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4년 02월 2014-02-07   1437

[특집] 민주당을 대체하려는 신당의 꿈과 현실

특집 정당의 실종

느리고 지겹지만 꼭 이끌어내야 하는 새누리당의 변화 이준석
민주당, 버리는 게 답인가? 이철희
민주당을 대체하려는 신당의 꿈과 현실 이대근
시민정치와 고민을 함께하는 진보정당을 향하여  김만권

 

 

민주당을 대체하려는
신당의 꿈과 현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정치에 대한 실망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아마 정치가 탄생한 이래 늘 있었던 일일 것이다. 어쩌면 실망은 정치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정치가 존재하는 한 실망은 영원히 정치 주변을 배회하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 정치에 대한 실망감은 정치의 운명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매우 심각하다. 집권 세력의 실패 뿐 아니라, 야당의 무기력과 무능이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이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삶에 대한 절망의 표현이기도 하고 희망의 표현이기도 한 것이 바로 안철수 현상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안철수 신당을 통해 희망의 근거를 찾았을까. 불행하게도 안철수 신당에도 실망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물론 기대가 다 꺼진 것은 아니다. 아직은 기대와 실망의 교차로에 서 있다고 할까. 안철수 의원은 최소한 제1야당 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미 노원을 출마로 진보정당의 하나인 정의당과 맞선 바 있고,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연대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정했다. 이는 기존 야당과 그럭저럭 공존하기보다 기존 야당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분명한 의사 표시라고 할 수 있다. 야당과의 협력 대신 대결이라는 험로를 선택한 안철수 신당. 한국 정치 전체를 바꾸거나 민주당을 대신하는 야당으로 우뚝 서는 대역사를 이룰 수 있을까. 아니면 이미 수없이 명멸했던 다른 제3정당의 전철을 밟을까.

 

안철수 신당, ‘정당’이 되려면

 

안 의원은 신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상의 위치, 혹은 전략적 위치를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로 설정하고 있다. 안의원의 지지층이 양당 지지자와 중첩된다는 이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이 정당’ 전략은 양면성이 있다. 기성 정당 혹은 제1야당을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위해서는 그런 위치가 적당하다. 시민들이 이념과 노선의 차이가 크지 않은 세 정당 모두를 선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소한 정당 하나는 선택받지 못할 것이다. 이런 치열한 경쟁 조건에서 신당이 폭발력을 발휘한다면 오른쪽의 새누리당, 왼쪽의 민주당을 동시에 무너뜨릴 수도 있고, 야당만이라도 무력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당이 위력적이지 않다면 양당의 틈새에 낀 정당의 처지를 면하기 어렵다. 그것도 양당의 아류,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각오를 해야 한다. 

 

참여사회 2014-02월호

 

그러면 6월 지방선거는 신당이 이렇게 운명을 건 한 판의 승부를 펼칠 만한 무대로 합당할까. 사실 신당에게 이런 질문은 사치스러운 것이다. 지방선거 참여는 안철수 신당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선거에 소극적으로 임할 경우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떨어질 우려가 있다. 지방선거에서 선전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향후 신당의 추진력이 약화될 수 있다. 신당은 죽으나 사나 지방선거에서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에 놓여있다. 

 

문제는 신당이 기성 정치, 혹은 민주당과 정면 대결을 위한 준비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우선 안의원와 안철수 신당은 정체성이 여전히 흐릿하다. 독립된 정당으로서 뚜렷한 윤곽이 없다. 그는 “어느 한쪽의 이념으로 치우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무이념의 이념, 무노선의 노선을 주장한다. “극단주의와 독단론이 아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정치 공간”을 지향한다. 온건파와 합리파의 정당,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아우르는 정당을 희망한다. 이건 안철수의 이미지와 잘 맞고 따라서 신당의 이미지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듣기 좋은 말’이자 ‘아름다운 언어’일 뿐이다. 그것이 하나의 정당을 대신할 수는 없다. 

 

정당은 정부를 차지하기 위해 특정 이념으로 결집된 집단이다. 모두를 대표하고 모든 가치를 구현하며 모두의 이익을 실현한다는 것은 누구도 대표하지 않고, 어떤 가치도 구현하지 않으며 누구의 이익도 실현하지 못한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정당party은 부분part에서 유래했다. 물론 ‘부분’은 공익을 위한 ‘전체로서의 부분’을 의미한다. 안 의원의 정당에는 이 ‘부분’이 없다. 전체와 구분되지 않다. 너무 포괄적인 그의 정당은 현실세계의 작동 가능한 정당 모습 같아 보이지 않는다. 한국 정치의 문제는 정당이 모두를 대표한다면서 아무도 대표하지 않는 문제로 단순화할 수 있다. 분명한 자기 색깔을 가진 정당이라야 자기가 대변해야 할 세력을 위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다. 그게 바로 한국 정치에 필요한 새 정치의 하나이기도 하다. 

 

‘새 정치’, 무엇을 하겠단 말인가

 

신당의 존재 이유인 새 정치도 구체적이지 않다. 그는 새 정치를 세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는 낡은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이다. 사익 아닌 공익을 추구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둘째는 막말하지 않는 것이다. 셋째는 “어떤 것을 만들어 가겠느냐 하는 것”인데 이는 국민 의견을 수렴해 가면서 보완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러한 국민의 절실한 요구에 가치 있는 삶의 정치로 보답코자 한다”고 말했다. “새 정치의 중요한 부분이 삶의 정치이고 삶의 정치는 기본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정치는 국민이 원하는 정치, 좋은 정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의 정치 비전 혹은 새 정치에 대한 설명 방식은 순환 논법이다. 정치란 생활 정치이고, 생활 정치가 바로 새 정치이고 새 정치는 낡은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이며 이를 위해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것도 설명하지 못하는 동어반복이다. 의미 없는 수사학만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그게 아닐 경우에도 반박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진리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이 높은 추상 수준의 정치 담론은 어떤 구체성을 띠지 못하고 있다. 새 정치는 자신의 정치 비전과 시민의 기대를 잘 반영하는 슬로건이지만 그와 그의 신당 추진세력은 그걸 어떻게 구현할지 잘 모르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안철수 지지자들이 막연한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그가 제시하는 비전에 공감하기 때문에 신당을 지지한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대안 정당의 내용을 채워야 한다. 

 

당 조직 운영에 관해서도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논의 구조, 합리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이란 원칙론에 머물고 있다. 안 의원은 막말하지 않는 것, 반대를 위한 반대 하지 않는 것을 매우 중요한 새 정치 과제로 제시한다. 한국 정치 및 정당 문제의 본질을 막연한 정서와 정치인의 발언 스타일 문제로 환원하는 인상을 준다. 포괄적인 목표, 범위가 넓고 막연한 당 이념과 노선, 개혁을 위한 구체적 대안의 부재는 정치적 태도, 당 운영의 합리성 같은 것으로 채워질 수 없다. 지금 둘 사이는 서로 조응하지 못한 채 어긋나 있다.  

 

신당, 구름에서 내려올 때 

 

신당이 대중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도, 새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추진 동력이 정체되어 있는 것은 과연 현실 정치 세력으로서 뿌리를 내릴 수 있는지 미심쩍은 구석을 적지 않게 남겨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당에 남아 있는 막연한 기대감은 기성 정치,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가져다주는 반사이익의 결과이지 신당이 적극적으로 이루어낸 어떤 성과물의 반영이 아니다. 말하자면 민주당이 변화하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는 동안에만 유지될 수 있는 인기라는 점이다. 이건 그만큼 신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매우 불안정한 토대위에 있다는 걸 뜻한다. 

 

안철수 신당, 이제 구름에서 내려와 땅에 닿아야 한다. 아름다운 언어를 버리고 실제적이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신당이 대체하려는 민주당도 그걸 못했기 때문에 오늘 날과 같은 위기를 맞았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냈다. 경향신문에 이대근 칼럼을 쓰고 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정치, 외교안보에 관한 글을 주로 쓴다. 늘 좋은 정치, 좋은 사회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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