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10-01   22710

[동향2] 해외입양, 진실화해위 결정의 의의와 향후 과제

황필규ㅣ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들어가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박선영, 진실화해위)가 3월 25일 제102차 회의에서 ‘해외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 367명 중 56명 사례에 대하여 국가의 입법 미비, 관리·감독 부실, 행정절차의 미이행 등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국가 책무의 방기로 인해 수많은 아동을 해외로 보내는 과정에서 헌법과 국제협약으로 보장된 입양인들의 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한편, 나머지 269명 사례에 대해서는 4월 22일 제107차 회의에서 조사중지 결정을 하고 3기 진실화해위에서 제대로 처리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외입양 과정에서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점이 국가기관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공인된 입양기관을 통해 해외입양된 아동의 수가 최소한 14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디까지 해외입양 과정에서의 인권침해가 더 밝혀지고 평가되고 후속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혹은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질문이 남는다.

세계적 현상으로서의 불법 해외입양

해외입양으로 인한 인권침해는 세계적 현상이다. 2017년 유엔아동매매특별보고관 성명, 2022년 유엔인권조약기구·특별절차 공동성명 등은 이를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피해자의 생명과 권리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불법입양은 입양적합성 결정에서의 사기, 공문서 위조 또는 강압, 친생부모의 적절한 동의의 부재, 알선기관의 과도한 재정적 이익 취득과 부패가 개입된다. 뿐만 아니라 아동의 납치와 판매 및 인신매매, 강제실종 및 강제실종의 맥락에서 아동의 부당한 강제이송과 같은 광범위하고 다양한 불법 행위 또는 불법 관행을 통해 발생한다. 이러한 행위와 관행은 범죄 네트워크에 의해 이용되는 아동보호시스템의 결함을 반영하며, 종종 국가 공무원의 개입이나 이를 허용하는 국가 정책의 결과로 나타난다.

최근 몇 년 사이 해외입양인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몇몇 국가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한국에 대한 방문조사를 포함한 포괄적인 조사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로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불법 해외입양은 국제적 인권 이슈가 되었다. 2021년 네덜란드, 2024년 덴마크, 2025년 스웨덴이 보고서 를 발간했고, 노르웨이는 올해 말 발간 예정이다. 참고로 해외입양은 아니지만 영국에서는 의회공동인권위에서 2023년 수십 년간의 미혼모 자녀 입양 과정에서 문제점을 조사·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반면 미국에서 국무부가 매년 의회에 제출하는 해외입양 관련 보고서는 해외입양의 증진만을 그 방향으로 잡고 있다.

유엔자유권규약, 아동권리협약, 강제실종협약, 제노사이드방지협약 등 국제인권법은 불법해외입양으로 침해되는 권리와 범해질 수 있는 범죄의 목록을 제시하고 있다. 불법해외입양은 아동 최선의 이익, 어떠한 차별 없이 가족, 사회, 국가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을 권리, 국적과 정체성에 대한 권리, 부모를 알고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의사에 반하여 부모로부터 분리되지 않을 권리 등 부모와 가족에 관한 권리를 모두 침해하며 단지 인신매매, 강제실종에 그치지 않고 제노사이드, 인도에 반하는 죄로 나아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불법 해외입양 방지를 위한 원칙과 국가의 의무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유엔아동권리협약과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일반 논평, 스위스, 인도 등에 대한 최종 견해, 유엔강제실종협약, 강제실종워킹그룹 일반 논평, 유엔피해자권리원칙 등을 종합하면 불법 해외입양 방지를 위한 원칙과 관련 국가의 의무를 파악할 수 있는데 그 원칙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모든 입양 과정에서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둘째, 국가 내 다른 대안적 양육 가능성을 충분히 모색하고, 국가 간 입양은 최후의 수단으로만 고려해야 한다.

셋째, 입양 과정을 통한 부적절한 재정적 이득 등을 방지해야 한다.

넷째, 국가 간 입양 관련 주체들의 자격과 동의를 충분히 확인하고 관할 당국을 통해 허가돼야 하고, 특히 고아로 규정된 아동의 배경과 문서는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예컨대 입양의 목적이 자녀를 위한 가족이 아닌 양부모를 위한 자녀를 찾는 데 있는 경우는 위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불법 해외입양 인권침해에 대하여 국가는 그 피해자의 진실에 대한 권리, 정체성을 회복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진상규명을 위해 진정 여부와 무관하게 관련 자료에 대한 접근성, 충분하고 적절한 재정적, 인적 자원이 확보된 완전하고 공정하고 충실하고 효과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피해자의 권리 침해와 가해자의 책임을 확인하고, 불법해외입양 피해자를 특정하고 신원을 확인하고 소재를 파악하여 빼앗긴 정체성을 포함한 피해사실을 통지하여야 한다.

불법입양은 범죄로 다루어져야 하고 시효의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 불법 해외입양 피해자의 피해구제를 받을 권리의 보장 역시 국가 의무의 핵심이다. 피해구제란 단순한 금전적 배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원상회복(아동 최선의 이익을 고려한 입양 무효화 조치 등), 배상(경제적으로 측정가능한 모든 손해보전), 재활(의료·심리적 돌봄, 사회적 서비스 등 제공), 만족(진실의 완전한 공적 공개, 공적 사과, 추모와 기억, 법제 개선을 통한 재발방지)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해외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화해위 결정은 너무도 슬프게 위 원칙들이 얼마나 철저히 무시되고 극단적으로 훼손되었는지, 국가의 의무는 이행은커녕 확인조차 안되고 있는지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진실화해위 결정의 의의

진실화해위 결정의 의의와 그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불법 해외입양이 국가의 지속적인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구조적 결과물임이 공적으로 확인되었다. 진실화해위가 과거 관련 법령과 공문서를 근거로 확인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한국의 해외입양정책은 한국전쟁 직후 단일민족 혈통에 어긋나는 소위 ‘혼혈아’의 해외송출대책으로 도입되었다(보건사회부 긴급구호대책(1953), 국무회의 의결(1956), 고아법(1957)). 정부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요보호아동 대책에 있어서 경제적 관점에서 해외입양을 적극 활용해 왔으며, 해외입양의 모든 절차를 민간입양알선기관에 일임(입양알선기관장이 후견권, 입양동의권 등 절대적 권한 행사 가능)하고는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 국내 요보호아동이 대규모로 해외 송출되었다(고아입양특례법(1961) 및 입양특례법(1977)). 그 과정에서 해외입양의 쿼터제 운영, 중단과 재개 등의 결정에 아동의 복지가 아닌 북한의 비난, 해외입양 수요국의 요구, 입양알선기관의 입양아 확보를 위한 과다경쟁 등 아동복지와 무관한 이유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보건사회부 문헌 1970s~1980s).

이러한 해외입양 과정에서 아동 본래의 신원과 가족에 대한 정보가 소실, 왜곡 또는 허위 작성되었고 해외 송출 이후에도 적절한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이동 최선의 이익을 보장받을 권리, 가능한 한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해 양육받을 권리, 성명권, 출생 후 즉시 등록될 권리 등이 침해됐다.

진실화해위 결정의 두 번째 의의는 불법해외입양 전 과정에서 광범위하고 다양한 인권침해 양상을 공적으로 확인했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것이 수십만 해외입양 사례 가운데 진실화해위에 신청된 367건 중 결정이 이루어진 단 56건에 대하여 강제조사권 없이 서류조사만으로 확인된 내용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에 확인된 내용은 빙산의 일각일 수밖에 없다. 입양절차 개시 전에는 입양아동을 확보하고 양부모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기관 간 거액의 거래와 협의가 있었고, 수수료 인하 광고 등 고객 유인 행위가 있었다. 입양절차 개시 단계에서는 기록 조작이나 부당한 절차 진행으로 미혼모 아동을 동의권 없는 자의 동의로 처리해 버리거나 고아로 둔갑시켰고, 미아를 기아로 간주하거나 기아로 둔갑시켜 버렸다. 양부모 쪽의 경우 그 자격은 사실상 심사되지 않았고, 허위 혹은 누락된 정보를 제공받으면서 수수료 외 추가적 기부금 납부를 강요받았다. 입양아동이 출국하고 해외 정착하는 단계에서는 사망의 경우 업무편의를 위한 신원 바꿔치기가 있었고, 수령국 기관에 국내 기관의 후견권을 자의적으로 이양했고, 수령국 국적취득을 확인하지 않았다.

진실화해위 결정의 세 번째 의의는 불법해외입양 인권침해와 관련하여 인권에 기초한 접근으로 국가에 대한 포괄적인 권고를 제시했다는 데 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에게 입양인들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보건복지부와 외교부에 불법입양, 수령국 시민권 미취득 피해자 현황을 파악하고 구제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별도의 조사 기구 수립 등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 보건복지부에 입양알선기관 보유자료, 관련 모든 기관, 시설의 생산기록을 적극 수집, 보존하고 그 정보를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국가에게 유전자 검사, 상봉 및 교류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담당할 조직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그리고 입양알선기관에 대해서도 피해 입양인들에게 사과하고 그 피해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보유기록물이 누락되지 않고 이관될 수 있도록 성실히 협조할 것을 권고했다.

진실화해위 결정의 문제점 및 한계

위와 같은 의의에도 불구하고 진실화해위 결정에는 여러 문제점과 한계도 존재한다. 대다수 사례가 조사중지되었다. 진실화해위 내에서 자료 부족으로 조사를 종결하자는 일부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부실한 자료 관리 및 감독은 그 자체로 진실, 정체성에 대한 권리의 중대한 침해이며, 그 책임은 피해자에게 전가돼서는 안 된다. 해외입양에 대한 선입견 및 사회구조적 측면의 몰이해, 정치적 왜곡가능성, 입양알선기관의 영향력 등의 문제가 진실화해위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과연 조사와 그 결론은 충분하였느냐는 질문을 계속 던질 수밖에 없다. 왜 전 세계 해외입양인의 1/3이 한국 출신인가, 입양알선기관과 성인수용시설, 병원, 조산소, 일시보호소 또는 아동상담소, 아동복지시설, 미혼모시설의 (유착)관계는 충분히 조사, 규명되었는가, 입양알선기관의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영향력 행사, 돈의 흐름은 충분히 파악, 분석되었는가, 입양알선기관의 과다한 수수료는 정확히 파악되고 평가되었는가, 친가족찾기 과정에서의 2차 가해는 충분히 파악되고 평가되었는가, 물증 부족의 극단적 사례의 경우 좀 더 집중적으로 철저하게 조사할 수는 없었는가, 인권침해의 중대성에 비추어 강제실종, 아동인신매매 등 명확한 성격 규정을 할 수 있지 않았는가.

위 문제점과 한계 외에도 진실화해위 조사와 결정을 둘러싼 제도적·조직적 한계 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입양 사건은 진실화해위 내 1개 과에서 처리하는 여러 사건 중 1개 사건이라는 인적·물적 한계가 있었다. 진실화해위 조사5과의 삼청교육 피해 사건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주요 집단수용시설사건(영화숙·재생원,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성인부랑인수용시설)을 담당한 조사7과가 해외입양사건을 담당했다. 언어는 물론이고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한계도 존재했는데 진실화해위 사건으로는 유일하게 다양한 언어와 문화권 국가의 신청인들이 존재했다(덴마크, 미국,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벨기에, 호주, 독일, 프랑스, 룩셈부르크, 캐나다). 그 외에도 진실화해위 권고 이행 강제수단의 부재, 신청조사가 원칙이고 직권조사가 예외인 진실화해위법의 구조 등 진실화해위 혹은 그 결정과 관련해 여러 문제점과 한계가 존재했다.

향후 과제 : 진실에 대한 권리 구현과 적절하고 충분한 피해 구제

가장 중요한 향후 과제는 불법 해외입양 피해자들의 진실에 대한 권리의 충분한 구현이다. 유엔의 2006년 진실에 관한 권리 연구에 의하면 진실에 대한 권리는 인권침해의 이유와 침해가 발생한 상황, 발생한 사건에 대한 완전하고 완벽한 진실, 사건의 구체적 상황, 그리고 누가 사건에 참여했는지를 아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진실에 대한 권리는 법의 지배와 민주 사회의 투명성·책임성·좋은 거버넌스 원칙과 밀접히 연결되고 사회적 차원의 권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해외입양 인권침해의 규모, 시간적 장기성, 언어적, 문화적 차이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개정되는 진실화해위법에 ‘해외입양 인권침해’를 조사대상으로 명시하고 적어도 독립된 소위나 과에서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진실화해위법 개정을 통해 설치될 새로운 진실화해위에서 조사 중지된 사건, 새롭게 신청되는 사건을 적절하고 충분히 조사되는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여러 법률 개정안 중에는 조사대상에 ‘입양알선기관’을 명시한 것이 있는데 이 내용은 큰 의미가 있고 최종 제정 법률안에도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이미 조사가 진행된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와 공동의 조사·검증 진행을 적극 추진하고 미국으로의 해외입양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조사와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최대 규모의 해외입양 전과정에서 벌어진 광범위하고 다양한 인권침해의 양상에 비추어 신청사건에 국한하지 않고 해외입양 과정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과 후속대책 마련 등을 수행할 독립된 기구의 설치 및 운영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향후 과제로는 적절하고 충분한 피해구제라고 할 수 있다. 피해구제에는 금전배상뿐만 아니라 많은 것이 포함될 수 있는데 그 내용 중 하나인 만족만 하더라도 지속적인 침해의 중단을 목표로 하는 효과적인 조치, 사실인정과 책임의 수용을 포함한 공적 사과, 피해자에 대한 기념과 추모 등을 모두 포함한다(유엔피해자권리원칙). 한편, 침해의 가해자를 법으로 처벌하지 않는 것도 본질적으로 국가의 의무 위반으로 국제인권법에 대한 별도의 침해를 구성할 수 있다(유엔진실정의특별보고관 2023년 보고서).

진실화해위 권고 중 국가의 잘못 인정과 사과 권고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이행이, 보건복지부의 제대로 된 기록보존에 관한 권고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금전배상에 대해서는 많은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데 진실화해법 개정안 중 일부가 법안에 배상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법 해외입양 확인으로 인한 신분/가족관계의 재정립 문제는 복잡할 수 있는데 철저하게 아동 최선의 이익, 피해자의 의견 개진과 참여를 전제로 진행되어야 한다. 조사의 전 과정에서 가해자와 그 책임이 특정되어야 하고, 형사처벌의 경우 불법 해외입양의 범죄화와 공소시효의 배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오며

아동을 위한 해외입양은 없었다. 해외입양의 전 과정에서 단계 단계마다 촘촘하게 이루어진 인권침해로 한국은 세계 최고 효율을 자랑하는 불법 해외입양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국가는 이러한 시스템을 외교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정책을 통해, 그리고 적극적 행정조치와 부실한 감독을 통해 완성시켰다. 이 모든 것이 부분적이나마 드러난 지금, 수많은 불법 해외입양의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거나 침해된 권리의 회복을 제시하는 국가는 없다.

우리는 묻고 있다. 국가란 무엇인가. 한국이 국가라면 한국 정부가 지금 해외입양인들에게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월간 <복지동향> 2025년 10월호(제3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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