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센터(종료) 미분류 2002-08-01   7122

사전예방원칙의 적용 및 사례

사전예방원칙에 대한 정의와 역사적 흐름 등은 앞의 글에서 개략적으로 살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사전예방원칙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들과 이 원칙이 적용된 구체적 사례들을 다룰 것이다. 특히 다이옥신 문제와 GM 작물의 사례를 통해 사전예방원칙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적용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I. 사전예방원칙을 적용한 의사결정 과정

사전예방원칙을 적용한 의사결정 구조는 현재의 위험영향평가에 기초한 의사결정 구조와는 꽤 다른 형태를 취한다. (그림 1 참조, 기존의 모델은 두꺼운 상자) 위험에 기초한 전통적인 의사결정에서는 위해의 증거들이 수집되고 위험영향평가(risk assessment)를 통해 부작용의 가능성이 측정된다. 이어 위험관리(risk management) 차원에서 결정이 내려지게 되는데 이때는 다른 요소와 더불어 규제에 대한 비용 편익적 분석도 고려된다. 이 구조에서는 “위험의 수준 (level of risk)”과 “인과성(causality) “이 핵심 고려 사항이다. 하지만 단일한 형태의 정보, 노출, 부작용에 기반하고 있으며 불확실성 또한 반영되지

않는다. 반면 사전예방원칙에 입각한 의사결정은 위해의 증거뿐만 아니라 대안과 발생 가능한 위해의 규모에 대한 증거도 중요하게 고려된다. 즉 대안이나 발생 가능한 위해의 규모가 의사결정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되는 것이다. 만약 대안적 행동이 가능하다면 작은 규모의 위해를 가져오는 행동이라도 금지될 수 있다. 또한 현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고려되지 않는 “불확실성(uncertainty)”, “불확정성(indeterminacy)”, “무지(ignorance)”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사전예방원칙을 보건이나 환경문제에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전예방적 행동의 의무가 있다. 즉 정부나 기업은 자신들의 행동이나 배출물질이 환경이나 인체에 위해하다는 증거가 있다면 사전예방적 방법들

을 취해야 한다. 이런 내용은 미국의 직업안전보건법(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ct)이나 매사추세츠 주법에 포함되어 있다.

2) 환경과 대중의 건강 보호를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단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예측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욱 적극적인 목표설정이 필요하다.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환경과 보건에

관한 목표를 설정한 후 과거 자료의 재구성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

3) 잠재적으로 위해한 활동을 제기한 사람이나 집단에게 증거의 책임을 부과한다. 정부기관이나 대중들은 예방이나 의료적 행동들이 취해지기 전에 위해를 입증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회

사가 잠재적으로 위해한 행동들을 시작했다면 이들은 대중에게 위해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한다.

4)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취해야 한다. 건강이나 환경과 관련된 문제는 대중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사항이다. 따라서 사전예방원칙을 이용한 의사결정은 일반인들이 배심원이나 패널로 참여해

위험의 수용성을 결정하는 구조를 가진다.

5)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의사결정자들은 사전예방원칙을 시행할 때 여러 증거들을 고려해 범주를 나눠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 이때 고려해야 할 사항

은 재해의 가역성, 심각성, 미래세대에 대한 영향, 대안의 이용 가능성, 잠재적 위해의 증거 정도, 불확실성의 수준 등이 있다.

6) 사전예방원칙에 기초한 결정을 수행하기 위해선 예방 지향적 방법들이 필요하다. 매사추세츠의 독성물질감소법(Toxics Use Reduction Act)이 좋은 사례인데, 기업들은 독성물질을 얼마나 사용할 것 인지와 차후에 이것을 감소시킬 계획에 대해 반드시 검사 받아야 한다. 또한 이들 기업들은 오염물질의 수용 가능한 위험을 결정하는데 참여할 수 없다.

7) 사전예방을 증진시키기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오염물질 생산자들에겐 환경과 건강상의 피해에 대한 배상을,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도 위해를 예방하는 기업들에게는 경제적 인

센티브를 제공한다.

8) 현재 진행중인 또는 대안적 활동의 잠재적 부작용에 대한 측정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사전예방원칙을 적용하는 의사결정은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정보들이 도출됐을 때 결정을 보충 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취해야 한다. 즉 잠재적 위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행동들은 지속적으로 감시되어야 하며 의사결정구조는 독립적이고 공개적인 형태를 취해야 한다.

또한 대안적인 행동들의 위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II. 사전예방원칙의 적용 사례

1) 유전자조작작물(GM 작물)

유전자조작 작물은 이미 몇몇 분야에서 그 위해성이 입증되고 있지만 인체나 자연에 대한 위해 정도가 불확실한 채로 남아 있어 효과적인 통제가 힘든 상황이다. 또한 유전자조작 작물에 관한 논쟁 안에는 생태적, 사회적, 가치 시스템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포함되어 있어 정확한 안전성 평가를 위해 기존의 연구나 규제를 이용하기엔 한계가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전예방원칙은 인체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두 가지 접근법을 동시에 쓸 수 있는데 연구와 정책적 접근이 그것이다.

(1) 연구의제

장기적이고 넓은 범위의 영향을 측정해야 한다.

동물이나 미생물에 직간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 지를 조사한다.

포장실험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계획을 세운다.

연구자와 판매자뿐만 아니라 생태학자, 농부, 경제학자, 윤리학자 등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유전자조작 작물을 대체할 실현가능하고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연구한다.

연구결과의 불확실성과 연구 과정상에 편향에 대해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

(2) 정책의제

유전자조작 작물의 위해성과 이익을 연구할 수 있도록 공공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농업에서의 다양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기농법과 같은 비유전자조작 작물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식량안전을 보호해야 하며 특허범위, 품종보호, 육종자의 권리를 제한해서 농업이 대중적으로 통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발자에게 안전에 대한 책임을 부과해야 하고 의사결정과정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개방 되야 한다.

2) 다이옥신 (Dioxin)

다이옥신의 환경보건 위해성에 대한 문제는 유전자조작 작물과 마찬가지로 매우 논쟁적인 사항이다. 1990년대 초부터 다이옥신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이뤄졌고 이로 인해 인체나 다른 생명체에 일정한 위해가 있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위해의 절대적 증거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따라서 다이옥신의 원인물질을 통제하는 문제와 인체에 얼마나 위해한지는 여전히 논쟁중이다. 다이옥신문제에 사전예방원칙을 적용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다양한 위해의 증거나 나타나고 있다. 실험실 연구에 의하면 다이옥신은 발암물질이며 염소여드름을 유발하고 자궁내막증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속적이며 비가역적인 위해를 수반한다. 다이옥신 문제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지구적 문제이고 미래세대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통제와 제거에 어려움이 있다. 다이옥신은 쓰레기를 태우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발생하므로 통제가 어렵고 완전한 제거가 불가능하다.

과학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다이옥신이 암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밝혀졌지만 노출정도와 발병간의 명확한 상관관계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예방이 가능하다. 인간에 의해 다이옥신이 발생한다는 사실엔 일반적으로 동의가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사전예방원칙을 적용한다면 짧은 기간 안에 다이옥신 발생물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3) 사전예방원칙이 반영된 국제 협약 및 선언

사전예방원칙을 환경보건정책에 적용하는 문제는 국제적 논쟁이나 무역마찰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성장호르몬이 함유된 육류나 우유, 유전자조작식품 등이 대표적 사례이며 최근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은 사전예방원칙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00년 초 사전예방원칙을 역내 국가들의 환경정책의 기초로 받아들인 반면 미국 환경법은 이를 명시적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 다만 몇몇 환경관련 법이나 법원판례, 대통령 직속의 지속가능한 개발 위원회에서 이 원칙을 지지하고 있다. 사전예방원칙이 반영된 국제 조약이나 선언들의 특징은 충분한 과학적 인과 관계나 증거가 없더라도 잠재적 위해가 있다면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명공학안전성의정서 Biosafety Protocol (2000)

생명공학안전성의정서는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채택되었던

생물다양성협약에 부속되는 의정서로서, 유전자조작생물체(GMO)의 국제무역을 규제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약이다. GMO의 위해성에 대한 확실한 과학적 증거 없이도 그 잠재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수입국은 확실한 과학적 증거가 없어도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되면 GMO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

오존층 협약 Ozone Layer Protocol (1987)

성층권의 오존층 변화로 인해 초래되는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

호하기 위해 국제적 협약과 행동을 강화하기 위하여 1987년 9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채택되어, 1989년 1월부터 발효된 협약으로

오존층 파괴물질인 CFCs 등에 대한 생산 및 사용규제에 과한 내용

을 담고 있다. 이 협약은 사전예방적 방법을 통해 오존층 파괴물질을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제2차 북해선언 Second North Sea Declaration (1987)

북해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해한 물질과 오염 사이에 명백한 과학적 증거가 없더라도 유해한 물질을 통제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유엔의 환경프로그램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1989) UN은 회원국 정부에게 해양오염의 제거와 방지를 위해 사전예방원칙에 기초한 정책을 세울 것을 권고했다.

북유럽이사회 회담 Nordic Council”s Conference (1990)

해양 생태계의 보호를 위해 사전예방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해양생태계에 위해한 물질의 과학적 증거가 명백하지 않더라도 사전 예방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지속가능한 발전 관한 베르겐 선언 Bergen Declaration on Sustainable Development (1990)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유엔 유럽경제위원회는 역내 국가들의 정책들은 반드시 사전예방의 원칙에 기초해야한다고 선언했다. 심각하거나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이 예상된다면 완전한 과학적 확

실성이 부족한 상황에서라도 예방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제 2차 세계기후변화 회의 Second World Climate Conference (1990)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모든 나라들이 사전예방적 접근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충분한 과학적 확실성이 결여되었다는 사실이 환경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비용 효율적 조

치를 지연시키는 사유로서 사용 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유해폐기물 유입에 관한 바마코 협약 Bamako Convention on Transboundary Hazardous Waste into Africa (1991)

각각의 당사자들은 오염물질에 대한 과학적 증거나 나오기 이전이라도 사전예방적 접근을 채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당사자들은 흡수능력에 가정한 방출을 추구하기 보다는 청정 생산의

실시와 같은 사전 예방적 활동에 협력해야 한다.

OECD 이사회 권고 OECD Council Recommendation (1991)

완벽한 정보가 없다는 사실로 인해 사전 예방적 행동이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유럽연합조약 Maastricht Treaty on the European Union (1994)

환경에 관한 정책은 사전예방원칙에 기초해야 하며 환경적 위해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적 행동들이 취해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리우 선언 The Rio Declarat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1992)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사전예방적 접근은 각국의 능력에 맟춰 폭넓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선언. 심각하거나 회복할 수 없는 위해의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는 충분한 과학적 확실성이 결여되었다

는 사실이 환경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비용 효율적 조치를 지연시키는 사유로서 사용 되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다.

<참고문헌>

정근모 이공래 (2001) 『과학기술 위험과 통제시스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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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ers, N. (2002) The Precautionary Principle Puts Values First , Bulletin of Science, Technology & Society,vol. 22, no. 3, pp. 21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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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ckner, J (eds) (1998), THE PRECAUTIONARY PRINCIPLE IN ACTION: A HANDBOOK, SEHN

Tickner, J & Myers, N. (2000) Current Status and Implementation, SEHN

Commission of the European Communities, Communication from the Commission on the Precautionary Principle, February

2000.

김병수 | 우리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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