임·주가조작 혐의로 추가 고발했으며 같은 날 동시에 에버랜드 공시지가 조작 관련 국토부·한국감정원·삼성 총수일가 등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2019년 12월 12일에는 이재용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의 공동정범으로 분명히 하여 검찰에 추가 고발했다. 검찰은 2020년 9월 1일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재용 등 관련자 11명을 기소했다.

그러나 2024년 2월, 이재용 삼성 불법 합병 1심 재판부는 그동안 드러난 삼성의 범죄행위들을 배척하며 이재용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삼성 합병이 이재용의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하고 국민연금의 부당 개입을 인정한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과 금융당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판단과도 배치되며, 이재용의 승계 작업이 삼성 그룹 차원에서 장기간 전사적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프로젝트 G 문건 등 방대한 증거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부당한 1심 판결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항소심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참여연대는 짧게는 9년, 길게는 30년 간 삼성 그룹의 불법적인 세습 문제를 대응해왔다. 2015년 제일모직과 (구)삼성물산 합병안이 발표된 이후 처음으로 제일모직과 (구)삼성물산의 ‘수상한’ 합병비율을 분석해 문제제기를 시작하며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으로의 승계 작업을 위한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개인의 이익을 위한 삼성그룹의 조직적 범죄가 무엇인지 실체를 드러내는 데 앞장섰다. 또한 그 핵심 고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를 포착해 금융당국의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이끌어냈고, 이재용과 경영진은 물론 뇌물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친 복지부 장관, 분식회계에 가담한 회계법인 등을 고발해 처벌에 이르게 했다. 이재용 승계 작업을 위한 불∙편법이 파헤쳐지는 과정마다 참여연대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계 작업을 위한 삼성 불법 합병이 시장질서를 교란한 중대한 기업 범죄라는 점과 함께, 승계 작업에 적극 활용된 국민연금의 손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그 부당함을 알리고 손해배상청구 국민청원 등 시민행동을 조직한 것 역시 유의미한 활동이었다. 정경유착의 피해를 국민들이 오롯이 받고 있는 상황에서 ISDS 패소로 인한 혈세 손실을 막아내는 것도 남은 과제 중 하나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제일모직-(구)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합병에 동원되어 자신들이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메이슨 캐피탈에 손해배상과 지연이자, 분쟁비용 등으로 각각 1,300억 원과 800억 원을 배상해야 할 상황이다. 국민이 낸 세금이 아니라, 이 사태를 야기한 박근혜, 이재용 등에게 구상권, 손해배상을 청구해 막대한 국고 유출 책임을 물어야 할 때이다.

이재용의 불법적인 승계의 단죄는 국가 질서를 바로 세우고, 시장의 경기 규칙을 확립하며, 국민연금 등의 손실을 바로 잡고 유사 범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삼성 불법 합병에 대한 문제의식은 옅어지고, 뇌물공여와 횡령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던 이재용은 가석방에 이어 2022년 사면, 복권돼 삼성전자의 회장으로 선출되었고, 당시 대통령으로서 뇌물을 받았던 박근혜씨 역시 사면 복권되었다. 참여연대는 여전히 재벌부패 범죄에 관대한 사법부와 정치권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삼성 불법 합병의 법적, 경제적 책임이 이뤄지도록 부단히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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