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5-01   2213

[동향2] 정치의 무책임과 전문가의 오만함, 그리고 시민의 현명함 –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의제숙의단에 참석한 활동가의 시선 –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부장

국회 연금개혁특위에서 ‘공론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16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는 산하에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여 연금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골자는 500인 시민대표단을 구성하여 본격적인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것이었으며, 이에 앞서 의제숙의단을 설치하여 어떤 방식으로 질문을 구성할지 토대를 만들겠다고 발표하였다.

필자는 노동계 구성원으로서 의제숙의단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주어졌고 이를 전후로 많은 생각의 변화가 생겼다. 아마도 이 글이 참여연대 복지동향에 실려 시민들이 읽을 때쯤이면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한 500인의 시민대표단은 연금개혁 방향을 어느 정도 결론 낸 상황일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그 결과와 상관없이, 의제숙의단에 참여하고 그 이후 과정에서 직접 느낀 부분들을 기록 차원에서 가감 없이 이야기하고자 한다. 거의 ‘느낌’에 가까울 수 있으니 다소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독자들이 양해해주길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정치의 무책임함에서 출발한 연금개혁

먼저 우리가 알아야 할 부분이 하나 있다. 연금개혁에 대한 ‘정치의 무책임함’이다. 2017년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 2020년 구성된 거대 양당 중심의 21대 국회, 2022년에 들어선 윤석열 정부 모두 연금개혁에 대해 명확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린 기억해야 한다.

문정부 집권 2년 차였던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및 정부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이 발표될 당시부터 연금개혁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전까지는 소위 ‘기금고갈론’이라는 공포마케팅에 의해 여론이 지배되던 시기였고 이로 인해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논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문정부는 소득주도성장론 아래 종합운영계획안에 공적연금 강화를 개혁의 옵션으로 포함하는 등 상대적으로 균형 잡힌 정책적 방향을 설정하였고1), 이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공적연금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회적으로 많은 조명을 받게 되었다.

이후 같은 해 10월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에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가 설치2) 되어 연금개혁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었지만, 2019년 8월 30일 일부 제도 개선에 대한 권고문만 도출했을 뿐, ‘소득대체율 및 보험료율’ 조정을 중심으로 다수안과 소수안이 나뉘어 최종합의는 결렬되었다. 이를 핑계로 정부는 국회에서 논의하여 결정해주면 따르겠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했고, 국회 거대 양당은 연금개혁에 대해 말로만 서로 날선 비판을 할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2020년 총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인해 연금개혁은 동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22년 대선에서도 연금개혁이 다시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당시 국민의힘은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하여 연금개혁을 정부가 직접 책임지겠다고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이후 대통령 직속 인수위원회에서는 110대 국정과제를 내놓았는데 그때도 보건복지부 정책 영역으로서 ‘상생의 연금개혁’을 위해 ‘공적연금 개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정부는 집권 당시 국정과제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통한 소득대체율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소위 ‘어떤 기구’를 통해 추진할 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 윤정부는 대통령 직속 기구를 통해서 연금개혁을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고 이는 그만큼 연금개혁에 대한 정권 차원의 의지는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윤정부도 대통령 직속기구를 설치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후 여야 합의로 국회 내에 ‘연금개혁 특별위원회’가 설치되었다. 언론에서는 드디어 국회가 특위를 설치하는 등 연금개혁을 책임지고 나섰다고 평가하며 무언가 구체적 결론이 날 것처럼 보도하였다. 하지만 실제 연금개혁 특별위원회의 회의 내용을 살펴보면 각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연금개혁에 있어 구체적인 개혁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토론하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자문가의 역할에 한정되어야 할 학계 전문가들을 앞세워 공청회나 토론회만 반복적으로 열었고, 가끔 정부 관료들을 불러 의미없는 질문들만 나열하는 것이 특위의 일상이었다. 여론에서는 누가 어떤 주장을 했는지 확대 재생산하는 정도의 보도 경쟁만 이어갔다.

그렇게 2023년 연말까지 연금특위는 구체적 성과 없이 시간만 흘려보냈고, 특위의 설치 기한이 도래하자 겨우 21대 국회 임기와 연동하여 한 차례 연장하자는 결론만 내놓았다. 대신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서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과정만 겨우 여야가 합의하고 지금은 총선을 맞이하게 되면서 또 다시 개점휴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나마 1월에 출발한 공론화위원회는 4월 시민대표단 운영까지 자기만의 임무를 충실히 하고 있는 듯하다.

의제숙의단 워크숍, 진행과정과 내용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에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공론화라는 과정에 대한 부분이며, 또 다른 하나는 전문가라는 존재이다. 먼저 공론화 과정3)에 대해 살펴보자. 공론화위는 연금특위에서 요청한 총 7개의 영역별 의제(①소득대체율 및 보험료율 조정 ②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 조정 ③의무가입연령 및 수급개시연령 ④퇴직연금제도 개선 방안 ⑤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형평성 제고 ⑥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방안 ⑦공적연금 세대간 형평성 개선 방안)에 대해 두 차례에 걸친 이해관계자 공청회를 통해 조직적 의견을 수렴하였다.

이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시민대표단에 연금개혁의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항들을 초안 형태로 정리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의제숙의단이 그들로 하여금 시민들에게 연금개혁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구체화 된 대안을 만들도록 하였다. 이른바 시나리오 워크숍이라는 2박 3일이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진행된 것이다.

의제숙의단은 공론화위원회에서 직접 구성하였다. 양대노총과 사용자단체뿐만 아니라 지역가입자단체, 수급자대표, 청년대표 등 총 36인을 다양하게 구성하여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연금개혁 의제에 담길 수 있도록 하였다. 의제숙의단이 직접 공론화 의제를 구체화하여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주요 임무라는 것을 분명히 하였고, 절차적 공정성과 수용성 확보를 위해 사전규칙을 스스로 설정하고 상호토론하여 정하도록 하였다.

여기서 의제숙의단은 공식적인 의제별 대안으로 마련하는 기준을 설정하였는데 이른바 ‘성안 기준’이다. 숙의단 구성상 노사단체의 경우 그 비중도 높거니와 그간 활동 경력, 단체 내부 간 의견 일치도의 상대적 용이성 등을 고려했을 때 논의의 흐름이 지나치게 노사단체 중심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그것도 노사단체로부터 각각) 나왔다. 그렇기에 다수가 인정할 수 있는 성안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중론을 모았고, 그 기준이 ▲의제숙의단 중 8인 이상이 동의하되 ▲3개 영역 이상의 대표들이 함께 구성된 경우에만 대안으로 성안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기준을 사전에 모두가 참여하는 논의를 통해 인정했기에, 개별 의제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나 판단을 갖고 있더라도 상호 존중하에 토의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라 본다.

의제숙의단은 일종의 막중한 ‘미션’을 인지한 상태로 시민대표단에게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두고 3월 8일부터 10일까지 2박 3일의 짧지만 긴 시간 동안 치열하게 토론을 거쳤다. 각 의제마다 전문가 2인(내지 1인)이 각각 보장성 강화론과 재정 안정화론을 대표하여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 발제하고 질의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고, 의제숙의단은 이후 문제점·고려사항·방향성 등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고, 이후 공통된 의견이 많은 안부터 구체적 의제 성안을 진행하였다. 첫째 날은 저녁 10시에 가까워져서 종료되었고 둘째 날은 저녁 8시에 끝날 정도로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4). 

그 치열한 과정을 통해서 정리된 내용들은 3월 12일 공론화위원회 브리핑5) 을 통해 언론에 공식 보도되었다. 이번 연금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면서 가장 치열하게 논의되었던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보험료율 조정은 ‘소득대체율 50%-보험료율 13%’의 1안과 ‘소득대체율 40%유지-보험료율 12%’의 2안으로 정리되었다.

또한 의무가입 연령과 수급개시 연령을 일치시키는 방향이 단일안으로 성안되었고,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기본 급여구조에 대한 변경은 아무도 동의하지 않은 점, 세대 간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지난 2월 KDI에서 발표된 ‘DC방식 신연금제도 도입’과 같은 경우에는 폐기된 부분 등 일종의 성과도 있었다. 거기에 더해 퇴직연금은 전문가 발제와 제안사항 등이 다소 매칭되지 않고 공적연금과 달리 논의될 필요가 있는 차원에서 시민대표단 질문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다수의 문제 제기에 의해 최종적으로 빠지게 되었다.

내용상으로 볼 때 재정안정화론에서 주장하는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다층노후보장체계 강화’의 근거가 많이 희박해졌다. 재정안정화론에서 원하는 만큼 보험료율 인상 폭이 높지 않게 된 부분도 있거니와, 다층 노후보장 체계 강화에 핵심인 국민연금-기초연금 재구조화나 퇴직연금 및 민간연금 확대 등과 같은 내용은 병립적으로 논의하기 어렵다고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반면 보장성 강화론에서 주장한 내용들은 거의 그대로 안으로 성안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공론화위원회는 다시 질문사항을 정리하였고 이를 한 차례 회람하여 다시 의제숙의단의 의견이 최대한 질문사항에 반영되도록 하였다.

의제숙의단의 과정과 내용에 대해 이처럼 구체적으로 다시 살펴본다면, 논의 과정 자체가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았고, 참여자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에 기반하다 보니 오히려 현장에서 새롭고 다양한 의견들이 제안 배경 등으로 최대한 녹아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여 결과도 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리되었다. 개인적으로는 4월에 진행되는 두 차례의 500인 시민대표단 과정이 이와 같다면, 아마 공론화위원회 전반의 과정은 성공했다고 자타가 공인할 수도 있을 것이라 조심스레 기대한다.

오만함의 함정에 빠진 전문가, 시민과 괴리되다

이제 전문가에 대해 돌아보자. 의제숙의단에 참여하면서 필자가 느꼈던 부분 중 가장 큰 의미로 다가온 부분이 바로 ‘전문가라는 존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였다. 사실 활동가로 일하면서 여러 영역에 걸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같이 제도개선사항에 대해 논의하는 등 전문가들을 쉽게 만나 교류하게 되는데, 진영과 전문성, 세부 분야를 떠나 굉장히 사려 깊고 친절하며 성실한분들이 많다. 이번 의제숙의단 과정에서도 사전 준비작업, 사후 작업뿐만 아니라 2박3일 내내 현장 뒷편에서 각 분야별 전문가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 했다.

다만 전문가들이 준비한 부분들 중 여러 사안들이 제외되거나 많은 수정을 거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불만을 표했다. 특히 재정안정화론 쪽에서 준비한 사안들(보험료율 15%, 수급개시연령 2~3세 연장, 현 국민연금 폐지 및 신연금제도 도입, 국민연금 소득재분배 삭제, 퇴직연금 활성화 등)은 상당 부분이 반영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장성 강화론의 입장이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되었다며 불만족스럽다는 취지로 의제숙의단 결론을 평가절하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공론화라는 전체 과정과 의제별 논의의 흐름과 무관하게 본인 주장과 다른 결론이 났다는 부분만 강조하는 태도에 불과하다.

그들은 왜 그런 태도를 보였을까. 감히 이야기하자면 일부 전문가들이 빠진 오만함의 함정이었다. 이 함정은 물론 정치가 만들어낸 것이다. 연금특위가, 국회의원들이, 정당이 연금개혁을 시민을 중심에 두고 책임지려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에게 소위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풀어가려고 하면서 만들어낸 함정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연금특위는 전문가들로 하여금 주요 개혁 의제에 대해 보고서를 쓰게 하고, 토론회나 공청회라는 형식으로 발제와 토론을 시키고, 이를 공식 문서로 기록하는 동시에 언론사의 취재를 통해 전문가들의 워딩을 따서 보도하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에 전문가들이 마치 주인공처럼 조명되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위험한 유혹에 쉽게 빠지는데, 그것은 바로 전문가 자신에 대한 객관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객관화가 되지 않는 순간 전문가는(사실 누구라도) 자신이 가진 학술적 지식 배경을 통해 해외의 유려한 각종 이론, 객관적인 데이터, 선험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어떤 주장을 만들어서 내세우면 그것이 마치 진리로 어디에서든 통용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의제숙의단에서 본, 그리고 그 이후 언론 인터뷰에 응한 일부 전문가들의 모습이 딱 그 모습이었다.

결과적으로 정치가 만든 오만함의 함정에 빠진 전문가들은 평범한 국민, 보통의 시민과 괴리되었다. 아무리 현란한 그래프와 표를 갖다 바친다 한들, 엑셀로 계산해보니 수십년 혹은 100년 이상 장기적 운용이 가능하다고 아무리 주장한들 시민이 선택하지 않고 선호하지 않으면 정책적 대안으로 조명받기 대단히 어렵다는 그 간단한 사실은 계산하지 못했던 것이다. 의제숙의단 워크숍 현장에서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했던 질문 중 하나가 ‘시민대표단이 과연 이걸 제대로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을까?’였다는 것을 전문가들은 과연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정치인 몇 명이, 전문가들끼리 통용되던 자신의 효용가치가 결과적으로 시민과 분리되는 순간을 경험한다는 것은 나의 이야기라고 가정한다면 굉장히 무서운 일이다. 간혹 지인들로부터 우리가 만나는 전문가들 중 다수가 정무적 감각, 현장 감각이 매우 떨어진다는 혹평 아닌 혹평을 많이 들었던 적 있다. 그 가시 돋친 말들이 활동가인 나에게도, 내 동료들에게도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걸 항상 기억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자기객관화가 되지 않은 채로 시민과 괴리된 운동이 가져올 파괴적 결과는 노동시민사회운동 전체에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그 무서움을 말이다.

연금개혁에 필요한 시민의 정치

의제숙의단의 논의결과가 알려지면서 언론에서는 여러 사안에 대해 보도했고 연금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다시금 높아졌다. 윤정부는, 특히 보건복지부는 애초에 자신들이 책임지지 않는 형태로 연금개혁을 추진하면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을 내려고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다 국회가 추진하는 공론화위원회의 가장 핵심적 과정이었던 의제숙의단의 결론이 알려지자마자 이를 부정하거나 뒤엎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관료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를 사과하기는커녕 결과만 부정하려고 각종 술책만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시민의 정치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연금개혁은 정치권이 책임지지 않아 발생한 일들을 시민의 손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마침 같은 시즌에 총선이 치러지는 상황이다. 시민대표단의 공론화 선택이, 나아가서는 시민이 선택한 총선의 결과가 연금개혁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동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지금, 이 시점에서 더 나은 연금개혁은 어떤 방향인지 다양한 자료를 생성하여 공유하여야 하고, 필요하다면 현장 교육도 상시로 진행해야 한다. 시민들이 공적연금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 자신의 노후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시민의 손으로 만들 수 있도록 우리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순간이다.

| 미주 |

1) 물론 공적연금 강화방안이 개혁안 중 하나로 포함되었다고 해서 당시 문재인 정부와 보건복지부가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개혁에 대해 매우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실제 종합운영계획안이 공식 발표되기 이전 문재인 대통령은 “일부 보도대로라면 대통령이 보기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라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을 정도로 당시 논의되고 있던 보건복지부 안은 미흡하였다. 또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보험료율’ 등 주요쟁점에 대한 최종합의가 결렬되었다는 것을 핑계로 당시 정부는 기타 제도개선안에 대한 합의 사항들도 추진하지 않았다

2) 노동계에서 연금개혁기구 설치를 먼저 제안하고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기구가 설치되었다는 점도 다시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2018년 9월 11일 한국노총이 위원 구성, 논의 방식 등을 포함하여 특별위원회 형태로 구성하자는 구체적 제안을 공문 형태로 정부, 국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발송하였다. 한 편으로 노동계가 공적연금 개혁이라는 매우 중요한 현안에 주도권을 갖고 과감한 돌파를 시도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반대로 연금개혁에 있어 정치적 책임의 주체여야 하는 정부나 주요정당이 객체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돌이켜보면 우리 정치의 한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3) 진보 성향의 노동시민사회진영에서는 애초에 공론화 과정에 대해 매우 우려스러운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올해 1월 23일 논평을 통해 국회가 추진하려는 공론화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하였고 특히 “윤석열 정부가 정한 연금개악의 결론에 부합하도록 공론화위원회와 의제숙의단이 편파적으로 구성되고 노동자와 시민의 목소리가 계속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4) 여담으로, 현장에 참여했던 청년대표들은 밤마다 별도로 모임을 가지면서 청년을 위해 만들어낼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고 이를 위해 의제숙의단을 현장에서 설득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청년대표들은 단체, 조직 등이 없이 개인자격으로 참여하였다. 그들은 진영에 함몰되지 않고 보통의, 평범한 청년들이 가진 시각을 바탕으로 보다 나은 대안을 위해 온전히 2박3일을 함께 하며 조심스럽지만 차분하게 자기주장을 했다. 어쩌면 의제숙의단의 진짜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5) 공론화위원회의 공식브리핑 이전에, 그러니까 의제숙의단 워크숍이 종료된 직후에 이미 언론을 통해 일부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이는 아마 당시 보안사항을 숙지하고 있었던 의제숙의단 구성원이 아니라, 현장에 참여했던 전문가 중 일부가 내용을 언론에 흘리지 않았을까 하고 필자는 추측하고 있다

월간<복지동향> 2024년 05월호(제3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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