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12-01   5767

[기획1] 대한민국의 자살문제와 사회적 과제

박수진 성북구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

한국의 자살문제 현황

사회위기와 자살률 

한국 사회의 자살문제는 1998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1997년 인구 10만 명당 19.69명이던 자살률이 1998년 돌연 26.69명까지 치솟았다. 1998년 가파르게 상승했던 자살률은 2005년 31.6명, 2009년 35.3명으로 폭증했다가 감소하였지만, 현재도 우리 사회 자살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한국의 자살률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시기는 IMF, 카드대란, 글로벌금융위기와 같이 경제위기와 연결되어 있다.

연령대별 자살률 변화

연령대별 자살률을 보면 10세 이하를 제외한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자살문제가 5대 사망 원인이다. 고의적 자해(자살)가 10대, 20대, 30대에서 사망 원인 1위이고, 40대, 50대에서 2위, 60대에서 5위이다. 

70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자살문제가 사망 원인 5위 밖이지만 노인 자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65세 이상 노인 3,500여 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으며 인구 10만 명당 노인 자살률은 39.9명으로 OECD 가입국 평균 17.2명의 두 배 이상이다. 

2013년~2022년 연령대별 자살률 변화 추이를 그래프로 보면 노인의 자살률이 매우 높지만 완만하게 하강하고 있으며 이와 대비되게 10대~20대의 자살률인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그림1-2].

OECD 국가 비교

OECD 38개국 연령표준화 평균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1.1명인데, 우리나라는 23.6명으로 2배 이상 높은 자살률을 보인다. OECD 회원국 자살률 평균을 한국은 1998년 22.7명 대 16.4명으로 역전시킨 후 2005년 14년 만에 OECD 회원국 평균의 두 배가 되었다. 2022년 OECD 평균 11.1명 대 한국 25.2명으로 간격이 더 커졌다[그림1-3]. 

[그림 1-4]를 보면 약간의 변동은 있으나 장기적으로 감소추세로 향해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도 하향화되고 있으나 변동이 미비하며 사회적 어려움이 지나간 뒤에도 자살률이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코로나19와 자살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발생 후 자살률이 2020년에 감소했고 2021년에 조금 증가했으며 2022년에 다시 감소하였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팬데믹의 영향으로 정신건강 문제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자살률이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던 바와 전혀 다른 결과였다. 부정적 결과를 예상한 지나친 우려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잘 적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었다. 

2023년 자살사망자(잠정치)는 전년 9월 합산 대비 8.6% 증가하였고 다양한 세대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드러난 자살사망자 숫자보다 들여다봐야 할 위험한 신호들이 있다. 학교 폭력 증가, 친구 관계 문제 증가, 자해 증가, 우울 증가, 등교 거부 증가, 은둔·고립 증가, 젊은 여성들의 자살률 증가, 실업, 빈곤 증가 등 사회 곳곳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 정신건강관리에서 발표한 2022년 2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결과에서는 우울위험군은 16.9%로 2019년 3.2%의 5배가 넘는 수치로 위험한 수준이었고 자살생각률은 2022년 6월 12.7%로 3월 11.5%에 비해 증가하여 코로나19 초기 2020년 3월 9.7%에 비해 여전히 높고, 2019년 4.6%와 비교해도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으로 보고되었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과제

자살고위험군을 위한 지원

자살시(의)도자들이 지역에서 발견되면 일차적으로 의학적인 접근이 우선된다.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자살의 문턱까지 내몰았던 경제적 어려움, 가정불화, 중독문제, 신체건강, 관계에서의 갈등, 학업의 어려움 등의 문제는 응급한 시간이 지나가도 그대로 남아 기다리고 있다. 자살문제에 있어 대부분 의학적인 치료는 작은 부분이고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자원과 정보, 시간이 투입되어야 하고 여러 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

2022년 8월4일 자살예방법 개정법이 시행되고 자살시도자, 자살시도자의 가족 및 자살자의 유족 정보가 보건소로 제공되고 있으며 본인거부 또는 부재 시 5일 안에 개인정보를 파기하고 있다. 현장에서 자살시도자의 서비스 동의 건수보다 자살유가족의 원스톱서비스 동의 건수가 유의미하게 높다. 높은 동의율의 이유 중 자살유족원스톱서비스가 한 곳에서 유가족이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서비스로 구성되어 동의 시 즉시 제공된다는 것이 중요 요인일 것이다. 반면 자살시도자는 서비스 동의 이후 제공될 수 있는 서비스가 제한적이고 동일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기관에 따라 치료비 일부 지원이 가능하거나 상담 이후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 의뢰된다. 

정부는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년)’에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 등 사회경제적 변화로 자살률이 급증할 가능성에 대비해 지역사회 생명안전망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자살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현’을 비전으로 자살률(인구 10만 명 당 자살사망자 수)을 2027년까지 30% 감소(2021년 26명 → 2027년 18.2명)하는 것을 목표로 생명안전망 구축, 자살위험요인 감소, 사후관리 강화, 대상자 맞춤형 자살예방, 효율적 자살예방 추진 기반 강화 등 5대 추진전략을 중심으로 세부 과제를 구성했다. 정책이 계획한 대로 운영되고 지원한다면 자살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곳곳의 사각지대와 분절된 체계, 전문 인력과 재원의 부족 등으로 자살 개입 계획과 수행에 어려움이 있다. 긴급하게 입원이 필요하지만, 응급 병상을 찾지 못해 자살시도자를 집으로 되돌려 보내거나 외래 진료를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해서 치료도 바로 받을 수 없다. 복지서비스 기관이 있으나 대기자로 정체되어 있어 서비스 진입이 어렵고 과정이 길어지면서 당사자와 연락이 끊겨 애를 끊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일본의 경우 1998년부터 자살자 수가 3만 명을 넘으면서 자살률이 선진국들과 비교해 높은 수준에 이르자 일본 정부는 포괄적 자살예방 대책을 세워 자살예방과 유족 지원을 충실히 추진하여 자살률을 감소시켰다. 일본의 자살예방 예산은 8,300억 원으로 우리나라 자살예방 예산은 450억 원 대비 차이가 크다.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예산지원이 함께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자살예방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있을 때 정책이 현장에서 계획한 대로 운영되어 자살률 감소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변화와 공동체성 강화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며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뤘다. 절대적 빈곤이 감소했고 사회복지서비스는 증가하고 있다. 경제 수준이 나아지고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자살률이 좀처럼 감소하지 않는 것은 사회문화와 구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출생률이 최저이고 자살률이 가장 높다. 우리 공동체가 깊이 병들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지표 중 일부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불평등과 극단적 양극화로 내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부적응, 경쟁에서 뒤처지고 고립되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에 살고 있다.

박채림, 한창근(2023)에 따르면2) 청년층의 사회에 대한 신뢰와 우울감 사이에는 반비례의 상관관계가 있고 청년의 자살에 상대적 박탈감이 영향을 준다고 한다. 사회 신뢰는 청년 이외의 세대에게도 같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Fukuyama는 사회 신뢰를 ‘일종의 심리적 상태로 개인, 집단, 국가와 같은 상대가 예측이 가능하며, 정직하고, 호의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가정’으로 정의했다.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사회, 상호 배려와 존중, 돌봄의 문화가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자살 예방의 근원적인 해법 중 하나일 것이다. 

자살률 감소를 위해 자살 위기에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돌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사람들이 절망하여 막다른 곳에 서지 않도록 좀 더 근본적인 접근으로 자살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자기돌봄능력을 키우며 회복탄력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개인의 성장을 돕기 위한 가정, 교육 기관 등의 지원이 유년기부터 있어야 한다. 사회는 안전망 확충과 불공정 노동시장 개선 등 사회복지 정책 강화와 복지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과 사회 변화에 맞춰 한걸음 앞선 준비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 


1) 2023. 잠정치

2) 박채림, 한창근(2023), “사회 신뢰가 청년의 우울에 미치는 영향”, 보건사회연구, 43(1), 14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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