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영지원회사(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
박웅섭·허영혜 (관동의대 예방의학교실)
병원경영지원회사(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 MSO)란 직접적인 환자진료를 제외한 병원 경영 전반에 대한 서비스, 즉 구매, 인력 관리, 진료비 청구, 마케팅 등의 경영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이런 회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으로 완전하게 허용되어 있는 상태는 아니다. 현행 의료법(제42조)에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교육‧조사연구, 장례식장업, 음식점 등 일부로 한정하여 다양한 수익 사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국내 MSO는 브랜드를 공유하는 수평적인 계열화나 물품구매·조달과 같은 초보적인 경영지원서비스로 한정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분야에 MSO를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정부와 민간 모두에서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MSO 도입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의료기관이 MSO를 활용하여 원가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한 병원경영의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고, 병원의 수평‧수직적 네트워크 활성화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주장한다. 반면 병원 관련 MSO를 설립하였거나 설립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 ‘MSO가 전체 의료서비스를 교란시키고 심지어는 재앙수준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이점이 많다는 MSO를 의료서비스 시장에 끌어들이는 시도에 이러한 논란이 생기는 것일까? 여러 방향에서의 논의가 있어 왔지만, 대개 논의의 귀결점은 영리법인병원(주식회사 병원 또는 일반인의 출자와 지분 배당 및 정산이 공개적으로 가능한 병원)이 가능하지 않은 현 의료관계법 체계에서 MSO의 도입은 이 모든 것이 허용될 수 있는 우회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특히 영리병원 전환이 어려운 대형병원들은 MSO를 구축하여 실질적으로 영리병원화 될 가능성이 크다. 비영리병원이 MSO를 통해서 실질적인 영리법인을 구축하는 방법을 살펴보면, 비영리법인 투자자들에 의해 MSO가 설립되면 그 MSO는 병원건물, 의료기기, 전산시스템을 비롯한 모든 인프라를 투자의 형식을 빌어서 소유한다. MSO와 비영리병원은 법적으로는 분리된 단체이지만 경영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동일기업이다.
그러면서 의료직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을 병원 직원이 아닌 MSO의 파견직원으로 채용한다. 환자급식을 담당하게 하는 식당도 MSO 관련 회사로 외주를 준다. 비영리병원이 얻은 수익 중 대부분이 임대료, 의료기기 사용료, 인건비, 컨설팅비용, 마케팅비용, 파견직원 인건비로 MSO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비영리병원 자체는 MSO에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수익이 거의 남지 않게 된다. 비영리법인 병원은 그 수익을 외부로 유출할 수 없지만 비용이라는 형태로 수익을 MSO로 이월하고, MSO의 이익을 나눠 가지게 되면, 비영리법인 병원의 수익을 투자자들이 나누어 가지는 것이 가능하다. 비영리병원의 수익은 줄어들지만 MSO가 비영리병원으로부터 얻은 수익을 투자자들이 배분하는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MSO는 그 자체의 가치보다는 그 활용과 적용결과 초래될 사회적 파장과 관련한 쟁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MSO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면 MSO 자체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MSO가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영향력이 과장되고 확대 재생산되어 오히려 사회적인 합의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MSO는 분명 의료기관의 경영부분의 외주를 통하거나 의료기관간 수평적·수직적 네트워크를 통해 경영효율화의 장점을 가지고 있고, 미국에서도 MSO의 비용절감 효과가 입증되면서 급속한 확장 일로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의료법인을 비영리기관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관습이 확고한 상태에서 영리 MSO의 도입은 커다란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의료기관은 비영리로 운영되어야 하지만 MSO를 도입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영리기관으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복수의료기관 개설 등은 현재의 제도를 여러 방면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의약분업이 시행되고 있는데, 경영의 효율화를 위해 의원에서 문전약국을 경영할 수 있게 하거나 문전약국이 의원을 경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기존의 의약분업의 정책을 무력화시켜버리는 모순된 정책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의원과 문전약국의 겸업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약분업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합의가 먼저 선행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미국의 경우에도 비영리 의료기관이 소유한 MSO의 사적 이익분배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사회적 합의에 의해 의료기관의 영리경영이 허용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MSO를 통해 의료기관을 영리기관으로 운영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은 매우 모순된 정책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영리경영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영리병원의 찬․반측 주장은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영리병원 도입 결과의 서로 다른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것에 불과할 뿐,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영리병원의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상태에서 우회적인 정책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이는 매우 모순되고 무책임한 시도일 수밖에 없다. 제주도에 국내 영리병원 설립 추진이 주민투표에서 부결되고,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영리병원 허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무리하게 MSO 도입을 추진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영리병원이 우리나라에서 도입되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거쳐 영리병원이 허용된 후에 MSO의 활성화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경영 효율화를 위해 한시라도 빨리 MSO를 도입해야 한다면 MSO를 통해 실질적인 영리병원의 경영이 가능하지 않도록 하는 대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대안으로는 MSO가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을 지배할 수 없도록 강력히 규제하거나 미국과 같이 의료기관이 지분을 가지고 투자하는 MSO는 비영리기관으로 운영되어 사적 이익이 분배될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것이 해당될 수 있겠다.
따라서 정부는 MSO를 통해 영리병원의 도입 효과가 나타날 수 없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며 그렇게 해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을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9년 07월호(제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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