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국제분쟁 2026-01-21   71262

[논평] 가자 재건 명분으로 식민 통치하겠다는 트럼프의 ‘평화위원회’

팔레스타인 자결권 배제한 채 외부 세력이 가자지구 관리·통제
‘평화위원회’로 트럼프가 무소불위 권한갖는 유엔 대체기구 만들려는 것
안보리 의결과 배치·국제법 위반 기구인 ‘평화위원회’ 한국 참여 안 돼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1단계 휴전 합의’를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4일(현지시각) 미 트럼프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자 평화 구상 2단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기술관료 중심의 과도 행정 기구인 ‘가자행정국가위원회(NCAG)’를 설치하고, 국제안정화군(ISF) 사령관을 임명하여 가자지구 치안 유지와 비무장화 임무를 부여했다. 과도 정부 감독 기구인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위원 명단을 발표하고,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60개국에 초청장을 발송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자유롭고 의미 있는 참여 없는 ‘평화 구상’은 결코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알리샤스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기획부 차관이 과도 행정 기구인 ‘가자행정국가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았지만, 해당 기구는 가자지구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발언권은 전혀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평화위원회’의 지시를 집행하는 행정 기구로 설계되어 있다. 가자의 미래는 팔레스타인인들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 “각 민족이 외부의 강요나 간섭없이 자신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인 자결권은 국제법상 보장된 권리로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아닌 외부 세력이 팔레스타인 정치 주체를 만들어 내고 이를 점령 체제에 완전히 편입시켜 팔레스타인 문제를 관리하게 할 수 있다는 발상은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이다.

국제안정화군(ISF)의 주요 임무인 가자지구 비무장화 역시 일방적으로 추진될 수 없다.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서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으며, 1단계 휴전 합의 이후에도 거의 매일 합의 사항을 위반하며, 가자지구를 공습하고 있다. 약속한 구호품 차량 반입의 절반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30여 개국 국제단체의 인도적 지원 활동도 금지하여 이미 심각한 인도적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마스 무장해제를 포함해 가자지구 비무장화를 추진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일 뿐이다.

가자지구 재건을 명분으로 내건 ‘평화위원회’는 사실상 유엔을 대체하려는 의도에서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한 ‘평화위원회’ 권한은 가자지구로 한정되며, 기한 역시 2027년 말까지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평화위원회’는 “분쟁의 영향을 받거나 분쟁의 위협에 놓인 지역”으로 범위와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60여 개국에 회원 자격 제공하고, 10억 달러(약 1조 4700억 원)을 납부하면 상임 회원국 자격을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 혼자서 결의안과 지침을 채택할 수 있고, 산하 기구를 신설하거나 해체할 수도 있다. 의결은 회원국 과반이 찬성해야 하나 의장은 모든 결정을 승인할 수 있어 의장의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는 구조이다. 제명권과 의장 지명권도 의장에게 부여하고 있고 사실상 트럼프 본인이 무소불위 권한을 갖겠다는 것이다.

평화위원회’ 초청장을 받은 한국 정부는 미 트럼프 정부에 가입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소불위 권한을 부여하는 위원회에 가입해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국제법으로 보장된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은 완전히 배제한 채 가자지구 불법 점령을 정당화하고, 식민 통치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에 한국이 가담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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