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쿠팡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과징금 21억, 아직 부족하다

참여연대가 2022년에 신고한 쿠팡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광고비 떠넘기기 행위가 오늘(2/26) 공정위로부터 과징금(21억) 처분을 받았습니다. 쿠팡은 2021년에도 유사한 불법행위로 32억의 과징금을 받은 바 있습니다. 쿠팡이 자랑하는 최저가, 로켓·새벽배송이 혁신이 아닌 납품업체 착취와 노동자들의 희생에 의한 것이었음이 확인된 셈입니다. 미국에서 이렇게 사업했으면 이미 집단소송이나 징벌적 과징금으로 망했을 기업입니다.

21년 32억 과징금 이어 또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징벌적 과징금 필요
‘살인로켓’·‘갑질로켓’ 최저가 시스템, 혁신 아닌 착취·희생의 결과
동시다발 불법행위, 준법 시스템 개편·온플법 제정 시급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늘(2/26) 참여연대가 2022년 신고한 쿠팡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광고비 전가 등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21억 8천 5백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쿠팡의 이러한 행위는 처음이 아니다. 2021년 9월에도 쿠팡은 납품업자에게 경쟁사 판매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판촉비를 전가하는 것은 물론, 기본계약에 없는 판매장려금을 징수한 행위로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이 인정돼 32억 9천 7백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비록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쿠팡이 불법행위를 통해 얻은 이익을 기준으로 산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반복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징벌적 과징금 도입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입점업체 갑질, 노동자 과로사, 알고리즘 조작, 로비를 통한 수사무마 등 전 사업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히 사과하고 실질적인 준법경영 개선에 나서야 한다. 정부와 국회도 쿠팡을 비롯한 플랫폼 독과점 기업들의 불법행위를 규제할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과 공정화법을 지금 당장 제정해야 한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쿠팡은 2020년 1월경부터 2022년 10월경까지 납품업자가 쿠팡에게 보장하여야 하는 PPM(순수상품판매이익률) 목표치를 정하고, 이에 미달하는 경우 납품가격 인하를 협의하거나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상품 발주 중단 또는 축소를 암시·예고해 납품단가를 후려쳤다. 또한 납품업자와의 거래에서 확보하고자 하는 쿠팡 스스로의 GM(매출총이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남품업자에게 광고비, 쿠팡체험단 프로그램 수수료 등을 부당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나아가 쿠팡은 직매입거래에 따른 상품대금 약 2천 8백억원을 상품수령일로부터 60일인 법정지급기한을 최소 1일부터 최대 233일까지 초과하여 지급하면서 8억 5천만원 상당의 지연이자도 지급하지 않았다. 쿠팡체험단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소진되지 않은 상품 약 2만 5천개에 해당하는 상품비용 5억 3천만원도 반환하지 않았다. 쿠팡이 온라인쇼핑 시장의 압도적인 1위 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도록 한 로켓배송과 새벽배송 시스템을 위해 납품업자로부터의 직매입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갖은 불법행위를 통해 납품단가를 낮춰온 실태가 드러난 셈이다. ‘살인로켓’, ‘갑질로켓’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쿠팡의 이러한 행위는 자신들의 ‘최저가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우월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입점업체들에게 정당하게 지급해야 할 납품대금을 후려치고 광고비를 떠넘긴 것으로, 결국 쿠팡의 시스템이 혁신보다는 입점업체들에 대한 착취와 물류센터·택배노동자들의 희생, 최저가 정책을 통한 경쟁업체 퇴출, 소비자 기만과 선택권 축소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게다가 이러한 불법행위가 쿠팡이 영위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사업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쿠팡의 경영과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과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쿠팡은 시민사회나 입점업체, 언론, 국회의 문제제기가 있을 때마다 사실무근이라며 법적조치를 운운하며 입막음을 하고, 국내외 정관계 인사뿐 아니라 미국 정·재계 로비까지 동원해 자신의 불법을 덮기 위한 행태를 이어나가고 있다. 집단소송법과 온라인 플랫폼법제가 부재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또는 징벌적 과징금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내 제도의 허점이 이러한 행태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만약, 쿠팡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처럼 반복적이고 광범위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이미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과 징벌적 과징금으로 시장에서 퇴출었을 것이다.

쿠팡이 각종 불법과 불공정 행위로 온라인 시장의 압도적인 1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된 데에는 우리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 너무나도 크다. 해외 주요국들이 플랫폼 대기업들의 시장독점 폐해를 일찌감치 예견하고 앞다투어 규제를 도입할 때, 우리 정부와 국회는 수수방관했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대기업들이 온갖 불법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경쟁사업자들을 퇴출시킬 때도 뒤늦은 시정명령과 솜방망이 과징금으로 그 뒤만 쫓는데 급급했다. 이제는 한미통상 협상을 핑계 삼아, 약속했던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안 도입도 미루고,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독과점을 잡겠다며 오프라인 대기업들의 규제완화에 나서는 모순된 행보까지 보이고 있다. 독과점 기업을 규제하고 입점업체와 노동자, 소비자·시민들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저버린 채, 단기적 편익만을 앞세우는 정부와 국회의 무능함과 안일함을 강력히 규탄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과 공정화법을 제정하여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대기업의 자사우대, 타사배제 등 시장독과점 행위를 사전적으로 차단하고,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광고비 전가에 대한 실효적 제재, 입점업체의 협상력 제고, 정산기일 단축 등의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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