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 예산 전문가의 슬기로운 팩트 체크 이야기 – 이상민 회원·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이상민 회원·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사진1
이상민 회원·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장은혜

이상민 회원은 자타공인 나라예산 전문가이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이다. 그는 20대 대선 시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정책 중 ‘D4 부채’ 개념의 오류를 지적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했으나, 지난 9월 2일 검찰은 무혐의로 결정했다. 전직 참여연대 간사였던 그는 참여연대에서 시작한 조세개혁 활동을 바탕으로 국회의원 정책보좌관을 거쳐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를 만나 먼저 이번 피고발 건에 관해 심경이 어떤지 물었다.

정책 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안철수 의원에게 고발당했고 최근 무혐의 결정이 났습니다. 심경이 어떤가요.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한 것은 유무죄를 다툴 필요조차 없다며 법원까지도 안 간 거잖아요. 후련하기보단 아직까지 참담한 심정입니다. 당시 안철수 후보가 잘못된 부채 개념을 말했고 저는 잘못된 개념에 대해 정확히 지적을 한 것인데 형사 고발을 당해서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의아할 뿐이었어요. 고발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맞고 안철수가 틀렸다고 말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누구 말이 맞느냐가 아니라, 유력 정치인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고발을 통해 입막음하려 했다는 것이에요.

안철수 의원에게 지속적으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번 일이 우리 사회에 남긴 숙제는 무엇일까요?

이런 경우 유력 정치인은 피해 볼 게 하나도 없어요. 저는 정말 억울하면 차라리 민사소송을 하시라고 지속적으로 말했습니다. 자기 돈은 하나 안 들이고 행정 비용 써가며 민사 아닌 형사 고발을 했거든요. 반면 고발당한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많은 피해를 봅니다. 고발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도 함께해야 하고, 제 시간과 비용이 크게 들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사회적 낙인이 찍히니까요. 연구자의 어떤 정치적 편향성이 아웃팅 되는 것이고, 그건 불기소 된다 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죠. 아웃팅 당한 정치적 편향성도 팩트가 아니라 그냥 이미지화되는 거예요.

처음엔 웃었어요. 제가 너무도 맞는 말을 했기 때문에, 하나의 황당한 해프닝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실제 과정을 겪어보니까 일반 시민은 유력 정치인에게 고발당하면 무조건 지는 싸움이겠구나 싶어요. 굉장히 씁쓸합니다.

지난 7월 12일 ‘고발말고 토론합시다’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이상민 회원
지난 7월 12일 ‘고발말고 토론합시다’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이상민 회원

예산 전문가로서의 첫 이력이 참여연대에서 시작됐다고 들었습니다. 2004년 당시 참여연대 간사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당시 시민단체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시민사회 역량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지원했어요. 제가 학생운동을 거치지 않은 비운동권 출신 참여연대 간사 1세대이기도 합니다.(웃음) 원래는 재벌감시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반부패 사업 부서로 배치돼서 조금 실망했었어요. 근데 1년도 안 돼서 다시 재벌감시 부서로 배정됐어요. 그래서 정말 기뻤는데, 참여연대 인력 구조 상 재벌감시 한 분야 일만 할 수 없었고 절반은 조세개혁 분야의 일을 맡아야 했죠. 처음엔 하기 싫었는데, 하다 보니 조세 재정 분야에 엄청 큰 매력을 느꼈어요. 억지로 시작한 일이 제 전문 영역이 됐네요.

– 참여연대를 그만두고 잠깐 농사를 지은 적도 있다고요?

당시엔 개념도 생소했던 스마트팜 같은 것을 구상하고 있었어요. 본격적으로 스마트팜을 하기 전에 일 년 정도는 전통 농법으로 농사지으면서 한번 배워보겠다는 계획이었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거름 옮기고 트랙터로 땅을 갈고 하는 활동 자체가 재밌더라고요. 그러다가 국회에서 보좌관으로 일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잠깐 일하다가 다시 (농장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농장주가 떠난 농장에 발생하는 손해를 도저히 메울 수가 없어서 결국 처분했습니다.(웃음)

– 스마트팜을 포기하고(?) 이후로는 예산감시 분야에만 매진해오셨어요.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경제와 재정 쪽의 전문성을 지닌 활동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를 바꾸는 일은 정치인이나 언론인, 또는 학자나 시민사회 어느 한쪽만 주도해서 되는 게 아니죠. 각각의 역할들이 하나하나 다 연결돼서 사회를 바꾸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학자가 논문 등을 통해 이론을 만들면, 기자나 시민사회가 이슈화시키고 정치인이 법안을 바꾸면서 사회는 변화하죠.

그런데 학자와 기자, 시민사회 사이에 빈 공간이 지나치게 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정 분야는 특히 그렇고요. 여성, 환경, 교육 분야는 학자 못지않게 전문성을 가진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꽤 있어요. 하지만 예산, 재정 분야에는 전문성을 가진 기자나 활동가가 많지 않거든요.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 비어있는 공간에서 제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재정이나 예산 분야 전문성을 갖춘 활동가가 되려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나요? 수학을 잘해야 하나요?

일단 수학이 필요 없는 건 확실하고요.(웃음) 대신 뭔가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경제학이나 재정학, 행정학 분야의 전문성이 있으면 좋습니다. 회계와 세법을 알면 더욱 좋고요. 재정 쪽은 굉장히 다양한 학제를 필요로 해요. 경제적 관점뿐 아니라 행정적 관점, 정치적 관점에서도 (예산을) 볼 줄 알아야 하거든요. 이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잘 없다 보니 기획재정부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정치, 경제, 행정을 다 아우르는 학자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전문가 그룹과 시민운동, 언론 그 사이를 잇는 전문성을 지닌 활동가들이 많이 필요해요.

– 10월 말 2023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예정돼 있어요. 시민들이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현재 예산이나 재정에 대한 담론이 너무나 이분법적이에요. ‘증세냐 감세냐’, ‘확대 재정이나 긴축 재정이냐’ 처럼요.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가치 판단만 기준으로 놓고 싸우는 저차원적인 논쟁이 제일 가슴 아픈데요. 문재인 정부는 확장 재정이고 윤석열 정부는 긴축 재정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이것도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고요.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무척 많은 거짓말들이 있는데 꼭 이번 정부만의 거짓말이라고 보기도 어렵거든요. 윤석열 정부는 감세를 했습니다. 그런데 감세 효과가 얼마인지 정확히 산출하지도 않아요. 정부가 말하는 세수증가율도 오류이며, 지출 구조조정을 했다고 하지만 그 실체가 무엇인지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요.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판단과 주장 이전에, 현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상민 회원·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사진2
이상민 회원·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장은혜

“예산은 결국
자원의 배분을 협상과 토론을 통해
합의하는 ‘정치’의 영역이에요.”

– 칼럼이나 강좌를 통해 나라 예산에 대한 시민 이해를 돕는 역할도 하고 있어요. 나라 예산에 대해 시민의 관심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산은 결국 자원의 배분을 협상과 토론을 통해 합의하는 ‘정치’의 영역이에요. 가령 우리나라 전체 예산 608조 가운데 복지에 200조 원이 가고 있다면, 200조가 배분된다는 건 어떠한 의미인지 혹은 200조가 좋은지 300조가 좋은지 등을 가늠해야 하는데, 이건 전문가가 결정하는 영역이 아니거든요. 결국은 정치적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거죠. 올바른 정치적 합의를 구하려면 현황 파악이 선행되어야 하고요. 그 현황 파악을 제대로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파악된 현실을 두고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나 언론이 시민과 접촉해서 같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죠. 예산은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정치’입니다.

– 앞으로 활동에 목표나 비전이 있다면요?

그냥 지금처럼 특별한 목표 없이 평생 실무를 하고 싶어요.(웃음) 실무는 안 하면서 결정만 하는 ‘꼰대’가 되고 싶지 않아서요. 원 데이터를 들여다보지 않고 실무자가 정리해온 보고서만 보면 데이터를 정리한 사람의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거든요. 하지만 정돈되지 않은 데이터를 보면 그때그때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전에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프레임이 보이기도 하죠. 그날 나온 예산안을 바로바로 분석하고 엑셀에 일일이 숫자를 넣으면서 수작업하고, 그렇게 자료 자체를 직접 들여다보는 실무를 60~70대가 되어서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가끔 참여연대 간사들을 위해 간식도 보낸다던데 이상민 회원에게 참여연대란?

참여연대는 씨 뿌리기 작업을 많이 하는 곳이에요.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티 안 나는 그런 일을 묵묵히 하는 곳이죠. 요즘엔 시민사회 네트워킹에도 실무를 많이 투여하는데 그걸 또 엄청 잘해내요. 그래서 저에게 참여연대란 ‘실무 능력이 뛰어난 집단’ 입니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힘이 있는 것 같다. 팩트 체커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이상민 회원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은주
사진 장은혜
녹취 조연우

이상민 연구원이 진행하는 아카데미느티나무 강좌 <나라예산 감시학교>가 개강합니다. 국가 예산이 결정되는 과정과 구성을 익히고, 분야별 예산 사용의 적정성을 살펴보고 시민이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함께 분석해봅니다. 버튼을 눌러 온라인 강좌를 신청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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