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2-01   10733

[동향1] 홈리스 추모제와 2024년 한 해의 현안들

주장욱ㅣ홈리스행동 활동가

* 일러두기: ‘홈리스(homeless)’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쪽방, 고시원, 시설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적정 주거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통칭하는 말이다. ‘홈리스 상태(homelessness)에 놓여 있다’라고도 표현한다. ‘집(home)이 없는 상태’라고 직역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서의 ‘집’은 단순히 물리적 형태의 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홈리스는 집에서 이루어지는 재생산 과정으로부터의 박탈, 집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관계로부터의 박탈, 집을 두고 벌이는 모든 경제 활동으로부터의 박탈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2024 홈리스 추모제>의 참여자들이 추모문화제에 앞서 영정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2024 홈리스 추모제>의 참여자들이 추모문화제에 앞서 영정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제공=주장욱)

지난 12월 20일,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 추모제가 열렸다. 동지(冬至)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2001년부터 시작된 홈리스 추모제는 매해 동짓날을 즈음하여 열리는데, 이는 홈리스가 처한 현실이 동짓날의 길고 긴 어둠과도 같기 때문이다. 

‘추모’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홈리스 추모제는 홈리스 상태에서 삶을 마감해야 했던 홈리스를 애도하는 자리이다. 그러나 애도만을 위한 자리는 아니다. 홈리스 추모제는 칠흑 같은 홈리스 인권의 현실을 고발하고, 홈리스 상태를 존속시키는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 결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에 지난해 최종적으로 46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한 ‘2024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아래 ‘추모제기획단’)은 추모와 함께, 정책 개선, 인권 침해 대응, 직접 행동 등 다양한 방식의 활동을 통해 홈리스가 겪는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고자 하였다. 

이 글에서는 ‘공존’, ‘주거’, ‘추모’라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2024년의 현안과 사례를 요약하고, 추모제기획단 내에서 한 해 동안 각 주제에 맞춰 활동해 온 세 상설팀 ‘홈리스공존할권리팀’, ‘홈리스주거팀’, ‘홈리스추모팀’의 주된 요구와 활동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형벌화를 중단하고, 홈리스의 존재를 인정하라

지난 11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가로지르던 한 홈리스가 광장을 관리하는 인력에 의해 무단으로 촬영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가 “행색이 이상”하고, 광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할” 우려가 있어서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행히 당시 그와 동행하고 있었던 홈리스행동 활동가가 곧바로 관리 인력을 제지하면서 촬영은 중단되었고, 그는 무사히 광장을 통과할 수 있었다. 

홈리스 상태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행위가 통제와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을 홈리스 상태의 ‘형벌화’라고 한다. 행색이 지저분하다는 것을 이유로 역사 내 출입을 거부하는 것, 집이 없어서 지하도에서 잘 수밖에 없는 사람을 지하도 밖으로 퇴거시키는 것, 구걸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것 모두 형벌화 조치에 해당한다. 서울광장 관리 인력의 행위 또한, 계절에 맞게 옷을 입기 어렵고, 집이 없어서 짐이 많을 수밖에 없는 홈리스를 제지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감시한 결과라는 점에서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와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공간의 사유화가 기본값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공공장소에서까지 이루어진다는 것에 있다. 지난여름, 홈리스행동이 진행한 <2024 홈리스 인권(형벌화)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5월부터 2024년 5월까지 공공장소에서 퇴거를 요구받은 홈리스의 비율은 34.6%에 달하였다. 이들 중 무려 72.2%가 민간 용역 경비원으로부터 퇴거를 요구받았다고 답하였는데, 이는 공공장소의 공공성이 현재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으며, 그에 따른 피해가 그곳에 머무는 홈리스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서울 중구청의 관리 구역인 ‘서울역 앞 지하보도’에서는 민간 기업 ‘서울스퀘어’가 지하도에 머무는 홈리스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월권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홈리스공존할권리팀이 지난 12월 면담을 통해 서울 중구청에 이를 강력하게 제지할 것을 요구하였고, 지하도에 머무는 홈리스 당사자와 추모제기획단을 포함한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1인 시위, 토론회, 집회 등의 대응 활동을 벌여 불법 부당한 행위를 일부 중단시켰으나, 여전히 ‘서울스퀘어’의 보안요원은 지하도를 순찰하며 홈리스를 감시하고 있다.

반면에 홈리스 상태의 형벌화에 대한 국내외의 원칙은 아주 분명하게 확립되어 있다. 유엔(UN) 주거권 특별보고관과 극빈과 인권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지난 6월, 공공장소에서 홈리스를 퇴거시키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이며, 각국의 정부는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를 방지하고, 홈리스가 공공장소에 머물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서울시 또한 <서울시 노숙인 권리장전>을 통해 홈리스가 차별받지 않을 권리, 의사에 반하는 강제 조치를 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서울시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 또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 이 같은 원칙들은 그저 형해화된 선언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홈리스의 존재는 정부가 ‘주거권 보장’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결과이다. 모두가 집다운 집에서 살 권리를 보장하는 데에 정부가 실패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노숙’이 죄라면 죄인은 장관이고 대통령이다. 주거를 사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질서가 된 세상에서, 소유할 수 없는 사람은 갈 곳이 없다. 이들을 공유의 영역인 공공장소에서조차 내몬다는 것은 곧 홈리스라는 존재 자체를 소거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역사와 같은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홈리스 지원 체계로부터 멀어질수록, 외딴곳과 외곽으로 이동할수록 생존이 위협받기 쉽기 때문이다.

내쫓긴 이들이 결국 당도하는 곳은 이내 또 내쫓길 공간이다. 유엔의 두 특별보고관이 강조하였듯, 홈리스를 몰아내고 처벌하는 것은 홈리스 상태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그러므로 홈리스에 대한 모든 형벌화 조치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집다운 집을 보장받지 못한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향하는 곳이 공공장소임을 인정하고, 모두의 주거권과 함께 모두의 공공장소 이용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것이 ‘홈리스 문제’ 해결의 출발이다. 2025년 홈리스공존할권리팀의 활동 또한 위 요구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함께 가자, 적정 주거로 가는 길

앞서 일러두었듯, 홈리스는 쪽방, 고시원 등 이른바 비적정 주거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포괄하는 말이다. 비적정 주거(inadequate housing)는 법률상 ‘주택’에의 해당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데에 있어 적합하지 않고 열악한 환경의 거처를 이르는 말이다. 한국의 경우,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정의하는 ‘주택 이외의 거처’,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하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거처 등이 여기에 포함되지만, 거처의 물리적 구성의 한계만이 주되게 언급될 뿐 아직 비적정 주거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시원은 그중에서도 홈리스의 거처로서의 비중이 상당하다. 국토교통부의 2022년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고시원 및 고시텔에 거주하는 158,374가구 중 절반 이상인 81,884가구가 서울시에 존재한다. 서울시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홈리스에게 ‘임시주거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하는데, 이때 입주하는 거처의 대부분 또한 고시원이다. 이렇듯 고시원은 정책에서도 주요하게 활용되고 있으나, 고시원 주민의 열악한 거주 실태는 그 어디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작년 한 해 홈리스주거팀에 접수된 서울 시내 고시원 주민의 부당 퇴거 문제만 해도 4건에 이른다. 재개발, 재건축, 건물의 용도 변경 등을 이유로 협상의 여지도 없이 거주민 퇴거가 시도되었거나 이루어졌다. 통상 고시원과 같이 보증금이 없는 월세방의 경우, 건물주의 재산권에 앞서 세입자의 주거권이 보장될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 잘못된 통념이다. 

고시원 거주자 또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임차인이다. 법률이 보장하는 기간 동안 해당 거처를 사용할 정당한 권한이 이들에게 주어져 있다는 말이다. 고시원이 ‘영업장’에 해당하여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과거 대법원은, 특정 건물을 ‘주거용 건물’로 볼 것인지는 건물의 실제 용도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고시원 주민은 부당 퇴거를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고, 정부는 이를 보장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홈리스주거팀은 이를 바탕으로, 부당한 퇴거 압박을 받았던 서울 중구 소재 한 고시원의 주민들에게 주거 이전을 위한 시간과 주거 이전비 등을 건물주가 직접 보장하기로 한 합의를 법원을 통해 이끌어 낸 바 있다. 

<2024 홈리스 추모제> 참여자들이 추모 행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한 참여자가 “국가인권위는 고시원 주민 위한 정책 개선 권고 시행하라!”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제공=주장욱)

부당 퇴거 외에도, 고시원 주민을 말 그대로 ‘못 살 게 구는’ 계약 조건과 생활 수칙 또한 심각한 문제다. 실제로 홈리스주거팀의 조사 결과, 특정한 옷차림이 금지되어 있다거나, 이 같은 생활 수칙을 2회 이상 위반할 경우 강제로 퇴실 처리된다는 등 임의적이고 부당한 수칙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 거주민이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점을 악용하여, 주거급여가 인상될 경우 월세를 인상하겠다는 고시원도 존재한다. 운영자가 별도의 열쇠를 이용해 방문을 무단으로 열고 생활에 간섭한다거나, ‘정신질환자’는 입실이 불가하다고 아예 명문화하여 고지하는 등 명백히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 사례도 다수 확인되었다. 부당 퇴거뿐만 아니라, 이 같은 악질적인 조처들도 고시원 주민의 주거 안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 홈리스주거팀은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였고, 거주민의 주거권이 침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되어, 정부와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정책 권고 사안으로 다루어질 예정이다.

한편, 쪽방도 예외는 아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2021년 국내 최대 쪽방 밀집 지역인 동자동 쪽방촌 일대를 개발하여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기존 쪽방 주민의 재정착을 이루어내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2월 5일이면 곧 발표 4주년이 되는 현재, 그 발표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진행된 것이 없다. 그러는 동안 쪽방의 소유주들은 빈방을 늘려 공공 개발의 동력을 축소하고, 향후 세입자 대책을 약화하려는 시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일례로 서울 용산구의 남영동 주민센터는 관내 쪽방 주민의 전입 신고 수리를 거부한 바 있는데, 이는 건물주의 요청에 따라 건물주의 재산권을 방어할 목적으로 벌인 일이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우편물을 수령하는 일과 같은 일상을 방해받았고, 임대주택 신청과 같이 주소지를 기반으로 하는 복지 제도에 접근하기 어려웠으며, 거주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주불명자’가 되어 불이익을 당할 위기에 놓였었다. 이후 홈리스주거팀과 공익 변호사들이 소를 제기하였고, 다행히 지난 12월 법원에서 최종 승소하여 일선 행정 기관은 건물주가 아닌 주민의 이익을 우선시하여야 함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이제 주민센터가 수리 거부의 근거로 삼았던 정부 지침을 행정안전부가 개정하도록 압박해 나갈 예정이다. 멈추어 있는 동자동 공공 개발의 시계를 다시 돌아가게 하는 일 또한 중요한 과업이다.

죽음을 통해 되새기는 삶의 권리들

공영 장례는 말 그대로 공공 기관이 지원하고 운영하는 장례를 뜻한다. 서울시의 경우에는「서울특별시 공영 장례 조례」를 통해 사망자가 법률상 가족이 존재하지 않거나, 경제적인 사정 등을 이유로 사망자와 법적 가족 관계에 있는 사람이 장례를 치르기 어렵거나 주관하지 않기로 결정하여 사망자의 시신 인수를 위임하는 경우 등에 장례를 지원한다. 이들 경우에 사망자는 ‘무연고 사망자’가 된다. 즉, 법률상 연고가 없는 사람이라도, 빈곤 속에서 삶을 마감한 사람이라도 그 끝은 존엄해야 하고 예(禮)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 바로 공영 장례의 핵심이다.

공영 장례에 ‘이르게’ 된 무연고 사망자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홈리스 상태에서 삶을 마감하였다는 사실을 적지 않게 마주하게 된다. 홈리스추모팀은 바로 그 무연고 ‘홈리스’ 사망자의 마지막과 대부분의 마지막들을 구성하고 있는 공영 장례의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하는 활동에 집중해 왔다. 그 일환으로 지난 11월, 홈리스추모팀은 공영 장례의 목적과 가치가 장례 현장에서 실현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 공영 장례 개선 요구를 위한 간담회>를 열어, 그간 공영 장례에 참석하여 고인이 된 친구나 동료를 추모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고인의 존엄을 지켜 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우선, ‘합동 장례’가 아닌 ‘개별 장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시립승화원에는 공영 장례식장 ‘그리다’ 빈소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곳에서는 고인이 생전 동의한 적 없는 합동 장례의 형태로 공영 장례가 치러진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두세 명의 망자들의 위패가 제단에 함께 오르고, 각각의 고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뒤엉켜 서로 처음 보는 이를 추모하는 일이 벌어진다. “헌화할 때 모두에게 해야 할지, 어느 방향으로 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같이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합동 장례는 부당하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연고 홈리스 사망자가 삶에서뿐만 아니라 그 끝에서마저도 계속해서 ‘비용’과 ‘효율’의 논리를 마주해야 한다면, 인간의 존엄은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고인의 애도 받을 권리와 고인을 떠나보낸 사람의 애도할 권리는 이 밖에도 더욱 여러 측면에서 섬세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망자의 정보는 법률상 ‘개인 정보’에 해당하지 않으나, 일선 행정 기관에서는 생사 여부와 무관하게 개인의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영정 사진 없이 장례가 치러지기도 한다. ‘연고’라는 개념을 너무 좁게 해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법률상 연고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고인의 사회적 관계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공영 장례 시 영정 사진과 함께 부고를 공식화하여, 법적 가족 관계에 놓이지 않은 ‘사회적 연고자’들이 고인을 제때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한다. 홈리스추모팀은 올해 이 같은 요구들을 서울시에 전달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영 장례의 올바른 시행을 위해 활동해 나갈 예정이다.

무죄 판결을 받는 체제를 바꾸기 위해

485명. 홈리스추모팀이 집계한 2024년 서울 지역 홈리스 사망자의 수다. 각지에 수소문을 하는 등 여럿이 공을 들여 수작업을 한 결과이나, 정확한 숫자라고 볼 수 없다. 한국은 현재 ‘홈리스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기록하고 있지 않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홈리스의 사망’에 대한 기록은 단순히 홈리스 개개인의 생사 여부의 집합을 의미하지 않는다. 2024년의 ‘485’는 거리에서, 쪽방과 고시원에서, 시설에서 삶을 마감한 홈리스를 추모하기 위한 숫자임과 동시에, 다시는 삶이 홈리스 상태에서 멈추지 않도록, 다시는 삶이 홈리스 상태에 이르지 않도록, 다시는 이 사회가 사람을 홈리스 상태에 빠뜨리지 않도록 우리 모두에게 그 방법을 일러 주는 단서가 되어야 한다. 죽음의 사회적 의미를 찾아 죽음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확하면서도 다층적인 사망 통계가 절실하다.

<2024 홈리스 추모제> 참여자들이 서울역 내부에서 추모 행진을 이어 가고 있는 모습
<2024 홈리스 추모제> 참여자들이 서울역 내부에서 추모 행진을 이어 가고 있는 모습(제공=주장욱)

지난 12월 9일, 2023년 뉴욕시 지하철에서 홈리스였던 조던 닐리(Jordan Neely)를 목을 졸라 살해한 다니엘 페니(Daniel Penny)가 만장일치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죽인 자, 죽임을 당한 자가 명백한데, 죽인 행위는 죄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조던 닐리의 죽음은 다니엘 페니뿐만 아니라, 홈리스 지원 체계의 문제, 사법 체계의 문제,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 인종 차별의 문제가 실재하는 미국 사회가 가한 총체적 폭력의 결과로 보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여기, 사람을 홈리스 상태에 이르게 하며, 홈리스 상태에 처한 사람을 때 이른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이 세상 또한 계속해서 무죄 판결을 받고 있다. 홈리스 사망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을 넘어, 홈리스를 만들어 내는 체제를 바꾸기 위해 우리가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월간 <복지동향> 2025년 2월호(제3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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