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24년 04월 2024-03-27   2517

[회원 인터뷰] 참여연대는 르완다 커피 같아요

이상호 회원 ©박상환

참여연대는 선물을 참 많이 받는다. 전자제품이나 사무용품은 물론이고 여름엔 아이스크림, 겨울엔 핫팩, 명절에는 과일에 떡까지 다양한 물품 후원이 들어온다. 덕분에 참여연대 활동가들은 ‘현물 복지’ 혜택을 톡톡히 누린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물품 후원을 ‘날개’라고 부른다. 여러 시민의 물품 후원이 참여연대 활동에 날개를 달아준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날개를 통해 참여연대 활동가들에게 ‘별다방’보다 친숙해진 커피가 있다. 회원송년회·정기총회 등 굵직굵직한 행사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1킬로커피’다. 알록달록한 포장의 다양한 드립백 제품이 들어있는 커피 세트는 활동가들은 물론 회원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되었다.

향긋한 커피를 보내준 주인공은 바로 ‘1킬로커피’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는 이상호 ㈜카페예 대표. 그는 2012년부터 참여연대와 함께 해온 회원이기도 하다.

한때 믹스커피만 마셨다는 이상호 회원은 어쩌다 커피의 세계에 발을 들였을까? 어떻게 참여연대에 커피로 날개를 달아주게 되었을까? 햇볕이 따뜻한 봄날, 인터뷰 내내 자신은 참여연대에 별로 기여한 것이 없다며 쑥스러워하는 이상호 회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증권회사에 다녔는데, 그게 적성에 안 맞았어요.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더 역동적으로 일하고 싶더라고요. 5~6년 다니다가 결국 사표를 썼죠. 그 뒤에 여러 가지 일을 했는데, 어느 날 친한 친구가 “커피 사업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친구는 커피 업계에서 오래 일했지만 사실 저는 그때까지 주로 믹스커피를 마셨어요. 커피는 다 쓴맛이라고만 생각했죠. 그런데 친구를 따라다니면서 공부를 해보니까 커피마다 맛이 다 다른 거예요. 원두에 따라서도 다르고 추출이나 가공 방식에 따라서도 다르고. 그게 재미있었죠.

사업을 시작하면서는 프랜차이즈 카페 말고 개인이 하는 카페에 많이 다녔어요. 우리 제품 한번 써보시라고 영업도 하고, 카페 사장님들과 이야기하면서 어떤 제품이 필요한지도 듣고. 그것도 다 공부죠.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어요. 그래서 1~2㎏짜리 커피를 샘플로 나눠줬어요. 그 정도 양이면 카페에서 쉽게 버리지 못하고 마셔보잖아요. 그러면서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요, 수요가 점점 많아지면서 온라인쇼핑몰도 열게 됐고요.

이 사업을 하면서 제가 바뀐 게 많아요. 갑갑한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벗고 편하게 옷을 입으니까 생각이 자유로워지고요. 또 카페 사장님부터 업계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니까 제 세계도 더 넓어지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이 일이 참 잘 맞아요. 그런 재미가 있으니까 힘들어도 사업을 계속하는 거죠.

사실은 지금이 제일 어려운 시기예요. 쇼핑몰 회원들이 주로 카페 사장님인데 가게 문을 닫는 분들이 많아요. 경기가 너무 안 좋으니까 손님도 안 오는 거죠. 게다가 요즘에는 규모 있고 유명한 커피 업체들이 자사 온라인쇼핑몰을 만드는 추세인데, 아무래도 ‘1킬로커피’ 같은 중소기업은 최신 기법의 마케팅을 펼치기가 쉽지 않죠.

제품을 오픈마켓1에도 납품하는데요. 수수료는 물론이고 물류비나 광고비까지 부담해야 해요. 오픈마켓이 광고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출이 일정 수준으로 나와야 다음 달에도 발주가 되니까 광고를 안 할 수가 없죠. 또 주문을 확인하기 위해서 오픈마켓 시스템에 접속해서 판매 통계 등을 보는데, 그 시스템을 이용하는 데도 돈을 내야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은 이해가 안 돼요.

모든 음식이 그렇듯이 커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재료인 원두입니다. 원두가 시원찮으면 어떻게 가공하고 추출해도 맛이 없어요. 그리고 원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산지를 제대로 알아야죠. 페루, 콜롬비아, 우간다, 케냐,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참 많이도 다녔네요. 남들 안 가본 곳에 그렇게 다녀본 것도 행복이에요. 커피 아니었으면 제가 갈 일이 뭐가 있었겠어요?

그렇게 여러 나라를 다니다 보면 생산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부분들을 알게 돼요. 그러면서 에티오피아에서 학교 짓는 사업을 하고, 농부들에게 더 도움이 되도록 공정무역3 제품도 만들고. 르완다도 그렇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르완다에 대해서 전혀 몰랐어요. 그게 나라 이름인지도 모를 정도였죠.(웃음) 르완다에 갔다가 집단학살 사건을 알게 됐어요. 약 3개월 동안 무려 100만 명이 죽었더라고요. 친구를 죽이고 친척을 죽이고….

그 슬픈 역사를 보면서 저는 한국이 생각났어요. 한국에서도 제주 4.3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르완다에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뭘 대단하게 후원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행사에 참여해서 선물을 나눠드리는 정도입니다.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생산지 국가가 안정적이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요.

이유랄 게 어디 있어요? 내가 만든 커피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나눠 먹는 건데요. 게다가 여러 사람이 커피 맛있다고 말씀해 주시면 그만큼 좋은 홍보가 어디 있겠어요? 오히려 제가 고마워야 하는 거죠. 그리고 저는 참여연대뿐만 아니라 우리 직원들에게도 참 고마워요. 하나하나 제품을 포장하고 발송하는 실무는 제가 아니라 직원들이 하거든요. 어떤 직원은 참여연대가 어떤 곳인지 몰라서 저에게 물어보기도 해요. 알려주면 포장 하나도 더 정성껏 해줍니다.

이상호 회원 ©박상환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참여연대는 설립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삶이 바쁘다 보니 방관자로 지냈어요. 그러다가 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고민하게 됐고 작게나마 참여연대 후원을 시작한 거죠. 여러 좋은 시민단체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참여연대는 전문성이 돋보였어요. 회계사·변호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하고 있어서 믿음이 갔습니다. 또 장기적으로 다음 세대의 시민사회 리더를 만드는 역할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고요.

가입하고도 처음에는 별로 활동을 안 했는데, 나중에 참여연대 정기총회도 나가게 되고, 성남·용인·광주 지역 회원모임도 참여하게 되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게 좋더라고요. 세상이 좋아지길 바라는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니까요. 참여연대를 통해서 제가 많이 배웁니다. 저는 제 삶에서 한정된 영역밖에 못 보잖아요. 작은 후원으로 제가 얻는 자양분이 참 많아요. 맛있게 얻어먹고 있습니다.(웃음)

6~7명이 함께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친목도 다지는 모임이었어요. 저는 카메라도 아니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곤 했어요. 회원마다 좋아하는 사진이 달랐는데, 저는 패턴을 찍는 걸 좋아했죠. 지금도 출장을 다니다 보면 각 나라의 고유한 문양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아프리카는 나라나 부족마다 문양이 다 다르거든요. 나중에 사업이 안정되고 세상도 안정되면, 사진 찍고 그림 그리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아유, 지금 하는 일만 해도 벅찰 텐데 뭘 더 하려고.(웃음). 지금도 잘하고 있어요. 제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지, 제 역할도 다 못 하면서 참여연대에 뭘 이래라저래라하겠어요?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웃음) 참여연대는 저에게 르완다 커피 같아요. 저에게는 특별히 애정이 가는 커피이기도 하고요. 르완다 원두로 만드는 드립백 제품 이름이 ‘천 개의 언덕’이에요. 르완다에 진짜로 언덕이 많아서 지은 이름인데요. 저는 참여연대와 함께 천 개의 언덕을 어깨 걸고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1. 인터넷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를 직접 연결하여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곳.
    ↩︎
  2. 1994년 르완다 내전 중에 벌어진 후투족에 의한 투치족 집단학살 사건을 추모하는 행사. ‘키부카’는 르완다어로 ‘기억하다’라는 뜻이며, 매년 4월 7일 피해자를 추모하는 ‘키부카’가 열린다.
    ↩︎
  3. 경제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불공정 무역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부의 편중, 환경파괴, 노동력 착취, 인권침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두된 무역형태이자 사회운동. ↩︎

글 박효원 / 사진 박상환 작가 / 녹취 조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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