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24년 11월 2024-11-04   12121

[참여연대사전] 의료급여 정률제, 가난한 사람들 병원 가지 말라는 게 ‘약자 복지’?

생활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국민의 의료문제를 국가가 보장하는 공공부조제도로서 건강보험과 함께 국민의료보장의 중요한 수단이 되는 사회보장제도이다. 최근 정부는 의료급여 본인부담체계 개편안을 발표하며, 외래 이용시 부과하는 본인부담금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정액제는 진료 건당 일정액만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것이고, 정률제란 진료비의 일정 비율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2. 공공부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이 어려운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

지난 7월 25일, 정부는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을 발표하면서 갑작스럽게 의료급여 본인부담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비용의식 약화로 인한 과다 의료이용의 경향을 막고, 합리적인 의료이용을 도모하기 위해 외래 이용 시 부과하는 본인부담금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의료급여는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을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로써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의한 ‘급여’대상 항목의 의료비 지원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급여 1종 수급자는 외래진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마다 의원은 1,000원, 병원과 종합병원은 1,500원, 상급종합병원은 2,000원, 약국은 500원을 정액으로 부담해왔다. 그런데 정부안대로 의료급여를 정률제로 바꾸게 될 경우 의원은 4%, 병원과 종합병원은 6%, 상급종합병원은 8%, 약국은 2%를 부담하게 된다.

이 같은 정부의 의료급여 개편안은 빈곤층의 의료이용이 과다하다는 잘못된 인식에 기반한다. 정부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의료이용 과다에 대한 근거로 의료급여 수급자와 건강보험 가입자의 1인당 진료비와 외래 일수를 제시했는데 이는 건강보험 가입자와 비교해 고령화율, 만성질환율, 장애보유율 등이 높은 의료급여 수급자의 특성상 병원 이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현재도 선지출할 비용이 없거나 비급여로 인해서 의료이용을 포기하는 ‘미충족 의료’를 건강보험 가입자에 비해 높은 비율로 경험하고 있다.

의료급여 정률제가 시행될 경우 병원을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수급자들은 치료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생계비로 힘들게 생활하는 상황에서 ‘아프거나 굶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되는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큰 것이다.

실제로 의료급여 정률제 개편안이 발표된 직후 기초법공동행동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예측할 수 없는 비용에 대한 걱정으로 병원 이용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답변과 ‘어쩔 수 없이 치료받아야 하기에 생활비를 줄이게 될 것’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정부의 의료급여 개편안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정률제 개편 시 본인부담이 증가하는 대상자 규모와 그 비용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정책을 굳이 도입하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의료급여 재정안정성을 위협할만한 의료비 지출의 급증 추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책을 내놓는 이유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정부는 본인부담이 최대 5만원을 넘지 않도록 운영할 것이라고 하지만 사후지급이라는 점, 가용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수급자에게는 의료접근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이번 의료급여 개편안은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강화하는 안이다. 의료급여제도가 수급자의 건강보호와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에는 무관심한 채 비용지출 통제에 치우쳐 운영해온 것이 진짜 문제이다. 의료급여제도는 수급자들의 높은 미충족 의료 경험 문제를 해결하고 제도에 내재된 차별적 요소들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주요 정책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약자 복지’를 연일 선전하는 정부는 어디에 있는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별 지원대상의 선정기준이자 가난한 이들의 생계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기준인 기준중위소득을 경제상황과 세수부족을 이유로 낮은 수준으로 결정하더니 이것도 부족해 가난한 이들의 건강권을 외면하겠다는 것인가? 억지스러운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글 전은경 사회복지위원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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