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4월 2007-03-29   2159

민생은 무엇인가?

경제는 성장하고, 국민소득도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먹고사는 일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늘어나는 교육비, 올라가는 집값으로 가계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약탈적인 고리대금 등 범죄적 경제행위로 서민의 시름은 더욱 깊어간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국형 민생문제라고 할 수 있는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등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비용에 과도한 가계부담을 안고 살아간다. 이런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민생개혁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저지하는 민생의 적은 누구인지, 풍요롭고 생태적인 복지사회를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자. 편집자주

언제부터인가 정치인들이 입만 열었다 하면 ‘민생’을 외치기 시작했다. 특히 민생을 가장 크게 외치고 있는 것은 ‘보수’를 대표하는 한나라당이다. 이렇게 된 바탕에는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민생에 실패했다는 정치적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다시 말해서 한나라당은 정말로 민생을 개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을 비판하기 위한 정략으로 민생을 전면에 내걸고 있는 것이다.

민주개혁 없이 민생도 없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민생에 실패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까닭은 무엇보다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한나라당 흉내내기, 곧 한나라당과 ‘보수화 경쟁’을 펼친 데서 찾을 수 있다. 한나라당이 강력히 옹호하는 지주와 투기꾼과 개발업자의 이익에 맞서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주거권을 강력히 옹호하는 주택정책을 펼쳤어야 했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민주개혁의 길을 똑바로 걸었어야 했다.

그러나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분양원가공개를 거부했고,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더욱 더 강력한 개발주의 정책을 강행했다. 이렇게 해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개발과 투기의 광풍이 온 나라를 휩쓸게 만들었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기대는 빠르게 환멸감과 배신감으로 바뀌었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몰락은 민주개혁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당연한 결과이다. 민주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고 대다수 국민의 민생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은 없다. 대다수 국민의 민생을 위협하는 특권층의 문제는 여전히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민주개혁의 중요성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서 무능했고, 이것은 결국 민생을 개선하지 못하는 무능으로 이어졌다.

민생은 정략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실 ‘인민의 생명’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생은 사람답게 살기 위한 기초

‘민생’이란 무엇인가? 사전에서는 ‘민생’의 뜻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쪾 국어 1.국민의 생활, 2.일반 국민. 생민(生民).

쪾 영어 1.the livelihood of the people[nation], 2.public welfare

쪾 일어 1.民の生活, 2.民の生計

출처 : 다음 사전

각 국의 사전은 민생을 이렇듯 사람들의 생활이나 생계로 정의하고 있다.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기초가 바로 민생인 것이다. 이처럼 소중한 것을 정략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사람들이 과연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양극화 두고 7% 성장한들 민생은 도탄

한나라당이 민생을 정략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많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주택법 개정 반대이다. 과도한 주거비는 한국인의 목에 걸린 커다란 맷돌과 같다. 지상의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대다수 사람들이 오랫동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그렇게 해도 결국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을 갖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떠나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난 20년 사이에 주택 보급률은 106%로 엄청나게 늘었지만, 자가 보유율은 70%대에서 50%대로 급락했다. 한국의 주택정책은 이미 오래 전에 일방적 공급중심정책에서 올바른 수요중심정책으로 바뀌었어야 했다. 가난한 사람들도 주거권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옮겨갔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한나라당의 책임이 단연 크다. 한나라당은 여전히 일방적 공급중심정책을 옹호한다. 대다수 국민이 아니라 극소수 투기꾼과 건설업체를 위한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당이 민생을 외치는 것은 그야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민생을 더욱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정당의 대통령 예비후보들이 7% 성장을 외치고 나서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7% 성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경제성장과 수출증대가 해결사는 아니라는 사실을 아주 잘 보여주었다. 제 아무리 경제성장과 수출증대가 이루어지더라도 양극화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주거와 교육의 양 면에서 민생을 위한 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않는다면, 7%가 아니라 70%의 경제성장과 수출증대를 이루더라도 민생은 더 어려워지고 말 것이다. 더군다나 ‘한반도 대운하’와 같은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7% 성장을 이루고자 한다면, 국토마저 처참하게 파괴되어 민생은 말 그대로 도탄에 빠지게 될 것이다.

민생 잘 돌보면서 생태적 복지국가로

지금 정말로 중요한 것은 민생을 올바로 이해하고 올바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전의 풀이로 다시 돌아가 보자. 민생의 주체를 국어사전은 ‘국민’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영어는 ‘피플’, 일어는 그냥 ‘민(民)’으로 설명하고 있다. 영어나 일어는 민생이 특권층이나 부유층이 아닌 중산층 이하 서민층의 삶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말이라는 사실을 좀 더 잘 보여준다. 그렇다. 민생은 중산층 이하 서민층의 삶을 뜻한다. 민생을 위한다는 것은 특권층이나 부유층이 아니라 중산층 이하 서민층을 위한다는 뜻이다. 특권층과 부유층을 위하면서 민생을 외치는 것은 거짓이다.

여기서 영어사전의 풀이에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영어사전에서는 민생의 뜻으로 ‘공공 복지’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 ‘선진국’에서 민생은 중산층 이하 서민층의 삶을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공공복지’를 뜻하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이런 사실을 똑바로 알고 민생을 외쳐야 한다. 특히 민생을 외치며 반민생정책을 강행하는 한나라당은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 불필요한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탕진되는 정부 재정만 복지재정으로 돌리더라도 우리는 ‘공공복지’를 크게 강화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선진국’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이 그것이다. 그러나 특권층과 부유층의 거센 반발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서구가 잘 보여주듯이 ‘선진국’이란 바로 ‘복지국가’를 뜻한다. 그리고 그것이 ‘선진국’인 까닭은 민생을 잘 돌보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복지국가’는 생태위기에 맞서서 ‘생태적 복지국가’로 발전하고 있다. 이 목표를 향해 민주개혁은 계속 나아가야 한다.

홍성태「참여사회」 편집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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