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5일, 서해 최북단 연평도와 백령도, 대청도 주민들은 긴급 대피령에 대피소로 이동하며 놀란 마음을 추스려야 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접경지역 일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남북 대화 채널이 모두 끊긴 가운데, 9.19 군사 합의마저 무력화되어, 지상, 해상, 공중 완충구역이 모두 사라지고 무력 충돌 위험이 매우 높아진 상황입니다.
이에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는 1월 25일(목) 오전 국내 기자 간담회를, 오후에는 외신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여 접경지역 주민이 겪고 있는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를 직접 전하고, 한국 시민사회의 입장과 군사안보 전문가의 진단을 공유하였습니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부를 원합니다. 남북 모두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무력 충돌 방지와 대화 채널 복원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대북 전단 살포는 실제로는 저강도 전쟁 수행의 수단으로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그러나 일부 종교인과 탈북자 단체들은 이를 ‘북한 인권,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고 포장해 왔습니다. 파주를 비롯해 김포, 연천 등 접경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를 넘은 행동을 해왔습니다. 일부 종교인과 탈북자 단체들은 대북 전단 살포가 인권운동이라고 주장하지만, 접경지역 주민들에게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반인권 활동입니다.
(중략) 만약 북한군이 휴전선을 넘어오는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해 대공 사격을 하거나, 심지어 보내는 원점 지역 타격까지 시도한다면 남북 간 교전 상황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 이재희 (경기도 파주시 주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발언 중
우리 철원 지역 농민들을 민통선 군사지역을 넘나들며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군사지역이기 때문에 군사 충돌 같은 비상시에는 긴급히 철수를 요청받거나 영농 활동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예전에 여러 차례 경험이 있었는데 놀라기도 하고 영농 활동에 큰 불편이 발생합니다.
철원에서 그리고 철원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대북 전단, 일명 삐라를 북쪽으로 보내면 우리는 불안하고 긴장하게 됩니다.
우리 전방 지역 주민들은 전쟁의 위험과 그 피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70여 년 전 한국전쟁도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일이 아닙니다. 휴전선에서 서로 여러 차례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을 하며 사전에 긴 시간 동안 여러 징후들이 누적되었습니다.
지금도 남과 북은 여러 군사 훈련이 예전에 비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9.19 군사 합의도 무용지물로 만들고 험악한 경고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민간은 물론이고 정부의 대화 채널까지 모두 닫혔습니다.
요즘 지역을 오가는 군 차량이나 군 이동 병력을 보면 예전과 다르게 어떤 군사작전이 시작되나 하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중략) 정부 당국은 아울러 9.19 군사 합의를 다시 존중하고 대북전단금지법을 다시 개정하여 다시 평화의 길을 개척해 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정부가 군사 대결보다는 평화적인 대화의 길을 찾기를 전방마을에 사는 주민으로서 다시 한번 더 촉구합니다.
– 김용빈 (강원도 철원군 주민, 농민) 발언 중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5도 지역은 남북 접경지역으로 한국전쟁 이후 남북 간의 국지전이 발생한 군사분쟁지역입니다. 1999년, 2002년 1,2차 연평해전이 벌어졌고 2009년 대청해전,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연평도 포격 사건은 한반도에서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분단이라는 현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한 사건입니다. 연평도 포격이 주는 주된 교훈은 남과 북이 군사적 대결만을 추구한다면 서로에게 상처만 남을 뿐이라는 것과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 주민들이라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남과 북이 강대강으로 군사 대결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나마 서해에서 안전핀 역할을 하던 9.19 군사 합의 효력 정지 이후 불안하게나마 유지되던 서해 평화는 더욱 불안해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5일 연평도에 13년 만에 또 다시 대피령이 내려졌고 주민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꼈습니다.(중략) 합동참모본부에서 계획했던 1월 5일부터 7일까지의 서해안 상설 해상사격훈련 계획이 먼저인지 북의 포사격훈련이 먼저인지 저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 또다시 서해5도 주민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제 해상 완충지대가 사라졌고, 서해는 위험지대가 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지금의 정세를 보고 “한반도에 전쟁이 빌드업 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정말 공감되는 말입니다. 서해5도를 비롯한 접경지역 주민에게 최고의 주민 보호 태세는 바로 남과 북의 평화, 한반도 평화, 서해 평화입니다.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지금 당장 군사훈련을 멈추고 9.19 군사 합의를 복원하고 남북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 박태원 (연평도 주민, 어민) 발언 중


기자 간담회 프로그램
- 사회 최은아(6.15남측위원회 사무처장)
- 발언1.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우려 : 이재희 (경기도 파주시 주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 발언2. 군사훈련 확대에 대한 우려 : 김용빈 (강원도 철원군 주민, 농민)
- 발언3. 서해 충돌 위기에 대한 우려 : 박태원 (연평도 주민, 어민) *서해 기상 상황으로 발언문으로 대체
- 발언4. 한반도 군사 위기에 대한 진단 :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군사안보 전공)
- 발언5. 시민사회단체 입장 발표 :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
시민사회단체 입장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특히 서해 일대에서 남북 군사훈련 수위가 높아지며 일촉즉발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북·북미 사이 대화 채널이 모두 끊긴 가운데, 무력 충돌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던 9.19 군사 합의마저 무력화된 결과입니다. 지상, 해상, 공중 완충구역이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우발적인 충돌 위험이 매우 커졌습니다.
현재의 상황은 북한의 군사훈련만으로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1월 초 북방한계선(NLL) 일대 북한의 포사격훈련 이전 한국과 미국의 연합전투사격훈련이 있었고, 한국 육군과 해군의 대대적인 사격과 기동훈련도 진행되었습니다. 북한은 포사격훈련이 한국군 훈련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고, 남한은 이를 ‘도발’이라 간주하고 연평·백령·대청도 주민들을 대피까지 시키며 대응 사격훈련을 감행했습니다.
지난 연말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 관계가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고착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남한은 <2022 국방백서>에서 이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대북 군사적 압박과 적대 정책은 군사적 긴장과 대결만을 격화시켰을 뿐입니다. 서로를 적으로 규정한 채 강대강 대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디에서도 위기 관리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접경 지역 주민들은 위기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기존의 해상 및 지상의 적대행위 중지구역에서 사격 및 훈련 등을 정상적으로 실시해 나갈 것’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군사분계선 일대의 정찰 비행은 2023년 11월 이미 재개되었고, 이제 지상과 해상에서 사격훈련과 야외기동훈련도 재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북방한계선(NLL) 규정을 둘러싼 남북의 이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특히 해상에서의 충돌 가능성이 심각하게 우려됩니다. 군사분계선 5km 내의 사격장들에서 실사격 훈련이 재개된다면, 지상의 국지전 위험도 그만큼 커질 것입니다. 이에 더해 본격적인 대북 전단 살포가 예고되어 있고, 3월에는 대규모 한미연합군사연습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전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70년이 넘는 휴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남북 모두 9.19 군사 합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무력 충돌 방지와 대화 채널 복원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전쟁 불사’를 외치는 정부를 원하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힘에 의한 평화’나 9.19 군사 합의 효력 정지 조치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방식입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라” 원칙은 전쟁을 하자는 선포이지 위기 관리 전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부를 원합니다. 군사 위기는 경제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발적 충돌이 국지전이나 핵전쟁으로 이어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접경 지역에서 무력 충돌 위험을 높일 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군사분계선을 맞대고 있는 남북의 대화와 군사적 신뢰 구축 없이는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절대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정부가 ‘북한 탓’을 멈추고 무력 충돌 예방 대책을 즉각 수립할 것을 촉구합니다. 위험천만한 접경지역 대북 전단 살포 시도도 멈출 것을 촉구합니다.
한반도가 다시 ‘전쟁’과 ‘평화’의 기로에 놓여있습니다.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애써왔던 시민사회단체들은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다시 평화의 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감시하고 끊임없이 중단을 촉구할 것이며, 불안에 휩싸인 접경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활동해 나갈 것입니다.
2024년 1월 25일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
보도자료 (발언문 포함) [원문보기/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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