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매일 날씨 얘기를 나눈다. 최근 날씨가 이상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상하다’는 것은 예전에 알고 있던 사실이나 경험과 다르다는 의미이다. 기후위기에 관심이 없어도 과거와 달라진 날씨를 경험하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2024년이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역대급 더위를 앞두고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가 짚고 있는 기후위기의 본질을 살펴보자. 기후변화는 생태를 파괴한다. 인류세1에서 기후와 생태는 운명공동체이다. 지난 몇 년간 대규모 산불로 산림이 망가지고 수많은 동물이 죽었다. 기후위기는 생태위기라는 복합 위기를 만들어냈다. 기후변화는 인권 역시 파괴한다. 홍수, 산사태 등으로 살던 집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세계적으로 기후난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1978년부터 지난 40여 년간 기후재난으로 전 세계에서 연평균 6만 명이 사망했다. 이 책에서는 기후-생태, 인권의 위기 그리고 사회·경제적 불평등, 젠더, 전쟁 등 분리된 것 같은 영역들이 실은 유기적으로 얽혀있음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환경 이슈는 주로 과학이나 기술의 영역에 국한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는 인권 관점에서 이를 다룬다. 인간을 지켜야 지구를 지킬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기후위기의 주범은 인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짜 범인은 인간 존재 자체가 아니라 자연을 사물화·상품화하는 경제성장주의 시스템일 것이며, 인간도 이 사회에 속하기에 불평등과 재난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존재일 것이다. 인간 억압과 자연 착취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저자는 인권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가 모여서 만들어진 권리’라 설파한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후위기를 경험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모여야 한다. 우리는 모두 이 위기의 당사자이다. 아등바등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기후-생태 위기는 흐릿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멀쩡한 건물을 부술 때, 자연이 살아 숨 쉬는 흙바닥을 콘크리트가 덮을 때 지구를 지키자는 아우성을 쳐보자. 비록 보이지 않는 곳이라 할지라도 들리지 않을 수 있더라도, 나는 지구에 사니까. 살아갈 거니까.
- 인류가 지질과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 제안된 새로운 지질 시대의 구분 중 하나. ↩︎
글 안미향 권력감시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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