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8-01   18357

[기획2] 돌봄통합지원법의 한계를 넘어 : 지역 중심 통합 전달체계의 현실적 구축 방안

김보영 | 영남대학교 휴먼서비스학과 교수

‘법제화’의 빛과 그림자, 기로에 선 통합돌봄

수년간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과 시범사업을 거쳐 마침내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된 것은 분명 중요한 성과다. 돌봄이 필요할 때 정든 집과 이웃을 떠나 시설로 향해야만 했던 수많은 이들의 고통에 국가가 비로소 공식적으로 응답하고,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를 중심으로 흩어진 서비스를 엮어낼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결코 작지 않다. 이는 돌봄의 국가 책임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의미 있는 진전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 법은 ‘법제화’라는 빛의 이면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운 채 태어났다. 가장 큰 문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나 장애인활동지원과 같은 핵심 돌봄 제도의 근본적인 수술은 외면한 채, 별도의 개별 법률로만 추진되었다는 태생적 한계다. 기존 제도의 칸막이는 그대로 둔 채 새로운 법을 덧대는 방식은 통합이 아닌 또 다른 분절을 낳을 위험을 내포한다. 무엇보다 지자체의 책임을 언제든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독소조항(법 제25조, 제29조)은 법의 취지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이는 지자체를 통합돌봄의 책임 주체로 명시하면서도, 동시에 그 책임을 손쉽게 회피할 수 있는 모순적인 탈출구를 열어준 셈이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은 현실에서 즉각적인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 복지동향에서,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 지침을 통해 지자체를 배제하고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 단독 판정 권한을 부여하려는 시도가 어떻게 이 법의 정신을 형해화시키려 했는지를 비판한 바 있다.11 이는 지역 주도의 통합적 지원이라는 법의 대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며, 돌봄을 ‘보장’이 아닌 중앙의 ‘통제’ 대상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명백한 위험 신호이다.

결론적으로 돌봄통합지원법은 모든 주민의 돌봄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 결국 전면 개정이 불가피한 ‘불완전한 법’이다. 그러나 2026년 법의 전면 시행이 예정된 현실에서 법의 한계를 비판하며 개정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은 훨씬 더 현실적이고 시급하다. 바로 “이 불완전한 법의 틀 안에서, 어떻게 최대한 실질적인 지역 중심 체계를 만들어 낼 것인가?”라는 과제다.

이에 이 글은 법의 근본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을 중심으로 논하고자 한다. 먼저 주민과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개개인의 복합적인 필요를 파악하고 맞춤형 지원을 설계하는 현장 실행 체계(돌봄통합창구와 통합지원회의)의 구축 방안을 논의한다. 다음으로, 이러한 현장의 노력이 지속가능하도록 이를 총괄하고 책임지는 시군구 단위의 총괄 조정 체계(통합돌봄 전담부서와 통합돌봄협의체)의 역할과 구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불완전한 법의 한계 속에서도 실질적인 지역 중심 돌봄을 구현해 나갈 수 있는 현실적인 경로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주민 개개인의 삶을 재구성하는 실행체계 : 돌봄통합창구와 통합지원회의

지역 중심 통합돌봄의 성패는 추상적인 정책 구호가 아니라,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과 가장 가까운 최일선에서 필요를 발견하고, 흩어진 자원을 모아 개인에게 맞는 최적의 지원을 구성하는 현장 실행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돌봄통합창구 : ‘신청’에서 ‘권리’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출발점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은 읍면동 주민센터에 ‘돌봄통합창구’를 설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여러 서비스 신청 창구를 한곳에 모아놓는 물리적 통합을 의미하지 않는다. 돌봄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이어야 한다. 핵심은 기존의 수동적인 ‘신청주의’를 넘어, 모든 주민이 ‘욕구조사를 받을 권리(right to be assessed)’를 보장받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주민들은 질병, 노쇠, 장애 등 복합적인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자격은 되는지 스스로 알아보고 각 기관의 문을 두드리고 직접 자격을 증명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아예 접근조차 하지 못하거나, 지쳐 떨어져 나가거나,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욕구조사를 받을 권리’는 이러한 증명의 책임을 개인에게서 공공으로, 즉 지자체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민은 자신의 어려움을 표명하기만 하면, 지자체가 책임지고 그 필요의 성격과 정도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발굴하여 설계하는 공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돌봄통합창구에는 복지직 공무원과 간호직 공무원이 최소 1인 이상 공동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복지직 공무원이 주거, 소득, 가족관계 등 사회적 환경을 살피고, 간호직 공무원이 질병, 영양, 건강상태 등 신체·의료적 측면을 파악함으로써, 한 개인의 돌봄 필요를 입체적이고 통합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돌봄을 단순한 시혜나 선별적 서비스가 아닌, 모든 시민이 존엄한 삶을 위해 마땅히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로 재정립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러한 돌봄통합창구의 역할은 최근 건보공단 단독 통합판정이라는 퇴행적 방침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일부 수정된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물려 더욱 중요해졌다. 변경된 방침에 따르면, 지자체는 주민의 요청 시 사전조사(screening)를 실시하여, 그 결과 장기요양보험 급여 이상의 복합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 건보공단에 통합판정을 의뢰하면서 동행조사를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지자체의 심화평가만 진행하게 된다. 이는 지자체가 통합돌봄의 첫 관문에서 주민의 필요를 판단하는 주도권을 일부나마 회복했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돌봄통합창구는 접수와 사전조사를 통해 주민의 욕구를 먼저 확인하고 이후 절차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 통합지원회의 : 분절된 서비스를 ‘공동 설계’하는 실무 협의체

조사를 통해 파악된 주민의 복합적인 욕구는 ‘통합지원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개인별 지원계획’으로 재구성될 수 있어야 한다. 이 회의는 여러 기관의 서비스를 단순히 목록처럼 나열하여 ‘연계’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 내 보건, 의료, 복지, 주거, 고용 등 다양한 분야의 공공·민간 실무자들이 동등한 파트너십을 가지고 모여, 최적의 지원 조합을 함께 ‘설계’하고 ‘조정’하는 실무 협의체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막 퇴원한 뇌졸중 노인의 사례를 생각해 보자. 돌봄통합창구에서 사전조사를 통해 복합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통합지원회의가 소집된다. 이 회의에는 병원의 퇴원지원팀, 보건소 방문간호사, 지역 복지관의 사회복지사, 주거복지센터 담당자 등이 참여할 수 있다.

최근 변경된 지침처럼 지자체가 건보공단에 통합판정을 의뢰하고 ‘동행조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중요한 진전이지만, 이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지침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전문기관인 건보공단 등에 공동조사를 요청하고 이에 응하도록 하는 권한을 하위법령에 반영하여 법적으로 명확히 제도화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동조사에 참여한 건보공단의 역할이 단순히 장기요양 등급을 판정하고 통보하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공동조사를 통해 대상자의 상태를 직접 파악한 건보공단 담당자 역시 ‘통합지원회의’의 필수적인 구성원으로 참여하여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과정에 함께해야 한다. 건보공단이 결정하는 장기요양급여는 대상자가 받게 될 돌봄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된다. 이 결정 결과가 통합지원회의에서 논의되는 다른 서비스들과 상관없이 통보에 그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건보공단이 회의에 참여함으로써, 장기요양급여의 급여제공 여부와 내용이 다른 서비스와 관계성 속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진정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통합적 지원계획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주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돌봄통합창구와 건보공단까지 포함한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계획을 설계하는 통합지원회의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분절된 서비스는 한 개인의 존엄한 삶을 지탱하는 촘촘한 그물망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이는 불완전한 법의 한계를 현장의 실천으로 넘어설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시군구 단위의 총괄 조정 체계 : 책임의 구심점 세우기

읍면동 현장에서 아무리 혁신적인 노력이 이루어진다 해도, 이를 뒷받침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시군구 단위의 총괄 조정 기능이 없다면 그 성과는 파편적인 성공 사례로 남거나 개인의 헌신에 의존하다 소진될 위험이 크다. 현장의 실행력이 뿌리내리고 지역 전체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책임 소재를 기반으로 한 컨트롤타워와 지역 자원을 총괄할 수 있는 거버넌스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실행체계라는 실핏줄에 혈액을 공급하는 튼튼한 심장과 그 혈액이 어디로 흘러야 할지 결정하는 두뇌의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

  • 시군구 ‘통합돌봄 전담부서’ : 실질적 권한을 가진 컨트롤타워로

현재 대부분 지자체의 복지 및 보건 행정조직은 노인, 장애인, 아동, 정신건강 등 대상자와 영역별로 엄격히 분절되어 있다. 이는 중앙정부의 부처별 칸막이와 예산 체계를 그대로 투영한 결과물로, 통합적 접근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기존의 노인복지과(팀)와 장애인복지과(팀)과 병렬적으로 ‘통합돌봄과(팀)’라는 간판을 단다고 해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렵다. 부서 이름만 바뀔 뿐, 그 안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대상자별 칸막이와 분절된 사업 수행 방식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진정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통합돌봄 전담부서’는 노인복지나 장애인복지 담당부서를 포괄하는 과나 국 단위 설치가 필요하다. 또한, 해당 과나 국의 주무팀이나 주무과 역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롭게 설계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핵심은 ‘대인서비스 관련 직무’를 중심으로 주무팀이나 주무과를 설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위임사무를 집행하는 행정 기능과 주민 개개인의 삶을 지원하는 서비스 기능을 분리하여 통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각종 수당을 지급하고 통계를 관리하는 등의 행정업무는 기존 사업부서에 남겨두더라도, 대상자 조사와 선정업무를 하나의 부서로 통합하여 배치한다. 이로써 생애주기나 장애 유형과 무관하게 주민 개개인에 대한 욕구조사,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다양한 공공·민간 자원의 연계 및 관리, 서비스 품질 관리 등 통합돌봄의 핵심 기능은 신설되는 전담부서로 완전히 통합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구성된 전담부서는 더 이상 중앙부처의 지침을 단순히 집행하는 하부 기관이 아니다. 지역 내 모든 돌봄 자원을 지자체 고유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여 총괄 기획하고 조정하며, ‘통합지원회의’가 원활히 작동하도록 지원하고 어려운 사례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실질적인 사령탑이 된다. 대부분 급여의 결정 권한을 시장, 군수, 구청장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행 법체계에서도 어느 정도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통합적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자체적으로 개별화되어 내려오는 중앙정부의 개별급여별 지침들을 통합적으로 재구성한 매뉴얼을 제작해 볼 수 있다. 대부분 독자적인 정책연구기관을 가지고 있는 광역지자체에서 이러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 ‘통합지원협의체’ : 실질적 협력을 이끄는 지역 돌봄 거버넌스로

돌봄통합지원법은 지역 내 협력체계로 ‘통합지원협의체’(이하 협의체)를 명시하고 있다. 이 기구가 과거의 수많은 위원회처럼 형식적인 자문기구나 거수기로 전락하지 않게 하려면, 그 구성과 역할, 권한을 실질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통합지원협의체는 지역 돌봄의 방향을 설정하고 기관 간 협력을 공식화하며,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포괄적인 거버넌스 기구로 기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협의체의 구성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지역복지기관은 물론,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지역 보건소, 지역의 병·의원 등 핵심 서비스 공급 주체들의 참여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법상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의 통합운영이 가능하고 이미 여기에 이러한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는 지역이 많기 때문에 우선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활용할 수 있다. 협의체는 이들 기관과 함께 읍면동 ‘돌봄통합창구’ 운영 방안을 논의하고, ‘통합지원회의’에 각 기관의 실무자가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협의하고 공식화해야 한다. 나아가 대상자 선정 및 서비스 설계에 대한 전문적 자문을 제공하고, 기관 간 역할 중복이나 갈등과 같은 문제를 조정하며, 기관별 인력과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공동 교육을 추진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진정한 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바로 서비스 자격을 결정하는 판정 체계의 분절이다. 현재 노인장기요양 등급 판정은 건보공단의 ‘등급판정위원회’가, 장애인활동지원 수급 자격 심의는 지자체의 ‘수급자격심의위원회’가 각기 다른 법에 근거하여 수행한다. 이 두 위원회를 법 개정 없이 당장 하나로 합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현행법 체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실질적인 통합을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핵심은 두 위원회의 운영을 통합지원협의체라는 하나의 우산 아래로 가져오는 것이다.

먼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52조는 등급판정위원회를 시군구 단위로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는 등급판정위원회가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소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명시한다. 우선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즉, 시군구 단위로 설치된 등급판정위원회의 ‘소위원회’를 통합지원협의체 내의 분과(分科) 형태로 설치하여 운영하고 통합지원과 관련된 등급판정업무를 위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법적으로는 등급판정위원회의 심의·의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통합지원협의체의 틀 안에서 다른 돌봄서비스와의 연계를 고려하며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 연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위원회의 간사 역할을 하는 건보공단 직원을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 등에 파견 근무하도록 하여 통합지원협의체의 운영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게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장애인활동지원 수급자격심의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다.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시군구에 설치되는 이 위원회 또한 통합지원협의체의 분과 형태로 함께 운영할 수 있다. 동일한 위원들이 두 위원회의 위원을 겸임하게 하고, 같은 장소에서 연이어 회의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한 개인의 노쇠와 장애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장기요양과 활동지원 서비스 중 무엇이 더 적합한지, 혹은 어떻게 연계하는 것이 최적인지를 한 자리에서 논의하는 사실상의 통합 심의가 가능해진다. 마찬가지로 이 위원회 간사 역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에 함께 근무토록 하여 실무적 통합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분절된 판정 체계를 기능적으로 통합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법의 전면 개정과 함께 관련 법의 일괄개정을 통하여 현재의 분절적인 조사와 급여결정체계를 유기적으로 통합적 운영을 할 수 있는 법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지만 우선적으로 이를 보완하여 현재의 법제도 틀에서 시도해보고 경험을 축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장의 실천을 넘어, 완전한 보장을 위한 법 제정으로

이 글은 돌봄통합지원법이라는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제도적 틀 속에서, 어떻게 하면 지역이 주도하는 실질적인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법의 전면 개정이라는 이상적 목표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당장 현장에서 시작할 수 있는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는 방안이다. 그 핵심 방안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이러한 현장의 노력은 법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도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불완전한 법의 틈을 메우는 고육지책(苦肉之策)에 가깝다. 지침에 의존하는 협력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고, 기능적 통합만으로는 각기 다른 법률에서 파생되는 근본적인 칸막이를 완전히 허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현장의 실천을 통해 그 필요성과 가능성을 입증하는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돌봄통합지원법」을 주민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는 가칭 「지역돌봄보장법」으로 전면 개정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진정한 통합체계 구축을 위해 법 개정은 다음과 같은 핵심 사항들을 포함해야 한다.

첫째, 돌봄의 패러다임을 ‘서비스 연계’에서 ‘주민의 권리 보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법의 목적을 ‘돌봄이 필요한 모든 주민이 지역사회 안에서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도록 통합적인 돌봄을 보장’하는 것으로 명확히 하고, 돌봄 대상을 기존의 노인·장애인 중심에서 발달, 질병, 사고, 임종기 등 생애주기 전반의 위험에 노출된 모든 주민으로 포괄하여 돌봄의 사각지대를 원천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노력 의무’에서 ‘직접적이고 최종적인 이행 책임’으로 격상하고 공공성을 확립해야 한다. 시장·군수·구청장이 주민 돌봄의 최종 책임자임을 명시하고, 대상자 발굴, 욕구조사, 계획 수립 등 핵심적인 기능을 외부 기관에 무분별하게 위탁할 수 없도록 제한하여 돌봄의 분절화를 막고 공공성을 담보해야 한다.

셋째, 분절된 제도의 칸막이를 허무는 강력한 통합 결정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시군구에 설치되는 ‘돌봄보장위원회’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등급판정위원회의 판정과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수급자격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모두 갈음하여 최종 결정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 개인이 여러 위원회를 전전하는 불편을 없애고, 하나의 창구에서 그의 총체적 필요에 기반한 통합적이고 신속한 판단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넷째, 안정적인 재원과 구체적인 서비스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국고, 지방비, 건강보험 및 장기요양보험 재정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통해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재정 기반을 마련하고, 의료기관·시설 퇴원 시 지역사회 정착을 의무적으로 지원하는 ‘탈시설 지원’ 등을 명시하여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서비스를 제도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현장의 실천은 법 개정을 추동하는 강력한 동력이다. 그러나 현장의 노력만으로는 완전한 통합을 이룰 수 없다. 지금, 여기, 우리 지역 현장에서부터 시작하는 작지만 단단한 실천들을 통해 통합의 경험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절된 법과 제도를 근본적으로 수술하는 「지역돌봄보장법」 제정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현장의 실천과 제도의 혁신이 만날 때, 비로소 모두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는 진정한 지역 돌봄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l 미주ㅣ

  1. 김보영, 2025, 껍데기만 남은 커뮤니티케어? 현 정부의 돌봄통합지원법 형해화 위기와 대안 모색, 월간 복지동향, (319), 41-50. ↩︎

월간 <복지동향> 2025년 8월호(제322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