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11-01   124

[복지톡] 당신의 깊은 우울 밖 진짜 이유: 불합리한 성역할과 세상을 바꾸자

[복지톡] 당신의 깊은 우울 밖 진짜 이유: 불합리한 성역할과 세상을 바꾸자

 

이민아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 및 정리 김경희 사회복지위원회 활동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코로나19 위기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증가와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바이러스 감염 제한 조치 정도가 정신건강 상태와 긴밀한 관련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고용 불안정, 낮은 교육 수준, 저소득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더 높은 비율로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고, 특히 여성 및 자녀가 있는 직장인부모의 경우 남성이나 무자녀 직장인부모에 비해 정신건강 문제를 더 많이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재난시기에 여성들의 정신건강은 어떠한지, <여자라서 우울하다고?>의 저자인 이민아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 나누었다. 

 

“2020년 기준 ‘기분장애(F30~F39)’ 질환의 성별 진료인원을 살펴보면 남성이 34만 5000명, 여성이 67만 1000명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2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매우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습니다. 물론 병원을 가는 사람만 통계에 포함되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 있고, 때문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추이를 살펴보기도 합니다. 이 설문에서 우울증을 특정할 수 있는 척도를 비교하는데 그런 연구를 보더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5년 주기로 조사 실시되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주요우울장애의 유병률이 남성보다 여성이 2배이상 높은 6.9%이다. 최근까지도 여성이기 때문에 특별히 우울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말 여성이어서 특별히 우울한 것인가? 오랜기간 실제로 여성이 훨씬 높은 빈도로 기분장애를 겪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특정할 수 있을까? 

 

“우울증으로 대표되는 정신건강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우울증 유병률을 보면 여성과 남성의 유병률 차이가 많이 나는데 이것을 생물학적 차이로 인한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여성들이 우울감을 호소하거나 정신건강 문제를 이야기했을 때, 여성이기 때문에 감정기복이 심하다거나 호르몬 때문에 쉽게 우울을 겪는 것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다양한 미디어, 심지어 뉴스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고 계속해서 잘못된 편견이 보편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여성이어서 우울감을 겪는 것인지 문제제기 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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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여자라서 우울하다고?」 표지, 이민아 저, 개마고원.

 

이민아 교수는 여성의 정신건강 문제를 생물학적 요인이 아닌 사회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며 책 발간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의학적 연구에서도 일관적으로 월경주기와 여성의 우울증 간 명확한 관계를 밝히지 못하고 있지만 잘못된 관점을 확대.재생산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물론 월경전증후군이라는 질병을 앓는 사람이 있고 월경할 때에 몸이 불편하다 보니 불쾌한 기분을 느끼는 경우가 많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호르몬 때문에 감정변화를 느낀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잘못된 편견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산후우울증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아이를 혼자 돌보는 산모 보다는 직장에 다니거나 같이 돌봄을 하는 양육자가 있는 여성들은 우울증이 덜하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는 여성호르몬이 아니라 아이 낳은 여성에 대한 지원 유무 등 사회적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갱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시장에서 은퇴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인생에서 많은 것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 등 누적된 감정을 호르몬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여성의 자기 신체에 대한 인식과 정신건강이 미디어에서 비치는 비뚤어진 이미지와 많은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방송 매체에서 특정 집단의 모습, 예를들면 성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여성을 그리는 방식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해당 집단에 대한 편견을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반영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것이 대중에게 다시 보여지면서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것인데요. 미디어는 학문적 표현으로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기존의 ‘여성은 마음이 약하고 나약하다’거나 특정한 모습을 전형적으로 갖고 있다거나 하면서 사회구성원의 인식을 더 견고하게 하는 것입니다. 미디어는 사람들의 사회화 과정에 큰 역할을 하는데, 여성들, 아동들이 보는 프로에서 여성과 남성의 전형적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 모습을 학습하고 내면화하게 됩니다. 인간이 100% 수동적 존재는 아니지만 미디어에서 내보내는 것이 사실이라고 믿고 스스로 따라하기도 하는 등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식이장애 중 하나인 거식증은 1970년대부터 이슈화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그만큼 많은 사람이 겪지 않아서 눈에 띄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몸’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에 대한 인식이 생기면서 거식증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환자의 대부분은 여성이었는데 미디어에서 마른 몸매의 여성이 추앙을 받는 이미지를 생산해냈고, 이를 보는 사람들은 마른 몸매의 여성이 아름답다고 느끼도록 받아들이고 내면화하면서, 마른 몸매를 추구하는 사람 증가하게 되었던 것인데요. 과도하게 마른 몸에 집착하면서 음식을 섭취하는 것과 관련해서 신체적 혹은 심리적으로 이상이 생기게 되는 것이 식이장애입니다. 이러한 식이장애는 20대 여성이 많이 겪는데 같은 연령의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여성이 훨씬 높은 비율로 겪고 있습니다. 

 

날씬한 몸을 추구해야 할 것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 날씬한 몸이 되고자 하는 인식은 10대 청소년에게 까지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세계적 추세이기는 한데, 소위 셀러브리티(Celebrity) 연애인의 연령자체가 낮아지고 있고, 청소년들에게도 성인 여성에게처럼 마르고 화장한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메세지를 전하게 되고 있습니다. 살을 빼야 하는 압력이 여성에게 가해지면서 지난 1년간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약 133만 명 중 91.4%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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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이민아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줌을 통해 월간 복지동향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20년 여성 취업자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고 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취업자의 감소 폭은 남성 취업자 감소 폭의 3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이 여성에게 더 큰 고통이 된 이유이 전가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여성 비경제활동인구도 급속도로 늘어났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여성 비경제활동인구의 65.0%는 육아, 임신과 출산, 가족돌봄을 이유로 경력단절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여성의 우울증 병원 진료 증가와 자살률 증가가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재난의 영향은 사람들의 계층적 지위, 성별에 따라 달라지고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회적 약자가 먼저 심한 타격을 받는데, 여성에게 주어진 타격이 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비정규직, 판매업, 서비스업 등 불안정한 일자리에 많이 종사하고 있었던 여성들은 코로나 때문에 제재조치가 장기화되면서 실직, 소득상실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었습니다. 코로나 시기 직장을 잃고 가정 내에서 돌봄노동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고 가정 내 여성에 대한 폭력 증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습니다.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비율은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되는 사람들의 많은 비중이 비정규직이거나 소위 여성에게 잘 어울린다고 판단하는 직업,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고, 그러한 일자리의 특징이 저임의 고강도의 감정노동이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노동시장에서 나란히 경쟁하다가도 가족돌봄으로 경력단절을 겪거나 예고되는 상황이 생기면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고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여성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회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성평등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꼭 돈을 벌어야 한다거나 양육은 여성의 몫이라거나 하는 이제까지 믿어왔던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전 세대들이 가지고 있던 불합리한 성별역할에 대해 거부하고 바꿔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태어나면서 받은 교육이나 방송 매체에서 쏟아내는 성역할에 문제제기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미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1월 온국민 마음건강 종합대책(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대상자별 예방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중 여성에 대한 추진과제로 난임·우울증 상담센터 확충을 통해 난임 여성 또는 산전·후 여성이 겪는 우울증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을 내세웠다. 여성의 우울이 사회경제적 상황에 의한 것이라면 보다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지 이 교수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정부가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취하는 정책들이 필요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각도로 다양한 지원이 마련될 필요가 있고, 고위험군에 대한 심리서비스가 정신건강의학과 연계하여 필요할 것입니다. 자살예방과 관련한 대책도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있어왔는데 이제는 기조를 돌아볼 때가 되었습니다. 물론 고위험군을 관리하고 증상을 빨리 발견해서 치료를 받게하는 것은 당장 우울한 사람에게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2008년부터 우울증약의 복용이 증가했지만 자살이 예방되는 효과가 있는지는 따져볼 때입니다. 질병을 치료하는 정책기조에 대해 평가하고 실제 사람들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분석하여 정책으로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장기적인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오래걸릴 수 있지만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울에 미치는 진짜 원인들은 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에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노동시장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을 줄여야하고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해서도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여성에 대한 성범죄, 가정폭력은 그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접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미디어에서 소비되듯 증발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문제로 이슈화될 필요가 있고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우울을 겪는 여성들에게 한마디 남겨줄 것을 부탁했다. 

 

요즘 우울한 사람이 많은데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내가 못나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꼭 나 자신의 능력이나 문제 때문에 우울이 발생하는 것이 아닐 수 있고 나와 비슷한 경험한 여성이 많고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습니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공통의 사회적 상황 때문인 지점들, 사회문제를 해결하면 많은 여성들이 지금의 정신건강 문제에서 헤어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문제를 어떻게 같이 바꿔볼 것인지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사회적 문제들을 고치지 못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조망한다는 것이 스스로의 감정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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