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2-01   13045

[기획4] 영국 NHS의 위기: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이안 그리너 · 마틴 파월 교수

영국의 국민건강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이하 NHS)는 1948년 설립된 이후 거의 매일 같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러한 측면에서 NHS는 복지국가 사회정책의 ‘위기’를 탐구하는 데 있어 매우 훌륭한 사례일 것이다. 이 연구는 NHS 위기가 무엇인지 그 개념과 사례를 탐구하고자 한다. 방법론은 다음과 같다. 우선 NHS 역사에 관한 학술 연구들과 위기를 다룬 언론보도를 분석하여 위기가 발생한 시점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위기의 유형을 분류하였다. 그리고 위기가 발생한 때와 NHS 개혁이 이루어진 시점을 연결하여 두 요소 간의 관계를 살펴보고, 위기가 실제로 정책 변화를 추동하였는지 분석하였다. 아울러 NHS의 위기와 영국의 경제적·사회적 위기와의 연관성을 분석하고, 이 두 차원의 상호작용이 언론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결과들을 살펴보았다. 실증분석을 위해 이 연구는 토픽 모델링1에 기반한 텍스트 분석을 사용하였다. 이하에서는 먼저 위기라는 개념에 대해 간략히 탐구한 후, 분석 방법을 제시하고, 실증 연구에서 도출된 주요 결과들을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특정 유형의 위기가 정책 변화 시기와 연관되어 있는지 검토한 후, 최종 결론을 제시하였다.

1. 위기, 무엇이 위기인가?

본 연구는 실증적 분석 연구이지만, ‘위기’에 대한 광범위한 문헌을 살펴보는 것은 이 연구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Hay(1999)는 ‘위기’가 사회 및 정치 이론에서 모호하고 불분명한 개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위기’에 대한 정의와 유형 분류에는 여러 상충하는 관점이 존재한다. 위기에 대한 한 가지 관점은 위기를 어떤 자극으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Boin et al.(2009)은 위기의 핵심 요소로 위협, 긴급성, 불확실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Hay(1996)와 Jessop(2015) 등의 학자들은 위기가 단순히 자극이나 문제가 아니라 문제에 대한 대응까지를 포함한다고 보고 있다. Hay(1996)는 위기를 단순히 파열이나 붕괴의 상태가 아닌, 결정적 개입과 변화를 이끄는 순간으로 정의한다. 위기란 단순히 병리학적 문제의 축적 결과가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를 통해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Jessop(2015) 역시 위기를 위험이자 함께 기회의 순간으로 간주한다. 기회로서의 위기(변화의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라는 관점은 정책 변화와 관련하여 이른바 ‘결정적 전환점’를 제공한다. 정책 변화는 매우 짧은 기회의 창이 열린 때에 각 행위자의 선택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이때 위기는 변화의 주요 사건으로 작용해 정책 결정자들에게 새로운 접근을 취하게 한다. 그리고 변화는 기존 접근법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때, 새로운 정책도구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위기의 시점뿐만 아니라 위기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위기는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문제들과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O’Connor(1973)는 특히 경제성장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을 때, ‘국가 재정 위기’ 와 ‘사회지출’ 간의 긴장이 촉발됨을 다룬 바 있고, Jessop(1999, 2002)은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 시공간 조정(spatio-temporal fix)2으로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경제정책과 복지정책은 상호작용을 통해 거시적인 문제들을 조정한다. 그러나 경제적 압박이 심화될 경우 이러한 ‘조정’이 오히려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Offe(1984)가 말한 ‘역설’이다. 국가는 복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지만, 복지가 없으면 경제적 착취의 결과를 감당하기도 어려워진다. 즉 위기는 단순히 하나의 자극에 따른 단일한 반응으로 끝나지 않는다. 위기는 해석되어야 하며, 그 자체로 스스로를 설명하지 않는다. 이는 어떤 사건이 위기인지, 어떤 종류의 위기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위기를 전파하거나 반대로 간과하는 방식은 주요한 정책 변화의 배경을 형성한다.

2. NHS 위기란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NHS는 1948년 설립 이후 계속해서 위기였다(Timmins, 2017). 실제로 ‘NHS crisis UK’라는 검색어를 구글에 입력하면 약 3,000만 건의 결과가 나오며, 이 중 상당수는 언론 기사다. 같은 검색어를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인 Google Scholar에 입력하면 약 21만 건의 결과가 나온다. 영국의 왕립의학회지 편집자인 Abbasi는 2017년에 NHS 위기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NHS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를 인도주의적 위기로 보는 사람도 있고, 정치적 위기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석하든, 위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는 재정 위기, 병상 부족, 1차 의료 서비스 부족, 압도적인 수요에 따른 위기, 병목 현상을 만드는 사회복지 위기, 서비스 흐름의 위기, 그리고 상식의 위기입니다.” 영국 상원의 2017년 보고서도 “NHS는 설립 이후 수많은 위기를 겪으며 생존해 왔다”고 밝히면서도, “이번 위기는 다르다”고 덧붙였지만 이번 위기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설명은 위기가 매우 모호하다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위기의 구체적인 성격이나 이로 인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NHS의 위기가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공간 조정(spatio-temporal fix)’ 개념으로 위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NHS는 국가가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의 규모를 언제든 넘어설 예산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의 재정 수준, 조직적 해결책, 서비스 압박 간에 타협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타협은 주로 국가와 의료진(의사, 간호사 등) 같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중재 역할을 시도하는 조직적 변화와 관련이 있지만, 이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NHS 체계가 위기에 빠지는 것이다. NHS의 설립 이래로 재정 수준은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조직적 해결책 또한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정책 논쟁의 중심에 있다. 그리고 서비스 압박은 정부 정책과 NHS의 조직적 해결책이 대중과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데, NHS는 역사적으로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시공간적 조정 개념을 활용하면, 영국의 보건정책 변화 기간 동안 경제적 긴장과 사회적 긴장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혹은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위기가 이러한 조정을 어떻게 압도할 수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NHS의 시공간 조정은 끊임없이 증가하는 보건 재정 수요와 의료 서비스 내 이해관계자들 간의 관계를 중재하며 정치적 개혁 요구를 관리하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Jessop의 관점에 따르면, 시공간 조정에는 조정 내에서의 위기와 조정 자체의 위기가 존재한다. 다양한 사건이 NHS 위기로 명명될 수 있지만, 실제로 위기로 간주되는 것은 그것이 해결과 변화가 필요한 수준, 즉 조정 단계에 도달했을 때만 가능하다. 이와 같이, NHS에서 발생하는 위기가 언제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NHS 내의 위기가 NHS 자체의 위기로 발전하는 시점을 탐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학술 문헌 분석을 진행하였다. 제목이나 초록에 ‘NHS 위기’(또는 유사어)를 포함하는 학술 저널 연구들을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하였고, 모든 자료를 정리한 결과, NHS 위기를 다섯 가지 주요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제 모델링(topic modelling) 기법을 통해 이러한 위기 유형을 ChatGPT 4가 제안한 주요 위기 유형과 비교했는데, 거의 완벽한 일치를 보였다. 

1) 재정 또는 자원(Funding and Resource)의 위기

전체 논문의 약 22%에서 언급된 위기 유형이다. 영국의 NHS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재정 지원을 받아 왔다. 이는 자본투자 부족, 적은 의사 수, 그리고 전반적인 지출 수준의 열악함으로 나타난다. 2000년대와 같이 NHS에 상당한 추가 투자가 이루어진 시기도 있었지만, 2010년 이후 투자 수준이 정체되면서 대기 시간 증가와 같은 문제가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Webster(2002)에 따르면, NHS의 공식 역사에서 재정 위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시기는 신보수주의가 집권한 1980년대다. Klein(2013) 역시 이 시기를 자원의 위기가 널리 퍼진 시기로 평가한다. 1997년 노동당 정부 초기에도 재정 위기는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는데, 당시 정부는 재정 건전성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2) 인력(Workforce)의 위기

NHS의 재정 위기와 연관되어 나타난 위기지만 별도로 언급할 필요가 있는 유형이 인력의 위기다. 전체 논문 중 약 30%가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많은 의료시스템이 의료진의 임금 및 근로 조건과 관련한 분쟁을 겪어왔으며, NHS도 특히 1970년대와 최근에 이런 문제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NHS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 규모(인구 대비 의사와 간호사 수)를 보여 왔다(OECD, 2017). 여기에 더해 낮은 임금 수준은 인력 유지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 Klein(2013, p. 241)은 2000년대 중반의 사례를 들어 단기적인 관리가 우선시되면서 인력 문제 같은 장기적 전략 계획이 종종 소홀히 다뤄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3) 조직 개편(Re-organisation)의 위기

NHS는 재정 및 인력 문제, 그리고 긴 대기 시간과 낮은 건강 성과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여러 차례 시도한 바 있다. 이러한 개편은 종종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선량한 의도로 이루어졌지만, 때로는 정치적 또는 이념적 동기로 추진되면서 큰 변화를 불러오지 못한 채 혼란만 초래하기도 하였다. Baggott(2015)는 언론이 NHS를 위기로 묘사함으로써 정책 결정자들이 불필요한 조직 개편을 시도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1989년과 2010년 NHS 개편은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받는다. Klein(2013, p. 258)은 2010년 개편에서 요구된 200억 파운드의 효율화가 NHS 운영 방식에 중요한 변화를 이루지 않고는 달성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았다. 다만 학술 문헌에서는 NHS 조직 개편과 위기를 장기적으로 연결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다룬 사례는 드물다. 

4) 돌봄 실패(Care Failures)의 위기

네 번째 유형의 위기는 의료 기관이 국민의 생명과 사망이 걸린 상황을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봄 실패다. 이러한 실패는 때로는 NHS의 조직 구조나 재정 문제와 같은 체계적 문제에서 기인하기도 하고, 지역적인 돌봄 문제나 스캔들로 불리는 사건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NHS에는 오랫동안 안타깝게도 위기로 분류된 여러 돌봄 실패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위기는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 위기로 간주되거나, 이후 조사를 통해 밝혀지곤 한다. 예를 들어, 2000년대 미드스태퍼드셔(Mid-Staffordshire)에서 발생한 돌봄 실패 사건은 ‘위기’인지 ‘실패’인지, 혹은 단순히 ‘스캔들’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며, 정확한 사례 수를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들은 언론에서 NHS 전체의 위기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5) 서비스 압박(Pressure on Services)의 위기

마지막 유형의 위기는 단순히 서비스에 가해지는 극심한 압박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러한 압박은 주로 공중보건 비상 상태(예: 비만, 광우병(BSE), 신종 인플루엔자 등)나,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서비스 수요 증가와 의료진의 질병이 결합하여 대기 시간이 급증하고 NHS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Webster(2002, p. 207)는 1996년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려 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1998~1999년에도 대기 시간이 계속해서 높게 유지되면서 노동당 정부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른바 겨울 위기(Winter Crisis)는 재정 부족, 인력 문제, 돌봄 실패와 같은 다른 유형의 위기와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위기는 분석된 연구의 약 15%에서 다뤄졌으며, 학술 도서보다는 저널에서 더 자주 언급되었다. 결과적으로, 겨울 위기는 NHS가 직면한 복합적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재정, 인력, 돌봄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3. NHS 위기 관련 뉴스 보도와 토픽 모델링 분석 

NHS 위기에 대한 전국 신문의 뉴스 보도를 분석하였다. 물론 언론보도가 NHS와 같은 복잡하고 다양한 조직의 상황을 완벽히 포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언론은 공공 서비스가 위기를 겪고 있는지 여부를 해석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며, 위기의 유형을 분류하거나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본 연구에서는 LexisNexis 뉴스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전국 신문 기사에서 ‘NHS 위기’ 또는 그와 유사한 표현이 헤드라인이나 첫 번째 단락에 포함된 사례를 조사하였다. 분석 대상은 데이터베이스의 시작 시점(대체로 1980년대 중반)부터 2019년 말까지이며, 코로나19 팬데믹 보도와 관련된 복잡성을 배제하기 위해 팬데믹 이전 시점까지만 포함하였다. 분석은 R 프로그램 적용을 위해 ‘LexisNexisTools’ 패키지를 사용하였고, 토픽 모델링(topic modelling)으로 분석하였다. 최종적으로 9개의 토픽을 중심으로 한 모델이 가장 우수한 성과를 보였으며,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토픽 모델링이 통계적 관계를 도출한다고 해서 반드시 실질적으로 중요한 결과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며, 각 토픽의 상위 점수를 검토한 결과, 다음과 같은 6개의 핵심 토픽이 발견되었다. 

첫째는 겨울 위기(winter crisis)3다. 겨울 위기의 시점을 보면 2000년 무렵 첫 번째 정점을 보였고, 2005년에 다시 증가하였고, 2013년 이후부터는 지속적으로 빈도가 높아지며 정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특히 환자 증가와 병원 자원의 한계가 맞물리는 상황에서 두드러진다. 둘째는 인력 및 채용 문제다. 특히 간호사 인력 문제와 관련된 기사들로 구성되어 있고, 또한 스코틀랜드의 의료 인력 상황을 다룬 기사와 자주 연결되며 지역별 의료 자원 분배 문제를 부각하고 있다. 셋째는 병원 감염이다. 이 주제는 병원 이용자 증가와 의료 인력 부족으로 인해 환자 안전이 저해될 가능성과 함께 그리고 특히 1월이 이 토픽이 가장 자주 언급된 시기로서 겨울철 위기와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식습관과 비만 문제다. 특히 설탕 소비와 관련된 문제를 중심으로 기사가 작성되고 있고 이와 함께 치과 건강 문제도 자주 다뤄진다. 다섯째, 정신 건강이다. 이 토픽은 다른 토픽들과는 보도 패턴이 다른데, 7월이 가장 많은 보도가 이루어진 시기이며 그다음 11월(84건), 10월(76건), 5월(74건) 순이다. 반면, 12월과 1월에는 보도량이 감소한다. 이는 겨울 위기가 다른 NHS 위기 유형보다 더 시급한 문제로 여겨지며, 정신 건강 관련 보도가 상대적으로 밀려나는(crowded-out) 현상을 보여준다. 여섯째, 돌봄과 주거 문제 즉 지역사회통합돌봄이다. 주거 환경과 사회적 돌봄 서비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기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4. 위기 논의와 정책 변화

1) NHS 위기에 대한 학술 문헌과 언론보도의 차이

학술 문헌에서는 NHS 위기의 첫 번째로 재정 위기를 다룬다. 그러나 언론보도는 아니다. 분석 결과에서는 하나의 토픽으로 분류되었으나 많은 기사에서 이를 의료 보건 재정 위기로 초점을 두지 않았고, 비교적 소수의 기사만이 NHS 재정 문제를 독립적인 문제로 다루었으나 대부분 경제적 환경 분석 속에 이를 포함하는 경향이다. 즉 NHS의 자금 조달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면밀한 논의는 부족하며, 이는 NHS가 대부분의 역사를 통해 다른 선진국의 보건 시스템에 비해 가장 낮은 자금 지원을 받은 체계 중 하나라는 사실을 대중이 잘 이해하지 못하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학술 문헌에서 두 번째로 다룬 위기 유형은 인력 위기이며, 이는 언론보도 데이터에서도 명확히 나타났다. 언론에서 가장 많이 보고된 인력 위기는 간호사와 관련된 것으로, 이는 간호사가 NHS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직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예상 가능한 결과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전공의(junior doctors)와의 분쟁이 언급되는 빈도가 증가하였다. 이 시기에는 인력 위기에서 전공의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였다. 학술 문헌에서 다룬 세 번째 위기 유형은 NHS의 조직 개편이다. 그러나 이 주제는 언론보도에서 다루지 않고 있다. 언론에서 조직 위기를 직접적으로 보도하기보다 개편의 이유를 다룬다. 이는 대기 시간(토픽 5)과 의료 실패(토픽 9) 등의 주제에서 두드러진다. 학술 연구는 주로 조직 개편의 정치적 배경과 구체적인 내용을 중요하게 다루는 반면, 일반 언론은 NHS가 겪고 있는 문제, 특히 보도된 사건과 관련된 문제들에 중점을 둔다. 재정 부족과 조직 개편 모두 NHS가 직면한 문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예: 겨울 위기, 인력 부족)에 직접적이지는 않다. 네 번째 위기 유형인 의료 실패는 언론의 환자 안전 토픽과 명확히 연결된다. 병원 내 감염(MRSA, 슈퍼버그)과 환자가 복도나 비진료 구역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의 결과가 주요 키워드로 나타나며, 이러한 주제는 기사 내용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이러한 기사들은 종종 개인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재정 부족과 같은 더 넓은 문제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건은 NHS 위기라기보다는 실패 또는 스캔들로 간주될 수 있지만, 언론에서는 위기를 나타내는 사례로 보도된다. 다섯 번째 위기 유형인 서비스 압박은 언론에서 가장 자주 보고된 위기 유형인 겨울 위기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다. 언론보도에서는 목표 미달성, 취소된 수술과 관련된 휴먼 스토리, 그리고 특정 정치인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같은 여러 차원이 다뤄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 유형은 언론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뤄지는 주제이지만, 학술적 논의에서는 동일한 빈도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반면, 언론보도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식습관과 비만 문제는 학술 연구에서 NHS 위기로 간주하는 경우는 드물다. Baggott(2015, p. 108)는 비만을 위기로 규정하는 것이 언론이 위기를 만들어내는 사례라고 언급한 바 있다. Klein(2013, p. 315)은 비만을 암과 심혈관 질환과 함께 유행병(epidemic)으로 간주하면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은 단순히 부수적으로 언급하는 데 그쳤다. Webster(2002) 또한 NHS 역사 서술에서는 비만이나 식습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비만 문제의 학술적 저평가 원인은 주로 NHS 역사와 발전에 대한 논의가 정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비만은 개인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문제로, 식음료 산업이 정치적 기부와 주요 사회·스포츠 행사 후원을 통해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또한 식습관 변화와 그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는 오랜 기간에 걸친 장기적 문제로 나타난다(Kelly, 2018). 이러한 점에서, 비만 문제는 다른 위기처럼 단일한 촉발 요인이나 집중적인 사건을 가지지 않지만, 그 규모와 도전의 정도를 고려할 때, 이를 위기로 간주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언론보도 토픽으로 도출된 정신건강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는 Klein이나 Webster의 논의에서 중심적인 주제가 아니고, NHS 조직 구조 내에서 정신 건강 서비스가 어떻게 자리 잡는지를 설명하는 정도로 다뤄진다. 반면, Baggott(2015)는 정신 건강 문제의 낙인에 대해 논의하고 정신 건강 서비스 개선을 위한 로비 활동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러나 여전히 정신 건강은 ‘위기’로 규정되거나 다른 정책 분야와 동일한 수준의 긴급성을 부여받지는 못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정신 건강 서비스가 신체 건강 서비스보다 덜 주목받았으며, 두 영역 간의 동등한 중요성이 제안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다만 정신건강과 관련된 학술 저널들은 지난 15년 동안 대폭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적 돌봄 또는 지역사회통합돌봄도 마찬가지다. 정책 및 정치적 논의에서 이를 위기로 보고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다. 과거에는 지역사회건강(community health)이라는 용어로 논의되거나, 노인복지, 아동복지 등 개별 서비스의 명칭으로 다뤄져 왔다. 이로 인해 사회적 돌봄을 단일한 위기 영역으로 간주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사회적 돌봄은 NHS 서비스보다 더 다양한 성격을 지닐 뿐 아니라, 조직적으로도 NHS와 분리된 경우가 많다. 지방정부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거나 제공되며, 일부는 비영리 단체나 민간 부문에서 수행된다. 이러한 분산된 구조는 사회적 돌봄이 직면한 도전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2) NHS 위기와 정책 변화

NHS 위기에 대응하여 관련 정책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탐구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 우선, 중요한 정책 변화가 무엇인지 규정하는 것이 어렵다. 그리고 특정 위기가 특정 정책 변화를 초래했다고 주장하려면, 정교한 과정 추적이 필요하다. 또한, 위기와 정책 변화 간에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한다. 특히, 위기가 정부 조사로 이어질 경우 정책 변화는 더 늦게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정 위기는 이후 자금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이러한 자금 증대가 중요한 정책 변화로 간주되는지는 그 자금이 장기적 약속인지 아니면 단기적 대응에 그치는지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학술 문헌에서 제시된 NHS 위기의 주요 유형을 기반으로 한 논의를 삼각 검증(triangulation)한 결과, 특정 시기의 정책 변화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 일정한 합의가 있다. NHS의 주요한 정책 변화는 다음의 세 번의 시기로 볼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논의되어 1990년대에 NHS에 내부 시장(internal market) 제도가 도입되었고, 2000년 즈음에 NHS 계획(NHS Plan)이 도입되어 2002년 이후로는 NHS 재정 확대를 약속한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2010~2012년 연합 정부(coalition government) 하에 논란이 많았던 조직적 변화와 NHS 재정 증가율 감소가 이루어졌다. 이 시기 외에도 다양한 정책 이니셔티브가 존재했지만, 위에서 언급된 변화들은 가장 주요한 정책 변화로 간주된다. 이러한 주요 정책 변화는 각기 다른 시공간 조정(spatio-temporal fix)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 입안자들의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 1980년대 이전의 NHS는 비교적 낮은 자금 지원 수준과 의사들의 높은 자율성이 특징적이었다. 이 시기에는 암묵적인 할당제(rationing)가 시행되어, 서비스 수요를 맞추려는 NHS의 고충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1980년대의 열악한 자금 지원, 환자 요구 증가, 그리고 서비스 압박의 증가는 보수당 정부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시공간 조정을 모색하게 하였다. 마거릿 대처(Thatcher)는 NHS ‘내부 시장’ 개편을 도입한 배경으로 재정 압박과 NHS 운영에 대한 정부 비판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였다(Thatcher, 1993, pp. 606-617). 내부 시장 개편은 표면적으로 시장 기반 구조를 도입해 환자와 관리자가 의료진을 더 많이 견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고, 정부는 이를 두고 NHS의 시장 지향적 개혁의 성과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실질적인 정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란이 존재한다. 1990년대 초 NHS가 즉각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내부 시장 개편보다는 초기 자금 지원 증가 덕분이었다는 평가가 있다. 물론 이 재원 증가도 오래가지는 못하였다.

둘째, 1997년 이후 노동당 정부는 NHS 개혁을 시도하였다. 이때 위기 유형은 긴 대기 시간 위기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당은 2000년 NHS 계획(NHS Plan)을 발표했다. 1997년 총선 당시 노동당이 대기 시간 단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이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로 제시되었다. 노동당의 해결책은 더 높은 수준의 자금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었지만, 이는 NHS가 개혁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즉 개혁은 1990년대보다 더욱 강한 시장화 요구였다. 결과적으로는 내부 시장과 NHS 계획 모두 재정지원 증가를 가져왔다. 전체 개혁 패키지는 다양한 요소를 포함했지만, 결국 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원의 증가였다. 특히, 2000년대 지속적인 재원 증가는 여러 건강 지표의 개선으로 이어진 바 있다. 한편 내부 시장 개편과 NHS 계획은 모두 의료 전문직의 권한 감소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는 성과 관리, 예산 설정, 의료 계약 및 책임성 강화를 통해 의사의 자율성이 점진적으로 축소된 결과로 나타났다.

셋째, 보수-자민 연합 정부의 2012년 NHS 조직 개편은 위기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낮았던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NHS 위기 보도는 2000년과 2007년에 잠시 큰 상승이 있었지만, 그 이외에는 많지 않고 오히려 2012년부터 위기 보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이는 영국의 보수-자민 연합 정부의 NHS 조직 개편 이후 시기와 일치한다. 이는 정책 변화가 특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라기보다는 정부 지지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즉 정책 결정의 ‘쓰레기통 모델’의 사례로 볼 수 있다. 2012년 이후 위기 보도는 매우 광범위하게 확산되었지만, 그 이후 NHS의 주요 조직 개편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또한 이 시기에는 2000년대 동안 개선된 건강 지표 중 일부도 다시 악화되었다. 그 이후로는 NHS의 새로운 자금 지원 모델이나 조직적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시도가 없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위와 같은 정책 변화 시기와 내용의 탐색으로 보면, NHS 위기와 정책 변화 간의 관계에 대해 몇 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NHS 위기는 정책 변화를 위해 필수적이지도, 충분하지도 않다. NHS 위기가 충분조건이 아닌 이유는, 모든 위기 시기에 정책 변화가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7년경 위기 보도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주로 세계 금융 위기와 연관되어 있으며 NHS 내부 문제로 인한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2015년 이후 위기 보도의 증가 또한 주요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울러 NHS 위기는 정책 변화를 위한 필요조건도 아니다. 2010~2012년의 조직 개편은 위기에 대한 우려가 가장 낮았던 시점에 이루어졌다. 이는 특정 위기 상황 없이도 정책 변화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NHS 위기와 정책 변화의 관계를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위기가 정책 변화에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이는 주요한 정책 변화 시기(예: 1980년대 후반, 2000년경, 2000년대 초반)의 경우 어떤 형태의 위기가 선행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일 뿐이다. 그러나 모든 위기가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모든 정책 변화가 위기를 전제로 하지도 않는다. 어떤 추가적인 요인이 필요했는지를 규명하는 작업은 본질적으로 맥락적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980년대 후반에 도입된 첫 내부 시장과 2000년대 도입된 NHS 계획은 각기 다른 이유에서 제안되었지만, 이들 정책 변화가 가져온 가장 강력한 효과는 자금 지원의 증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위기는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포커싱 사건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러한 사건이 정책 변화 요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가 문제를 인정하고 이에 대응할 의지와 능력을 갖춰야 한다. 같은 이유로 2015년 이후로는 NHS 위기에 대한 요구가 주요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2012년의 조직 개편(실제로는 불필요한 것으로 평가되지만)을 옹호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했고, 이에 따른 재원 지원 증가가 정책 변화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 되었을 수 있다. 한편, 특정 유형의 NHS 위기가 정책 변화를 더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도 없다. 2015년 이후 가장 많이 보도된 위기 유형인 겨울 위기는 보도량이 급증했지만, 이는 중요한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5. 결론

본 연구의 주요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NHS 위기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있어 왔다. 위기 담론은 2012년 이후 더 커지고 있고, 이는 특히 겨울철 의료 서비스 제공의 어려움 그리고 대기 시간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경향과 연결된다. 둘째, NHS 위기와 정책 변화는 직접적이지 않다. 위기는 정책 변화의 중요한 설명 요소 중 하나이지만, 항상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NHS에서 주요한 정책 변화들은 종종 NHS 위기 논쟁 다음에 오지만 예외적으로 2010~2012년 조직 개편은 위기가 아닌 시점에서도 이루어졌다. 위기가 항상 정책 변화의 전환점이 되지는 않지만, 서비스 압박이 심화되어 실패 위험이 커지는 상황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위기라는 용어가 여전히 유용하다. 그러나 이른바 겨울 위기는 너무 빈번하고 예측 가능하게 되어, 정책 변화의 포커싱 사건 역할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위기 담론에는 즉각적인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학습한 듯 보인다. 셋째, NHS 위기는 즉각적인 전환점을 나타내는 위기와 점진적인 축적으로 발생하는 위기로 나눌 수 있다. 겨울 위기는 2010년 이전까지 전자의 유형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정책 변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더 컸다. 반면, 비만과 식습관 문제 그리고 정신 건강 문제는 후자의 유형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증가한다. 이 경우 긴급한 정책 대응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작다. 

최근 몇 년 동안, 전자의 위기 유형조차 명확한 정책 대응을 유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2010~2012년 조직 개편의 여파와 새로운 NHS의 시공간 조정의 부재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위기는 더 이상 단순히 변화의 전환점을 의미하지 않는다. NHS에서 위기는 정책적 무관심과 구조적 한계를 나타내는 새로운 일상이 되었으며, 이는 서비스 개선과 건강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위와 같은 결론은 다음의 염려를 부른다. 2008년 이후 영국의 상황은 1980년대 초반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지속적 경제 성장의 끝이 분명해 보였고, 공공 서비스의 축소가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시기다. 마찬가지로, 2010년 연합 정부는 긴축 관리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제시했으며, 이러한 접근법은 팬데믹 이전과 팬데믹 기간에 걸쳐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영국의 NHS 위기 관련 논의들은 더 광범위한 경제·사회적 문제 간의 연계가 부족하다. 이는 NHS 위기를 건강 시스템 내부 문제로만 한정 짓게 만들며, 이들 문제의 근본 원인이 훨씬 더 광범위하다는 점을 간과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21세기 첫 10년의 후반기(2005~2010년)에는 NHS에서 겨울 위기가 현재만큼 심각하지 않았다. 이는 이 시기에 NHS가 주요 자금 증대를 통해 다른 산업 국가들과 유사한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자금 증가가 중단되면서 대기 시간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NHS는 영국 내 더 넓은 경제·사회적 위기를 반영하는 바로미터(barometer)다. 영국의 불평등은 신체 건강과 관련해 연간 약 400억 파운드, 정신 건강과 관련해 연간 약 700억 파운드의 비용을 초래하며, 이는 영국 불평등 비용의 가장 큰 두 가지 항목이다. 흥미롭게도, NHS 위기 유형 중에서 상대적으로 덜 다뤄지는 주제인 식습관과 정신 건강이 불평등 비용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NHS 위기가 더 넓은 경제·사회적 요인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 언론이 NHS 위기를 더 광범위한 경제·사회적 문제와 연결하지 못하는 것은 의료 위기의 근본 원인을 올바르게 다루는 데 한계를 초래한다. NHS 위기를 건강 시스템 내부의 문제로 한정하면, 불평등이나 경제적 긴축 같은 구조적 문제가 위기 해결을 위한 논의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식습관과 정신 건강 문제는 불평등의 주요 비용 항목임에도 불구하고, 언론보도에서는 부차적인 문제로 간주된다.

NHS 위기는 독립적인 문제로 간주될 것이 아니라, 더 넓은 경제적·사회적 질병의 현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Klein(1983)은 이미 40년 전에 NHS가 형평성 달성 면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음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그는 NHS의 위기가 사실상 ‘더 넓은 사회적 위기’로, 이는 공적 복지와 사적 복지의 적절한 경계, 전문가 및 관료들의 권한, 경제적 긴축 시대에서 이타적 사회 정책의 한계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한다고 주장했다(p. 214). 이후 40년 동안, 특히 본 논문에서 토픽 모델링 데이터를 통해 분석된 시기 동안,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이루어졌다. 이는 건강 정책에서 새로운 시공간 조정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소비자 중심적이고 선택 주도적인 관점에서 성공으로 평가받는 조직을 장려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책은 다음 두 가지 조건에 의존했는데, NHS에 대한 자금 지원의 증가와 건강 서비스 수요가 NHS의 수용 능력을 초과하지 않을 것이었다. 2010년 이후 NHS에 가용한 자금 증가가 둔화되고, 영국이 직면한 경제적·사회적 문제가 심화되면서, NHS 위기에 대한 보도가 모든 유형에서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위기의 근본 원인과 점점 더 단절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NHS 위기가 단지 서비스 제공의 문제가 아니라, 영국 사회 전반의 경제적·사회적 불균형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Klein의 주장처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NHS뿐만 아니라 영국 사회 전반에 부적절한 결과가 퍼질 위험이 있다. NHS의 정책 변화 즉 시공간적 조정을 위해서는, NHS를 더 넓은 맥락에서 고려해야 한다. 이는 현재의 위기를 단순히 건강 시스템 내부 문제로만 이해하지 않고, 경제적·사회적 원인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서만 NHS가 실제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글은 영국 버밍엄 대학에 재직 중인 마틴 파월 교수가 복지동향에 보내온 학술논문의 요약본이다. 복지동향 편집위원회에서 영국 NHS 동향에 대해 기고를 요청하였고, 이 원고는 마틴 파월의 제안과 승인하에 한글로 간략히 정리 및 번역되었다. 제1저자인 이안 그리너는 영국 아버딘 사회과학 대학 교수이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Greener, I., & Powell, M. (2024). Crisis in the UK National Health Service: What does it mean, and what are the
consequences? Social Policy & Administration, 58(2), 313-328. https://doi.org/10.1111/spol.13001

| 미주 |

  1. 토픽 모델링(Topic Modeling)이란 기계 학습 및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토픽이라는 문서 집합의 추상적인 주제를 발견하기 위한 통계적 모델 중 하나로, 텍스트 본문의 숨겨진 의미 구조를 발견하기 위해 사용되는 텍스트 마이닝 기법이다(편집자 주). ↩︎
  2. 시공간 조정(spatio-temporal fix) 개념은 자본주의가 축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간적 확장과 시간적 지연을 활용하는 전략을 설명한다. 예컨대 공간적 확장(Spatial Expansion)으로 새로운 시장이나 생산 기반을 개척하거나(생산기지 이전, 글로벌 자본투자), 시간적 지연(Temporal Deferral)으로 위기를 탈출하는 방식(장기 대출, 채권 발행, 인프라 및 기술 투자)으로 설명된다. 대표적 이론가는 데이비드 하비다(편집자 주). ↩︎
  3. NHS의 겨울 위기란 주로 겨울철에 증가하는 독감과 호흡기 질병과 관련된 의료수요 증가로 인해 발생하며, 이는 응급실 혼잡, 병상 부족, 긴 대기기간, 의료진 번아웃 등으로 이어진다. 이는 구조적 문제와 계절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매년 정부와 NHS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재정적 한계로 인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편집자 주). ↩︎

월간 <복지동향> 2025년 2월호(제3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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