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
아파도 쉬지 못하는 한국 사회 노동자들1
“교통사고가 났는데 대체할 사람이 없다고 해서 가서 일하고 퇴근한 후에 병원에 입원했어요”
“식중독에 걸렸는데 나와야 한다고 해서 토하면서 일했어요”
“불안정 노동자는 왜 아파도 쉬지 못하나”라는 주제로 여러 비정규직 노동자를 인터뷰하면서 들은 이야기이다. 한국 사회는 ‘아프면 쉬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들은 아프다고 회사에 빠지면 무능력한 사람 취급을 하는 조직문화, 대체인력의 부족, 고용관계에서의 불이익, 생계의 우려 때문에 아파도 오히려 아픈 것을 감추고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플 때 충분히 쉬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노동자 개인도 건강할 수 있고 일터와 사회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그래서 ‘아프면 쉴 권리’가 중요한 것이다.
만약 업무 때문에 아프다면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를 통해 요양급여, 간병급여, 휴업급여 등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쉬면서 치료를 받고, 그동안의 생계도 보장받는다. 그런데 업무로 인한 부상이나 질병이 아닌 경우 노동자들은 건강보험을 통해 치료비만 보장받을 뿐, 생계유지를 위한 비용은 받을 수 없다. 그러니 빠듯하게 생계를 유지하는 한국의 노동자들은 아파도 쉬지 않고 무리하게 일하게 된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1인당 연간 병가 일수가 OECD의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적은 것은 한국의 노동자들이 건강해서가 아니라 아파도 쉴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 정부는 코로나19 진단 전이라도 아프면 3~4일은 집에서 쉬도록 권고했고, 생계의 우려 때문에 쉬지 못할까 우려하여 코로나19 지원금을 주기도 했다. 이 경험을 통해 우리는 아플 때 충분히 쉬면서 치료받을 수 있어야 노동자와 일터, 사회 모두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19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는 ‘상병수당’2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상병수당은 ‘노동자가 업무과 관련이 없는 부상과 질병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경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제도’이다. 2022년 7월 4일부터 시범 사업에 들어가, 현재는 4단계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상병수당 제도가 시범 사업에 들어간 지금, ‘아프면 쉴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논의가 필요하다.

아프면 쉴 권리는 전 세계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
‘아프면 쉴 권리’가 보장되려면 소득 보전 이전에 ‘쉴 권리’가 있어야 한다. 산재가 아닌 경우에도 아프면 쉴 수 있도록 병가제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법정 병가제도가 없다. 공무원의 경우 업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8조(병가)에 ‘내외적으로 상병 또는 질병이 발생할 때 유급으로 병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공무원 외에는 법적으로 쉴 권리가 없다. 일부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의 경우 ‘취업규칙’으로 병가를 보장하지만, 대다수 노동자는 본인이나 가족이 아프면 ‘연차 휴가’를 사용한다. 그런데 불안정 노동자 중 비임금 노동자(프리랜서 등)는 원천적으로 휴가를 낼 수 없다.
일단 ‘쉴 권리’가 보장된다 하더라도 소득 보전이 중요한데 현재 한국은 상병수당 제도가 도입되어 있지 않다. 2000년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통해 제50조(부가급여)에 ‘공단은 이 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외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신, 출산 진료비, 장제비, 상병급여, 그 밖의 급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서 아직도 실질적인 제도는 도입되지 않고, 도입을 위한 시범 사업만 3년째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OECD 국가 중에 법정 병가제도가 없는 회원국은 한국과 일본 정도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상황에 맞게 병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는 ‘상병급여’를 보편적 건강 보장과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핵심 요소로 본다.3 따라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법정 병가와 공적인 상병수당 제도를 각 나라의 조건에 맞게 설계하고 연계하여 아픈 노동자의 고용과 소득을 보장하고자 한다. 현재 상병수당과 법정 병가가 둘 다 없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는 184개국 중 11개 국가에 불과하며, OECD에서는 38개 회원국 중 한국과 미국 두 나라뿐이다. 그나마 미국은 일부 주에 유급병가가 있어서 공적인 상병수당과 법적 병가(무급 병가 포함)제도 둘 다 보장되지 않는 나라는 한국 외에는 없다.
상병수당의 운영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임금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나라도 있지만 OECD 대부분의 국가는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비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에게도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근거로 상병수당을 적용한다. 조세로 재원을 조성하는 나라는 ‘빈곤 방지를 위한 최소 보장’을 원칙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OECD 국가들은 대체로 사회보험 방식으로 운영하며, 노동자 본인의 소득 상실을 보전하기 위해서 정률 방식으로 상병수당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OECD 국가들의 상병수당 보장 수준은 이전 소득의 50%~70% 정도가 일반적인데 이는 ILO의 상병급여 권고기준(1969년)인 66.7%에 준한다. 대체로 산업재해보상보험의 휴업급여 수준보다는 낮거나 같고, 실업급여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장한다.
병가제도의 구체적인 내용, 즉 병가의 신청 요건이나 병기 기간, 병기 사용 중에 지급되는 급여의 수준 등은 나라별로 다르지만, 그것은 상병수당과 유급병가제도를 각 나라의 사정에 맞게 연결하여 운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병수당이 없는 나라는 법정 병가제도가 중요해질 것이며, 상병수당이 잘 운영되는 나라는 병가제도를 상병수당을 보완하는 정도로 제도화한다. OECD 회원국의 대부분은 법정 병가를 통해 일정 기간 쉴 수 있도록 하는데, 소득 보장 측면에서 보면 초기에는 사업주가 유급병가를 통해 보장하고, 이후에는 정부나 건강보험공단이 상대적으로 임금 대체율이 낮은 상병수당을 통해 노동자가 회복될 때까지 소득 보장을 유지해 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불안정 노동자들은 왜 아파도 쉬지 못하나
한국은 법정 유급병가도 없고 상병수당도 없다 보니 아파도 쉴 수 없는 노동자들이 많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노동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비임금 노동자는 아플 때 쉬기가 너무나 어렵다. <표 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병가가 있는 비율이 14.7%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도 대부분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비정규직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유급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비율도 비정규직은 26.6%밖에 되지 않는다. 설령 병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몰라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비정규직은 취업규칙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기도 어렵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자로 인정받는 비정규직만이 아니라 비임금 노동자의 경우 병가를 내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웹툰 작가들은 아프다는 이유로 휴재를 하게 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작가 본인이 모두 감당해야 한다. 택배 노동자들은 아플 때 쉬고 싶으면 자기 비용을 들여서 용차를 구해놓고 쉬어야 한다. 일을 못 하게 될 때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모두 떠넘기기 때문이다.
설령 제도적으로 병가가 보장된다 하더라도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불안정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은 인력이 충분한 경우가 별로 없다. 내가 쉬면 동료들이 그 빈자리를 메워야 하므로 동료들의 노동강도가 심해진다. 콜센터의 경우, 한 명이 빠져도 원청회사가 요구하는 콜 응답률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동료들이 빠진 노동자의 콜을 나눠서 맡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노동자들끼리 원망도 하게 된다. 학교급식 노동자의 경우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하면 남아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너무 심해지는 것을 알게 되니 무릎 연골이 찢어져서도 나와서 일했다고 한다.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쉴 수 없다. 장애인활동지원사나 요양보호사의 경우 대체할 사람을 구해야 쉴 수 있는데, 업체가 노동자들에게 ‘당신이 알아서 대체인력을 구하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당장 대체인력을 구할 수 없을 때가 많으니 아프더라도 나와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쉬고 난 이후의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건설노동자나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은 업계에 블랙리스트나 평판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병가를 내면 이후 취업에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한다. 병가를 내서 내가 하루를 쉬게 되면 그 일자리가 바로 다른 노동자로 대체될까 봐 쉬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방송사 스태프나 돌봄 노동자는 쉬고 나서 자신의 일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경험이 많다고 했다. 대리운전 노동자는 한번 쉬면 그다음부터는 등급이 떨어져서 콜을 잘 못 받게 된다고 한다.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하면 급여만 차감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점수를 떨어뜨려서 성과급도 차감되도록 하는 콜센터도 있었다. 물류센터 계약직 노동자들은 아파서 쉰 것이 재계약 평가에 반영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두려움을 갖기도 했다.
당연히 불안정 노동자들은 생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아파서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불안정 노동자들은 대부분 저임금이거나 고용보험 적용에서 제외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2023년 8월 통계청 정의에 따른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54.2%였다. 그러다 보니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을 못 받게 되었을 때 생계의 타격을 더 심하게 받는다. 이런 이유들로 당장 쉼을 선택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장기적으로 건강이 악화하고, 이로 인한 소득 감소와 의료비 지출 증가 때문에 더 가난해지게 된다.
법정 유급병가와 상병수당 제도가 도입에서 고려해야 할 점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려면 유급병가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불안정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조직률이 3%에 불과하기 때문에 단체협약으로 유급병가를 받기는 어렵다. 법적인 강제가 있어야 유급병가가 현실화될 것이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근로자가 부상 또는 질병(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은 제외한다)으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유급으로 병가를 보장하는 내용의 개정안4이 현재 국회에 올라가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유급병가 도입에 부정적이다. 상병수당 제도의 경우, 정부는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본사업을 2027년으로 연기했다. 게다가 2025년 상병수당 예산의 75%를 삭감했다.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대기 기간과 낮은 급여, 제외 대상, 절차의 복잡함, 그리고 상병수당 시범 사업에 대한 홍보 부족 때문에 상병수당 시범 사업은 신청이 적을 수밖에 없었는데 정부는 그것을 핑계로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이다. 이로써 본사업 시행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국회가 나서서 법정 유급병가 도입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상병수당 제도 도입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상병수당과 유급병가 제도가 만들어지더라도 불안정 노동자들은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의 내용을 고려해야 한다.
상병수당은 선별적 제도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주어지는 보편적인 제도가 되어야 한다. 정부가 시행하는 상병수당 시범 사업에서는 고령자와 이주노동자가 제외되어 있다. 또한 2단계 시범 사업부터는 소득 하위 50%에 한해 상병수당을 적용하고 있다. 상병수당이 보편적으로 누구에게나 보장되는 제도가 아니라 누군가를 제외하고 선별적으로 적용되면 노동자들은 자신이 얼마나 아프지, 소득은 어떤지 증명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불안정 노동자들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유급병가도 마찬가지이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유급병가 조항을 넣는다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에 제외되어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나 가사 노동자를 비롯하여 특수고용, 프리랜서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들은 제외될 수 있다. 상병수당과 법정 유급병가가 절실한 불안정 노동자들이 제도화 과정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득 보전도 충분히 되어야 한다. 상병수당 시범 사업에서는 최저임금의 60%를 지급한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소득 보전의 효과가 없다. 상병수당은 이전소득의 2/3는 되어야 한다. 물론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에 상병수당이나 유급병가의 급여는 최저임금 이상이 되어야 한다. 불안정 노동자들은 소득이 불규칙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플 때 일을 많이 못 해서 소득이 줄어들어 있는 상황에서 상병수당을 신청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이전 소득을 산정할 때의 기준은 12개월이 되어야 한다. 또한 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않는 경우가 많고 소득 증명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불안정 노동자들의 실질소득을 다양하게 인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상병수당과 유급병가를 사용할 때 불이익을 우려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상병수당과 유급병가 사용을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나 해고를 금지’하도록 하고, 어길 경우 처벌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 상병수당 신청 절차와 소득 증명 절차를 간소화하고, 상병수당이나 유급병가를 신청할 때 노동자들이 대체인력을 구하도록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 그리고 작은 사업장의 경우 대체인력을 마련할 자원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정부가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상병수당 본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정부가 불안정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잘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런 조치들을 취한다 하더라도 불안정 노동자들이 아플 때 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고용 불안’이라는 불안정 노동자들의 존재 조건 자체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고,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 하게 하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아프면 쉴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려면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노조가 중요하다.
| 미주 |
- 이 글은 2024년에 발간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연구보고서 <불안정 노동자들은 왜 아파도 쉬지 못하나>에 기반하여 작성되었다. 이 글의 표와 그림의 출처는 모두 이 보고서이며, 이 보고서에서 원출처를 명기한 경우 이 글에서도 원출처를 명기하였다. ↩︎
- 정부에서 ‘상병수당’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상병수당이라는 용어가 보편화되어 있지만, ‘수당’이라고 할 경우 아플 때 소득을 온전히 보장해 주는 제도로서의 취지가 온전히 살아나지 않아 ‘상병급여’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이 글에서는 상병수당과 상병급여를 혼용한다.
↩︎ - Scheil-Adlung X., & Sandner L. (2010). Evidence on paid sick leave: observation in time of crisis. Intereconomics, 45(5), pp.313-321. ↩︎
-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2024년 7월에 발의하였다. ↩︎
월간<복지동향> 2025년 03월호(제3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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