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세계에서 가장 머리가 좋고 세계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는 의혹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유대인들이다. 흔히 유대인은 억압과 차별 속에 살았고 그것을 이겨낸 의지의 민족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한 로마인들 때문에 하느님이 주신 젖과 꿀이 흐르는 팔레스타인 땅에서 쫓겨나게 되었고 그 때부터 나라를 잃은 유랑 민족으로 불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대인이 로마시대 종교적 박해를 피해 각지를 떠돌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스라엘이 현재 영토를 차지하고 건국의 정당성을 강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신화일 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대인은 팔레스타인 땅에서 쫓겨난 적이 없다. 나라를 잃었다는 것도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기원전 8∼6세기경에 멸망했다고 볼 수 있다. 다윗과 솔로몬 왕국이 남북으로 분열된 뒤, 북쪽의 이스라엘 왕국은 기원전 8세기에 아시리아에게 정복당했고, 남쪽 유대 왕국도 6세기에 바빌로니아에 정복당했다. 이때 유대인이 바빌론에 대거 끌려간 것을 가리켜 바빌론 유수라고 한다. 나라가 망한 이후에야 유대인은 민족의식에 눈을 떠 유대교 교단을 확립하고, 비로소 그들의 종교적 체계를 위해 성경을 쓰고 공동체를 만들었다. 그래서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로마에 대한 반란을 시작한 것이다. 종교 탄압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로마는 종교에 관대한 다신교 국가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들은 페니키아인처럼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페니키아인은 진출이라고 하는데 유대인을 이것을 디아스포라Diaspora, 즉 ‘분산’이라고 한다. 다분히 의도된 표현이다. 이런 해외 진출 사례 중 하나가 알렉산드리아다. 예수가 태어나기 전에 로마제국에는 유대인이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었는데, 지중해 최대 도시 알렉산드리아의 인구 2백만 명 중 40%가 유대인이었다. 따라서 비슷한 수의 그리스 이주민들과 항상 분쟁을 일으켜 로마 군대가 진압하고는 했다. 전체적으로 팔레스타인 바깥에 사는 유대인 수는 대략 500만에 이르러 팔레스타인 땅에 사는 유대인보다 많았다. 그러므로 이미 유대인은 로마에 의한 디아스포라 이전에 여러 가지 이유로 해외에 진출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땅에도 다양한 인종이 거주하고 있었다. 예루살렘에서 유대인이 쫓겨날 때 이미 유대인의 중심지는 바뀌어 있었다. 굳이 쫓겨났다고 이야기한다면 예루살렘에서 밀려난 것을 과장한 것이다.
2천여 년이 흐른 뒤 유대 국가 건설을 위한 시온주의 운동이 발생했을 때 이스라엘은 우간다나 아르헨티나도 건국 후보지로 검토했다. 처음부터 팔레스타인을 고집하지도 않았다. 유대인들은 공동체 터전을 갈망했던 것이다.
유대인은 누구인가?
유대인이라는 관념은 원래 종교적인 기준이다. 혈연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서구에서 종교적 차별을 인종적 차별로 개념을 바꿔버렸다. 이 애매함 때문에 히틀러의 나치는 뉘른베르크법을 만들어 유대인을 규정하고 차별 기준을 따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나치의 원칙 상 당연히 종교로서의 유대인이 아니라 인종적인 유대인을 기준으로 했다. 역설적인 것은 이스라엘 건국 당시 이스라엘 정부는 따로 유대인을 정의할 수가 없어서, 탄압의 규정이던 뉘른베르크법에서 유대인의 정체성 기준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그것을 기준으로 국적법과 귀환법을 만들었으니 나치의 차별 개념이 유대민족주의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나치와 유대민족주의는 결국 같은 이익을 공유한 셈이 된다.
유대인 탄압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다. 구미 기독교 세계 이외에 어느 곳도 일관된 탄압은 없었다. 항상 차별하고 내쫓는 곳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대인 공동체는 중국, 아프리카 등에도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슬람 지역에서는 적극적으로 보호를 받기도 했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종교적 동질감이 있었던 데다가 주요한 납세자였기 때문이다. 유럽은 예수를 죽인 민족이라 하여 천대했지만 유대교와 기독교 내용을 혼합한 이슬람교에서는 유대인은 약간 차이가 있는 교인들에 불과했기 때문에 활동도 자유로웠다. 유럽을 강타한 오스만투르크 재상이 유대인일 정도였다. 십자군 전쟁 때에도 기독교도인 십자군들이 예루살렘 등지에서 유대인을 집단 학살하자 유대인들이 살라딘 등 이슬람 세력을 환영하기까지 했다. 역설적으로 현재의 유대인들은 자신들을 가장 탄압한 서구와 함께 자신에게 우호적이었던 민족들을 괴롭히면서 군림하고 있는 셈이다.
만들어진 신화를 억압의 구실로
대부분의 유대인들이 떠난 팔레스타인 땅에는 유대인이 계속 살고 있었다. 시오니즘이 생기기 전인 1880년대에도 전체 주민 50만 명 중 5만 명 정도가 유대인이었다. 2천 년 동안 계속 살아왔으니 쫓겨나지 않은 셈이다. 그리고 이후 서구에서 시오니즘이 강력해지면서 이주민이 증가하자 유대인이 많아졌다. 지금도 이스라엘에는 남아 있는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 인구의 10% 정도 된다. 이스라엘은 이들에게 극히 일부의 땅만 주었다. 단순하게 보면 이스라엘 땅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은 2등 국민 취급 당하면서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살아야 할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수천 년 살아온 내 땅에서 나는 계속 살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후원 아래 성장했고 이제는 세계 강국의 반열에 올라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정체성 확인을 위한 유대민족주의와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디아스포라 신화를 다른 민족을 억압하는 명분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도 1%에 대한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적대적 공존을 했던 아랍 독재자들이 무너지면서 유대민족주의는 논리를 잃어가고 있다. 세계는 중동 분쟁 때문에 너무나 오랫동안 불안하다. 이제는 다민족 사회 이스라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만들어진 신화를 벗어나 현실 세계로 빠져 나와야한다. 그래야 답이 보인다.
참고
『갈등의 핵 유태인』, 김종빈 지음, 효형출판, 2001
『잔인한 이스라엘』, 랄프 쇠만 지음, 이광조 옮김, 미세기, 2003
『중동의 역사』, 버나드 루이스 지음, 이희수 옮김, 까치, 1998
『숨겨진 비밀의 역사, 중동 아프리카』, 역사교육자협회 지음, 채정자 옮김, 에신, 1994
『고대 이스라엘의 발명』, 키프 W. 휘틀럼 지음, 김문호 옮김, 이산,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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