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9월 2005-09-01   726

정기국회의 새로운 변수, X파일

2005 정기국회 쟁점과 전망

9월 1일, 2005년도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일정을 보면 16일까지는 상임위 법안심사가 진행되고 추석 연휴 이후에는 약 3주간 국정감사가 열린다. 10월 중순부터는 정부 시정연설, 교섭단체 대표연설, 5일 간의 대정부 질문이 이어진다. 그 이후에는 예산안 심사를 중심으로 법안심사가 병행되는 형태로 12월까지 100일간의 일정이 잡혀있다.

산적한 이슈 속에 개혁전망은 불투명

이번 정기국회는 시기적으로 노무현 대통령 임기의 절반을 넘어선다는 점과 10월 26일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개혁성을 상실하고 개혁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정부여당이 중간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신들의 말과는 달리 본격적인 보수화로 접어든 집권 열린우리당, 4·30 재보궐 선거 이후 정치적으로 완전히 복권된 원조보수 한나라당, 이 양당이 주도하는 정기국회이기에 개혁 추진에 대한 기대를 갖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편, 이번만큼 다채로운 쟁점이 예상되는 정기회도 흔치 않을 듯 싶다. 우선, 이미 정국의 핵심 사안으로 부상한 X파일 사건이 몰고 올 파장이다. 이 사건의 본질에 해당하는 ‘정보기관에 의한 불법 도청’과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의 문제는 정기국회 내내 뜨거운 쟁점으로 다뤄질 것이다. 불법도청문제는 국정원, 정보통신부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정보위원회나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등에서 국정감사의 최대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의 3세 승계와 관련되어 있어 주목받고 있는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 문제도 덩달아 주요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도청테이프 내용공개 및 수사와 관련하여 특별법 제정, 특별검사제 도입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가열될 것이다. 일부 검사들이 삼성그룹에 의해 관리되어왔으며 이 때문에 삼성그룹의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검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 수사를 전담할 상설적인 특검기구를 만들자는 주장이 전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공직부패수사처 논의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만약 274개의 불법도청테이프 내용이 공개된다면 그 파괴력은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이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대연정과 선거법 개정, 권력구조 개편과 개헌론 등이 잠복해 있다. 다만, 이 문제는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 그다지 관심을 갖고 있는 세력이 없어 대통령이 애쓰는 만큼 중요한 의제로 부상할 지는 미지수이다. 또한 1년 간 미뤄두었던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 여기에 국가범죄의 공소시효를 배제하자는 노무현대통령의 발언으로 또다시 과거사청산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6월 임시국회에서 넘어온 쌀 협상 비준안, 자이툰 부대 이라크 파병 연장동의안 역시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가 커 쉽게 타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6자 회담, 8·15 민족대축전 이후의 남북관계에 대응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사회경제정책에서도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다. 올해 최대 쟁점인 부동산 후속대책의 입법과정이 예상된다. 비정규직 관련법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국회에 남아 있다, 국민연금제도 개선, 기초연금제 도입 등 연금제도개혁 역시 커다란 쟁점이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들의 도입이 몰고 올 파장에 비해 사회·정치적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쟁점은 많고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한데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후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사회 양극화 문제에 팔 걷어 부치는 시민사회

이렇듯 이번 정기회에 등장할 이슈들은 그 규모나 가짓수로 볼 때 엄청나다. 국정감사 등을 통해 또 어떤 충격적인 사안들이 등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칫 잘못하면 터져 나오는 이슈를 쫓다가 정기국회 100일이 훌쩍 지나가 버릴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이슈, 산적한 현안을 꿰뚫는 전략이 필요하다. 개별 시민사회단체들이 각자의 개혁과제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사회적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힘을 모으고 의제를 선도해나가며 퇴색해가는 개혁의 흐름을 되돌려 놓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X파일문제를 중심으로 정-경-검-언의 검은 유착관계를 철저히 파헤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 공세가 필요하다. 특히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에 대한 수사를 어떻게든 비껴가려는 검찰을 비판하고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미 국민적 의혹이 커진 상황에서 안기부시절 뿐만 아니라 국정원, 그리고 그 이전 중앙정보부 시절까지 불법도청 등 정치공작의 실체를 제대로 규명해서 다시는 정보기관에 의해 불법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X파일 사건은 권력기관의 유착을 바로잡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충 덮고 넘어갈 수 없는 문제인 것이 분명하다. 100개가 넘는 단체들이 X파일 공대위를 구성한 만큼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정기회에 특히 힘을 쏟아야 할 과제로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꼽고 있다. 이미 양대 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양극화 해소와 사회통합, 사회경제구조개혁을 위한 국민운동을 펼치기로 합의하고 기구 구성 논의에 들어간 상태이므로 곧 연대기구가 구성될 전망이다.

노동시장 양극화, 근로빈곤층의 확산, 소득격차 확대, 사회적 빈곤의 확산 등 구제금융사태 이후 나타난 양극화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더욱이 현 정부 들어 의료, 교육, 보육 등 복지서비스 영역의 산업·시장화를 시도하는 등 신자유주의적인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노동정책 또한 사회통합적 노동정책과는 거리가 먼 노동배제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 재벌개혁, 중소기업 지원은 말뿐이며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집단소송제 유예, 과거 분식 감리 면제, 금산법 개정 추진 등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개발정책 남발에 따른 전국적인 토지, 주택 가격의 폭등은 국민생활에 직접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비정규법 등 개별 쟁점에 대한 대책만이 아니라 민중운동진영과 시민사회운동진영이 중장기적 사회경제 구조개혁의 기조를 공유하고 이를 국민운동으로 발전시켜나가기로 뜻을 모은 것은 중대한 의미가 있다.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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