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하고 있는 퐁니·퐁녓 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Nguyễn Thị Thanh, 65세)과 진실화해위원회의 하미학살 사건 조사 각하 결정에 행정소송을 하고 있는 하미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동명이인, 68세) 이 한국을 방문하여 6월 19일(목) 오전 9시 40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베트남전 진실규명 문제에 한국 정부가 즉각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 베트남 피해생존자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하미마을 응우옌티탄은 “때때로 당시의 일이 꿈에 나타납니다. 한국군이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을 몰아놓고 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집니다. 사람들은 모두 죽고 제 몸에는 수류탄 파편이 박혔으며 저는 혼자 살아남습니다. 꿈에서 깨어나 당시를 생각하면 제 생존이 너무도 기적이었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라며 학살 피해 트라우마의 고통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진실화해위원회를 상대로한 행정소송을 언급하며 “이렇게 소송까지 하는 지금의 심경은 너무도 고통스럽습니다. 사과도 아니고 배상도 아닌, 사건의 진실을 밝힐 조사 요청마저 거부한 한국 정부를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며 “우리 베트남 사람들은 용서에 너그럽습니다. 그러나 참전군인 단체들이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한국 정부는 우리의 요구를 계속 외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용서와 화해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불행한 세상을 우리의 손주들에게 물려줘야만 할까요.”라고 호소했습니다.
퐁니 마을 응우옌티탄은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국가배상소송과 관련하여 “우리 피해자들은 국방부가 항소했다는 소식을 접했고 분노와 실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베트남 정부도 환영한 이번 판결을 어째서 한국 정부는 부정하며 우리 피해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인가요.”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우리 베트남의 피해자들이 바라는 것은 진실이며 그것을 바탕으로 한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합니다. 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고통 속에 평생을 살아야 합니다.”라고 강조하며 국방부가 즉각 상고를 취하하고 판결에 따라 배상하고 사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국회에 방문한 두 베트남전 피해생존자에게 깊은 감사와 함께 진심 어린 사죄의 뜻을 전했습니다. 이 부의장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에 대해 정부 책임을 분명히 인정한 판결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사법부가 (국가배상소송) 1심과 항소심 판결을 통해 베트남 민간인학살 피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 이제 국회도 나서야 한다.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에 더 이상 주저해서는 안 된다.” 라고 발언했습니다. 이어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실규명과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국회도 그 책임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오늘 기자회견이 1968년 베트남에서 한국군에 의해 벌어진 민간인 학살의 진실을 밝히는 첫 걸음”이라며 “대한민국에 1980년 5월의 아픔이 있다면, 베트남은 1968년의 아픔이 있다. 진실을 외면하면, 폭력은 다시 반복된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어서 “대한민국 국회는 20대, 21대에 걸쳐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끝내 법제화에 이르지 못했다. 오늘 다시, 바로 지금 시작하자.”라며 <베트남전 진실규명법> 제정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이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손 잡아 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회견 후 피해생존자들은 이학영 국회부의장 면담을 통해 베트남전쟁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실규명을 위해 국회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기자회견문
바로 지금, 베트남전 진실규명법이 필요하다
오늘 국회에서 우리가 들은 베트남 피해생존자의 목소리는 단지 과거의 고통에 대한 외침이 아닌, 2025년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에 던지는 정의와 양심의 질문이다. 두 명의 응우옌티탄이 우리에게 심장으로 전한 이야기는 퐁니와 하미 마을의 진실을 넘어 베트남 중부의 수많은 베트남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외침이다.
베트남전쟁이 끝난 지 올해로 50년이 되었다. 과거 총구를 마주했던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를 맺은 지 33년이 되었다. 그러나 베트남의 피해자들은 말한다. ‘한국 정부가 단 한 번도 나에게 안부를 물은 적 없다. 나와 우리 가족의 피해에 대해 물은 적도 없다.’ 베트남전쟁을 여전히 ‘불편한’ 진실로 두고 있는 우리에게 과연 진정한 정의와 평화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베트남의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에 진실 인정과 사과를 요구할 때, 한국 정부가 취해온 입장은 외면과 은폐였다. 그러나 지난 1월 대한민국 사법부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베트남 전쟁 시기와 전후는 물론 소송 중에도 학살의 진실을 은폐하려한 사실을 판결문에 적시했다.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다.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는 책임있게 응답해야 한다.
베트남전쟁이 한국 사회에 남긴 과제를 풀 수 있는 첫 번째 발걸음은 바로 진실규명이다.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진상조사를 통해 베트남전 한국군 파병으로 벌어진 인권침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를 통해 비로소 베트남의 피해자들이 염원하고 한국의 수많은 시민들이 요구해온 한국 정부의 사죄와 배상, 피해자 명예 회복이 가능하다. 국회는 조속히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등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진실규명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동안 수많은 베트남의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났고 학살 당시 어린이였던 피해생존자들이 한국까지 찾아와 소송과 청원을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들은 존재 자체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고, 고통을 감내하며 당시 상황을 생생히 증언하며 진실 규명을 요구해왔다. 이제는 이제는 한국 정부가 가해국으로서의 진실과 책임을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
전쟁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그 전쟁에 동원된 참전군인의 진실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참전군인들조차 모르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수많은 민간인학살과 전시성폭력 등의 역사가 정부차원에서 공식 규명될 때 베트남전쟁을 둘러싼 한국 사회 내부의 갈등도 화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정부의 무책임한 방치로 발생한 참전군인의 자살, 자해, 전쟁후유증 등 중대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진상조사를 통해 밝혀내 한국 정부가 베트남 피해자와 참전군인 모두에게 지니고 있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3년 2월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소송 판결을 환영하며, “잘못을 직시하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는 이재명 정부가 대한민국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베트남전쟁의 지연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베트남전 진실 규명, 더이상 외면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에 베트남전 진실규명법이 필요하다.
2025년 6월 19일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일동
독립연구활동가 심아정, 민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TF, 베트남평화의료연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아카이브평화기억, 참여연대, 한베평화재단, 향린교회
베트남전 피해생존자 하미 마을 응우옌티탄과 퐁니 마을 응우옌티탄 성명서
한국의 시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국회에서 저희가 이야기할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베트남 중부 꽝남성의 하미 마을에서 온 응우옌티탄입니다. 저는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피해생존자입니다. 옆에 있는 또 다른 피해생존자는 퐁니 마을에서 왔습니다. 그의 이름도 저와 똑같은 응우옌티탄입니다.
1968년 음력 1월, 우리 두 사람은 각각 하미 마을과 퐁니 마을에서 벌어진 끔찍한 학살 피해를 겪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은 이름도 같지만, 집단학살로 가족을 잃고 부상을 입고 극적으로 살아남은 고통의 기억과 상처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학살 피해로 어머니와 언니 그리고 어린 남동생을 잃고 전쟁고아가 된 우리의 어린 시절은 너무도 처참하게 닮았습니다.
때때로 당시의 일이 꿈에 나타납니다. 한국군이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을 몰아놓고 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집니다. 사람들은 모두 죽고 제 몸에는 수류탄 파편이 박혔으며 저는 혼자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제 곁에는 처참하게 죽은 가족들이 있고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어린 남동생을 저는 어찌할 수 없습니다. 꿈에서 깨어나 당시를 생각하면 제 생존이 너무도 기적이었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저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돈도 권력도 없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기억과 진실이 있습니다. 저는 언제든 당당히 1968년 하미와 퐁니의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한 한국 정부는 우리 베트남의 피해자들 앞에서 진실과 정의를 말할 수 있습니까. 대한민국의 국민 앞에 한국 정부는 부끄럽지 않습니까.
우리 하미 마을의 유가족들은 한국의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위원회의 결정에 저는 너무도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한국에 도착한 저는 위원회의 부당한 결정에 대한 행정소송 재판에 참석했습니다. 이렇게 소송까지 하는 지금의 심경은 너무도 고통스럽습니다. 사과도 아니고 배상도 아닌, 사건의 진실을 밝힐 조사 요청마저 거부한 한국 정부를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한국에 올 때마다 참전군인들과 한국 정부의 사과를 기대하며 왔습니다. 우리 베트남 사람들은 용서에 너그럽습니다. 그러나 참전군인 단체들이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한국 정부는 우리의 요구를 계속 외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용서와 화해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불행한 세상을 우리의 손주들에게 물려줘야만 할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퐁니 마을의 응우옌티탄입니다. 저는 6년째 국가배상소송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우리 피해자들은 국방부가 항소했다는 소식을 접했고 분노와 실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판부가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혔음에도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요. 베트남 정부도 환영한 이번 판결을 어째서 한국 정부는 부정하며 우리 피해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인가요.
우리 베트남의 피해자들이 바라는 것은 진실이며 그것을 바탕으로 한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합니다. 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고통 속에 평생을 살아야 합니다. 국방부는 더 이상의 재판을 멈추고 진실을 인정하고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저에게 배상하고 사죄하십시오. 진실화해위원회가 다시 출범한다면 반드시 하미학살의 진실을 규명해주십시오. 또한 베트남 중부의 다른 한국군 학살 피해들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반드시 진실규명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 두 사람은 퐁니와 하미 그리고 꽝남성의 진실을 위해 계속 싸울 것입니다. 매번 이러한 자리에 서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럽지만, 학살로 희생된 우리 가족들의 억울함을 품고 살고 있는 우리 피해자들의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진정한 평화를 위해 필요한 일들을 계속 이야기할 것입니다.
수많은 한국 시민들이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실규명을 위한 시민 청원에 참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국회에서도 베트남전 진실규명을 위한 법안의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의 새 대통령과 함께 시작된 새 정부 그리고 국회가 부디 우리 베트남 피해자의 요구에 평화로 응답해주십시오.
끝으로 우리 두 사람을 국회에 초대해주신 이학영 국회부의장, 민형배 국회의원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베트남의 피해자들과 연대해주고 있는 한국 친구들, 시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5년 6월 19일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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