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5-01   8405

[기획4] 탄핵을 넘어 사회대개혁으로 : 모두의 행복한 삶을 위한 돌봄중심 사회

전은경 | 참여연대 사회인권팀장

12.3 내란 이후 1,739개 시민사회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을 구성해 윤석열 퇴진을 넘어 인권과 민주주의, 생태와 평화,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회대개혁’을 논의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기록하고, ‘천만의 말씀’과 ‘천만의 대화’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열고, 광장의 시민들과 시민 대토론회도 가졌다. 각자도생의 사회가 아닌 연대와 공존의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탄핵을 넘어, 대선을 넘어 사회대개혁으로 세상을 바꾸자며 다양한 과제들을 논의하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11개의 소위를 구성해 정치, 민생경제, 보건복지, 노동, 성평등, 기후위기, 생명안전, 소수자인권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과제들에 대해 논의하고 대안을 만들었다. 이 가운데 참여연대를 비롯한 15개의 시민사회는 이제는 우리 사회가 ‘돌봄’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소위명도 ‘모두의 행복한 삶을 위한 돌봄중심 사회’(이하 돌봄 소위)로 정했다. 이 글에서는 돌봄 소위가 제안하는 10가지의 과제를 소개한다.

국민건강보험 강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2021년 기준 62%로 OECD 평균 76%에 한참을 못 미친다. 낮은 보장성으로 인해 가계지출 중 본인부담 의료비 지출 비율 역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가처분소득의 40%를 의료비로 지출해야 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출 가구 비율도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보장성 축소를 선언했다. 본인부담 의료비가 낮아 재정 문제를 일으킨다며 아픈 환자들을 도덕적 해이에 빠진 이들로 몰았으며 그 결과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더욱 축소했다. 건강보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재정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하지만,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가량을 부담해야 한다는 법정 기준을 어기고 평균 14%대를 지원하고 있어 이로 인한 누적 미납금이 30조 원을 훨씬 넘은 상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미국과 함께 상병수당이 없는 국가이기도 하다.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적용 대상도 적고, 올해 예정된 본사업도 27년 이후로 연기된 상황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해 민간 실손보험 없이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시민의 의료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혼합진료를 전면 금지하고, 의학적 근거가 있고 환자에게 필요한 비급여는 전면 급여화 해야 한다. 국가가 간병비를 책임지고, 건강보험의 재정부담 수준을 높여야 한다. 모든 경제활동 인구에게 근로활동 불가 기간(대기기간 3일 이하, 최대 보장 기간 18개월) 동안 이전 평균 임금의 66.67% 이상의 급여를 제공하는 상병수당 역시 조속히 도입되어야 한다.

사회적 소수자의 의료접근성 향상을 통한 보편적 건강권 보장

모든 시민이 자신이 처한 조건과 관계없이 건강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하지만 사회적 편견과 차별 등으로 트랜스젠더, HIV 감염인, 장애인, 의료급여 수급자, 노숙인,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의료접근성이 크게 제약되고 있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법적 성별 정정 요건에 신체 침습적인 외과적 수술이 포함되어 있어 트랜스젠더의 신체적 자기 결정권이 침해되고 있고, 호르몬 요법과 외과적 수술 등 성별 정정 관련 의료적 조치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HIV/AIDS에 대한 비과학적 낙인으로 인해 감염인의 51.8%가 병원에서 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며, 장기 요양이 필요한 감염인이 갈 수 있는 요양병원이 전무하다. 장애인의 의료접근성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아서 2021년 기준 장애인의 치료 가능한 사망률 및 예방 가능한 사망률은 비장애인보다 각각 6.2배, 2.4배 높은 현실이다.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 ‘노숙인 진료시설’만을 이용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2019년부터 이주민의 건강보험 지역가입이 의무화되었으나 보험료 산정기준, 세대원 합가 범위, 보험료 경감 대상 등을 내국인과 달리 차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의료급여 수급자의 본인부담금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해 가난한 이들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없는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의료인과 예비 의료인에 대한 인권교육 의무화와 의료법 제15조 진료거부금지 조항을 개정해 정당한 사유의 입증책임을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부과해야 한다. 또한 트랜스젠더와 HIV/AIDS감염인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의료접근성을 증진해야 한다. 장애인건강권법의 실효성 있는 이행, 의료급여 사각지대 해소와 보장 수준 강화,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 완전 폐기, 의료보장제도 및 장애인복지제도에서 이주민에 대한 차별도 철폐되어야 한다.

공공의료 확충 및 의료공공성 강화

한국의 공공병원 병상수는 OECD 국가에서 가장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 적은 수의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 시기 80%의 감염병 환자들을 도맡아 돌봤다. 한국 의료기관의 절대다수인 민간병원들이 위기 대응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턱없이 부족한 공공병원을 단 1개소도 늘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예산을 대폭 삭감시켰다. 공공병원은 병상 규모가 작아 지역사회의 필요에 비해 충분한 기능을 갖추지 못하거나 인력이 부족하고, 공공병원의 공익적 기능에 따른 불가피한 적자에 대해 보상 체계가 없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공공병원의 기능 강화는커녕 민간 위탁 계획을 발표하여 공공병원이 제 기능하지 못하도록 시장 논리로 내몰았다.

이제는 이윤 중심의 시장 의료체계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필요에 맞춘 공공의료로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70여 개 중진료권별로 빠짐없이 공공병원을 설치하고, 공공병원 확충의 걸림돌인 예비타당성 조사를 폐지해야 한다. 국립중앙의료원 및 지방의료원 등 기존 공공병원의 기능을 강화하고, 일차보건의료기관이 만성질환 관리, 재택의료사업 등을 수행하는 주치의제도를 추진하여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의사 양성, 충분한 돌봄을 위한 간호인력 충원도 필요하다.

의료민영화 중단

우리나라의 의료는 사람을 살리는 의료가 아닌 과잉 진료와 비급여를 활용한 수익성 추구에 매몰되어 있다. 많은 고통과 모순을 낳는 한국 의료의 현실은 의료상업화, 상품화에 원인이 있고, 그간 역대 정부들은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구하면서 이런 경향을 부추겨왔다. 이로 인해 많은 시민이 의료비 부담의 고통을 받고 있고, 지역의료는 갈수록 무너지고 있으며, 수도권 한복판에서도 응급실 뺑뺑이가 일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의 취약성으로 인해 국민 4명 중 3명이 실손보험에 가입했고, 이 실손보험의 존재가 과잉 진료를 유발해 공공성을 훼손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민영보험을 더 활성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개인의 동의 없이 건강보험 공단에 축적된 의료·건강 정보를 민영보험사에 전달하려 하고 있다. 영리병원 도입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으며, 기업의 이윤을 위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의약품·의료기기 규제 완화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이제 의료민영화 정책은 중단되어야 한다. 민영보험 활성화 정책은 중단되어야 하며,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 민영보험이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민감정보인 의료·건강 정보는 철저히 보호되어야 하며, 플랫폼 자본의 의료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 역시 중단되어야 한다. 영리병원 설립을 가능케 하는 관련 법 조항은 폐기하고, 의약품·의료기기 규제 완화 정책 역시 철회되어야 한다.

국민연금 중심의 공적연금 강화

2024년 12월 기준,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평균 급여액은 월 65만 원으로 노후최소생활비 136만 원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OECD(2023)에 의하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평균임금가입자 기준 31.2%로 OECD 평균 42.3%의 73.8% 수준이며, EU 평균 49.5%의 63%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연금개혁을 임기 내 완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2023년 10월 소득대체율, 보험료율 등 모수개혁의 구체적인 수치가 빠진 맹탕 계획안을 제출했으며, 2024년 21대 국회 막바지에 진행된 여야 간 연금개혁 협상을 무산시켰다. 또한 21대 국회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 시민대표단 다수가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하라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총연금액의 20% 내외를 삭감하는 자동조정장치, 사회보험의 원리를 무시하는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안 등 국민연금을 약화하는 개혁안을 제출하며 연금 민영화의 속내를 드러냈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최근 18년 만의 연금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이 43%로 인상되었지만, 연금개혁 공론화에서 확인된 시민의 요구는 최소한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인상해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하라는 것이었으므로 추가적인 소득대체율 인상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해소도 필요하다. 군복무 크레딧을 복무기간 전체로 확대하고, 출산크레딧도 1자녀당 24개월로 확대해야 한다. 저소득자영자만이 아니라 저임금노동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 사각지대 해소에 국고가 우선 투입되어야 한다. 나아가 플랫폼 기업과 원청기업에 대한 사용자 책임 부과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민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안도 필요하다. 기초연금의 보편화 및 급여 수준 상향, 퇴직급여 사각지대 해소 등 적용 대상의 확대도 필요하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으로 가난한 이들의 권리 보장

빈곤과 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는 인구의 5% 정도, 생계와 의료급여 수급자는 인구의 3%에 불과하다. 기존의 생활보호법과 달리 인구학적 기준을 폐지하고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소한의 삶을 모든 시민에게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되었으나 부양의무자 기준과 까다로운 선정 기준, 낮은 보장 수준으로 인해 그 목표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후의 안전망이 아니라 유일한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빈곤층이 수급자가 되기도 어렵지만 수급자로 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선정 기준이자 생계급여를 결정하는 기준중위소득은 70여 개 복지제도의 기준선으로 작동하고 있으나 실제 소득의 중윗값과 격차가 크다. 특히 부양의무자 기준의 경우 여전히 의료급여와 생계급여 일부에 남아있다.

따라서 기초법 개정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고, 기준중위소득을 현실화해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당사자를 배제하고 속기록조차 남기지 않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폐쇄적인 운영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

모두의 돌봄기본권 보장

돌봄의 부담이 소득, 연령, 젠더, 가족구성 등을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커다란 압박이 된 지 오래고, 모두가 돌봄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급변하는 가족 형태, 노동 형태의 큰 변화 속에서 돌봄 공백의 심각성이 사회적 위험으로까지 등장하자 주요 복지국가들은 돌봄을 개인의 책임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하고, 국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돌봄을 여전히 개인과 가족의 몫으로 맡기고 있고, 특히 여성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정부는 공허한 구호로만 돌봄의 국가책임을 외치고 있을 뿐 돌봄의 문제를 책임지지 않아 시민들은 여전히 돌봄 문제로 인한 불안과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 장애인활동지원, 보육지원 등 다양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제도가 분절적, 파편적이어서 시민들은 제대로 된 돌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남성생계부양자-여성돌봄전담자 이데올로기 역시 사회에 팽배하다.

따라서 좋은 돌봄을 받을 권리와 돌볼 권리를 시민의 기본권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헌법에 돌봄권을 명시하고, 돌봄의 국가책임을 명시한 돌봄기본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돌봄 공공성 강화 및 돌봄 노동자 처우개선

좋은 돌봄서비스의 제공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공급의 98%가 민간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장기요양기관의 경우 공공의 비율이 1% 미만이며, OECD 회원국의 평균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은 66%나 한국은 25%에 불과하다. 사회서비스원은 통폐합되거나 예산이 삭감되었으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경우 폐원되기까지 했다. 국고보조가 부족한 상태에서 지역별로 운영의 격차가 생겨났으며, 일부 지자체의 경우 예산 부족으로 사업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해 오히려 초단기간 저임금 노동환경을 초래하는 등 사회서비스원은 설립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게 운영되고 있다. 돌봄노동은 저평가되어 있고, 노동자들의 처우는 열악하다. 정부는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기는커녕 이주노동자들의 노동력으로 값싸게 돌봄의 공백을 메우려고 시도하는 중이다.

따라서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서비스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도 사회서비스원 설립 의무화 등을 담은 사회서비스원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돌봄통합지원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재원, 인력을 확충하고, 지자체가 통합돌봄의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돌봄노동자의 권리보장과 처우개선, 이주가사돌봄노동자의 평등한 노동권 확보, 노동시간 단축 및 가족돌봄휴가 제도의 확대 등 일·생활균형 정책의 강화도 필요하다.

다양한 가족을 구성할 권리 보장

이성애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이 ‘정상 가족’이라는 전통적 규범은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과 공동체로 인해 뚜렷이 약화하고 있다. 2020년 가족 다양성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생각에 69.7%가 동의하고 있다. 동성 커플, 비혼 출산, 혈연이나 결혼과 무관한 상호부조 공동체 등 생계나 돌봄을 공유하는 다양한 방식이 점차 더 가시화되고 있다. 혈연과 혼인 중심의 ‘법적 가족’에 기초하는 복지 체계는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을 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법적 가족이 아닌 사람들은 같이 살고 있어도 세제 혜택, 보험과 연금의 승계, 주거지원 등의 복지제도를 이용할 수 없어서 사실상 시민적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관계 속에서 서로를 돌보고 애도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정상 가족’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사회문화적 차별을 더욱 강화하며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존엄성을 침해하고 있다. 특히 부성우선주의 원칙을 담고 있는 민법 제781조 제1항은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차별하는 인식과 규범을 재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혼인과 가족 관련한 제도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민법을 개정하고, 혈연이나 혼인 관계가 아니어도 서로 돌보는 관계에서 제도적 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생활동반자법을 제정하는 등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집단수용 장애인거주시설 폐지, 탈시설권리 실현

장애인은 오랫동안 국가의 복지정책에서 등급으로 구분되고, 시설에 수용되는 존재로 취급되어 왔다. 1988년 도입된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을 1~6등급으로 나누어 등급에 따라 복지서비스의 범위와 수준을 결정해 장애인의 개별적인 욕구를 고려하지 않았다. 2019년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서비스지원종합조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학적이고 일률적인 기준을 서비스 필요도의 척도로 삼으며 예산의 통제와 효율적 운용에 방점을 두고 있다. 즉 장애등급제는 형식적으로 폐지되었지만, 서비스지원종합조사를 통해 엄격한 척도로 기능적 손상을 측정하고, 신체에 등급을 매기던 방식과 마찬가지로 계량적으로 측정해 점수를 수치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가로막고, 결국 시설 수용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만들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도 지역사회에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집단 수용 장애인거주시설과 장애등급제를 진짜 폐지해 탈시설권리를 실현해야 한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제19조는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통합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장애인에게 당연히 주어진 권리임을 선언하고 있다. 또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 5호(2017), 긴급상황을 포함한 탈시설 가이드라인(2022)을 통해 장애인의 탈시설 이행에 대한 국가의 책무와 입법을 권고한 바 있다. 이러한 권고를 받아들여 정부는 장애등급제를 진짜 폐지하고, 장애인 활동 지원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하고, 유엔 탈시설가이드라인 이행을 위한 ‘탈시설 로드맵 2.0’ 발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5개년 계획 수립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

나가며

지금까지 사회대개혁특별위원회 돌봄 소위에서 논의한 10개의 개혁과제를 현황과 문제점, 이에 대한 개혁 방향으로 정리해 소개했다. 10개의 과제지만 구체적으로는 헌법 개정을 비롯해 법률의 제·개정, 정책과제 등 38개의 세부 과제가 담겨있다. 돌봄 소위의 과제를 정리한 이후 광장에서 시민들과 나누었던 선언문으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서로서로 돌보는 행복한 삶을 지향해야 한다. 한국의 보건복지 지출은 OECD 평균에 아직 한참 미치지 못한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약자 복지’를 내세워 돌봄과 복지를 ‘권리’가 아닌 ‘시혜’로 만들어버렸다. 국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돌봄의 공공성은 약화되고 있고, 돌봄노동자의 처우는 열악하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축소되고, 의료민영화는 계속되고 있다. 가난한 이들은 여전히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인은 시설에 갇혀있다. 성장하고, 노동하고, 아프고, 나이 들어가는 모든 생애주기에서 우리는 서로의 돌봄이 필요하다. 모두의 존엄하고 차별 없는 보편적인 돌봄을 위해 정부 지출은 반드시 확대되어야 한다. 건강보험과 공적연금의 강화, 공공돌봄과 공공의료의 확충,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보편적 건강권 보장, 돌봄노동자의 권리보장과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고, 장애등급의 진짜 폐지와 탈시설 권리도 실현되어야 한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가족구성권을 인정하고 보장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월간<복지동향> 2025년 05월호(제3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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