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쿠팡·배민·티메프 빠진 법개정, 사실상 독점규제법 포기 선언
독점규제법 제정 포기 뿐 아니라 내용도 기존 지침보다 후퇴해
국회는 더 이상 정부법안 기대말고 독점규제법·공정화법 제정해야
오늘(9/9)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방향’을 발표하며 △지난 12월 발표한 ‘사전지정’ 제도 도입 방침을 철회하고 기존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한 ‘사후추정’ 방침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통한 정산기일 단축, 판매대금 별도관리 의무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정위의 발표는 해외 주요국들이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여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법제도 마련에 나서는 국제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기존의 공정거래법보다 크게 나아간 것 없이 오히려 일부에서는 후퇴한 개악안에 불과하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 규제와 불공정 행위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온 중소상인·노동자·소비자·시민사회단체들은 앞에서는 강력한 법집행 운운하면서도 뒤에서는 플랫폼 기업들의 눈치만 보다가 결국 대다수 국민들에 대한 보호법 제정을 포기한 윤석열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를 강력히 규탄한다. 국회는 더 이상 정부 법안을 기다리지 말고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이 더욱 공고화되기 전에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과 공정화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해야 할 것이다.
공정위는 사후 추정요건 마련을 통해 입증책임을 강화하고 사건처리를 신속하게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기준이 1개 회사 시장 점유율 60% 이상, 3개 회사 시장 점유율 85%이고 각 사별 이용자수 2천만명 이상으로 기존의 독과점 기준보다 후퇴하는데다가 시장구획이나 항변권 보장 등의 내용이 불투명해 과연 몇 개의 업체나 그 대상이 될지, 실제로 입증책임을 강화 하더라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당장 위 기준에 따르더라도 최근 공정위가 임직원을 동원해 리뷰를 조작해 고객을 유인한 행위로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쿠팡’이나 1조원이 넘는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야기한 ‘티메프’, 7천억원의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44% 인상해 논란이 된 ‘배달의민족’은 정작 독과점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임시중지명령 제도나 과징금 상한을 높인 것은 유의미할 수 있으나 애초에 제재대상이 되는 기업 자체가 극소수인 상황에서 당연히 의미는 퇴색될 수 밖에 없다. 규제대상 행위도 이미 시행 중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과 비교해서 무엇이 나아지는지 모르겠다. 결국 앞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과 불공정 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집행을 운운했지만, 추진하겠다던 독점규제법이나 정부안으로 이미 제출한 바 있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철회하고 기존의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하나마나한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애초에 윤석열 정부가 독점규제는 입법으로, 불공정거래 개선은 자율규제로 하겠다며 시간을 끌 때부터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는 지난 2~3년간 국회와 정부, 현장에서 치열하게 논의되어온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의 논의지형을 일거에 뒤집는 퇴행적인 시도로, 플랫폼 독과점을 개선하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마저 확인된다. 윤석열 정부가 플랫폼 대기업들의 눈치를 보며 허송세월하는 동안 쿠팡이나 배민, 구글, 카카오는 시장독과점을 더욱 공고히 하고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과 불공정한 계약으로 입점업체, 중소상인, 노동자, 소비자들의 고혈을 짜내고 있다. 본인의 수익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플랫폼 기업에 납부해야 하는 중소상인과 입점업체들은 폐업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택배노동자들과 배달노동자들은 열악하고 불공정한 계약 강요로 인해 연이어 과로사로 사망하거나 각종 안전사고에 내몰리고 있다. 결국 이러한 부담은 음식값 폭등과 가격인상으로 대다수 소비자와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고, 일방적인 유료화와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리 중소상인·노동자·소비자·시민사회단체들은 국회가 더 이상 정부의 생색내기용 법안을 기다리지 말고 이미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독점규제법과 공정화법을 논의하여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 그것이야말로 안그래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물가부담에 짓눌린 국민들에게 ‘민생 국회’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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