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4년 02월 2014-02-07   2010

[경제] 비정상의 정상화

비정상의 정상화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뒤집기는 이제 뉴스가 되지 못한다. 지난 6일, 취임 후 최초의 기자회견에서 박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로 경제민주화나 보편복지가 비정상이라고 천명했다.  

 

정상과 비정상을 뒤집어 공약 뒤집기 

 

처음에는 예산이 부족해서 그렇지 언젠간 제대로 공약을 지키겠다고 했다. 기초연금 20만 원이나 반값 등록금, 그리고 4대 중증질환 완전 보장이 그 예다. 이때만 해도 복지가 ‘정상’이었다.  

정상을 되찾기 위해선 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 문제는 거의 500조에 이르는 현금을 쥐고 있는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재벌들이 원하는 모든 걸 들어줘야 한다. 네 번에 걸친 ‘투자 활성화 대책’이 그것이다. 슬그머니 대선 때 약속했던 ‘경제민주화’는 ‘경제 활성화’로 둔갑했다. 이 경우엔 “경제민주화와 줄푸세는 다르지 않다”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둘 다 정상이란 얘기다. 민영화나 규제완화가 곧 경제민주화라니, 어불성설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적합한 용처를 찾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박대통령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기자회견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아니 박근혜 정부 제2기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정책기조의 날을 세웠다. 기자회견의 요지는 “우리 경제의 혁신과 재도약을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세우고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3대 추진 전략은 첫째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는 개혁, 둘째 창조경제를 통한 역동적인 혁신경제, 셋째 내수 활성화를 통한 균형 있는 경제다.  

 

참여사회 2014-02월호@atopy

 

정책 기조가 된 규제 완화와 영리화

 

그의 구호가 언제나 그랬듯 말 자체로는 나무랄 데가 없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첫째 전략에서는 경제민주화를 떠올리고 셋째 전략에서는 복지 확대, 나아가서 임금 인상을 떠올릴 것이다. 두 번째 전략의 창조경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혁신경제라면 현재처럼 꽉 짜인 재벌체제에서는 창조도 혁신도 어려우니 당연히 경제민주화로 연결될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전략의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는 “이번 철도 개혁을 시작으로 올해 공공부문 정상화 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입니다”로 결론을 맺는다. 즉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바로 그 개혁이라는 게다. 결국 철도에서 시작해서 가스나 전기에 이르기까지 공공부문(네트워크 산업)을 민영화하는 것이 정상화라는 게다. 

 

세 번째의 균형 있는 경제는 “내수 활성화에 있어서 서비스 산업 육성은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서비스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투자의 가장 큰 장벽인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가 결론이다. 즉 이번엔 보건의료,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를 5대 유망 서비스 산업으로 선언하고 보건의료와 교육의 영리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제 규제완화와 영리화는 투자 활성화를 위한 고육책이 아니라 이 나라를 살릴 정책기조가 되었다.  

 

창조경제의 진상 

 

두 번째의 창조경제는 “창조경제타운”, “창조혁신센터”에서 여러 기술의 융합을 꾀하겠다는 건데 거대 부처까지 만들어서 1년 동안 고안해 낸 게 이 정도인가 싶었다. 단지 에너지 환경 분야를 창조경제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주목할만했는데 기껏 ‘친환경에너지타운’에 머무르고 말았다. 

 

하지만 심모원려의 대통령이 그럴 리 없다. 14일에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 분야의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알려줬다. 이 계획에 따르면, 최종 에너지원별 구성에서 전력 비중은 2011년 19.0%에서 2035년 27.2%로 늘어날 전망이며 2035년까지 전력설비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26.4%에서 29%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원전 23기 외에 건설 중이거나 건설 계획이 나와 있는 11기를 더 짓고도 추가로 최소한 5기(150만㎾급 기준)의 신규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전력 생산·소비의 증대와 원전 증설이 이 분야 창조경제였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 에너지 정책 기조에 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이 확보된다는 전제 아래 재검토한다”고 했으니 공약은 또 한 번 뒤집혔다.  

 

2008년 이후 세계가 민영화·규제완화를 반성하고,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을 줄이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데, 박근혜 정부는 줄푸세와 원전 확대가 대한민국 창조경제의 기조임을 선언한 것이다. 앙시앵 레짐을 온존하는 정도를 넘어 시대를 역주행하는 것, 그것이 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더구나 그는 “하면 된다”의 정신으로 과속 주행까지 불사할 것이다. 금년 우리는 과속 역주행과 맞서야 한다. 아이들의 생존까지 걸린 낭떠러지다.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한미FTA 등 통상정책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경제학자. 요즘은 행동경제학과 진화심리학 등 인간이 협동할 조건과 협동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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