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원 서울시복지재단 변호사
가족 간 정서적 유대와 경제적 지원의 상관관계
최근 우리 사회는 ‘외로움’이 화두다. 2021년 4월1일부터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되었던 ‘고독사 예방 및 관리 시범 사업’은 2024년 7월 전국 229개 시군구로 확대되어 시행 중이다. 또한, 서울시는 ‘외로움 없는 서울’이란 타이틀 아래 시민의 외로움을 예방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들을 내놓았다.
증가하는 고독사 현상으로부터 던져진 ‘외로움’의 문제는 경제적 빈곤과 연결될 수밖에 없으나 단순히 경제적 빈곤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족․친지, 이웃, 지역사회와의 정서적 단절과 경제적 어려움이 개인별로 어느 정도 혼재된 결과일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2023년 가족실태조사 분석 연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생활비 마련의 주된 방법이 ‘자녀가 지원해 주는 경우’는 7.3%에 지나지 않는다. 연령대별로 보면, 50세 이상~60세 미만의 경우 0.4%, 60세 이상~70세 미만의 경우 4.9%, 70세 이상의 경우 22.1%이다. 또한, ‘성인 자녀의 부모님과 상호 도움’에 대한 통계에 따르면 나의 부모님에게 경제적 도움을 드리는 비율은 32.8%, 배우자의 부모님에게 경제적 도움을 드리는 비율은 29.6%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따로 사는 부모님과의 접촉 빈도’를 볼 때 거의 매일, 일주일에 한두 번, 한 달에 한두 번, 일 년에 몇 번 이상 만나는 비율의 합은 98.3%, 연락의 비율의 합은 98.5%이다. 즉, 부모와 만남 내지 연락은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생활비를 지원하는 자녀의 비율은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결국 가족 간 ‘정서적인 연락’과 ‘경제적 지원’은 일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녀로부터 생활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노인 가구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하였을 때, 국가가 “자녀와 정서적 유대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한다면, 개인은 어떠한 노력을,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부양의무자의 부양 거부․기피의 판단이 되는 정서적 지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수급권자의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는 수급권자를 부양할 의무가 있는 부양의무자에 해당한다. 즉,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 있어서는 부양의무자가 일단 일차적 부양을 하고, 부양의무자가 부양 능력이 없거나, 부양 능력이 있더라도 부양을 거부하거나 기피하여야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수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다만, 생계급여는 2021년 10월 1일부터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이 연 1억 원을 초과하거나 재산이 9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생계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었다).
부양의무자의 부양 거부․기피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실제 부양 여부’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지 아니면 현재 부양을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부족하고 ‘부양의무자의 임의적 부양의무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여야 하는지가 문제 된다.
최근 판례들을 보면 대부분 현재 부양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양의무자의 부양 거부․기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 근거는 ①한정된 재원으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의 입법취지, ②행정의 획일성, 합목적성 등과 규율 대상 간의 형평의 고려, ③급여제도의 악용 가능성과 그로 인하여 비롯될 수 있는 도덕적 해이, ④구체적인 부양 여부는 외부적․객관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이다.
보건복지부 지침인 「2025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업안내」는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에는 지방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로 보장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부양거부․기피 사유 중 하나로 ‘부양의무자와 가족관계 해체 상태로 정상적인 가족기능을 상실하여 정서적․경제적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며, ‘가족관계 해체’는 가족관계의 기능을 상실하여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가족 관계에서 작동하는 정서적 지지, 경제적 지지 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에 대한 소명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일관성 등 종합적인 판단을 위한 용어라고 규정한다.
최근 판례 및 서울시 이의신청 사례에 있어 부양 거부․기피 여부의 판단기준이 된 자료들을 보면 다음과 같은 사유들이 존재한다.
| – 당사자와 부양의무자 사이에 일정한 교류가 있음 – 당사자와 부양의무자가 4개월간 약 10차례 통화를 함 – 자녀의 직장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당사자가 등재되어 있음 – 당사자가 자녀 가구의 생활 실태 및 손자의 학교, 학년, 자녀 가구의 거주지, 연락처 등을 알고 있음 – 당사자가 행정청에 ‘자녀로부터 도움은 받지 못하지만, 연락은 하고 지낸다.’고 언급함 – 자녀가 당사자를 위해 본인 명의로 대출을 받아주었음 – 자녀와의 사이에 입출금 내역이 존재함 – 당사자가 자녀와 종종 왕래하고 지냄 – 당사자가 손자와 왕래하고, 손자에게 1년에 1~2회가량 용돈을 준 사실이 있음 – 1년간 통화 내역이 10회가량 존재함 |
위 기준들을 보면 당사자와 부양의무자 간 정서적 유대관계의 여부 즉,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가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거부․기피 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로 연결되는 사회
보건복지부의 ‘고독사 예방 및 관리 시범 사업’에는 예방 관리 사업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중에는 안부 확인, 공동체 공간 및 사회적 관계망 형성 프로그램 운영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서울시의 ‘외로움 없는 서울’ 사업 또한 고립 은둔 가구를 발굴하고, 열린 도시공간을 조성하는 등 ‘단절’이 아닌 사회 구성원의 ‘소통’과 ‘연결’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부양의무자(특히 자녀)와 연결되어 있다는 이유로 사회보장에서 제외된다. 떨어져 지내는 가족 간의 정서적 지지와 경제적 지원은 분명히 구별됨에도, 가족 간 ‘정서적 지지’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경제적 지원’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상 부양의무자의 부양 여부 판단은 가족 간의 정서적 단절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음에도 결과적으로, 정서적으로 단절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수급 자격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
분명 ‘외로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임에 사회 구성원이 동의하였고, 이를 전제로 외로움을 예방하고,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회 제도가 구축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과의 유대 없이, 외로워야 수급자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복지’라는 커다란 타이틀 아래, 한쪽에서는 사회 구성원의 고립을 방지하고 정서적 연결을 위한 제도적 노력을 하면서, 한쪽에서는 가족 간 정서적 유대가 있음으로 인한 수급 탈락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회 구성원의 고립 문제는 가족주의로 극복될 수도, 가족주의로 극복하여서도 안 되는 문제이다. 가족 간, 사회 구성원 간의 고립과 단절의 문제는 개인이 아닌 사회 제도적으로 해결하여야 함은 명백하다.
고립의 문제를 가족의 개념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하더라도, 가족 간 정서적 지지가 있음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함에도) 제도적으로 ‘페널티’를 받게 되는 결과는 지양되어야 한다. 각 개인이 파편화된 현대사회에서 가족 간의 최소한의 정서적 지지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독사 예방, 사회적 고립 등의 주제가 단순히 사회의 특정 영역이 아닌, 기초생활수급을 비롯한 사회보장제도 전반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 참고문헌 |
- 여성가족부, 2023, “2023년 가족실태조사 분석 연구”.
- 보건복지부, 2025, “국민기초생활보장 사업 안내”.
- 서울시복지재단, 2024,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판례 및 이의신청 사례집”.
월간<복지동향> 2025년 03월호(제3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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